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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게니아 1권
또 다른 세계



에브게니아 1권(1화)
시작하면서……


언제부턴가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글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아라 일주일 연속 1위!
이런 글들이었죠. 조아라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검색하여 찾아 조아라라는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뭐랄까, 신기했습니다.
이런 사이트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요. 사람들이 글을 써서 올리고 그것을 재미있게 읽어 주는 인터넷 독자들.
별나고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저도 그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제목이 생각 안 나서 여러 단어들을 찾아 가며 무엇이 좋을까 고민도 해 보고 잘 쓰는 사람들의 표현을 베껴 가면서 글에 적용해 보기도 하고.
그때가 글을 처음 썼을 때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대륙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 봤습니다.
표현이 너무 안 될 땐 잘 쓰는 작가님들의 표현을 빌려 쓰고 하다 보니 그것이 어느새 제 손에 익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츰 늘어 가는 조회 수, 선작 수, 댓글 수.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다가 어느새 투데이 4위에 올라와 있는 제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스스로 뿌듯해지고 이런 것 때문에 쓰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 고침을 눌러 보면 어느새 조회 수가 몇백이 올라가 있는 경험은 짜릿했죠.
그러던 중 뿔미디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고 이렇게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2권과 3권을 쓸 때 스스로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홀로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아무도 없는 독방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출판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곧 이루어지려 합니다.
글로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최근 생긴 목표입니다. 목표에 힘입어 어느덧 3권도 거의 다 쓰게 되었네요.
아마 편집부장님이 이거 보시면 놀라실 겁니다. 저 하루에 만 자씩 써요.(웃음)

먼저 출판을 하게 해 주신 뿔미디어와 편집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3권이 늦어서 출판을 계속 미뤄 왔다가 제가 출판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믿고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전적 때문에 출판하는 것을 꺼려 하셨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웃음)

그리고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가장 바쁠 시기에 다른 일에 욕심을 내는 저를 격려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추천해 주신 조아라 독자님께도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07년 9월 말쯤에 나온다고 했는데 어느새 2월이 되어 버렸네요.(꾸벅)

이 글은 마법사 중의 최고,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첫 작이라 표현이 어색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 장면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실 분도 있을 겁니다.
다음 권으로 넘어갈수록 더 발전되고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빈 올림


프롤로그(1)


크라시아 산맥. 에브게니아 대륙 북부에 자리한 이 웅장하고 거대한 산맥은 어떤 이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살이 떨어져 나갈 듯 싸늘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태곳적 신들의 왕이자 바람의 신이기도 한 오딘이 이곳에 내려와 세상에 인간이란 새로운 종족을 만들었다는 신화는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까닭에 신성한 기운이 산맥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개미 한 마리도 접근을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전설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을 알려 주듯 보란 듯이 크라시아 산맥 정상에 서 있었다.
하늘이 검다. 밤이 올 시간이 아니건만 하늘이 검다. 하늘이 검은 천에 덮인 듯 검은 구름 뒤로 해가 그 위용을 자랑하지 못하고 미약한 빛을 내고 있었다.
“때가 왔소.”
크라시아 산맥 정상에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다른 이들이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주위에는 여섯 개의 돌기둥이 육각형의 꼭짓점이 있는 자리에 하나씩 박혔다. 돌기둥에는 알 수 없는 괴상한 문자가 새겨져 있어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문자의 끝이 돌기둥 바닥까지 내려와 각 꼭짓점들을 연결해 바닥에 별( )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검은 하늘과 괴상한 문자들에서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이 대비를 이루었다.
눈보라가 쌩쌩 몰아치고 바람이 로브 자락을 찢을 듯 펄럭일 때 사내가 다시 말했다.
“내가 여기로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모두 알고 있으리라 믿소.”
사내가 이어 말하자 모인 사람들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후드를 팍 눌러써서 입밖에 보이지 않았다.
후드 사이로 드러난 입이 달싹였다.
“이 세계는 이미 끝났소. 이곳 크라시아 산맥의 신성한 힘이 사라진 것을 보면 상층세계에 무슨 변고가 일어난 것이 틀림없소.”
그의 이름은 니외디르. 인간 마법사 영웅이었다.
그가 말한 상층세계란 신들이 사는 세계, 즉 신계였다. 강력한 힘으로 한 종족의 흥망성쇠를 가늠하고 새로운 종족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들!
신계가 있으면 마계도 있다. 신들과 종이 한 장 차이로 하층세계 밑바닥에서 서식하고 있는 그들! 그 파괴적인 힘이여!
그리고 상층세계와 하층세계 사이에 중간계가 있다. 여러 종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중간계. 그중 인간은 그 영리하고 지혜로운 머리로 중간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그로 인해 여러 다른 종족들은 인간의 공격을 피해 대륙 끝까지 밀리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변고가 터졌다. 대륙 끝까지 몰린 그들이 어느 틈에 힘을 모았는지 한꺼번에 대륙 중심부로 물 밀리듯 몰려온 것이다.
패퇴, 패퇴, 패퇴의 연속!
인간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인간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같은 상층세계의 신을 섬기는 드워프와 엘프 또한 하층세계의 신을 섬기는 종족들에게 계속 밀렸다.
그리하여 인간과 엘프, 드워프는 동맹을 맺었다. 같은 상층세계의 신을 섬기는 그들은 자연히 하층세계의 신을 섬기는 종족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오크, 무리를 짓지 못하는 각종 몬스터들, 뱀파이어!
하층세계의 신을 믿는 그들은 어디서 그런 강력한 힘이 나왔는지 인간 연합을 물리쳤다.
그러던 중 인간, 엘프, 드워프의 영웅들이 차례차례 등장했다. 강력한 소드 마스터 발두르, 신의 힘을 빌려 싸우는 템플 나이트 로키, 자연의 힘을 빌려 싸우는 마법사 니외디르, 귀신같이 활을 잘 쏘는 엘프의 영웅 프레이야, 한번 망치를 휘두르면 머리통이 박살 난다는 드워프의 영웅 칸!
이들에 의해 전쟁은 천천히 균형을 잡아 갔다. 숨 돌릴 틈 없이 밀리던 인간들은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양쪽의 힘이 팽팽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하층세계의 신들을 섬기는 종족에서도 각각 영웅들이 나왔다.
오크의 영웅 토트! 그는 지혜로웠다. 인간의 현자에 맞먹을 정도로 지혜로운 토트는, 전투는 잘하지만 머리를 쓸 줄 모르는 오크들을 이끌었다.
오우거의 영웅 할! 미노타우르스의 영웅 헤트! 그 외의 여러 몬스터의 영웅들은 이 두 영웅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었다. 그러자 오크보다 더 강력한 집단이 태어났다. 바로 몬스터 연합! 할과 헤트의 지휘 아래, 이들은 인간들에게, 오크보다 더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리고 뱀파이어의 영웅 아툼! 이 잔혹한 뱀파이어는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다른 뱀파이어가 그들의 날카로운 이빨로 인간을 물면 단지 피만 빼앗길 뿐 별다른 지장이 없다(피를 너무 많이 빼앗기면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만). 하지만 잔혹한 영웅 아툼에게 물린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 아툼의 충실한 부하로서, 방금 전까지 함께 적에 맞서 싸우던 동료를 가차 없이 죽이는 살인병기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 연합은 밀렸다. 영웅들도 차례차례 격파당해, 활을 잘 쏘는 엘프들도, 무기를 잘 만들며 망치를 무기로써도 아주 잘 다루는 드워프들도, 지혜로운 인간들도 밀리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신에게 도움을 받으려 했다. 수많은 신관들과 장로들이 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신전에서 무릎을 꿇은 채 보냈다.
인간 연합이 크라시아 산맥 바로 앞 그리즐리 왕국까지 밀렸을 때 그들은 드디어 신의 계시를 들을 수 있었다.
‘미개한 몬스터들 뒤에는 교활한 마왕이 있다. 그가 미개한 몬스터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그들이 강력해진 것이다. 영웅을 찾아라. 양손에 밝은 빛을 가득 담고 적을 향해 빛을 내쏘는 영웅을! 그만이 너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인간들은 절규하듯 외쳤다.
“하오면 저희는 어찌합니까? 마왕을 등에 업은 저 몬스터들을 어찌해야 이길 수 있습니까?”
하지만 계시는 거기서 끝이었다. 더 이상 신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자 낙담한 그들은 서둘러 신이 말한 영웅을 찾았다.
빛을 쏘며 적을 격퇴하는 영웅!
그러나 곧 들려온 소식은 그들에게 낙담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기사도 빛을 쓸 순 있다. 그 찬란한 오러를 검에 씌운 그들의 위용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이라 해도 믿을 만큼 경건하고 장엄했다. 하지만 그들은 검으로 적을 격퇴하지, 오러를 쏘아 대며 죽이지는 않았다.
가장 유력한 이는 엘프 영웅 프레이야였다. 엘프 영웅인 프레이야도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 활에 오러를 띠워 수백 미터까지 쏘아 내 적을 관통하는 그 실력이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직접 당하는 입장에선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죽었다. 오우거 영웅 할에 의해, 그녀의 화살은 할의 거무튀튀한 갑옷에 막혔고 활대는 검고 거대한 도끼에 잘렸다.
결국 그녀는 산 채로 오우거의 입에 들어가 잘근잘근 씹히는 인세 최대의 고통을 당하며 죽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인간 연합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어 그 전투에 참가했던 인간 연합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러니 그녀는 아니다. ‘빛을 쏘며 적을 격퇴하는 영웅’인 것은 맞지만 그 영웅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마법사와 템플 나이트가 남는다. 하지만 템플 나이트 역시 아니다. 그들은 신성한 신의 힘을 이용해 적을 죽인다. 최고의 드워프 장인이 만든 해머에 신성한 빛을 띠워 적을 처단하는 그 모습! 신성한 힘을 담은 빛을 온몸에서 쏘아 대며 적을 처단하는 그 모습!
템플 나이트의 최고 공격은 단연코 홀리 라이트닝이 되겠다. 전격계 공격에 신의 힘을 담아 적을 처단하는 모습이란! 마치 신의 철퇴가 떨어지는 듯,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져 반경 1킬로미터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그 위력!
하지만 템플 나이트 로키 또한 죽었다. 신성력의 과도한 사용은 그에게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었다. 위대한 템플 나이트 로키는 홀리 라이트닝을 연속해서 사용하던 중 그 막대한 신성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신이 신의 철퇴에 맞아 죽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홀리 라이트닝이 그의 몸을 삽시간에 훑고 지나가 완전히 태워 버린 것이다. 재도 남지 않고!
그러면 마법사가 남는다. 하지만 위대한 마법사이자 현자 니외디르는 빛을 쏘는 전격계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땅을 마음대로 조종해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땅의 마법사였다.
마법사라고 모든 마법을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법사의 자연 친화력에 따라 달라지는데, 친화력이 가장 좋은 속성을 자신의 주력 마법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간단한 마법을 배운다고 하자. 친화력이 높은 마법을 배우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하면 친화력이 떨어지는 다른 속성의 마법은 일 년이 지나가도 사용할 수 없다. 시간 낭비, 노력 낭비가 아닐 수 없었다.
특별히 어느 한 속성에서만 친화력이 좋은 종족이 있다. 불에 친화력이 좋은 종족 플레어, 물에 친화력이 좋은 엘디엄, 바람에 친화력이 좋은 펠론, 나무에 친화력이 좋은 소리아, 땅에 친화력이 좋은 헬폰…….
위대한 땅의 마법사 니외디르도 땅의 종족 헬폰 출신이다.
그 외에도 어느 한 속성과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종족 출신이다. 평범한 인간이 자연 친화력이 좋은 경우는 거의 백 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기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빛을 쏘는 종족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번개 일족 토르. 번개의 신 토르를 섬기는 이들 일족은 그 개체수가 너무 적다. 한 마을을 간신히 이룰 정도이기에 머릿수에서는 감히 다른 종족과 비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종족은 무척 폐쇄적이라 다른 종족들과 교류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었던 종족이었다.
그러나 이 종족은 개체수가 적은 만큼 여타 종족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양손에 빛을 머금은 채 두 손을 내뻗어 수십 미터의 빛줄기를 뿜어내거나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요, 하늘에 거대한 방전체를 만들어 번개를 떨어뜨리는 라이트닝 레인은 단연코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 번개 일족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게 만든 마법은 바로 빅뱅이었다.
대륙 전체가 들썩이는 폭발이란!
깜짝 놀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신전이 있는 방향을 향해 수십 번 절을 했다.
갑작스레 대지가 떨린 것이 신들의 분노 때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바로 번개 일족이 펼친 마법 빅뱅.
이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선 번개 일족 전체가 마나를 모아야 한다. 일족의 마나를 모아서 단 한 사람에게 불어넣어 주는, 일명 마나 드레인이라 불리는 의식이 거행된다.
대륙 전체를 진동하는 거대한 힘이여!
모르는 사람들은 신이라 했고 아는 사람들은 번개 일족의 힘에 지레 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