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이계의 대한제국 1
이계의 대한제국 1(1화)
1장 핵폭발
서기 2016년 9월.
대한민국 청해 함대 해군 제독 김충렬 준장.
그는 독도함의 작전실에서 세종대왕함과 율곡 이이함을 이끌고 남해안 방어에 주력하고 있었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자 중국은 있지도 않은 정권 대리 양도 서류를 내밀며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주장하였고, 한국은 말도 안 된다며 맞서는 상황이었다.
이미 상하이 앞바다에는 중국의 해군 병력이 집중하여 한반도에 대한 무력 압박을 시작했다.
김충렬 준장은 1급 보안으로 전달받은 내용을 확인하고서는 모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제독님, 무슨 일입니까?”
작전참모 박태성 대령이었다. 언제나 냉정하고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던 김충렬 준장이, 그 냉정함을 잃고 쓰고 있던 모자를 움켜쥐고는 바닥에 내팽개치자, 그 모자를 다시 주워 먼지를 털어 내며 물어 왔다.
“짱깨 놈들이 떴어.”
순식간에 함교 전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결국 본격적으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무력행사를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겨…… 결국!”
박태성 대령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상해 주둔 함대가 제주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다. 위에서는 우리들만으로 막아 내라는군. 으드득.”
분노에 이를 가는 그였지만 상해 주둔 함대의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박태성 대령은 그 충격이 더욱 컸다.
“항공모함 한 척에, 순양함 두 척. 이지스 구축함 두 척에 핵 잠수함 한 척, 그리고 프리깃함 다섯 척을 상대하란 말입니까?”
“까라면 까야지 어쩌라고! 데프콘 1 발령이야. 포메이션 E로 준비하고 대공방어에 좀 더 신경 쓰라고 해. 김유신함은 어디 있나?”
“작전 중입니다. 현재 위치는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 놈들이 기어 나왔다면, 어뢰 한두 발 정도는 지금쯤 먹이고 있을 겁니다.”
사실상 한국 해군 전력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전력이 상해 주둔 함대와 맞서기 위해 출동한 상태였다.
* * *
한국형 중잠수함으로 4천 톤 급의 김유신함은 이틀 전부터 작전 중이었다.
“함장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무음 매복 중인 김유신함은 서해 밑바닥에서 중국의 상해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고, 벌써 24시간째 무음 잠항 대기 상태였다.
“조금만 기다려.”
“그 말씀하신 게 벌써 서른하고도 다섯 번째입니다만.”
“김상 대위. 어뢰발사관에 집어넣고 청상어랑 함께 사출되고 싶지 않거든, 그만 좀 하지?”
“옵니다! 짱깨들 졸 시끄러운데요?”
그 순간 소나관이 낮게 말했다.
“거봐 오잖아. 박 중사, 얼마나 되나?”
“대함대입니다. 한두 놈이 아닙니다.”
“좋아. 그럼 거물 딱 두 놈만 잡자고. 어뢰발사관 1번부터 4번까지 주수하고, 열어 둔 채로 대기해. 1, 3번은 고래, 2, 4번은 거북이 사냥에 쓸 거니까. 탐지음 잘 체크해.”
“알겠습니다. 1, 3번 항공모함, 2, 4번 대기.”
긴장감이 흘렀다. 그것도 이제껏 없던 긴장감이.
“2번, 4번 밸러스트 물 빼. 천천히. 살짝만 뜨라고.”
“2번, 4번 배수.”
함장의 지시에 김상 부함장이 복창했다.
그리고 소나관 박 중사가 연이어 외쳤다.
“청상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좋아! 1번, 3번 발사!”
“1번, 3번 발사!”
화기 관제관 임상일 소위가 복창을 했고, 물 빠지는 소리와 함께 어뢰가 발사되었다.
“액티브소나!”
“액티브소나 쏩니다!”
― 때애앵∼
“거리 800, 4시 방향 거북이 발견!”
“진 급 핵잠이야! 그놈 못 없애면 죽는다! 2번, 4번 발사!”
“2번, 4번 발사!”
“업 트림 20! 꽁지 불난 듯이 튀어! 잡히면 뼛가루도 안 남아!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 보니 저놈들도 매복하고 있었어!”
“업 트림 20! 엔진 전속력!”
“1번, 3번 폭발음 확인! 명중입니다!”
“오케이! 임 소위, 살아 돌아가면 내 한턱 쏘지!”
“감사합니다, 함장님.”
“폭발음 확인! 적 잠수함 명중입니다!”
“좋았어! 니들 돌아가면 포상이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모두가 작게나마 환호를 올렸다.
“어뢰 둘, 거리 600! 접근 중! 폭발 직전에 쏜 듯합니다!”
“뭐? 미친! 데코이 발사! 3―0―3으로 선회해!”
“데코이 발사! 3―0―3으로 급선회!”
“거리 400!”
“엔진 꺼! 밸러스트 탱크 물 처넣어!”
“엔진 정지! 밸러스트 주수!”
“거리 200!”
“기도들 하라고! 살아남기만을!”
“거리 100!”
― 쿠웅!
“1기 폭발 확인!”
“나머지 한 기는?”
“거리 50! 옵니다!”
“젠장!”
절체절명의 순간! 눈을 질끈 감는 이도 있었고, 주먹을 꽉 쥐는 이도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머리 위로 무언가 지나가는 듯한 스크루 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위로 스치면서 지나갔습니다! 역시 함장님! 오히려 위로 올라갔다면 직격당했을 겁니다!”
“좋았어! 짱깨 떨거지들 뭐하고 있나?”
“미친 듯이 소나 쏴 댑니다. 지들끼리 엉켜서 난리도 아닙니다.”
“조용해질 때까지 무음 대기. 그리고 독도함에 보고해. 거북이 한 놈이랑 고래 한 마리 잡았다고.”
* * *
“김유신함으로부터 보고입니다. 고래 한 마리, 거북이 한 마리 잡아내는 데 성공했답니다.”
작전참모 박태성 대령의 보고에 김충렬 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북이는 그렇다 치고, 거기 아직도 포경 안 한 해군 있나?”
“시정하겠습니다. 적 잠수함 한 척 격침, 그리고 고래는 항공모함을 뜻합니다.”
“뭐? 항공모함?”
“예. 금일 0605시 상해 주둔 함대 항공모함 해성이 어뢰 공격을 받아 우로 20도 기운 형태로 홍콩 해군기지로 향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거의 반포기 상태의 작전실에 승전보가 들리자 실내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 소령이 애썼군. 포메이션 D로 바꾸고, 대함전 준비에 들어간다.”
개전 초 중국이 자신만만하게 선보인 항공모함은 그렇게 등장과 동시에 전선에서 물러났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중국은 결국 핵을 쓰기로 결정하였고, 이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17시 25분
“율곡 이이함으로부터 타전! 적 핵 잠 발견! 한 급입니다! 거리 3천!”
작전참모 박 대령이 외쳤다.
“경운기 주제에 기세 좋게 등장하는군! 추적한다!”
상당히 고무된 상황이었고, 적은 사정거리 바깥이었다. 발견한 이상, 추적하여 격침시키는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어뢰 1기 접근! 거리 2천5백!”
그러나 적은 그런 것엔 상관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어뢰를 쏘았다.
“멍청한! 사정거리에 턱없이 멀어!”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갑자기 든 김충렬 준장이었다.
터무니없이 먼 거리에서 단 한 발의 어뢰를 발사한 적의 행동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사정거리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어뢰를 쏘아 맞히지 못한다면 쓸데없는 낭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뇌리에는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순식간에 떠올랐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저건! 핵 어뢰야! 전 함대 반전! 당장 이 구역을 이탈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독도함과 세종대왕함, 그리고 율곡 이이함은 제주도 남서쪽 20킬로미터 지점에서 중국의 핵 공격을 받게 되었다.
20킬로톤의 핵 어뢰가 바다 밑에서 폭발하였고, 수중 제트 현상이 독도함과 세종대왕함, 그리고 율곡 이이함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독도함과 세종대왕함은 파편 한 조각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고, 해군 전력의 핵심을 잃은 대한민국은 열강들의 힘 싸움에서 점점 그 능력을 잃어 갔다.
2장 이계 상륙작전(1)
“제독님! 정신 차리십시오! 제독님!”
작전참모 박태성 대령의 외침이 아련히 들려왔다.
“으으음……. 작전참모, 상황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김충렬 준장은 비틀거리면서도 상황 파악을 우선시하였다.
“무사합니다. 세종대왕함도 율곡 이이함도 건재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죽다가 살아났다는 환희에 휩싸여 있었다.
“크으윽! 아직도 어지럽군. 각 부서 피해 상황은 어떤가?”
“현재 파악 중입니다만 전자 계통 장비들이 먹통입니다. 율곡 이이함과 세종대왕함은 육안으로 확인이 되어 수기로 연락을 주고받는 실정입니다.”
“EMP에 당했군. 그런데 언제 이렇게 날이 개었나?”
분명 폭풍우 속에서 핵 어뢰의 공격을 받았었다. 해저에서 핵 어뢰는 폭발하였고, 함 전체가 붕 뜨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정신을 잃었지만, 그리 긴 시간 동안 정신을 잃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사이엔가 날씨는 완전히 개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 각 반에서 보고가 올라오고 있으니 잠시만 쉬십시오. 머리를 다치셨습니다. 의무병이 곧 올 테니 이대로 앉아 계십시오.”
그제야 뜨끈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 김충렬 준장은 심한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크윽! 서둘러 피해 상황 보고해. 짱깨 자식들, 아무렇지 않게 핵을 쏘다니……. 단단히 미쳤어.”
함교가 어수선했다.
철모를 쓰고 있던 승조원들은 철모를 쓰고 있었지만, 워낙에 큰 충격이었기에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김충렬 준장의 눈에 들어왔다.
군의관과 의무병 몇 명이 작전실로 서둘러 들어왔고, 그들은 김충렬 준장에게 다가왔다.
“제독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으니 다른 중상자들을 먼저 살펴보게. 고작 머리 살짝 깨진 정도로는 안 죽어.”
“하지만…….”
“명령이야. 이 시간에도 어디서 죽기 직전의 중상자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예, 알겠습니다. 필. 승.”
군의관과 의무병 들이 다른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하자, 김충렬 준장은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련히 그를 황급하게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의지와는 반대로 눈꺼풀이 급격히 무거워지며 정신을 잃었다.
* * *
김충렬 준장은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사랑스런 아내와 자신을 따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해군 장교가 된 첫째가 보였다. 벌써 대위가 되어 김유신함에 타고 있었다.
군인 집안의 독특한 특성 때문일까. 둘째인 딸자식도 군인이 되겠다고 하였을 때, 그는 말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중위인 그의 딸은 대구의 K2에서 KF―35의 파일럿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진해 군함식 때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의 아내는 훌륭하게 자란 자식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상아, 이 어미는 며느리가 보고 싶구나.”
“하하하. 어머니도 참. 또 그 말씀이십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제 조국과 결혼했다고.”
웃으며 대답하는 아들의 대답에 김충렬 준장은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부모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이 양립하는 것을 느꼈다.
잠수함 승조원에 지원한 아들은 잠수함의 특성상 뭍에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그의 아내는 군인이 아니었기에 부모로서의 안타까움이 더욱 컸을 것이다.
“령이는 시집 안 가니?”
“제가 어머니, 아버지 두고 어딜 가요? 그리고 아버지같이 강한 남자 아니면 시집갈 생각 없어요.”
어릴 적부터 자기보다 한두 살 많고 덩치도 큰 애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골목대장을 하던 령이다.
그렇게 행복하게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던 식탁이 점점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어둠 속으로 점점. 웃음소리도 아련히 멀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