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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테일 1권
1화
프롤로그
[계정의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응.”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여성의 목소리에 성진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드란.”
[캐릭터 이름 드란. 결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족을…….]
종족은 추후에 게임에 방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 말하려던 목소리에 드란이 귀찮다는 듯, 잽싸게 대답했다.
“랜덤, 나는 지금 당장 게임을 하고 싶다고.”
[드란 님의 종족은 일미호. 구미호의 일족입니다.]
“뭐……?”
제1장 일미호(1)
파앗!
빛과 함께 드란이 접속했다.
“일미호라고? 그리고 이상해. 보통 접속하면 작은 마을 같은 곳에서 시작한다는데 대체 이곳은 어디야…….”
혼자 덩그러니 숲 속에 떨어져 버린 드란은 주변을 살펴보다 황급히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1(Exp 0.00%) 칭호:없음
종족:일미호 명성:0 악명:0
상태:몬스터 생명력:80/80
요력:200/200
만복도:100%
힘:5 민첩:20 체력:8
지혜:15 지능:20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8∼13 방어력:5
마법 저항:무
상태창을 확인하던 드란이 눈을 부릅떴다.
“모, 몬스터 상태라고?”
그렇다면 같은 유저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 인벤토리 오픈!”
일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가방을 열었으나, 가방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보통의 유저들이 시작할 때는 최소한 단검이라는 무기와 밀빵이 지급된다. 하지만 자신은 오직 가죽 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있었고, 무기도 삐죽 튀어나온 손톱이 다였다.
그리고 어이가 없게도 몸을 살펴보니 여우의 귀와 꼬리가 쫑긋 세워져서는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 내가 미쳤지! 종족 선택을 랜덤으로 하다니!”
종족 선택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물론 잘된다면 데스나이트나 웨어울프 같은 막강한 종족이 선택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고블린이나 코볼트, 혹은 토끼가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그럴 경우 유저들에게 사냥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드란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던 중 하나의 위기가 느껴졌다.
“밀빵이 없는데, 어떻게 만복도를 채워?”
만복도, 일종의 배고픔을 알리는 가상현실 게임의 표시로, 50% 이하가 되면 상태 능력이 30% 감소되고, 10% 이하가 되면 80%나 감소된다. 그리고 0%가 되면…… 뭐, 어떻게 되겠는가? 그대로 아사 상태로 사망하는 것이지.
즉, 밀빵 없는 자신은 그대로 이 숲에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가죽 셔츠 한 장 입은 빈털터리로 말이다.
으르릉―
“…….”
한편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던 중 뒤에서 이상한 살기를 느낀 드란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크왕―!
“으악, 웬 늑대야!”
같은 몬스터라지만 늑대는 여우를 잡아먹는 동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늑대가 자신에게로 공격을 가해 오자 위기의식을 느낀 드란이 잽싸게 길게 늘어난 손톱을 휘둘렀다.
캉―
쇳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톱과 늑대의 이빨이 맞부딪쳤다.
하지만 늑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몸을 비틀더니 입을 쩍 벌려서는 드란을 그대로 삼키려고 했다.
“절대 안 되지!”
자신에게는 무기가 오직 손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휭―
드란이 잽싸게 점프를 해서는 발에 자란 기다란 발톱으로 자신을 삼키려 드는 늑대의 목을 그대로 그어 버렸다.
깨갱―
목 부분에서 피가 튀긴 늑대가 이내 단말마를 내지르며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푸욱!
그러던 중 기괴한 일이 일어났다. 드란 자신의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죽어 가는 늑대의 배에 찔러 넣는 것이 아닌가.
크르륵―
늑대가 다 죽어 가는 자신을 왜 괴롭히느냐는 듯, 드란의 마지막 일격에 입에서 거품을 물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뭐, 뭐하는 거야!’
늑대의 배에서 손을 꺼내며 나오는 물체에 드란이 기겁을 했다. 생피가 그대로 들러붙어 있는 늑대의 간이 아닌가?
드란이 그 모습에 입을 틀어막은 다음, 간을 내던지고 싶었지만 이미 육체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듯 늑대의 간을 천천히 입에 가져다 대서는 그대로 꿀꺽 소리와 함께 삼켜 버렸다.
“우웩!”
찝찝한 늑대의 피 맛에 드란이 눈을 뒤집었다. 정말 맹세코 생간을 먹어 본 적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것에 현실감을 내는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에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짜르르한 기분에 드란이 눈을 퍼뜩 떴다.
―띠링! 늑대의 간을 섭취했습니다. 만복도가 증가하며, 생명력과 요력이 회복됩니다. 또한,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응? 스킬이라고? 스킬창 오픈!”
초반에 스킬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드란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스킬창을 열어보지 않았건만, 스킬이 있다니? 더구나 간을 섭취함으로써 만복도가 회복된다는 것을 알게 된 드란은 이제 굶어 죽을 일은 없을 듯했다. 물론, 그 비릿한 내음이 가득한 현실감의 피 맛만 빼면 말이다.
이미호의 길(초급, 패시브)
일미호는 구미호 일족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구미호는 옛날 그 힘이 하늘의 뒤엎는다고 하여, 요술에 그 어떤 종족보다 능숙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여 꼬리를 늘려 구미호 일족의 힘을 부활시키십시오.
<<영력 1/800>>
간 섭취(초급, 액티브)
구미호는 예로부터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기 위해 간을 먹어 왔습니다. 간을 섭취할 경우 떨어진 생명력과 요력, 그리고 만복도를 채워 주며, 영력을 얻어 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일정 확률로 약간의 시간 동안 간을 섭취당한 자가 지니고 있던 소량의 힘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생명력과 요력 10% 회복, 영력 1 증가. 5%의 확률로 10분 동안 상대방의 특징을 소량 얻어 낼 수 있습니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의 간을 섭취할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증가합니다.) 요력 소모 없음>>
바람의 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일족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술로, 요력에 바람의 힘을 담아 몸속에서 방출시킬 수가 있습니다. 데미지는 그리 강력하지 않지만 적을 멀리 날려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개의 꼬리당 50의 데미지와 함께 적을 날려 버립니다. 요력 소모 50>>
현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비장의 요술로, 인간의 몸에서 본신의 여우의 몸으로 변화시킵니다. 단, 오미호 이하일 때의 현신 사용 시에는 그 힘이 부족하여 체내에 쌓인 영력의 힘을 사용하며, 1분당 10의 영력을 소모합니다.
<<1분당 10의 영력 소모.(육미호 이상일 때에는 패널티를 받지 않음)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정말 하나부터 끝까지 사기적인 효과를 지닌 스킬들이다. 무엇보다도 현신이라는 스킬은 공격력이 배로 증가하며, 민첩 또한 2배로 증가했다.
일미호 때부터 이 정도이니, 진화를 해서 이미호가 되면 얼마나 증가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1분당 10의 영력 소모가 타격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생간을 800개 먹으면, 이미호가 된다 이건가?”
가벼운 설명에 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구나, 차라리 게임을 접고 말지.”
생간을 800개 먹어서 꼬리를 하나 늘리느니, 캐릭터를 삭제하여서 다시 시작하는 게 올곧은 선택이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구미호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설명을 보니 자신은 엄청나게 강한 사기성이 짙은 종족이다.
왠지 아깝다. 누구나 꿈꾸는 히든 종족이라는 것에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입속에서 아직까지도 퍼져 오는 질펀한 혈 향이 드란을 미치게 했다.
“아, 이것만 어떻게 바꾸면 좋은데.”
가상현실 게임에서 현실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피 맛을 체리 맛이나 토마토 맛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애초에 피가 토마토 즙이 될 리는 없지 않은가?
“아, 몰라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시작하게 된 게임, 시작하자마자 캐릭터를 삭제했다가는 앞으로 할 일도 안 된다. 더구나 삭제를 할 경우에는 2달 동안 캐릭터 생성을 못하게 된다.
일단 숲을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드란이 뒤에 귀여운 꼬리 하나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갔다.
*
“우웩!”
또다시 저절로 움직이는 손 덕분에 드란은 눈물을 흘리며 생간을 씹었다.
손이 칼에 베여 피가 나오면 좀 아프다는 생각에 빨았던 그 비릿한 피 내음이…… 생간을 씹을 때마다 묵직한 양의 피 맛을 느끼게 해 주자 드란은 피를 토해 내고 싶지만 이미 삼켜 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더구나 이제 대략 40개나 되는 간을 꿀떡 삼켜 버렸으니 이제는 피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듯, 맛이 약간 향긋하게도 느껴졌다.
“내가 정말로 미쳤나 봐, 피가 향긋하다니!”
드란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런데 이 숲은 당최 끝이 안 보이냐.”
죽어라고 걸은 지 어느새 2시간이나 흘렀지만,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요, 또 달려드는 것은 온통 늑대들뿐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40여 마리의 늑대를 잡아서 간을 취하지 않았던가?
드란이 자신의 뾰족한 손톱과 입에 자란 송곳니를 보았다.
신기하게도 약 15번째의 간과 39번째의 간을 섭취했을 때, 늑대의 민첩성과 송곳니의 힘을 얻었다며, 힘과 민첩이 10씩 상승하고 또 물기라는 스킬이 임시적으로 생겨났다. 물론 10분이 지나면 사라질 터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걷던 드란에게서 순간 평범한 늑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기가 느껴끼며 재빨리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드란의 외침과 함께 몸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그대로 입에서 바람을 내뿜었다.
크르릉―!
드란의 뜻밖의 일격에 한 마리의 늑대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적중되어 날아갔다.
“우두머리 늑대?”
바람의 술이 적중되어서인지 늑대의 머리 위에는 빨간색 글씨로 우두머리 늑대라 적혀 있다. 지금까지 잡아 온 회색 늑대와는 애초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살기를 내뿜고, 크기도 2배 정도 되는 것이 딱 봐도 위협적이다.
크왕―
우두머리 늑대가 포효와 함께 드란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쩍 벌려서는 드란을 물려고 하였다.
“훗, 웃기는군. 바람의 술!”
드란이 다시금 앞발을 모아 바람을 내뱉자 벌려진 늑대의 입안으로 드란이 내뱉은 바람이 쉴 새 없이 들어가 가득 찼다.
커억― 커억―
폐 속으로 바람이 가득 차자 우두머리 늑대가 고통에 겨운 듯 기침을 하였고, 그와 함께 부풀어진 배가 조금씩 홀쭉해졌으나, 그것을 가만히 볼 드란이 아니다.
“물기!”
임시적으로 생성된 스킬 물기를 사용하자 드란이 본능적으로 뛰어가서는 그대로 늑대의 목덜미를 물었다.
1화
프롤로그
[계정의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응.”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여성의 목소리에 성진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드란.”
[캐릭터 이름 드란. 결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족을…….]
종족은 추후에 게임에 방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 말하려던 목소리에 드란이 귀찮다는 듯, 잽싸게 대답했다.
“랜덤, 나는 지금 당장 게임을 하고 싶다고.”
[드란 님의 종족은 일미호. 구미호의 일족입니다.]
“뭐……?”
제1장 일미호(1)
파앗!
빛과 함께 드란이 접속했다.
“일미호라고? 그리고 이상해. 보통 접속하면 작은 마을 같은 곳에서 시작한다는데 대체 이곳은 어디야…….”
혼자 덩그러니 숲 속에 떨어져 버린 드란은 주변을 살펴보다 황급히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1(Exp 0.00%) 칭호:없음
종족:일미호 명성:0 악명:0
상태:몬스터 생명력:80/80
요력:200/200
만복도:100%
힘:5 민첩:20 체력:8
지혜:15 지능:20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8∼13 방어력:5
마법 저항:무
상태창을 확인하던 드란이 눈을 부릅떴다.
“모, 몬스터 상태라고?”
그렇다면 같은 유저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 인벤토리 오픈!”
일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가방을 열었으나, 가방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보통의 유저들이 시작할 때는 최소한 단검이라는 무기와 밀빵이 지급된다. 하지만 자신은 오직 가죽 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있었고, 무기도 삐죽 튀어나온 손톱이 다였다.
그리고 어이가 없게도 몸을 살펴보니 여우의 귀와 꼬리가 쫑긋 세워져서는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 내가 미쳤지! 종족 선택을 랜덤으로 하다니!”
종족 선택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물론 잘된다면 데스나이트나 웨어울프 같은 막강한 종족이 선택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고블린이나 코볼트, 혹은 토끼가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그럴 경우 유저들에게 사냥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드란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던 중 하나의 위기가 느껴졌다.
“밀빵이 없는데, 어떻게 만복도를 채워?”
만복도, 일종의 배고픔을 알리는 가상현실 게임의 표시로, 50% 이하가 되면 상태 능력이 30% 감소되고, 10% 이하가 되면 80%나 감소된다. 그리고 0%가 되면…… 뭐, 어떻게 되겠는가? 그대로 아사 상태로 사망하는 것이지.
즉, 밀빵 없는 자신은 그대로 이 숲에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가죽 셔츠 한 장 입은 빈털터리로 말이다.
으르릉―
“…….”
한편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던 중 뒤에서 이상한 살기를 느낀 드란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크왕―!
“으악, 웬 늑대야!”
같은 몬스터라지만 늑대는 여우를 잡아먹는 동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늑대가 자신에게로 공격을 가해 오자 위기의식을 느낀 드란이 잽싸게 길게 늘어난 손톱을 휘둘렀다.
캉―
쇳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톱과 늑대의 이빨이 맞부딪쳤다.
하지만 늑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몸을 비틀더니 입을 쩍 벌려서는 드란을 그대로 삼키려고 했다.
“절대 안 되지!”
자신에게는 무기가 오직 손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휭―
드란이 잽싸게 점프를 해서는 발에 자란 기다란 발톱으로 자신을 삼키려 드는 늑대의 목을 그대로 그어 버렸다.
깨갱―
목 부분에서 피가 튀긴 늑대가 이내 단말마를 내지르며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푸욱!
그러던 중 기괴한 일이 일어났다. 드란 자신의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죽어 가는 늑대의 배에 찔러 넣는 것이 아닌가.
크르륵―
늑대가 다 죽어 가는 자신을 왜 괴롭히느냐는 듯, 드란의 마지막 일격에 입에서 거품을 물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뭐, 뭐하는 거야!’
늑대의 배에서 손을 꺼내며 나오는 물체에 드란이 기겁을 했다. 생피가 그대로 들러붙어 있는 늑대의 간이 아닌가?
드란이 그 모습에 입을 틀어막은 다음, 간을 내던지고 싶었지만 이미 육체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듯 늑대의 간을 천천히 입에 가져다 대서는 그대로 꿀꺽 소리와 함께 삼켜 버렸다.
“우웩!”
찝찝한 늑대의 피 맛에 드란이 눈을 뒤집었다. 정말 맹세코 생간을 먹어 본 적은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것에 현실감을 내는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에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짜르르한 기분에 드란이 눈을 퍼뜩 떴다.
―띠링! 늑대의 간을 섭취했습니다. 만복도가 증가하며, 생명력과 요력이 회복됩니다. 또한,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응? 스킬이라고? 스킬창 오픈!”
초반에 스킬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드란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스킬창을 열어보지 않았건만, 스킬이 있다니? 더구나 간을 섭취함으로써 만복도가 회복된다는 것을 알게 된 드란은 이제 굶어 죽을 일은 없을 듯했다. 물론, 그 비릿한 내음이 가득한 현실감의 피 맛만 빼면 말이다.
이미호의 길(초급, 패시브)
일미호는 구미호 일족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구미호는 옛날 그 힘이 하늘의 뒤엎는다고 하여, 요술에 그 어떤 종족보다 능숙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여 꼬리를 늘려 구미호 일족의 힘을 부활시키십시오.
<<영력 1/800>>
간 섭취(초급, 액티브)
구미호는 예로부터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기 위해 간을 먹어 왔습니다. 간을 섭취할 경우 떨어진 생명력과 요력, 그리고 만복도를 채워 주며, 영력을 얻어 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일정 확률로 약간의 시간 동안 간을 섭취당한 자가 지니고 있던 소량의 힘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생명력과 요력 10% 회복, 영력 1 증가. 5%의 확률로 10분 동안 상대방의 특징을 소량 얻어 낼 수 있습니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의 간을 섭취할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증가합니다.) 요력 소모 없음>>
바람의 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일족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술로, 요력에 바람의 힘을 담아 몸속에서 방출시킬 수가 있습니다. 데미지는 그리 강력하지 않지만 적을 멀리 날려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개의 꼬리당 50의 데미지와 함께 적을 날려 버립니다. 요력 소모 50>>
현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비장의 요술로, 인간의 몸에서 본신의 여우의 몸으로 변화시킵니다. 단, 오미호 이하일 때의 현신 사용 시에는 그 힘이 부족하여 체내에 쌓인 영력의 힘을 사용하며, 1분당 10의 영력을 소모합니다.
<<1분당 10의 영력 소모.(육미호 이상일 때에는 패널티를 받지 않음)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정말 하나부터 끝까지 사기적인 효과를 지닌 스킬들이다. 무엇보다도 현신이라는 스킬은 공격력이 배로 증가하며, 민첩 또한 2배로 증가했다.
일미호 때부터 이 정도이니, 진화를 해서 이미호가 되면 얼마나 증가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1분당 10의 영력 소모가 타격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생간을 800개 먹으면, 이미호가 된다 이건가?”
가벼운 설명에 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구나, 차라리 게임을 접고 말지.”
생간을 800개 먹어서 꼬리를 하나 늘리느니, 캐릭터를 삭제하여서 다시 시작하는 게 올곧은 선택이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구미호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설명을 보니 자신은 엄청나게 강한 사기성이 짙은 종족이다.
왠지 아깝다. 누구나 꿈꾸는 히든 종족이라는 것에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입속에서 아직까지도 퍼져 오는 질펀한 혈 향이 드란을 미치게 했다.
“아, 이것만 어떻게 바꾸면 좋은데.”
가상현실 게임에서 현실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피 맛을 체리 맛이나 토마토 맛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애초에 피가 토마토 즙이 될 리는 없지 않은가?
“아, 몰라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시작하게 된 게임, 시작하자마자 캐릭터를 삭제했다가는 앞으로 할 일도 안 된다. 더구나 삭제를 할 경우에는 2달 동안 캐릭터 생성을 못하게 된다.
일단 숲을 벗어나려고 마음먹은 드란이 뒤에 귀여운 꼬리 하나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갔다.
*
“우웩!”
또다시 저절로 움직이는 손 덕분에 드란은 눈물을 흘리며 생간을 씹었다.
손이 칼에 베여 피가 나오면 좀 아프다는 생각에 빨았던 그 비릿한 피 내음이…… 생간을 씹을 때마다 묵직한 양의 피 맛을 느끼게 해 주자 드란은 피를 토해 내고 싶지만 이미 삼켜 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더구나 이제 대략 40개나 되는 간을 꿀떡 삼켜 버렸으니 이제는 피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듯, 맛이 약간 향긋하게도 느껴졌다.
“내가 정말로 미쳤나 봐, 피가 향긋하다니!”
드란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런데 이 숲은 당최 끝이 안 보이냐.”
죽어라고 걸은 지 어느새 2시간이나 흘렀지만,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요, 또 달려드는 것은 온통 늑대들뿐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40여 마리의 늑대를 잡아서 간을 취하지 않았던가?
드란이 자신의 뾰족한 손톱과 입에 자란 송곳니를 보았다.
신기하게도 약 15번째의 간과 39번째의 간을 섭취했을 때, 늑대의 민첩성과 송곳니의 힘을 얻었다며, 힘과 민첩이 10씩 상승하고 또 물기라는 스킬이 임시적으로 생겨났다. 물론 10분이 지나면 사라질 터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걷던 드란에게서 순간 평범한 늑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기가 느껴끼며 재빨리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드란의 외침과 함께 몸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그대로 입에서 바람을 내뿜었다.
크르릉―!
드란의 뜻밖의 일격에 한 마리의 늑대가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적중되어 날아갔다.
“우두머리 늑대?”
바람의 술이 적중되어서인지 늑대의 머리 위에는 빨간색 글씨로 우두머리 늑대라 적혀 있다. 지금까지 잡아 온 회색 늑대와는 애초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살기를 내뿜고, 크기도 2배 정도 되는 것이 딱 봐도 위협적이다.
크왕―
우두머리 늑대가 포효와 함께 드란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쩍 벌려서는 드란을 물려고 하였다.
“훗, 웃기는군. 바람의 술!”
드란이 다시금 앞발을 모아 바람을 내뱉자 벌려진 늑대의 입안으로 드란이 내뱉은 바람이 쉴 새 없이 들어가 가득 찼다.
커억― 커억―
폐 속으로 바람이 가득 차자 우두머리 늑대가 고통에 겨운 듯 기침을 하였고, 그와 함께 부풀어진 배가 조금씩 홀쭉해졌으나, 그것을 가만히 볼 드란이 아니다.
“물기!”
임시적으로 생성된 스킬 물기를 사용하자 드란이 본능적으로 뛰어가서는 그대로 늑대의 목덜미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