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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age & Marriage 1권




Bondage & Marriage 2화
01. 노아 프로스트, 이안 밀러 (2)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 프로젝트 책임자, 누구입니까.”
자신보다 까마득하게 젊은 사장의 싸늘한 목소리에도 임원들은 별소리를 못 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려 댔다. 평소에도 이안 밀러의 성격이 환상적으로 싸가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 이쪽에게 거의 퍼다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계약을 테너 프로스트와 체결해서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대체 무슨 심기 거스르는 일이 있었는지 지금 그는 몹시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안 들립니까? 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접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임원 한 명이 매우 조심스럽게 묻자 이안 밀러가 테이블 위에 몹시 기분 나쁘게도 보고서를 거의 내던지다시피 올렸다. 그리고는 아니나 다를까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건 말건 상관도 않고 거의 독설이나 다름없는 질책을 퍼부어 댔다.
“정말 이걸 최종 완성본이라고 생각하고 낸 겁니까?”
그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말들은 듣는 다른 임원까지도 마음에 상처가 생기고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혹독한 질책이었다. 이안이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가며 사정없이 푹푹 찔러 댔으나 그들은 딱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사장이 괜한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구구절절 다 옳은 소리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안에게 갈기갈기 찢겨지다시피 한 책임자가 다시 해 오겠다며 시퍼런 얼굴이 되고 나서야 기나긴 회의가 끝났고, 임원들은 대체 오늘은 왜 저 싸가지 밥 말아 먹은 사장이 이렇게나 기분이 나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임원들이 모두 빠져나가 텅 빈 책상, 이마를 짚은 채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안이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칠게 앞에 놓인 의자를 걷어찼다.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가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이안의 분노는 가시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만 했다.
“빌어먹을, 진작 프로스트에게서 발을 뺐어야 했는데.”
이안이 으득 이를 갈았다. 테너 프로스트가 아버지의 오랜 친구니 뭐니 하며 자신을 도와줄 때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자신을 도와준다고 순순히 믿은 건 아니었지만 뭔가 수작이 있겠거니 했어도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릴 줄은 몰랐다. 약혼이라니? 결혼이라니, 누구 마음대로?
마음 같아서는 당신이 뭔데 내 결혼 상대를 정하냐고, 개소리하지 말라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상대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그 프로스트였다. 게다가 테너는 질겼다. 아직은 프로스트와 갈라질 때가 아니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찾아와 자신의 막내아들과 결혼하라는 권유에도 이안은 속으로 온갖 욕을 집어삼키면서 너무 억지웃음을 짓다 못해 경련이 이는 얼굴로 거절하고 또 거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종래에 테너 프로스트는 투자금 회수까지 운운하면서 이안을 거의 협박하다시피 했다. 이안이 수년간 밤잠까지 줄이면서 열심히 일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업을 확장한 덕에 이제는 아무도 무시 못 할 규모로 성장한 회사였지만 아직도 프로스트가 가진 힘과 권력에 비하자면 부족했다. 지금 당장 테너 프로스트가 투자한 돈을 회수하겠다고 한다면 회사는 큰 타격을 입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친척들에게 복수하고 싶다 못해 독기가 지독히 올랐다고는 해도 테너 프로스트가 건넨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이었지만, 이안이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하긴 그때는 상대가 악마라도 손을 잡았었겠지.”
이를 으득 악문 이안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예전의 일이지만 이안이 자존심을 꺾고 테너 프로스트의 도움을 가장한 빚을 진 이유. 그건 친척들에게서 응당히 자신의 것인 재산을 되찾아 오기 위해서였다.
이안이 막 성인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이안의 부모는 눈이 오는 날 그들이 탄 차가 미끄러지면서 나무를 들이박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는데, 갑작스러운 최고 경영자의 죽음에 친척들은 슬퍼하기는커녕 이때구나 하고 마치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자신들 좋을 대로 회사를 갈라 먹었다. 그들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슬퍼하는 어린 조카에게 접근해 호인의 가면을 쓰고 도와주겠다 말한 뒤 잔인하게 이안을 배신했다.
뒤늦게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애를 썼으나 그때는 이미 늦어 아직 어린 이안으로서는 어찌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이안이 겨우 부모님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을 이겨 내고 나니 그의 앞에 남은 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저택 한 채와 원래 밀러 가문이 경영하던 여러 사업체 중에서도 수익은커녕 적자를 내며 망해 가는 공장 하나뿐이었다. 이안이 자신의 친척들에게 분노하며 독기를 품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든 이리저리 굴러 가며 친척들에게서 밀러 가문의 소유였던 것들을 되찾아 오려 애썼지만 한계가 있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도움을 청하는 이안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며 아버지의 친구였던 정을 살펴 도와주겠다 말하던 이가 바로 테너 프로스트였고, 당시 복수에 눈이 멀었던 이안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테너의 손을 잡고 말았다.
그 뒤로 이안은 테너의 협력에 더해 밤낮 없는 노력으로 친척들에게 복수를 하고 제 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과 야망에 힘입어 이전 부모 대에 소유했던 것보다도 더 큰 기업의 젊은 사장이라는 지위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복수를 마치고 뒤늦게 주변 상황을 살펴보니 테너 프로스트가 자신의 회사에 지나치게 깊이 관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안은 뒤늦게 어떻게든 테너 프로스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해 보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물론 그깟 투자금, 회수하라면 회수하라고도 할 수 있다. 몇 년간은 회사가 휘청거리겠지만 쌓아 둔 기반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투자금을 회수하라고 하는 대신 테너 프로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돈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안은 원래부터 성격이 좋다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감히 자신의 인생을 마음대로 하려 한 테너에게 앙심을 품었다.
사업의 기반을 닦는 초기에 테너 프로스트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 건 사실이긴 하나, 그걸 과연 순수한 도움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테너는 기업인이었다. 대가 없는 지원은 없는 법인지라, 그동안 이안은 테너 프로스트가 자신에게 투자한 이상의 수익을 꼬박꼬박 그에게 돌려줘 왔었다. 이제 그가 테너에게 갚을 빚은 없었다. 지금부터 갚을 원한은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나 막내아들을 아낀다고 했었나.”
테너가 죽은 아내를 몹시도 빼 닮은 자신의 막내아들을 매우 어여삐 한다는 건 이쪽 바닥에서는 다들 아는 일이었다. 뭐라더라,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키웠다고 하던가? 아주 온실 속 도련님이겠군 그래. 이안이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결혼은 하겠지만, 결혼한 뒤 막내아들이 엉엉 울며 이혼하겠다고 난리 치는 것까지는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지.
그는 제 약혼자인 노아 프로스트의 신혼 생활을 몹시 괴롭게 만들어 줄 수많은 계획들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혼에 관련한 온갖 규정이나 관습들이 오메가에게 있어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구조라는 게 이토록 즐거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알파인 자신이 그를 괴롭혀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법도 모두에게 평등해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세상 사람들 중 절반은 오메가가 알파의 소유물이라고 여겼으니까. 테너 프로스트가 그러는 것처럼.
원래는 능력만 있으면 인종 따위야 크게 상관이 없어 오메가 차별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이안이었지만, 지금 순간만은 달랐다. 그는 얼마든지 자신의 피앙세를 위해 그 사회적인 차별을 독하게 사용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다른 의미로 테너 프로스트가 노아 프로스트와의 약속을 잡을 날만을 고대하며 그날을 숨죽여 기다렸다.

* * *

노아의 평소 생활은 매우 규칙적인 편이었다. 보통은 아침에 깨어나고 나서도 완전히 잠이 달아날 때까지 침대에서 늦장을 부린다. 그러고도 워낙 잠이 많은 편이라 얕게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이면 어느새 아침 아홉 시나 늦으면 열 시였다. 그때쯤이 되면 노아의 아버지나 형들이 아침이라고도 할 수 없을 이른 시간에 일어나 모두 일을 하러 나가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럼 노아는 그제야 고양이처럼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그의 소위 ‘대학 친구들’과 매우 ‘건전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낮 12시쯤이 되어서는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난 뒤에서야 노아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노아의 일주일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월요일에는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하거나,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 카페를 가거나 도서관을 간다. 화요일에는 상류층에 필수적인 교양 수업을 전반적으로 지도하는 가정교사가 오고, 수요일은 올리비아와 오페라나 연극 따위를 관람하러 간다. 목요일은 노아가 좋아하는 ‘대학교 동창들과의 모임’이 있었으며 금요일에는 이미 익숙하게 익힌 프랑스어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프랑스어 지도 가정교사가 왔다. 주말은 대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선행사나 파티에 참여하는 등 그때마다 하는 일이 달랐다.
그 일주일의 일정들 중 노아가 가장 좋아하는 날을 꼽아 보자면 단연 목요일과 금요일이었다. 대학교 동창들과 즐겁게 노는 날과 자신의 프랑스어 가정교사 가브리엘이 오는 날.
“어서 오세요, 가브리엘.”
“잘 지내셨나요, 노아 도련님.”
노아가 홀에서 자신의 가정교사를 맞이했고, 가브리엘은 가볍게 노아를 끌어안고 비쥬(뺨에 살짝 입으로 뽀뽀하는 인사법)를 했다. 보통은 아주 친밀하지 않는 이상 쪽 하는 소리만 내지만 가브리엘은 한쪽 뺨에는 가볍게 부딪힌 뒤 고용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쪽에는 입술을 거의 내리누르다시피 했다. 이제는 노아도 그도 몹시 익숙해진 방식의 인사법이었다.
“도련님, 차를 내오도록 할까요?”
고용인이 정중하게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네, 라고 대답하려던 노아는 자신의 옆에 바짝 가까이 서 있는 가브리엘이 어깨를 꽉 쥐자 멈칫했다. 이 양반이 오늘은 좀 급한 모양이네. 속으로 웃으며 노아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고용인에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리사. 필요할 때 말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잘했다는 듯이 가브리엘이 노아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가정교사치고 지나치게 친근하고 격이 없는 스킨십이었지만 노아와 가브리엘이 알고 지낸 지 5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둘이 매우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 고용인들은 그 행동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고용인이 물러난 뒤 노아는 가브리엘과 함께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노아의 움직임은 어딘가 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그럼 지난주 동안 잘 공부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
노아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공손한 말투가 싹 변한 가브리엘이 싱긋 웃었고, 노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네에, 하고 작게 대답했다. 평소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 앞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소심한 태도였다. 영락없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이는 노아의 모습에 가브리엘은 만족한 기색을 드러냈다.
가정교사 가브리엘은 노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영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자 테너가 불러들인 사람이다. 보통은 어머니가 자식들의 교육을 맡아 상류층의 예의범절과 언어를 가르쳤지만, 두 형이 어머니에게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은 데 비해 노아는 아무래도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 모친이 사망한 탓에 교육에 있어서는 미진한 부분이 있어 테너는 노아를 위해 여러 가정교사를 고용해 주었다.
테너야 나름 신경 써서 노아처럼 오메가인 가브리엘을 가정교사로 고용한 모양이지만 같은 오메가면 안전할 거라는 선입견은, 어째서 가브리엘이 이전에 학생들을 오래 맡지 못하고 이내 자주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곤 했는가에 대해서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막 가브리엘을 고용할 당시 노아는 서서히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어렴풋이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처음 자각한 건 아무 생각 없이 본 영화에서 주인공이 적에게 붙잡혀 심문당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였다. 줄에 양팔이 묶여 매달린 주인공이 채찍질을 당할 때마다 아우, 아프겠다……, 하고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노아는 이상하게 신음하는 주인공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세 번쯤 더 처음부터 고문당하는 장면을 돌려 보기까지 했다.
누군가 맞는 장면을 볼 때마다 몸이 달아오르는데 평범한 포르노 따위로는 전혀 만족감을 얻을 수가 없고, 자연스럽게 찾아보는 것은 험악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었으니 노아가 자신의 성향을 눈치채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상류층 자제로서 엄격하게 교육받아 온 것이 있기에 한동안은 포르노에서 남이 맞는 모습을 보며 마른침만 삼키다가, 마침내 어느 날 16살의 노아는 가족들이 저택을 비워 집에 고용인밖에 남지 않은 날 평소와 다른 방식의 자위를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날 단단히 결심한 어린 노아는 몇 번이나 문이 잘 잠겼음을 확인한 뒤 머뭇거리다가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거울에 희고 토실토실한 자신의 엉덩이를 비춰 보다가 마침내 찰싹, 제 손으로 엉덩이를 때려 보았다. 따끔했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노아는 몇 번을 더 찰싹이며 제 엉덩이를 때렸는데 그렇게 많이 때리지도 않았는데도 엉덩이보다 손이 먼저 더 아파 와 계속할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 더 아파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엉덩이를 때릴 다른 적절한 물건이 어디 없을까 책상을 뒤적이던 노아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플라스틱 자였다. 자를 만지작거리는 어린 노아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망설이는 것도 잠시 이내 노아가 피부가 빨개질 정도로 제 엉덩이를 자로 때리고는 다시 또 때렸다. 손으로 때릴 때보다 좀 더 강도가 강한 자극에 엉덩이가 점차 쓰라려 왔지만 노아는 그 고통과 쓰라림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한 번도 누굴 때려 보거나 맞아 본 적이 없이 곱게만 자란 그였기에, 양쪽 엉덩이가 붉게 달아올랐을 쯤에는 부끄럽기도 했고 잘못을 저지르는 기분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해서 노아는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 후로는 방에 혼자 있을 때 몰래 야한 포르노를 보며 엉덩이를 조금씩 때리거나 종종 받는 남들의 괴롭힘을 반찬거리로 삼아 스스로를 달래곤 하던 노아에게 자신의 취향을 완전히 확고하게 깨닫게 만든 것이 바로 가브리엘이었다. 그는 만나는 첫날부터 화사한 금발에 순진해 뵈는 파란 눈, 그리고 사랑스러운 외모의 노아를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곧잘 착각하는 것과는 달리 노아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그를 온실 속에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른 채 순진하게 자라난 도련님으로 보곤 했는데 뭐, 순진하다는 점을 제외하자면 크게 사실과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니 가브리엘에게 노아는 아주 훌륭한 어린 양으로 보였으리라.
가브리엘이 처음 노아에게 손을 댄 것은 과외를 시작한 지 한 달째의 일이었다. 한 달 동안 주의 깊게 자신의 새로운 학생을 지켜보던 가브리엘은 노아가 몹시 순하고 고분고분한 성격이라 반항을 잘 못 할 거란 판단을 내렸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개인 교습을 하는 동안 슬쩍 노아의 허벅지나 허리쯤을 쓰다듬곤 했다. 그러다 노아가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면 가브리엘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얼굴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브리엘의 희롱은 그 정도가 심해져서 어느 날은 실수인 척 노아의 다리 사이를 무릎으로 건드릴 정도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노아는 어린아이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이 당하는 것이 성추행에 해당되는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테너가 얼마나 노아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 따위와 관련된 교육을 철저히 했던가. 노아는 테너에게 조금의 수상한 뉘앙스를 흘리기만 해도 곧장 자신의 아버지가 다시는 가브리엘을 제 눈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노아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좋아하는 동영상 컬렉션과 몹시 흡사했던 탓이었다. 바로 가정교사에게 억지로 덮쳐지는 학생 말이다. 물론 동영상에서는 가브리엘과 달리 가정교사가 알파이긴 했다. 어쨌든 그 상황이 지금 막 지척에 다가와 있는데 그걸 제 스스로 걷어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노아는 그 뒤 일부러 우물쭈물하거나 겁먹은 얼굴로 가브리엘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프로스트가의 막내아들이라는 게 걸렸는지 가브리엘은 그러고도 한 달을 더 조심스럽게 노아의 몸을 질척하게 쓰다듬기만 하며 주변을 살폈다. 마침내 프랑스어 교습을 시작한 지 두 달째 되는 날부터 가브리엘은 드디어 노아가 그렇게 기다리던 매를 들었고, 그 뒤 5년 동안 아주 충실히 노아의 기대대로 움직여 주었다.
아무도 모르는 노아 프로스트의 비밀스러운 모습과 사생활의 시작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본모습이 어찌 되었든 간에 프랑스어 교사였던지라 계속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노아의 프랑스어 실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브리엘은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한두 시간 동안은 착실히 노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그 날 수업할 분량을 마치고 나면 남은 시간에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냈다. 바로 지금처럼. 노아가 이 시간이 싫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숙여 책상만을 바라보자 가브리엘이 상냥하게 지시했다.
“노아, 숙제 검사를 해야지.”
“네, 선생님…….”
노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가브리엘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상대로 가브리엘은 노아가 겁먹어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노골적으로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보다 대단한 집안의 자제인 노아를 깔아뭉갤 때마다 즐거움을 느꼈다.
이제는 매우 익숙하게 겁을 먹은 몸짓으로 가련하게 몸을 파르르 떨면서 노아가 머뭇거리는 손으로 천천히 바지의 버클을 풀어 내렸다. 가브리엘이 원하는 가정 교습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상당수의 오메가들처럼 노아도 부드러운 살결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 받는 비싼 테라피 덕분에 스스로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정도로 제 피부는 만질 때마다 느낌이 좋았다. 노아가 몸을 숙이자 잡티 따위는 거의 없이 희고 말랑하며 토실한 엉덩이가 두드러졌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해 본 적은 없었지만 사실, 연한 분홍빛의 성기나 비부는 노아가 외모보다도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었다.
노아가 가브리엘의 앞에서 손으로 잡아 벌려 보인 비부는 꽉 다물려 있는 상태였지만 틈새 밖으로는 매끄러운 줄에 일정 간격으로 연결된 포도알보다 좀 더 굵고 큰 크기의 구슬 두 개가 나와 있는 상태였다. 가브리엘이 그걸 보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쉬자 노아가 몸을 흠칫했다.
“노아, 내가 무슨 숙제를 내 줬었지?”
“선생님이, 주신…… 장난감을…….”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데.”
노아가 파르라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이 주신 장난감을, 전부 넣는 것이요……. 가브리엘이 가까이 다가와 노아의 엉덩이를 손으로 꽉 쥐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밖에 나와 있는 두 개는 뭘까? 응? 가브리엘이 구슬 두 개를 쥐어 사납게 흔들자 다른 구슬도 빠져 나올 것 같아 노아가 힉,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열두 개는 도저히 못 넣을 것 같다고 애원해서 열 개로 줄여 주기까지 했는데, 정말 제대로 숙제를 해 오는 법이 없구나.”
“선생님, 잘못, 잘못했어요.”
잘못을 빌던 노아가 아윽, 하고 신음했다. 가브리엘의 손가락이 억지로 뒤를 벌리며 한꺼번에 두 개가 들어오고 있었다.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있던 노아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몸이 비틀거렸지만 가브리엘은 그 반응을 무시하며 더욱 험하게 뒤를 함부로 쑤셨다. 한참을 더듬어 조금씩 말간 액이 스며 나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윤활제의 흔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가 손가락을 뺐다. 가브리엘은 가혹하게도 뒤에 뭔가 삽입하는 숙제를 줄 때에는 노아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절대 윤활제를 사용하는 걸 용납하는 법이 없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걸 알 나이도 되었지, 노아. 가서 매를 가져오거라.”
노아가 한 번 더 빌어 보았으나 두 번 다시 말하게 하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잠시 좀 더 빌어 가혹한 벌을 받게 유도를 해 볼까 고민하다가 그 생각은 치웠다. 그건 이미 지난번에 해서 이번 주에도 하기엔 약발이 떨어진 패턴이다. 종아리에 바지가 걸려 있었지만 가브리엘이 바지를 벗으란 허락을 하지 않았으므로 노아는 어설프게 어정어정 걸어가 책상 뒤쪽에 숨겨 둔 매를 꺼내 들었다.
노아가 손수 정원에서 꺾어 온 나뭇가지를 다듬어 만든 매는 오래도록 써서 테이프를 감아 놓은 손잡이 부분에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했다. 이 회초리는 가브리엘이 본격적으로 노아를 자신의 입맛대로―그리고 노아의 취향에 매우 부합하도록― 다루기 시작했을 때쯤, 첫 번째 숙제로 내 준 결과물이었다. 가브리엘은 아직도 이 매가 노아가 일부러 회초리에 적합한 나뭇가지의 재질까지 검색해 가며 힘들게 만들어 온 물건임을 모르고 있었다.
노아가 떨리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민 회초리를 받아 들며 가브리엘이 고갯짓을 했고, 노아는 익숙하게 책상을 짚은 자세를 취하고는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뺐다. 노아가 벌을 받는 자세를 취하자마자 가브리엘이 곧장 회초리로 노아의 희고 토실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회초리가 허공을 가르면서 동시에 짝,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아흑…….”
엉덩이에 선명하게 남는 통증에 노아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그리고 첫 번째 매의 통증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짝, 하는 소리가 울렸다. 노아의 몸이 움찔했다. 회초리가 흰 엉덩이에 붉은 자국을 남길 때마다 고통에 반응해 점차 노아의 것도 서서히 단단해져 갔다.
가브리엘은 피부에 남는 매 자국과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노아를 보며 제 앞섶을 주물렀다. 가브리엘에게 있어 이제까지 거쳐 온 학생들 중 노아는 정말로 괴롭히는 맛이 있는 존재였다. 노아의 프랑스어 실력이 늘면서 일주일에 네 번 있던 과외가 한 번으로 줄어든 것은 가브리엘에게 있어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이 부잣집 도련님이 멍청할 정도로 순진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 폭력을 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는 해도, 그 프로스트 가문의 자제였기에 혹시 몰라 욕심만큼 체벌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물론 당연하지만 노아는 순진한 것이 아니었다.― 욕심대로였다면 가브리엘은 노아가 엉엉 울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저 예쁜 엉덩이뿐만 아니라 등에도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자신의 욕망을 내리누르며 엉덩이에 정확히 열 대의 가느다랗고 붉은 자국을 남긴 뒤 가브리엘은 손을 멈추었다. 무작정 때리기만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무릇 매라는 건 때리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1분을 줄 테니 다시 제대로 넣어 보렴.”
1분은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아는 네, 선생님……, 하고 대답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엉덩이 사이로 가져다 댔다. 하지만 가브리엘이 오기 전 시간이 넉넉할 때도 들어가지 않았던 구슬이 이제 와서 들어갈 리가 없었다. 노아가 구슬을 넣는 데 실패하자 가브리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간을 주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선생님,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래? 시간이 없어서 못 넣었다고?”
가까이 다가온 가브리엘이 구슬을 잡고 확 잡아당기자 책상을 짚고 서 있던 노아가 악, 하고 몸을 들썩였다. 체온으로 따끈하게 데워진 구슬 몇 개가 가브리엘의 행동에 내벽 안을 반복적으로 둥글게 짓누르며 거칠게 잡아 뽑혀 나왔다. 힘을 더 주어 나머지 구슬도 완전히 꺼낸 가브리엘이 몸을 떨고 있는 노아의 손에 쥐어 주었다.
“모두 넣는 데 5분. 아까보다는 길지?”
노아가 훌쩍거리기 시작했지만 그 소리는 가브리엘을 더욱 가학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가브리엘이 잔뜩 두둑해진 앞섶을 노아의 허벅지에 비비면서 흥분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1분이 지났단다, 노아. 얼른 해야지.
가브리엘이 자신의 몸에 대고 수음을 하는 동안 노아는 다시 구슬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브리엘이 몸을 치댈 때마다 노아의 몸도 조금씩 흔들거렸다.
노아는 윤활유도 없어서 뻑뻑한 뒤에 억지로 구슬을 밀어 넣었지만 아까보다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다 넣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5분이 지나자 가브리엘이 노아가 간신히 밀어 넣은 구슬 네 개를 다시 잡아 뽑았다. 구슬이 억지로 뒤에서 딸려 나가는 동안 노아의 몸이 벌벌 떨렸다. 그러고 난 뒤 가브리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6분을 주마. 다시 하렴.”
당연하지만 5분에도 못 넣은 것을 6분이라고 가능할 리가 없었다. 가브리엘은 노아가 구슬을 겨우 삽입하면 시간이 지나자마자 잔혹하게 잡아당겨 꺼냈고, 또 삽입하면 잡아당겨 꺼내기를 반복했다. 어찌나 힘을 주어 잡아당겼는지 구슬이 빠져 나갈 때마다 조금씩 붉은 속살이 딸려 나올 정도라 노아는 가브리엘이 힘을 주어 잡아당길 때마다 최대한 수월히 구슬이 빠져 나가도록 애를 써야 했다.
마침내 노아가 울먹이며 겨우 아까처럼 여덟 개를 삽입했을 때는 반복되는 자극에 반사적으로 흘러나온 오메가의 애액으로 구슬이 흠뻑 젖었을 정도였는데 구슬이 수도 없이 들락거린 뒤는 붉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실컷 노아의 뒤를 괴롭힌 가브리엘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나머지 구슬 두 개를 넣기를 주문했다. 아까보다 퉁퉁 부은 뒤 때문에 노아가 괴로워하며 구슬을 넣지 못하자 가브리엘이 혀를 쯧쯧 찼다.
“이렇게까지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은 처음이구나. 정말 구제 불능이야.”
노아의 엉덩이를 한 번 콱 움켜쥐고는 뒤로 물러난 가브리엘이 다시 회초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번엔 열다섯 대다. 다음번엔 스무 대고, 그 다음엔 몇 대일지 잘 알겠지?
그리고 가브리엘이 경고한 대로 노아는 번번이 구슬을 밀어 넣는 것에 실패해 책상에 엎드려 훌쩍거리며 울 때까지 매를 맞아야만 했다. 엉덩이에 빼곡히 붉은 선이 뒤덮일 때마다 노아의 울음소리는 커져 갔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그러나 가브리엘은 노아가 몸을 뒤틀거나 엉덩이를 들썩이며 괴롭게 울어도 전혀 봐주질 않았다.
매의 횟수가 스물다섯 대까지 늘어났을 무렵에서야 노아는 히끅거리면서 겨우 구슬을 하나 더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새빨갛게 부어 오른 엉덩이를 노아가 울면서 쥐어 벌려 구슬을 억지로 넣는 모습을 지켜보며 제 것을 쥐고 흔들어 자신의 손수건 안에 사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엉덩이에 제 것을 비비면서 노아가 쓰라림에 더욱 괴롭게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모를 증거물을 남길 수는 없었다.
노아가 훌쩍거리면서 책상에 기대어 우는 동안 가브리엘은 바지를 다시 제대로 입으며 의자에 앉았다. 매를 맞는 시간이 끝났다는 걸 깨달은 노아가 젖은 눈가를 손바닥으로 닦으면서 천천히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매를 주워 다시 책상 뒤에 숨겼다.
“이리 오렴, 노아.”
이제는 눈물을 거의 그쳐 갔지만 여전히 발간 눈가로 훌쩍이면서 노아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짐짓 매우 너그럽고 자상한 교사인 척 가브리엘이 노아의 화사한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꼭 숙제를 제대로 해서 벌을 받지 않게 하렴. 네, 선생님……. 노아가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가브리엘은 노아를 무릎 위에 어린아이처럼 엎드리게 한 뒤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내 사납게 붉은 줄이 이리저리 그어지다 못해 우둘투둘하게 맞은 자국이 부어오르기까지 한 엉덩이에 정성껏 연고를 발랐다. 엉덩이 사이에는 아직도 노아가 못 넣은 구슬 하나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연고를 바르자마자 노아의 엉덩이에서는 욱신거리고 못 견디게 쓰라린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혹한 체벌을 가해 놓고 가브리엘은 피부 재생 연고를 발라 주곤 했는데 그건 딱히 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증거 인멸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덕분에 노아는 엉덩이가 터질 정도로 맞아도 몇 시간 안에 낫는 효과 좋은 연고를 따로 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본래는 전쟁 때 빠른 부상의 회복 및 응급처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을 미용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좀 비싸긴 하지만 어차피 노아에게는 그다지 비싼 축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테너가 자신에게 주는 용돈은 용돈 수준의 금액이 아니다.
멍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노아의 얼굴에서도 운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따끈따끈한 엉덩이를 주무르던 가브리엘이 이제는 불룩해진 입구에 하나만 나와 있는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지금 매가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매를 바꿔야겠다. 네 생각은 어떠니. 노아? 너도 매를 바꾸고 싶지?”
가브리엘의 무릎에 엎드려 있던 노아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작게 대답했다. 네……. 매를 바꾸고 싶어요, 선생님. 원하는 대답을 들은 가브리엘은 맞은 자국이 충분히 가시자 노아를 일으켜 바지를 손수 입혀 주었다. 그는 아직 노아의 뒤에 구슬이 들어 있는 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구슬은 단지 그가 노아에게 벌을 주고 더 괴롭게 만들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그럼 다음 시간 숙제는 새로운 매를 구해 오는 것으로 하자. 어디 보자, 어떤 종류의 매가 좋을까…….”
노아의 바지 지퍼를 올리고 버클을 채워 주면서 가브리엘이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랑스러운 도련님을 더욱 울릴 수 있을까? 잠시 뒤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 낸 가브리엘이 미소 지었다.
“새로운 매는 지금 네 엉덩이에 넣고 있는 것보다 굵고 긴 것이 좋겠지? 이번 숙제는 다음 주 내가 방문할 때 새로운 매를 여기, 뒤에 넣고 있는 거야.”
가브리엘의 말에 노아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에 발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가브리엘은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까 한 번 사정했는데도 이 표정을 보자 벌써 또 제 것이 발씬거리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매로 벌을 받기 싫으면 제대로 넣어 오렴.”
“…….”
“노아, 대답.”
지금 구슬 딜도도 채 못 넣었으니 그보다 굵고 긴 매를 제대로 넣을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가브리엘이 대답을 독촉했다. 그러자 가브리엘의 기대대로 노아는 사랑스럽게 창백해진 얼굴로 울먹이며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가브리엘은 벌써부터 다음 주가 몹시 기대가 되었다.
“피곤할 테니 굳이 배웅 나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럼 다음 주에 보자, 노아.”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다정하게 인사를 한 뒤 가브리엘은 가련한 자신의 제자를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나가자마자 노아가 언제 겁에 질렸냐는 듯이 빵긋 웃었다. 헤헤 웃은 노아가 가볍게 팔랑거리며 침대 위로 풀썩 누웠다. 다음 주가 기대되는 것은 가브리엘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매라니, 뭐로 해야 좋을까…….”
역시나 가브리엘 선생님은 매주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니까, 중얼거리면서 노아가 바지를 훌렁 벗었다. 그리고는 아응,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몇 번 뒤를 손가락으로 쑤시다가 마지막 남은 구슬을 꾸욱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언제 구슬을 다 넣지 못했냐는 듯 노아의 뒤는 무리 없이 마지막 구슬까지 꿀꺽 삼켰다.
“구슬보다 굵고 긴 매라면……. 진압봉도 괜찮겠는데.”
배시시 노아가 수줍고도 행복하게 웃었다. 지난번 알렉스와 폰섹스를 할 때 쓴 검은 딜도를 떠오르게 만드는 검고 굵으며, 긴 진압봉은 노아의 취향에 들어맞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항상 저택에 경비가 상주하고 있으니 진압봉을 구하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저택의 보관 창고에 들어가서 새 걸 집어 오면 되니까.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진압봉을 다 넣는 건 무리니까 튀어나온 부분은 대충 가운을 입어 가리면 되겠고…….
가브리엘에게 진압봉으로 뒤를 쑤셔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맞는 상상을 하다가, 뒤에 밀어 넣었던 구슬들을 다시 하나하나 꺼내며 노아가 나른한 숨을 뱉었다. 으응, 하고 보드라운 시트에 뺨을 부비면서 노아가 생각했다. 나와 결혼할 사람이 가브리엘처럼 매일 이렇게 괴롭혀 주면 참 좋을 텐데. 그럼 냉큼 결혼하겠다고 할 텐데……. 그런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 노아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노아는, 이때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안 밀러와 결혼을 하게 되고 난 뒤, 이안이 알렉스나 가브리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신을 괴롭혀 주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