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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얼스 1권(24화)
9장. 실행(5)


발차기 스킬은 70%로 올라가는데 그쳤지만 검술 스킬은 중급으로 상승했다. 뉴 얼스가 정식 오픈을 한 지 2주 정도가 되어 간다.
아무리 폐인처럼 한다고 해도 검술 스킬을 중급으로 올리는 데에는 대부분의 유저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가능했다.
그냥 검만 휘두른다고 스킬 레벨이 오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효과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유저가 스킬 숙련도를 더 빨리 올릴 수 있었다.
단순히 노가다만이 전부가 아니라 유저들의 재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뉴 얼스였다.
덕분에 전직 암살자 출신 카일러는 빠른 속도로 검술 숙련도를 올려 나갔고 스킬 레벨이 중급으로 상승했다.
‘진동이라고?’
검에 닿은 부분에는 소폭의 진동이 일어나는 것은 그 효과만 놓고 봤을 때 큰 효과는 없다.
하지만 한 끝 차이로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전투에서는 그 작은 차이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한 번 시험해 볼까.’
“자, 다음.”
“이번엔 제가 하겠습니다.”
키, 덩치 모두 평범한 장정이 한 명 나왔다.
“바로 시작하자!”
한시라도 빨리 스킬 효과를 시험해 보고 싶었던 카일러는 장정이 나오자마자 달려들었다.
달려가며 가속도를 이용해 높이 점프하여 목검을 수직으로 그었다.
장정이 목검을 옆으로 세워 막았다. 그런데 그때 큰 효과는 아니었지만 진동이 일어나며 카일러의 목검에 무게를 실었다.
“컥!”
말 그대로 소폭의 진동이었지만 덕분에 장정이 든 목검이 방어를 했을 뿐인데도 목검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약간 금이 갔다.
‘효과가 생각보다 좋긴한데… 이러다가 목검 다 부러뜨리겠네. 발차기 스킬 숙련도도 올릴 겸 가능한 발길질만 해야겠군.’
카일러는 목검으로 공격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방어만 했다. 방어만 하는 것은 진동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일러가 공격을 막기만 하고 반격을 하지 않자 장정이 방심한 듯했다.
그때 장정이 목검을 지나치게 크게 휘둘렀다. 덕분에 복부와 하체에 허점이 드러났다.
‘지금이다!’
카일러는 장정이 휘두른 목검을 수그려 피하며 장정의 팔을 잡아 공격을 봉쇄했다.
그 다음 니킥을 여러 번 갈겼다.
“크흑!”
그러자 장정이 괴로운 듯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목검을 쥐고 있는 손에서 힘이 빠진 듯했다.
‘아무리 아파도 검은 꼭 쥐고 있어야지.’
카일러는 장정의 다리를 걸은 다음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어깨를 쳐 냈다.
덕분에 장정이 검을 놓치며 바닥에 엎어졌고 그때 빠르게 다가가 목에 목검을 갖다 댔다.
“좋아… 나머지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오늘은 이제 집에 가서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장정들은 몸이 녹초가 됐기 때문인지 아쉽기 때문인지 힘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들 돌아가고 쉴 곳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 중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덕분에 카일러의 이마에 혈관 마크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웨드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자기집 안방인 것처럼 편히 자는 모습이었다.
뉴 얼스는 게임 접속 중에도 잘 수 있었다. 덕분에 로그아웃하기가 애매할 때 접속 상태에서 잠시 쪽잠을 자기도 했다. 하지만 웨드처럼 푹 자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저 빌어먹을 놈이… 누구는 뼈 빠져라 훈련시키고 대련하고 몸이 녹초가 됐는데… 감히!’
카일러는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 웨드를 걷어찼다.
“커허헉! 뭐, 뭡니까?!”
“뭐긴 뭐야! 남들 훈련할 때 너는 여기서 잠만 퍼 잤으니까 당연히 맞아야지.”
“카일러 님이 대련 끝나고 따로 시키신 일도 없고 마침 피곤하기도 하기 때문에 잠시 잠을 잤을 뿐입니다.”
“잠시? 적어도 몇 시간은 잔 것 같은데?”
“흐음. 그래서 기분이 이렇게 상쾌하군요.”
“감히, 농땡이를 부리다니…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군. 재밌는 일을 하나 맡겨야겠군.”
“뭐, 뭡니까?”
“따라와.”
카일러는 어딘가로 향했고 웨드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잠시 뒤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수없이 많은 구덩이가 있는 곳이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함정 만들려고 내가 ‘직접’ 판 구덩이다.”
“그런데 어떤 멍청이가 저기에 빠지겠습니까? 훤히 보이는데.”
“훗. 네가 할 일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직접’ 제대로 된 함정으로 꾸며야 된다.”
“…….”
“일단 저 안에 나무창도 꽂고 그리고 여러가지 끝내 주는 함정을 설치해야 한단다. 나의 손발이 되어 주렴.”
카일러의 말에 웨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고 싶진 않은데 염치가 있으니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카일러 님도 거들어 주시면…….”
“닥쳐.”
“네…….”
“일단 벌목한 나무 갖고 와서 나무창 만들어 놔. 구덩이 갯수의 반 정도 갯수만큼 만들어 놓으면 돼.”
“그러면 진작에 말씀해 주셨으면 올 때 나무를…….”
“내가 왜?”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하도록 하죠. 그런데 톱은?”
“여기 받으렴.”
카일러는 웨드에게 톱을 건넸다.
‘크크, 그거 만들려면 고생깨나 할 거다.’
카일러는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헉! 왜 그런 웃음을… 마치 사냥감을 쳐다보는 포식자 같습니다.”
“빨리 할 거나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카일러 님은 뭐하시려고?”
“네가 쉴 동안 일했으니 네가 일한 동안 쉴려고 한단다.”
그 말에 순간 웨드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내 카일러의 말에 딱 멈추고 말았다.
“만약 내가 다시 왔을 때 제대로 안 해 놓으면 알지? 그럼, 수고해. 난 모르튼 댁에 가서 로그아웃하마.”
웨드는 카일러가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뉴얼스 1권(24화)
10장. 척살(1)


“아오, 이게 얼마만에 보는 초라한 내 방인가.”
카일러는 캡슐에서 나와 기지개를 켰다. 밖을 보니 아직 대낮이었다. 카일러는 거울을 봤다. 그러자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카일러는 섬뜩함을 느꼈다.
‘아, 이거 완전 폐인이구만.’
꼬르륵.
카일러는 바깥 구경을 할 겨를도 없이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뉴 얼스에 접속하여 웨드가 노가다를 하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웨드가 투덜대며 나무창을 만들고 있었다.
“에혀. 내 팔자. 사악한 악마를 만나 이런 허접한 일이나 하도록 협박받다니. 이건 너무 불합리해.”
그 말을 들은 카일러의 이마에는 귀여운 혈관 마크가 무려 세 개나 생겼다.
‘사악한 악마? 협박? 불합리? 내가 뼈 빠지게 장정들 훈련시킬 때 잠이나 퍼질러 자놓고 뭐가?!’
카일러는 조용히 웨드의 뒤로 다가갔다.
웨드는 여전히 툴툴거렸다.
“악마 같은 인간. 어찌 이리 혹독한 일을 시킬 수가 있…….”
“그만. 한 글자라도 더 내뱉었다가는 정말로 죽이겠다.”
“이, 이 목소리는…….”
웨드가 몸을 벌벌 떨었다.
“카, 카일러 님? 언제 오셨습니까?”
카일러는 웨드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아이고… 악.마가 시킨 혹독한 일을 하느라 고생이 많으시군요, 웨.드.님.”
“하하… 님이라뇨. 그냥 웨드라고 부르세요.”
“그럴까? 편하게 가자.”
“그, 그러세요.”
“몇 대 맞을래?”
“……봐주세요.”
“뭐, 네가 하는 것 보고 결정하도록 할게. 열심히 해라?”
“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물도 좀 구해.”
“그물 말입니까?”
“그래, 그물.”
“알겠습니다.”
“그럼, 열심히 해라.”
그렇게 웨드의 나사를 꽉 조인 카일러는 또다시 유유히 사라졌다.
“에혀… 잔인한 인간.”

삐―
알람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떴다. 뉴 얼스에서 로그아웃하자마자 피곤한 나머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잠깐 눈만 감은 것 같은데 어느새 일어날 시간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군.’
식욕보다 강한 것이 수면욕이다.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직접 느끼고 있는 카일러였다.
카일러는 끼니를 대충 때우고 캡슐에 들어가 뉴 얼스에 접속했다.
뉴 얼스에 접속한 카일러는 웨드가 함정을 설치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웨드, 농땡이 부린 건 아니겠지.’
그곳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웨드가 보이지 않았다.
“웨드!”
그러자 바위 뒤쪽에 있던 웨드가 나왔다. 웨드는 방금까지 자고 있었는지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카일러 님, 오셨군요.”
“웨드! 내가 시킨 건…….”
“다했답니다, 카일러 님.”
“그, 그래?”
카일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웨드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웨드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하루 사이에 폐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웨드는 약간 뾰로통한 표정으로 카일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흠. 네가 그때 농땡이를 피워서 그런 거야.”
“쳇. 속이 넓고도 넓은 쿨한 남자인 제가 참죠.”
웨드의 말을 카일러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 잘못한 쪽은 카일러였으므로 참기로 했다.
“그런데 카일러 님, 그물은 어디에다가 쓰실 겁니까?”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만들어 놓은 나무창을 구덩이 안에 잘 세워 놓도록 하자.”
카일러는 온 힘을 끌어 모아 나무창을 구덩이 안에 단단하게 세워 놓았다.
“휴, 카일러 님. 이 정도면 기사들이 아무리 좋은 갑옷을 입고 있어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웨드의 말대로 나무창이 뾰족하고 달리다 무방비 상태로 떨어지면 가속도가 붙어 갑옷을 뚫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사들을 죽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갑옷은 뚫는다고 해도 갑옷을 뚫고 병사들에게 타격을 줄 정도로 나무창이 깊이 찔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파 놓은 구덩이 중 절반 정도는 다른 트렙을 설치하려고 했던 것이다.
카일러는 필요한 재료를 웨드에게 주문했다. 웨드는 귀찮아 하긴 했지만 결국은 시킨 대로 재료를 구하러 상점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카일러는 훈련 장소로 갔다. 장정들이 자율적으로 서로 대련을 하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실력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 일반 병사들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카일러가 나타나자 장정들이 대련을 멈추고 카일러를 향해 가만히 서 있었다.
“자, 오늘 다시 너희들은 나와 대련을 해야 한다. 한 명씩 나오도록.”
그러자 처음 대련을 하자가 했을 때와는 다르게 서로 먼저 하겠다고 했다.
“제가 먼저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그들 중 눈에 띄는 세 명이 있었다. 체격이 워낙 다른 장정들과는 달라 아직도 기억을 할 수 있었다.
‘저 세녀석들 실력이 올랐는지 확인해 봐야겠군.’
카일러는 저번 대련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 주었던 세 명과 대련을 했다. 대련을 한 결과 아주 큰 발전은 아니지만 카일러가 지적해 준 부분은 그래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대련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드디어 웨드가 도착했다.
“카일러 님, 말씀하신 재료를 전부 준비했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준비해야겠군. 자, 다들 서로 대련하도록 해. 그리고 저녁 시간 전 까지 하다가 알아서 해산하도록.”
카일러는 장정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웨드와 함께 함정을 설치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자 카일러가 주문한 재료들이 있었다.
“잘 구해 왔군.”
“당연하죠. 제가 누굽니까? 신뢰의 남자! 웨드입니다!”
“신뢰? 아이템 훔칠려고 배신 때렸던 건 어쩌고?”
“…….”
“어쨌거나 함정이나 설치하도록 하자.”
카일러와 웨드는 준비한 재료로 함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이번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꾹 참고 함정 설치에 매진했다.
“그런데 웨드.”
“왜 그러십니까?”
“루스턴이 올려면 아직 멀었나?”
“내일쯤이면 올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내일모레 영주를 치면 되겠군.”
그러자 웨드가 놀란 얼굴로 반론을 제기했다.
“3일 훈련시키고 치겠단 말입니까?”
“현실 시간으로 3일이고 이곳 시간으로는 9일이야. 충분해.”
“하지만…….”
“걱정되는 건 알지만 오래 끌면 좋을 것 없어. 그리고 이거 다 준비하는 대로 갔다 올 데가 있다.”
“어디를요?”
“일단 다 끝내고 얘기해 줄게.”
그렇게 고된 작업은 계속되었다.
마침내 함정을 전부 설치했다.
“끄으… 허리야. 카일러 님, 이제 말해 주시겠습니까?”
“병사들의 가족들에게 치료제를 주는 일이야.”
그런데 카일러의 말에 웨드가 화난 듯했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모르튼 아저씨처럼 가난한 분들이 치료제가 없어 죽어갈 때 도와주기는커녕 천대한 작자들이 바로 그 병사와 병사들 가족들입니다. 그런데 그 작자들을 돕자고 하셨습니까? 납득할 수 없습니다.”
“단순하군.”
카일러는 웨드의 반론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