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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저 드래곤 1권(25화)
8장 마룡의 설산에서(3)
카라스는 안쪽의 기척을 살폈다. 어지간한 대광장을 몇 개나 합쳐도 모자랄 정도로 드넓은 공간이었다. 또한 그만큼 극도로 어둡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넓은 공간에는 알 수 없을 기운이 가득하였다. 그것은 이곳 세계의 인간들이 마나, 카라스가 기라고 부르는 일종의 에너지였다.
북명신공을 익혀 가만히 있어도 주변의 진기를 미세하게 흡수하는 카라스다. 그런데 기의 밀도가 보다 높은 곳으로 들어오자 절로 그의 백회혈이 활짝 열렸다. 중상을 입고 진기를 손상당한 몸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명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카라스는 직감적으로 이 공간이 자신에게 이로운 장소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 허나 그렇다고 낯선 곳에서 쉽사리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그는 한 시간가량 숨을 죽이고서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다행히도 자신에게 해를 입힐 만한 존재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제야 카라스는 적당한 자리를 골라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북명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농밀하던 기의 흐름이 일제히 그를 향하였다. 그의 상처에서 천천히 새살이 돋아났다.
그와 함께 카라스의 의식은 무아지경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로서도 미처 느끼지 못한 사이한 기운 한 줄기가 그의 심령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아공간에 있던 카밀카사의 코어가 그 기운에 의해 각성의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는 것을.
곧 카라스의 내면이, 그 무아지경의 세계가 알 수 없을 외부의 간섭으로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 * *
이곳은 망상, 혹은 지나간 흐린 기억 속의 파편.
내 이름은 카라스.
아니, 카밀카사.
흑천의 마룡, 카밀카사.
인간들은 미쳤다.
특히, 마도왕국의 인간들은 더욱 심하게 미쳤다.
나는 한 가지 비보를 들었다. 바로 마도왕국의 인간들이 다수의 드래곤을 사냥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사냥당한 드래곤은 네 마리.
화염의 일족과 빙결의 일족, 대지의 일족과 바람의 일족까지 총 네 군데 일족의 독립을 갓 마친 어린 드래곤들이 사냥당하였다.
인간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드래곤하트(Dragon Heart).
용이 일생을 살아가며 생성하는 막대한 마나의 정수.
그들은 그 드래곤하트를 노렸다.
바로 마도왕국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술, 메탈슈트의 제조를 위해서였다. 인간들은 메탈슈트의 심장이 될 코어에 드래곤하트를 사용할 예정이라 하였다.
그 소식을 접하자 분노가 치솟았다.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들.
인간이 대륙의 다른 아종족들을 밀어내고 그들만의 천하를 이룰 때까지도 우리는 그 패악을 묵인하였다. 그저 작은 벌레들의 영토 싸움을 바라보듯, 오히려 즐기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그들은 마법을 손에 넣게 되었고, 날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워 갔다. 그리하여 드디어 지금, 지상계에서 가장 위대한 용족의 역린을 건드릴 정도로 간이 커지고 만 것이다.
감히 인간 따위가.
감히 인간 따위가!
나는 보금자리인 레어를 나섰다. 레어를 품은 카투샤사의 한 사면이 날갯짓에 쓰러질 듯 포효하였다. 나 또한 분노로 포효하였다. 그리고 남쪽, 인간들의 마도왕국을 향해 날아갔다.
마도왕국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쇳덩이 넉 대가 나를 맞이하였다. 인간들이 그들을 부르는 이름을 나는 똑똑히 들었다.
최강의 메탈슈트, 팬저드래곤(Panzer Dragon)이라고.
그 넉 대의 메탈슈트는 드래곤하트를 코어로 지니고 있었다.
무엄한지고, 감히!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숨에 달려들어 조잡한 쇳덩이를 갈기갈기 찢어 어린 동족들의 심장을 되찾으리라. 그리고 이 오만한 마도왕국을 멸하고 말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자만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팬저드래곤이라 불리는 메탈슈트들은 너무나 강력했다. 같은 용족조차도 몸을 사리는 나, 흑천의 마룡 카밀카사마저도 경악할 만큼.
콰직!
날개가 단숨에 찢어졌다. 부러진 앞다리가 덜렁거렸다. 고통. 포효. 비명. 나는 몸부림쳤다. 하지만 부상을 치료할 잠시의 틈도, 여력도 부족하였다.
이대로면 죽는다.
저들의 손에 죽고 만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죽고 나면?
물론 내 드래곤하트도 저들의 손에 의해 더욱 강력한 메탈슈트의 코어로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일말의 자유의지조차 없이 이용만 당하는 신세가 될 테지.
그건 싫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놈들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고 간신히 몸을 빼냈다. 그리고 카투샤사에 있는 보금자리, 레어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온몸의 부상은 너무나 극심하였다. 몸체는 거의 두 동강이 났으며, 사지가 모두 부러져 덜렁거렸다. 드래곤하트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덕분에 회복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확실한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씻을 수 없을 한이 사무쳤다.
이대로는 너무나 원통하여 눈을 감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그때, 레어 안을 굴러다니던 작은 돌멩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작디작은 흑색 소울스톤이었다.
그것을 쥔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 최강의 메탈슈트, 팬저드래곤이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나는 마지막 남은 정신력을 모두 끌어 모았다. 그리고 전이의 술법을 사용하였다.
곧 내 드래곤하트와 영혼이 소울스톤으로 전이되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의 주먹보다 작은 돌멩이에 스스로 봉인이 되어 깃들었다. 언젠가 이것을 메탈슈트의 코어로 사용할 인간을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캄캄한 어둠을 벗 삼아 돌멩이 속에서 오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카투샤사의 기슭에 사는 체로키족 사내였다. 아마 불행하게도 얼음 사이의 틈에 빠지거나 해서 길을 잃은 모양이었다.
체로키족 사내는 레어 안에서 잠시 얼쩡거렸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했다. 놈의 얼굴에 화색이 스쳤다.
사내놈은 무엄하게도 나를 부싯돌로 사용하였다. 적당한 크기에 단단하기도 하니 부싯돌로는 안성맞춤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렇게 부싯돌이 되어 체로키족 사내와 함께 레어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얼음의 틈새 위로 간신히 빠져나간 체로키족 사내는 불과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산등성이에서 죽었다. 오랜 추위와 배고픔이 주된 원인이었다.
산의 괴수들이 사내의 시체를 파먹으러 주변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설산 산양의 뒷발굽이 나를 걷어찼다. 덕분에 나는 가파른 산비탈을 굴러 아래쪽의 계곡에 빠졌다.
차가운 급류가 나를 실어 날랐다. 그렇게 나는 물결에 떠밀려 카투샤사를 내려왔고 어느 이름 모를 강기슭에 다다랐다.
강기슭에 머무르길 수십 년.
어떤 떠돌이 상인의 아이가 나를 주웠다. 나는 아이의 수집된 조약돌이 되어 세상을 여행하였다. 하지만 두 해가 지나던 어느 날, 아이와 그 아비인 상인은 산적 패거리를 만나 살해당했다.
그런데 산적 패거리 중에는 제법 눈썰미가 있는 놈이 하나 있었다. 놈은 날 보자마자 대번 수상함을 알아차렸다. 수백 년의 세월 만에 처음으로 내 진가를 알아본 인간이었다.
결국 놈은 나를 몰래 챙기고는 그날 밤으로 산적 패거리를 빠져나왔다. 근처의 도시로 가서 나를 팔아 큰 몫을 챙길 심산인 듯하였다.
하지만 놈의 명줄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 놈의 노잣돈이 떨어졌다. 그러자 원래의 고약한 손버릇이 되살아났다. 놈은 트리스탄 영지라는 곳을 지나다가 어느 젊고 만만해 보이는 귀족의 주머니를 노렸다.
결국 그 시도 덕에 놈은 단칼에 목이 날아갔다. 검을 휘두른 이는 물결치는 금발이 인상적인, 레이하트라는 청년이었다.
레이하트라는 놈도 나를 챙겼다. 그리고 자신의 근무처로 들어갔다. 정말로 웃기게도, 이제는 고대의 역사로 남게 된 마도왕국의 팬저드래곤을 조악하게 흉내 낸, 메탈슈트를 제조하는 공장이 놈의 근무처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또 한 번 나를 소유한 자가 바뀌었다. 레이하트라는 놈이 나를 리퍼라는 노예에게 넘긴 것이었다. 그러자 리퍼 놈은 한없이 굽실대며 레이하트에게 공장의 각종 정보를 몰래 넘겼다.
헌데 그것은 우연이었을까.
리퍼라는 놈도 살해당했다. 눈빛부터가 성깔 더러워 보이는 카라스라는 인간의 손에 의해.
그리고 그 카라스 놈은 리퍼의 베개 아래에 숨어 있던 나를 발견하였다. 놈의 손이 나를 감쌌다.
처음 본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놈은 뭔가 다르다. 이 인간 세계에서 보아 왔던 수많은 인간들과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결국 놈은 나를 이용하여 조잡한 메탈슈트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오랜 내 숙원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놈은 그 메탈슈트로 놀라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결국 이곳, 나의 레어에까지 다다랐다.
그렇다.
나는 확신하였다.
이것은 광대한 섭리의 안배이리라.
내 이름은 카밀카사.
흑천의 마룡, 카밀카사.
이제 이 카라스라는 인간의 육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 메탈슈트와 하나로 융합하여 마도왕국의 악의 유산인 팬저드래곤을 처벌할 징벌자.
* * *
카라스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등에 있는 메탈슈트 소환의 문장.
문장이 스스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안에 실린 집념은 실로 가공하였다. 수백 년을 가사 상태로 지내던 카밀카사의 자아가, 이곳 레어의 기운을 받으며 드디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카라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소환의 문장을 통해 카밀카사의 기운이 물밀 듯 그의 육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기운뿐만이 아닌 농밀한 진기 한 가닥도 함께 그의 육체로 침범하고 있었다.
바로 카밀카사의 자아였다.
하지만 카라스는 입술을 꺾으며 비웃었다.
“미친놈.”
그는 방금 운기조식을 하던 중에 카밀카사의 간섭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카밀카사의 모든 것을 보았다.
그는 실소했다.
고대의 마룡이건 무엇이건 다른 놈이 자신의 육체를 노린다는 것 자체가 가당치도 않게 느껴져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카밀카사의 자아를 실은 진기는 카라스의 몸으로 시시각각 침투하고 있었다. 아마도 고대의 마룡은 이렇게만 하면 인간의 몸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카밀카사는 운이 없었다.
만약 이 고대의 마룡이 노린 인간이 카라스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육체를 강탈하려는 이 시도는 십중팔구 성공하였으리라.
하지만 카라스는 달랐다. 삼생의 삶을 살아오면서도 자아를 잃지 않고 정신력을 유지한 인간이 바로 카라스가 아니었던가. 보통의 정신력을 지닌 범인이라면 벌써 진즉에 그 윤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아가 붕괴하거나 광인이 되었을 터.
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기반으로 자아를 유지하며 전생을 거듭해온 그에게 있어 이런 외부 의식의 침투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설령, 그 외부 의식의 정체가 강대한 드래곤의 것이라 하여도.
카라스는 가부좌를 풀었다.
이미 이곳에 도착하여 무아지경에 빠진 것도 보름째. 그동안 충실히 북명신공을 운기한 덕에 그가 입었던 중상은 이미 말끔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너무나 간단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일갈하였다.
“갈(喝)!”
― ……!
그의 일갈에 서린 강대한 기운에 카밀카사의 자아가 주춤하였다. 아니, 주춤한 것도 모자라 다시 소환의 문장을 통해 아공간의 메탈슈트로 밀려났다.
카라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탈슈트 카밀카사를 강제로 소환했다.
키이이잉―!
충격파와 함께 메탈슈트 카밀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카라스의 눈빛은 한없이 차갑기만 하였다.
“감히 네놈이 내게 잔꾀를 부려? 폐기물 처리장에서 맞은 게 많이 부족했던 모양이구나.”
― 자, 잠깐 설명을…….
“시끄러워.”
콰앙―!
카라스의 주먹이 카밀카사를 강타하였다. 두터운 외부 장갑이 일격에 쪼개졌다. 하지만 그의 손속에는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콰앙! 콰직! 빠각! 카카칵! 콰쾅!
드넓은 레어에 굉음이 연달아 울렸다. 한 번의 굉음이 떨치고 일어서 레어를 뒤흔들 때마다 카밀카사의 몸체는 점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고 해체되어 갔다.
그럼에도 카라스는 전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콰지직!
― 컥……!
결국 카밀카사는 기본 프레임의 일부와 코어만 남기고 완벽히 박살 났다. 분노에 찬 메탈슈트의 목소리가 카라스의 귓가를 두드렸다.
하지만 카라스는 그 외침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레어의 어느 한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그런 그의 양손에는 극도의 진기가 응축되어 가고 있었다.
와드득.
그의 온몸에서 힘줄이 와락 일어났다. 수축된 근육을 통해 수라혈수인의 장력이 마치 웅크린 용수철처럼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레어의 한 지점을 향해 전력으로 내쏘아졌다.
파카카칵!
평범한 검은 허공에 별안간 스파크가 튀었다. 드넓은 레어가 대낮처럼 환해질 정도로 격렬한 충돌이었다.
이미 아까 무아지경의 세계 속에서 카밀카사의 모든 과거를 살핀 카라스다. 그는 이 레어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자신이 장력을 날린 지점에 그 비밀을 감춘 마법적 장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곧 그 마법적 장치가 수라혈수인과의 충돌 끝에 붕괴되었다. 그러자 마법이 숨기고 있던 레어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
카라스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광경을 차분하게 살폈다.
황금의 산.
각종 보석과 귀금속은 물론이고 금전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한 보물들이 산처럼 쌓여 온 사방에 즐비하였다. 하지만 금은보화들은 그 옆의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였다.
그것은 바로 드래곤의 거대한 몸체였다.
수없이 흐른 장구한 세월에도 불구하고 흑천의 마룡 카밀카사의 사체는 전혀 부패되지 않고 이날까지 고스란히 보존된 것이었다.
문득 카라스의 시선이 부서진 메탈슈트 카밀카사에게로 돌아갔다. 카밀카사는 그때까지도 카라스를 저주하고 있었다.
돌연 카라스가 물었다.
“네놈, 팬저드래곤이라는 것들을 처단하길 원한다고 했었던가.”
― …….
카밀카사는 침묵했다.
그것은 긍정의 의미를 내포한 침묵이었다.
카라스도 침묵하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노예로서 핍박받아 왔던 이번의 생애. 일개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국가들에 의해 쫓기고 있는 지금 자신의 처지.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호의를 지닌 데다 꽤나 큰 잠재력을 갖춘 우루무치의 체로키족.
그리고 천혜의 지형을 갖춘 카투샤사.
이곳은 옛적,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이 군림하였던 천마신교의 십만대산보다도 더욱 웅장한 위용과 산세를 지니고 있기도 하였다.
만일 거기에 자신의 역량과 이 재물들, 드래곤의 사체에서 나오는 재료들이 더해진다면…… 이곳을 제2의 십만대산으로 삼아 옛 천마신교를 능가하는 세력을 일으키는 것도 꿈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다시 메탈슈트 카밀카사를 돌아봤다.
문득, 카라스의 입가에 난폭한 미소 한 줄기가 스쳤다.
“그렇다면 이 몸이 실컷 이용해 주지.”
그 미소는 일견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팬저드래곤』 1권 끝. 2권에 계속>
설정집 & 작중 등장 메탈슈트 소개
{설정집 : 메탈슈트 용어 정리}
메탈슈트(Metal Suit)란?
- 메탈슈트는 착용자(=메탈슈터)의 의지와 마나를 원동력으로 하여 기동하는 장갑형 착용 병기이다.
이 메탈슈트는 ‘주종의 맹약’을 통해 착용자와 1:1로 맺어지게 된다.
또한 메탈슈트와 착용자가 서로 동의하는 경우에는 맹약의 해지가 가능하며, 그 경우 외에는 메탈슈트가 완전히 파괴되거나 착용자의 목숨이 다하지 않는 이상 맹약은 영원하다.
또한 메탈슈트는 평상시 착용자 주변에 설정된 아공간에 머무르며, 아공간에 있는 동안에도 착용자의 마나를 흡수하여 파괴된 부위를 스스로 복구할 수 있다.
일단 착용자로부터 흡수한 마나는 착용자의 신체에 새겨진 ‘소환의 문장’을 거쳐 링크(Link)를 타고 슈트의 코어(Core)를 통해 증폭되고 에너지로 변환된다.
코어(Core)란?
- 코어는 착용자로부터 흡수한 마나를 메탈슈트의 구동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메탈슈트에게 있어서 심장과 마찬가지의 구실을 하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코어는 소울스톤(Soul Stone)을 원료로 한다.
그 제조 과정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울스톤을 압착하는 제조 (1단계)
아이드테리움(Idterium) 촉매 가열 처리 (2단계)
오리콘실버(OriconSilver) 코팅 (3단계)
(이 제조 과정은 세부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각국의 기술이 모두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각국의 특급기밀 중의 하나이다.)
증폭률이란?
- 상기와 같은 처리 공정을 거친 코어는 각 공정의 절차와 처리 시간, 그 외 여러 가지 요건에 의해 증폭률이라는 값을 지니게 된다. 또한 한 번 설정된 증폭률은 코어가 소멸할 때까지 불변한다.
증폭률이란 착용자로부터 흡수한 마나를 코어가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의 증폭되는 비율을 뜻한다. 단위 표시는 마도왕국의 천재 공학자 카펠의 이름을 기려 카펠(Kf)로 표기한다.
메탈슈트의 전투효율이란?
- 메탈슈트가 탑재한 코어가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슈트가 막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슈트의 성능을 발휘하려면 슈트의 전투중량과 코어의 증폭률(Kf)의 적절한 균형을 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균형점을 일컬어 정규출력비 전투효율이라 말하는데, 그 값은 다음과 같다.
전투효율 = 증폭률(Kf) ÷ 전투중량
예를 들어,
6.0Kf의 증폭률을 지니는 코어가 4톤의 메탈슈트에 삽입이 된다면 그 기체는 6 ÷ 4 = 1.5배의 전투효율을 낸다는 뜻이다.
따라서 메탈슈트의 기동성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코어의 증폭률과 전투중량 두 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코어 증폭률의 경우 그 값이 클수록,
전투중량의 경우 그 값이 작을수록,
기체의 기동성은 올라간다.
하지만 전투효율이 지나치게 높아 기동성이 극대화 되었을 경우, 슈트의 움직임을 착용자의 신경반응 속도가 따라잡지 못해 오히려 기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때문에 이 기동성과 슈트의 방어력, 중량 등이 가장 황금비율을 이루는 적절한 값을 찾기 위하여 오늘도 각국의 메탈슈트 개발 인력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현재의 코어 개발 기술력과 일반 기사의 신경반응속도를 감안할 때, 통상 가장 이상적인 전투효율 값은 1.5∼2.0배 사이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중 등장 메탈슈트 소개}
1. 카밀카사 : ProtoType -> First Upgrade
기체명 : 카밀카사
모델명 : 카밀카사
착용자 : 카라스
전고 : 2.3m -> 2.7m
전투중량 : 200Kg -> 410Kg
코어 증폭률 : 0.1Kf -> 0.6Kf
정규출력비 전투효율 : 0.5배 -> 1.46배
무장 : 없음.
외형 : 왜소하고 조잡하다. 흑색.
특이사항 : 타 메탈슈트의 코어 흡수 가능.
- 본편의 주인공 카라스의 전용 메탈슈트. 파티엔 공국 제 4메탈슈트 생산기지를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폐기물 처리장의 재료를 모아 비밀리에 3년간 제작하였다.
극단적으로 낮은 코어의 증폭 능력 때문에 많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초경량으로 제작, 덕분에 외부 장갑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후 카라스가 습득한 북명신공의 영향으로 인하여 다른 코어를 흡수할 수 있는 특성이 생겼다.
2. 엑자일
기체명 : 엑자일
모델명 : 안타레스 급 (지휘관 전용 커스텀 기체)
착용자 : 슈너드 남작
전고 : 4.8m
전투중량 : 4.0t
코어 증폭률 : 6.0Kf
정규출력비 전투효율 : 1.5배
무장 : 배틀엑스
외형 : 회색 도장, 육중한 장갑, 머리와 어깨 곳곳에 날카로운 뿔 장식이 있다.
특이사항 : 엑자일 급의 메탈슈트 중에서도 지휘관을 위한 전용 커스텀 업그레이드 버전의 기체.
- 파티엔 공국 제 4메탈슈트 공장의 가드 대장인 슈너드 남작의 전용 기체. 다른 가드들의 슈트와 같은 안타레스급의 기체이지만 지휘관 전용의 커스텀 버전에서 오는 육중함과 파괴력은 그 격을 달리 한다.
3. 안타레스
기체명 : 안타레스
모델명 : 안타레스 급
착용자 : 가드
전고 : 3.8m
전투중량 : 2.5t
코어 증폭률 : 4.0Kf
정규출력비 전투효율 : 1.6배
무장 : 강철봉
외형 : 둥근 견갑에 외뿔 장식. 회색 도장.
특이사항 : 없음.
- 본편의 시점으로부터 20년 전까지 파티엔 공국의 기사단이 사용하던 모델. 당시엔 실질적인 주력 병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후하고 최신의 유행에 떨어져 최전방보다는 후방의 오지, 혹은 중요시설을 경비하는 임무에 주로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타의 최신 메탈슈트에 비하면 가벼운 감이 없잖아 있으나, 무게와 증폭률의 적절한 조화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안정된 능력으로 오랜 기간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체.
4. 리온켈
기체명 : 리온켈
모델명 : 하이네리아급(지휘관 전용 커스텀 기체)
착용자 : 레이하트 폰켈
전고 : 4.6m
전투중량 : 3.8t
코어 증폭률 : 7.5Kf
정규출력비 전투효율 : 1.97배
무장 : 메탈슈트용 한 손 장검, 카이트 실드, 팔꿈치와 무릎의 근접전용 강철 스파이크, 단검
외형 : 자줏빛 도장, 머리 주위 사자갈기 장식, 몸체에 비하여 팔다리의 길이 비율이 조금 더 길다.
특이사항 : 하이네리아급의 메탈슈트 중에서도 지휘관을 위한 전용 커스텀 업그레이드 버전의 기체.
- 서부국가연합의 주도국 라바트 근위기사단 지휘관급 착용자 전용의 커스텀 기체. 안타레스 급의 엑자일과는 달리, 기동성과 아울러 공격력에 중점을 둔 기체이다. 엑자일에 비해 장갑은 얇아 방어력은 다소 떨어지나, 훨씬 높은 코어의 증폭률로 인하여 폭발적인 기동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