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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매 1권 (25화)


(5) 전투의 승패론에 관한 보충
전장은 평면으로 이루어진 이차원의 공간이 아니다. 전장은 이차원의 공간에 시간이라는 변수가 더해진 삼차원의 개념이다.
그리고 여기에 지형과 사기, 천운(天運)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불안정한 변수들이 더해져서 전장이라는 시공을 만든다.
물론 전투의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전장의 모든 요소들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제든 돌발적인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작은 변수 하나가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나비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수들을 최대한 통제하고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즉 이러한 전장의 개념을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고 충실히 이행할 수만 있다면, 그자에게 승리의 영광이 돌아갈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는 게 카시우스의 주장이었다.



(6) 제7요새 공략전의 보충 설명―1
카시우스의 전법은 간단했다.

첫째, 중무장 기병대가 방패가 되어 성을 향해 돌진하고, 경무장 기병대가 그 뒤를 따라 공병들을 태우고 신속하게 요새의 남문으로 접근한다.
둘째, 중무장 기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성문에 도착한 공병들이 문을 해체시킨다.
셋째, 성문이 열리면 대기하고 있던 최정예 병사들, 흑사자대를 투입해 단숨에 요새에 침투한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전법이지만, 사실 이것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적의 궁병대를 최대한 남문이 아닌 다른 곳에 배치시킬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기병대가 중무장을 했다지만, 아무리 그들이 거대한 방패를 들어 방어를 단단히 했다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의 폭우를 모두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칸세르가 주력을 동문에 집결시킨 덕분에 남문에는 불과 오백여 명의 병력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궁수는 그 숫자가 더욱 적어 겨우 백여 명에 불과했다.
둘째, 적이 성문을 열고 요새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만 했다. 앞서 밝힌 대로 중무장 기병대는 방어에만 비중을 두고 무기는 일체 소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른 경기병 또한 공병들을 뒤에 태운 탓에 최대한 병장기의 소유를 줄였다. 따라서 만약 공화군이 요새의 문을 열고 응전을 한다면,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시우스가 던진 미끼, 성동격서에만 집중하던 공화군은 미처 밖으로 나와 응전할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그나마 출격 준비를 마친 것은 제국의 공병들이 성문에 접근한 다음이었고, 공병들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문틀과 이음새를 망가뜨려 문이 안에서 열리는 것을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셋째,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카시우스가 몇 번이나 강조했듯 이번 공략전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적의 주력을 아군에게서 멀어지게 하느냐가 핵심이었다. 따라서 제국군은 칸세르의 오판으로 얻은 소중한 시간을 조금도 낭비할 수가 없었다.
즉, 중무장 기병과 경무장 기병의 투입, 그리고 마지막 흑사자대의 투입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만 했다.
만약 칸세르가 우직한 성격이었다면 카시우스의 함정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병법에 밝고 신중한 성격이 오히려 칸세르로 하여금 눈앞의 사실을 보는데 방해가 되었고, 한번 주도권을 잃고 나니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가를 분간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7) 제7요새 공략전의 보충 설명―2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장에서 그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히 전력의 높고 낮음이 아니다.
물론 어느 쪽이 전력이 더 높은가,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거하고 있는가, 혹은 어느 쪽의 사기가 더 높은가 하는 것들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가짐, 즉 얼마나 침착성을 유지하고 본래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가이다.



(8) 보병과 기병의 상성
일반적으로 기병은 보병에 비해 유리한 상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이지, 가까이 밀착하여 전투를 벌이는 백병전에서 오히려 기병이 보병에 비해 불리하다.
본래 기병은 일정 이상의 공간이 있어야만 돌파력을 살려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공간을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기병은 단순히 말에 탄 병사에 불과했다.
실제로 로마의 카이사르는 보병을 이용해 기병의 공간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폼페이우스에게 대승을 거두었다.
다만 이 글에 나오는 흑사자대는 이러한 공간의 제약마저 무시하는 특수부대였다. 그들의 군마(軍馬)는 주인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훈련을 받았으며, 그 덕분에 어느 정도의 공간의 제약은 무시하고 기병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수부대로 설정했다.



(9) 튜니카(Tunica)
무릎까지 오는 로마 식의 풍성한 셔츠. 주로 일상생활 시에 입었다.



(10) 어목혼주(魚目混珠)
물고기 눈알은 그 모양이 마치 진주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가짜로 진짜를 충당하거나, 천한 것으로 귀한 것을 충당하거나, 열등한 것으로 우수한 것을 충당하는 것을 ‘어목혼주’라고 한다. 즉, 가짜로써 진짜를 대신한다는 뜻이다.



(11) 개선식 보충 설명
이 글에 나오는 개선식은 고대 로마의 개선식과 유사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로마의 것을 따르지는 않았다.

이 글에서 설정한 바에 따르면, 우선 개선식의 주인공은 고대어로 ‘쿰 임페리오(Cum Imperio:독자적인 최고 통수권을 지닌 사람)’, 혹은 ‘트리움파토르(Triumphator:개선장군)’라 불렸는데,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개선식을 거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적군을 적어도 오천 명 이상은 죽여야 했고, 그로 인해 제국의 영예를 드높인 공로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면 중앙 행정의 최고 권력자들인 2명의 집정관[Consul]이 회의를 거쳐 개선식의 가부를 결정했고, 이어서 최종적으로 황제의 재가를 얻은 자만이 영예로운 개선식을 거행할 수 있었다.



(12) 이오(Io)
감동이나 감격할 때 나오는 관습적인 감탄사.



(13) 신(神) 보충 설명
사전적 의미로는 종교의 대상으로 우주를 주재하는 초인간적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이르는 말이다.
그 이름과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전 세계의 모든 전설과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신이었고, 이러한 신들은 오랫동안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으로 인간들에 군림했다.

이 글에서 설정한 제국도 신이 갖는 상징적 영향력에 대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초대 영웅황제 이후 제국은 공식적으로 다신교의 사회였다.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신이 아니라면 제국은 그 어떠한 신도 배척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국은 각각의 신과 종교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각의 장점은 적극 수용했다. 다만 신이 종교적 영역을 벗어나 정치의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또한 신정(神政) 분립이라는 기본 명제를 지키기 위해, 황족들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특정한 신을 섬기는 것이 황가의 법도로 금지되어 있었다.

즉, 일반 백성들이 신과 종교를 갖는 것은 인정하되, 황제 자신은 신과 종교를 갖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14) 보민이왕(保民而王)
백성을 보호할 줄 알아야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민유방본(民惟邦本: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다.)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15) 토가(Toga)
한쪽 어깨를 걸쳐서 무릎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로마 식 의복.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로 입었으나 실용성은 없었다.



(16) 페플로스(Peplos)
직사각형의 커다란 옷감으로 만들어 어깨 위에 걸쳐 주름이 많이 잡히는 그리스 식 의상.
여러 겹의 화려한 페플로스를 걸치고 겹쳐지는 부분은 비단 끈으로 묶어 하늘거리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