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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프 대제 1권(25화)
제8장 집안 정리(6)
“…….”
알렉산더는 말없이 금괴를 만져 보았다. 묵직한 것이 꽤 값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 다 황금?”
“네, 그렇습니다.”
막스가 말했다.
연회장처럼 매우 넓은 창고에 천장 가득 쌓여 있는 금괴들, 그리고 금화나 여러 색깔의 보석, 은 세공품, 진주, 도자기, 조각상, 명화 등 온갖 보물들이 즐비한 창고를 보며 알렉산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창고는 여기 말고도 한 개 더 있습니다.”
“한 개 더?”
“네.”
“총 얼마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왕국 예산의 10년 치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으헉!”
알렉산더가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미소를 지으며…….
얀 백작을 처형한 후 알렉산더는 얀 백작의 상단인 요제프 상단에 관리를 파견하여 계속 상단 일을 하게 함으로서 상단을 국유화시켰다.
“아무리 지금 돈이 많다고는 하지만, 계속 꾸준히 수입이 있어야 지출을 할 수 있지.”
비록 얀 백작은 죽었지만 상단의 우두머리만 죽었을 뿐 상단의 다른 간부들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걸리지 않았기에 상단은 얼마 안 가서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다른 지방 귀족들을 복속시킨 지 1주일이 지난 후, 알렉산더는 재상인 크리스토프를 주도로 하여 왕국의 내무 개혁을 공표했다.
“일단 수도인 에블레헴의 도시 정리에 들어갈 것입니다.”
대전회의 때 크리스토프가 설명을 하였다.
첫째로 상하수도의 설치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오물은 건물 밖으로 쏟아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이 때문에 여름철만 되면 전염병이 돌았다. 이 공사를 하기 위해 모인 알렉산더가 하수관의 개념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장인들이 상수도의 개념을 창안했다. 사실 알렉산더는 그것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상수도까지 만들면 돈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귀족들과 장인들의 권유로 귀족들이 일부 자금을 부담하는 대가로 상수도 공사까지 진행하였다. 귀족들은 자신의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기 때문에 상하수도 건설에 찬성을 보냈다.
그 덕에 수도는 연일 공사로 인해 매우 시끄러웠다.
상수도 공사는 간단하게 일반 가정집이나 커다란 건물의 지붕 위에 물 저장 탱크를 만들고 거기에 1서클 마법인 아쿠아 크리에이트 마법진을 설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에 파이프를 연결해 각 가정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그 덕에 이제 수도의 주부들은 물을 길러갈 필요도 없었다.
원시적이지만, 줄을 당기면 물이 나오는 방식의 수도꼭지를 이용해 식수로도 사용하고 요리에도 사용하고 빨래에도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수도는 모든 일정량의 물이 흐르는 커다란 파이프가 각 가정 화장실에 지나가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사람이 수세식 화장실처럼 생긴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 용변을 보면 내용물은 하수도로 내려가 흐르는 물에 흘러 수도 밖에 마련된 거대한 구덩이에 버려지는 것이었다.
사실 알렉산더는 좌변기 화장실처럼 의자에 앉는 방식의 변기와 하수도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는 그것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기에 실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도로 정비에 들어갔다. 그것은 인도와 차도의 분리였다. 도시에서 마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가끔가다 일어났기에 행한 조치였다.
또한 군제 개편에 들어갔다.
“왕권강화를 위해서는 일단 군사력이 있어야지.”
첫째로 근위군의 군복 디자인을 통일시켰다. 그전까지만 해도 군복의 제식이 없어 일반인들이 입는 옷에 붉은색으로 염색하고 견장을 단 후 마찬가지로 검은색으로 염색한 모자를 쓰는 식으로 했는데, 멀리선 보는 것은 그렇다 치고 가까이 보면 정말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입었던 제복처럼 디자인을 직접 했다.
“근위군은 왕의 군대. 나라보다는 왕가를 수호하는 군대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일반민들에게는 환영을 못 받겠지만, 그들에게 엘리트 의식을 심어 주려면 군복이 화려해야 한다.”
군복의 재질은 왕국 내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모를 채택했고, 군복의 색상은 남색으로 채택되었다. 이유가 붉은색은 구하기 힘든 안료인지라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다. 사재로 쓴다면 모를까 대량으로 사자니 너무 비싸고 많아서 포기하고 대신 구하기 쉬운 남색이 채택되었다. 거기에 병사의 견장은 붉은색, 소대장 중대장 같은 일반 장교는 은색, 대대장 같은 고급 장교는 금색으로 채택했다. 거기에 모자 또한 흰색 깃털이 달린 섀코 모자를 썼다. 이 또한 계급에 따라서 깃털의 화려함이 다르게 차등을 두었다. 근위기사단의 복장은 기존에 있던 검은색 제복으로 두었다. 그리고 또한 밀집보병대의 방패를 새로운 것으로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엘란 왕국의 신형 석궁에 너무 쉽게 뚫린 것 때문이었다.
“현재 왕국의 야금술은 다른 왕국들에 비해 형편없다. 그렇기에 순수한 철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든다고 해도 방패가 뚫릴 것은 분명하며, 그렇다고 두께를 늘리자니 이는 너무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에 나는 새로운 모양의 방패를 만들고자 한다.”
알렉산더가 새로 창안한 방패는 기존의 방패에 피라미드 모양처럼 생긴 송곳을 다닥다닥 붙인 형태였다.
“방패에 경사면을 둠으로서 방패를 경사 장갑으로 무장할 수 있으며 이 속이 비어 있어 공간 장갑의 개념 또한 둘 수 있다.”
그 신형 방패는 45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엘렌 왕국의 신형 석궁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근위군의 숫자를 2배로 늘리고 제식훈련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무기 생산에 필요한 철이나 납을 생산하기 위해 광산에도 투자를 하고 무기 공장 또한 크게 늘렸다. 또한 법을 바꾸었는데 그것은 아카데미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는 귀족들을 위한 교육 체계였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은 귀족들의 마음대로였다. 의무적으로 귀족의 자식들이 10살이 되면 입학해 9년간 다니게 만들었다.
“지방의 귀족들이 감히 딴 생각을 하지 못하기 위해서 지.”
그리고 또한 도로 정비에 들어갔다. 수도를 중심으로 비포장도로를 자갈이나 벽돌을 넣은 포장도로로 바꾸었는데 특히 동쪽의 길에 투자했다. 얀텐 제국과 전쟁을 하는 이상 병력의 이동이나 보급품의 이동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한 왕의 직할지에 대규모 목축업을 조성했다. 군복에 필요한 모직물과 기사들이 탈 군마나 마차를 끌 조랑말, 군사용 저장식품 중 하나인 육포의 생산을 위해서였다.
또한 그는 재상부 관할에 선전국을 창설했다. 선전국은 일종의 기관지었는데 주로 정부 정책의 선전, 왕의 대한 미사여구, 왕궁의 소식, 수도의 사건 사고, 선전 포스터 제작, 그리고 온갖 사설을 싣는데 대부분 아카데미의 학자들의 사설이었다. 그 사설들은 어떤 귀족이나 관리의 대한 시사비판 사설인데 왕의 대한 비판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선전을 통해 사람들은 천국을 지옥으로 또는 지옥을 천국으로 여기도록 할 수 있지.”
그는 히틀러식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나에게 민주주의 국가에 자란 자가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하겠어. 여긴 전제 국가라고”
또한 그는 왕궁의 성문 위에 서서 군중집회를 열어 연설까지 하였다. 또한 연설은 사람의 심리적 저항이 약한 저녁시간 때에 했는데 서쪽으로 해가 져서 황혼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그가 연단에 서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는 연설을 하기 전에 군악대가 장중한 음악을 연주하게 만들어 군중의 기대감을 한껏 올렸다.
그리고 그는 연설을 할 때마다 왕국이 처한 현실, 가장 약소국인 왕국, 얀텐 제국의 대한 비난, 현 정부의 비전, 현 정부의 정책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연설이 끝난 후 그는 내무 개혁을 실시했다.
처음 연설에서 강제로 동원되어 불만이 많고 반신반의하던 시민들은 내무 개혁을 통해 자신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자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를 하고 알렉산더의 연설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연설을 통해 알렉산더는 군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넣었다. 그리고 신분 차별에 따른 군중의 분노를 전부 지배계층에서 제국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얼마나 선전의 효과가 좋았는지 거지 또한 자신이 거지가 된 이유가 얀텐 제국 때문이라는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
“이만큼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연설이 끝난 후 환호성을 지르는 군중들을 보며 입을 딱 벌리고 있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알렉산더가 말했다.
“저들은 이제 왕이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하면 뛰어들 것이다.”
그 날 일기에 크리스토프는 그렇게 적어 놓았다.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군, 히틀러와 괴벨스가 알면 화낼 거야!”
또한 알렉산더는 죽은 오토 2세를 신격화하기에 이른다. 왕궁 앞 광장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그 동상의 거대한 초석에 그의 업적과 기록화를 그렸다.
그리고 그 밑에 지하 묘소를 만들고 그의 시신에 보존 마법을 걸어 유리관으로 전시했는데. 부패한 그의 시신을 원상 복구하기 위해 크리스토프를 불러 그의 생전 모습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복원 마법을 사용했다. 또한 묘소를 지키는 위병을 세워 놓았다.
“이 또한 스탈린을 따라 한 것이네? 나 완전 나쁜 놈 되었군, 하하하! 하지만 나쁜 놈들에게서 좋은 것을 빼내는 것은 알짜라고 하지? 알짜는 좋은 거야.”
알렉산더가 침실에서 혼자 있을 때 소리쳤다.
또한 그는 오토 2세에 대한 서사시까지 만들도록 하고 그것을 책으로 냈다. 그 덕에 루덴 대륙의 거의 모든 음유시인들이 오토 2세의 서사시를 부르고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돈을 펑펑 썼는데도 불구하고 왕국 예산이 3년 치나 남고 말았다.
“이건 전쟁 수행비로 둬야지.”
그렇게 말하며 알렉산더는 남은 자금을 전부 왕의 전용 창고로 넣어 버렸다.
이 모든 내무 개혁은 겉으로는 크리스토프의 의해 이루어졌지만 이로서 왕국 내에서는 후계자인 알렉산더를 ‘대관식을 치르지 않은 왕’이라 부르며 그에게 경탄하는 시선을 보냈다.
***
딸깍.
알렉산더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수도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변해 가는군요.”
맞은편에 에린이 말했다. 둘은 이제 내일 결혼식을 치룰 것이다. 그 덕인지 둘의 말은 매우 편해 있었다. 여전히 불편한 감은 있었지만 에린은 전보다 알렉산더와 가까워진 것 같아 매우 편안했다.
“그렇지요.”
“그리고 후계자님도 변하셨습니다.”
그 말에 알렉산더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몸에 있는 마나가 상당히 늘어났고 얼굴은 전보다 더 생각이 많아졌군요.”
“좋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알렉산더가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검술 수련은 잘 되어 가요?”
알렉산더의 말에 에린이 입에 머금은 차를 쏟을 뻔했다.
“몰래몰래 연습하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에린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기로 하였다.
“휴우∼ 사실 요즘 그게 잘 안 돼요.”
“뭐가요?”
“소드 마스터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끈’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요.”
“흠…… 저도 요즘 중급으로 올라가기가 매우 힘들던데.”
“중급은 열심히 훈련만 하면 되지만 상급이나 마스터는 그 깨달음을 잡기 위한 ‘끈’이 없으면 올라가기 힘들어요.”
“상급은 어떻게 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거죠?”
“검을 사용할 때와 적과 싸울 때는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고, 검을 주고받을 때는 무조건 힘을 주고, 빠르게가 아닌 때로는 깃털처럼 가볍게, 느리게, 그리고 허점을 빠르게 노려라……. 전장에서 전투 중에 이것을 깨달고 상급의 길을 올라갈 수 있었지요.”
“흠…… 그렇군요. 역시 그렇다면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 수련하는 것보다 전장에 참가해서 전투를 하거나 대련을 해 보는 게 좋겠군요.”
알렉산더의 말에 에린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고 정말로 전장에 참가하는 것은 곤란하구요. 소드 익스퍼트 상급인 막스와의 대련을 통해서 얻어 보세요.”
“고마워요.”
“별말씀을…… 명색의 부부가 될 사이인데.”
그 말에 에린의 얼굴의 홍조로 가득해졌다.
“부끄럽나요?”
“아, 아니에요.”
“그러면 그만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조금 있으면 수업이거든요.”
“네. 그럼…….”
알렉산더는 기분 좋게 에린의 침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직도 존칭을 쓰고 아주 편안하게 말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야.”
크리스토프였다. 그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놀랬잖아 무슨 일이야?”
“레이번 왕국이 패했다. 그리고 그들은 얀텐 제국의 영토에서 물러났어.”
알렉산더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들의 군대가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다. 오려면 3달은 걸리겠지만. 지금 이동하는 병력은 3만. 국경에 배치된 군대는 2만, 총 5만의 병력이 이리로 오고 있다.”
“우리도 방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리고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서쪽 귀족들의 군대도 이용할 것이니까.”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들이 정말 군대를 움직일까?”
서쪽 귀족들은 그들의 구심점을 잃었지만 여전히 중앙정권에 대한 반감이 강했다.
하지만 그 말에 알렉산더가 두 눈을 반짝였다.
“군대를 움직여 전공을 세운 자에게는 구 요제프 영지를 하사한다고 하면 돼. 단, 요제프 시티와 교역 항구는 빼고 말이야. 요제프 영지의 자체 생산력도 뛰어나서 영주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게 분명해.”
그 말에 크리스토프가 뒤통수를 한 대 맞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좋은 방법이야.”
“오라고 해. 박살을 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한 후 알렉산더는 다시 수업을 받기 위해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어깨는 당당히 딱 피고 늠름하게 걸어서 왕의 풍채가 물씬 풍겼다.
“패왕의 걸음이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크리스토프가 중얼거렸다.
루덴 대륙에서 가장 약소국인 아룬 왕국은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속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