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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얼스 1권(23화)
9장. 실행(4)
그러자 나타난 자는 카일러와 완전히 똑같은 분신이었다. 카일러와 차이점이 있다면 복장이었다.
쉐도우 워커의 옷은 고된 노동으로 더럽혀진 것 같았다.
‘내 분신이라지만 저건 너무 불쌍해 보이는데.”
그때 쉐도우 워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땅 아래를 가리켰다.
“응? 어, 그래 거기 파면 돼.”
그러자 쉐도우 워커는 빛의 속도로 땅을 파 내려갔다.
금세 사람 키만 한 구덩이 하나를 만들어 냈다.
“허, 30초 정도밖에 안 됐는데…….”
카일러의 분신이기 때문일까. 쉐도우 워커는 구덩이에서 가볍게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카일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 다음에는 저기 파면 돼.”
그러자 이번에도 쉐도우 워커는 빛의 속도로 땅을 파 내려갔다.
‘훌륭한 일꾼이로군. 소환 시간이 짧은 게 아쉽긴 하지만 저 속도로 파 내려가면 5분이면 내가 한 시간을 공들여야 만들 수 있는 구덩이를 다 만들고도 남을 것 같군.’
쉐도우 워커가 열심히 땅을 파는 사이 잠시 쉴 겸 아이템 창에 있는 물통을 꺼냈다.
꿀꺽꿀꺽.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런데 어느새 구덩이를 모두 다 판 쉐도우 워커가 카일러를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카일러가 들고 있는 물통을 침 삼키는 소리까지 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응? 이거?”
끄덕끄덕.
‘분신 주제에 물까지 마시려고 드네. 젠장, 물 마시는 시간은 소환 시간에서 제외해야 되는 것 아니야?’
“마셔.”
자신의 분신이 애타게 물을 마시고 싶다는데 거절하기가 난감한 카일러는 쉐도우 워커에게 물을 건넸다.
꿀꺽꿀꺽.
순식간에 물병을 모두 비운 쉐도우 워커가 빈통을 카일러에게 건넸다.
‘이건 땅 파는 것만 내 두 배가 아니라 물 마시는 속도도 두 배인 것 같네. 뭐 저렇게 물을 빨리 마셔 대냐.’
카일러가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쉐도우 워커가 카일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래. 이번에 저기.”
이번에도 쉐도우 워커는 빛의 속도로 구덩이를 파 내려갔다.
시간이 흘러 쉐도우 워커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허허…….”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쉐도우 워커였다.
“그런데 재사용 대기 시간이 몇 시간이랬더라? 스킬 창!”
땅굴 파기(중급, 패시브, 0%)
땅굴 파는 속도가 기존 속도의 1.7배 빨라집니다.
*쉐도우 워커 소환
플레이어의 분신 쉐도우 워커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분신은 플레이어를 대신하여 땅을 팝니다.
땅을 파는 속도는 플레이어의 2배이며 분신은 소환한 지 5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한 번 사용 후 다시 소환하려면 12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검술(초급, 패시브, 20%)
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발차기(초급, 패시브, 20%)
발차기 속도와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
‘12시간씩이나 걸려?’
12시간씩이나 걸리면 차라리 그 사이에 직접 삽질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중간에 쉬고 싶을 때 부려 먹으면 되겠군. 그런데…….’
쉐도우 워커가 땅굴을 파는 것은 스킬 퍼센트가 0.01%도 올라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냥 편하게 땅굴 파고 싶을 때 부려 먹는 노예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뭐, 그래도 쓸 만하군.’
카일러는 계속해서 구덩이를 팠다. 그렇게 1시간가량이 더 지났다.
“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카일러는 다시 병사들이 훈련하는 장소로 갔다. 그곳에 가자 몇 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제법 자세를 익힌 장정들이 있었다.
“자, 그만. 너희들이 훈련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따라서 아직은 이르지만 각자 두 명씩 팀을 만들어 대련을 하도록.”
장정들이 두 명씩 팀을 만들고 카일러를 멀뚱히 쳐다봤다.
“뭣들하고 있어? 상대가 적이라 생각하고 싸우도록.”
장정들은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듯하더니 한 팀이 대련을 시작하자 나머지 팀들도 대련을 시작했다.
“마치 실전 같습니다, 카일러 님. 그런데 전 뭐합니까? 설마…….”
웨드가 카일러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시작하자.”
카일러는 검을 빼 들었다.
“자, 잠깐… 우리는 목검이 없잖습니까?”
“목검 가지고 할 필요 없어. 죽지 않게끔 할 테니까 걱정 마.”
카일러는 말이 끝나자마자 웨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물론 베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란 웨드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빌어먹을 놈. 개 패듯이 패 주마. 그때 훼손된 내 자존심을 회복시킬 기회로군.’
“카, 카일러 님. 저는 굳이 훈련을 안 해도…….”
웨드가 칼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우리라고 농땡이 피울 수는 없잖아? 잔말 말고 칼이나 똑바로 들어!”
카일러는 웨드가 든 검을 살짝 쳐 낸 다음 가슴을 걷어찼다.
“큭, 전 연약한 잎새라…….”
“시끄러워!”
이번에는 웨드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린 다음 옆구리를 걷어찼다.
“체력이 바닥난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커헉!”
이제 겨우 두 대 맞았다고 체력이 바닥날 리 없었다. 카일러는 웨드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방어를 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칼 똑바로 들어!”
“흑… 잔인한 인간…….”
“뭐라고?”
“아, 아닙니다.”
“중얼대지 말고 제대로 해!”
이번에는 칼의 넓적한 면으로 웨드의 등짝을 갈겼다.
“크흑… 체력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이제 그만하시는 게…….”
“그래? 그럼 쉬었다가 다.시 하도록 하자!”
“도대체 언제까지 절 팰 겁니까? 절 못 믿는 겁니까?”
“패는 게 아니라 훈련이다! 그렇게 약해 빠져 가지고 널 어떻게 믿어?”
“그, 그건…….”
“잠시 쉬었다가 계.속 대.련.하.자.”
“…….”
그렇게 1시간가량 웨드는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
“휴, 이제 좀 나아졌군.’
“뭐가 말입니까?!”
카일러의 말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웨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웨드를 보고 ‘널 마음껏 팼기에 이리도 시원하구나!’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대충 둘러댔다.
“네 실력이 좀 나아졌다고.”
“크흠. 제가 원래 검술 체질인가 봅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웨드였다.
“이제 그만하도록 하죠, 카일러 님.”
웨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도 박 터지게 대련을 하고 있는 장정들을 돌아보았다.
“자! 그만!”
카일러의 말에 장정들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카일러를 돌아보았다. 처음에 서로 대련하라고 했을 때 머뭇거리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계급장 떼고 나와 1:1 대련을 할 것이다.”
그러자 장정들이 당황하여 서로 수근댔으나 곧 각오를 다진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카일러 님께서 친히 우리를 시험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훗. 사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단다.’
카일러의 진짜 목적은 바로 스킬 레벨의 향상. 땅굴 파기 스킬은 중급으로 올라갔지만 검술 스킬과 발차기 스킬은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400명의 장정들과 1:1 대련을 하다 보면 스킬 레벨을 올리고 싶지 않아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카일러는 기쁜 나머지 살짝 미소까지 지었다. 마치 악마가 웃는 듯했다.
그 미소를 본 장정들이 순간 겁을 먹었다.
“자, 그럼 줄을 서도록. 한 명씩 나와라.”
장정들은 서로 눈치만 보더니 이내 한 명이 당당히 나왔다. 딱 보기에도 덩치가 카일러의 두 배였다.
‘허… 저거 농사한 몸 맞아?’
앞에 나선 장정의 체격은 농사꾼이라기보다는 거의 기사 수준이었다.
카일러는 그 큰 체격에 순간 기가 눌렸지만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자, 그럼 시작하자! 아무나 목검 하나 줘 봐.”
목검을 건네받은 카일러는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그 장정의 목을 노리고 목검을 횡으로 그었다.
장정은 약간 당황한 듯했으나 몸을 수그려 피해 냈다. 그리고 곧바로 카일러를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딱히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법인데? 이 정도면 웬만한 병사는 때려잡겠군.’
재빨리 피하고 다시 튕겨 나가듯이 앞으로 나가 병사의 목검을 쳐 냈다. 목검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목검이 땅에 닿았다. 장정은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되었고 카일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검을 장정의 목에 갖다 댔다.
“다음.”
“…….”
장정은 허무한 듯 잠시 멍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숙여 인사 하고는 물러갔다.
‘후후… 이거 400명하고 다 대련할 때쯤 되면 스킬 레벨이 중급으로는 올라가겠군.’
다시 한 번 카일러의 입가에 악마의 미소가 번졌다.
마침 카일러 앞에 나오던 장정이 그 미소를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괜히 나왔나 싶은 듯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 준비해라.”
이번에 나온 장정은 아까보다 덩치가 크지는 않았다. 덩치는 카일러와 비슷한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카일러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키가 상당히 컸다.
‘채소만 먹고 살았을 텐데 왜 저렇게 큰 거야. 농사짓고 살면 키가 저렇게 커져?’
“자, 시작하자!”
이번에는 섣불리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키가 큰 만큼 팔다리가 길었고 그만큼 공격거리가 길었다. 검을 들었는데도 창을 든 사람을 상대하듯이 해야 했다.
‘느긋하게 가자. 저 녀석이 가까이 올 때 갑자기 파고들어 공격하면 된다.’
그렇게 카일러가 빈틈을 노리며 기다리고 있자 키 큰 장정이 먼저 파고들었다. 카일러의 다리 쪽을 노리고 목검을 휘둘렀다.
‘지금이다!’
카일러는 점프하는 동시에 몸을 회전하였다. 그 회전력을 이용하여 검에 가속도를 붙여 장정의 다리를 공격했다.
“크흑.”
장정이 그 고통에 검을 받치고 간신히 서 있었다. 하지만 카일러는 곧이어 장정의 검을 발로 걷어차 버렸고 중심을 잃은 장정이 넘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장정의 목에 목검을 갖다 댔다.
“자, 다음.”
“…….”
너무 순식간에 끝나 버려 허무한 듯했으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곧 물러갔다.
이번에 나온 장정은 키가 너무 작았다.
‘쟤는 왜 저렇게 키가 작아?’
같은 농사꾼이라고 해도 체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준비해라.”
‘저놈은 키가 작기 때문에 파고드는 공격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검보다는 체술 위주로 싸워야겠군.’
분석을 마친 카일러의 입가에 또다시 악마의 미소가 번졌다.
이번 장정 역시 그 미소를 보자 흠칫 놀랐지만 곧 자세를 잡았다.
“시작하자!”
카일러는 자세를 낮추고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목검을 몇 번 휘둘렀다.
그런데 그때 장정이 카일러를 향해 목검을 치켜 들고 달려왔다.
‘역시나…….’
카일러가 실력이 월등하기도 하지만 미리 예측을 한 덕분에 가볍게 공격을 막아 냈다.
카일러와 장정은 서로 목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나 카일러가 목검을 비켜 세워 장정의 목검을 흘리자 장정이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일러는 장정의 등짝을 발로 내리찍었다.
“커헉!”
곧이어 장정의 다리를 목검으로 쳐 쓰러뜨렸다.
‘이제 끝… 다시 일어나네?’
쓰러진 장정은 재빠르게 다시 일어났다. 장정은 독기가 올랐는지 카일러에게 빠른 속도로 목검을 휘둘러 댔다.
‘속도로 승부하겠다는 건가? 그럼 내가 이기지.’
카일러도 목검을 휘둘러 모든 공격을 쳐 냈다. 그리고 장정이 다시 공격을 하기 전에 빠르게 목검을 휘둘러 장정의 복부를 공격했다.
“크흑!”
그러자 장정이 양손으로 꼭 쥐고 있던 목검을 한 손으로만 잡은 채 뒤로 살짝 밀려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가가 목검을 잡은 손을 비틀어 제압하고 장정의 목에 목검을 갖다 댔다.
“동작이 재빠르군. 수고했어. 들어가.”
카일러가 재빠른 동작 때문에 칭찬을 하자 그 장정은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감사합니다!”
곧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들어갔다.
그렇게 대련을 한 지 1시간이 지났다.
‘이제 스킬 숙련도도 꽤 많이 올렸을 거다!’
카일러는 기쁜 마음에 황급히 스킬 창을 확인했다.
“스킬 창!”
땅굴 파기(중급, 패시브, 0%)
땅굴 파는 속도가 기존 속도의 1.7배 빨라집니다.
*쉐도우 워커 소환
플레이어의 분신 쉐도우 워커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분신은 플레이어를 대신하여 땅을 팝니다.
땅을 파는 속도는 플레이어의 2배이며 분신은 소환한 지 5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한 번 사용 후 다시 소환하려면 12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검술(중급, 패시브, 0%)
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공격력이 25% 상승합니다.
*검으로 공격할 때 소폭의 진동이 발생한다.
발차기(초급, 패시브, 70%)
발차기 속도와 공격력이 20%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