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화
제1장 일미호(2)


생살을 씹는 느낌과 함께 목으로 들어오는 작은 양의 피, 피 맛에 드란의 눈이 번뜩였고 하나 있는 꼬리는 꼿꼿이 세워졌다.
크르르르―
배에 바람이 전부 빠지게 된 우두머리 늑대가 머리를 마구 흔들며 드란을 떼어 냈다.
그리고는 방금 전까지의 공격에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눈을 빛냈다.
하지만 우두머리 늑대의 생명력은 지속적이었던 물기 공격으로 인해 60% 이상 떨어져 있다. 더구나 상태 이상인 출혈로 인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시간을 끌어서는 자신이 불리하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우두머리 늑대가 드란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미 드란은 앞발을 모은 상태였다.
“바람의 술!”
후와악―!
깨갱―
정말로 미칠 지경이다. 이건 뭐, 가까이 올 수도 없게 하지 않는가?
“후훗, 멍멍아. 너는 평생토록 나한테 오지 못할 걸?”
드란이 우두머리 늑대를 도발했다. 현재 남은 요력의 양은 대략 110. 레벨 업으로 인해 200이었던 요력이 250으로 차게 된 영향이었다. 10은 전투 도중 회복되었고 말이다.
앞으로 쓸 수 있는 바람의 술은 총 2번. 자신의 꼬리는 하나인 일미호이니, 데미지는 50. 우두머리 늑대의 대략 8%의 체력을 깎는 바람의 술을 다 적중시킨다 해도 우두머리 늑대는 16%의 생명력이 남게 된다.
드란이 앞발에 기다란 손톱을 내밀었다.
“와라, 멍멍이!”
크왕―
우두머리 늑대의 이빨이 그대로 드란을 향했다.
드란은 재빨리 손톱으로 늑대의 이빨을 X 자로 하여서 막은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물기!”
아그작!
깨갱―
임시적으로 생겼지만 이제는 2분 정도의 지속 시간이 남은 물기 스킬이 다시금 발동되어서는 우두머리 늑대의 목 부분을 깨물자 늑대가 몸을 버둥거리며 발광을 해 댔다.
하긴, 목에 구멍이 여러 개 생길 일이니 안 아프고 배기겠는가?
크와앙―
우두머리 늑대도 지지 않겠다는 듯 앞발로 드란의 앞발을 쳐 내고는 자신 역시 물기를 사용해서 드란의 목을 깨물었다.
“끄, 끄아아악!”
맹세코 이런 고통은 처음 느껴 본다. 목 부분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이빨의 공격.
‘네가 이런 것을 느꼈었구나.’
왠지 모르게 우두머리 늑대에게 미안해진다. 이런 고통을 두 번이나 느끼게 해 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은 적! 더구나 자신의 목을 공격하는 적 역시 바로 우두머리 늑대이다.
드란은 물고 있던 이빨을 빼낸 후, 재빨리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푸하아악―
바람이 바로 앞에서 내질러지자 드란도 타격을 받은 듯 뒤로 날아갔다. 드란도 그 정도이니 정면으로 받아 낸 우두머리 늑대는 어떻겠는가?
깨개갱―
우두머리 늑대가 드란에게 향한 물기 스킬이 그대로 풀려져서는 뒤에 나무로 날아가서는 그대로 처박혔다.
“아직도 안 죽었나, 참 끈질기네.”
생명력이 2% 정도 남은 우두머리 늑대를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 드란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바람의 술!”
어찌나 강한지, 바람에 의해 나무가 꺾이더니 우두머리 늑대가 그대로 공중부양을 해서는 바닥에 처박혔다.
이윽고 회색빛으로 물들어 버린 우두머리 늑대, 그에 드란이 눈을 희번덕였다.
“간 섭취!”
푸욱!
자동적으로 길게 자라난 손톱이 그대로 우두머리 늑대의 배를 뚫었다. 그리고 나온 생간을 드란은 꿀꺽이는 소리와 함께 먹어치웠다.

―띠링! 보스 몬스터 ‘우두머리 늑대’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100. 영구적으로 민첩성 +5.

영력은 100이나 증가했고 또 스탯 중에서 민첩성이 영구적으로 5 증가했다. 보통 몬스터의 100배에 달하는 영력 증가라니! 정말로 보스 몬스터의 이름값 한다.
“후우, 상태창 오픈!”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9(Exp 29.21%) 칭호:없음
종족:일미호 명성:0 악명:0
상태:몬스터
생명력:160/160 요력:300/300
만복도:100%
힘:5 민첩:40 체력:8
지혜:20 지능:30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12∼23 방어력:13
마법 저항:무

보스 몬스터를 잡아서인지 7이었던 레벨이 2레벨 상승해서는 단숨에 9레벨에 도달했다. 더구나 이제는 이미호의 길의 영력도 140까지 채웠다. 이제 660만 채우면 이미호가 되며 꼬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드란이 헬쭉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돌렸다.
“사냥의 행복! 아이템 수거!”
간 섭취도 간 섭취지만 사냥의 핵심은 아이템 획득!
회색 늑대가 죽고 남기는 것은 단지 20쿠퍼 정도이지만 보스 몬스터이니 뭔가 떨어뜨릴 뉘앙스가 팍팍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안개처럼 사라진 우두머리 늑대가 있던 곳에는 번쩍이는 금빛의 동전인 골드가 한 개 떨어져 있었고, 아이템 역시 한 개가 떨어져 있었다.
“아이템 확인.”
잽싸게 뛰어가서는 아이템을 집어 든 드란이 짧게 읊조리자 프로필형의 아이템 정보창이 떠올랐다.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노말 S)
보스 몬스터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로 만든 검으로서, 무척이나 예리하다. 단, 늑대의 송곳니로 제작해서인지 검이 일정하지 않고 좀 꺾여져 있다.
내구력:45/45 공격력:13∼18
사용 제한:민첩 30 이상
옵션:공격 속도 10%

첫 득템이었지만 그렇게 환호성을 외칠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인가?
“드디어 손톱으로 안 싸워도 되는구나!”
드란이 기다란 손톱을 집어넣고 무기를 쥐며 희희낙락했다.

*

그 이후, 드란은 3시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고서야 지긋지긋한 숲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 덕에 오른 현재 드란의 영력은 320! 우두머리 늑대 한 마리 더 와서 회색 늑대 80마리를 더 잡아서 얻어 낸 양이다. 더구나 우두머리 늑대의 간을 섭취하자 다시금 영구적으로 상승한 민첩성 +5, 스탯 5는 1레벨 업당 올릴 수 있는 스탯이긴 하지만 초반임을 생각하면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는 스탯이었다.
더구나 대량의 사냥 덕에 레벨도 9에서 13까지 올릴 수 있지 않았던가?
또, 그동안 얻은 잡템들과 보스 몬스터, 우두머리 늑대를 잡아서 나온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도 2개나 된다. 현재 가진 돈도 약 3골드.
그리고 13레벨로 오르면서 20의 포인트를 전부 민첩에 투자했기에 현재 드란의 민첩 수치는 무려 65이다. 13레벨인 것치고는 정말로 사기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수치인 것이다.
“엇, 마을이다!”
그렇게 걷던 중 드란의 눈에 마을 하나가 보였다.
다급히 뛰어가서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사람 하나 없는 폐허나 다름없는 마을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심 잘되었다고도 생각했다.
자신의 상태는 현재 몬스터. 즉, 이곳이 사람 사는 마을이었다고 해도 몬스터가 나타났다며 사냥당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 바로 자신인 것이다.
하지만 비운의 주인공인 드란답게, 운이 좋을 터가 없었다.
“우워어―”
“젠장.”
드란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에 사람이 없다고 즐거워했더니 어디선가 언데드들의 대표 몬스터인 좀비가 튀어나온다는 말이냐? 더구나 언데드는 애초에 간이 없다. 또 있더라도 부식되어서 삼킬 수도 없다.
그러니 언데드는 일미호인 자신에게는 정말로 싸울 힘이 나지 않게 하는 몬스터이다.
그러니 생각나는 것은 단 하나.
“튀자.”
필요 없는 전투는 애초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다.
“우워?”
미친 듯이 네 발로 뛰어가며, 하나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드란의 모습을 좀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어느 정도 뛰었을까? 다행히 좀비에게서는 벗어난 듯, 마을은 저 멀리 자신의 엄지손가락만 할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그런데 왜 내가 네 발로 뛰었지?”
드란으로서는 사실 게임 접속 후, 처음 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뛰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앞발이 그대로 땅에 내려지며 익숙하게 네 발로 뛰어졌다. 물론 그 덕에 엄청난 속도로 달아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도망쳤으니 만사 오케이 아닌가?
가볍게 생각을 벗어 버린 드란이 주변을 둘러보자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언데드형의 간이 없는 몬스터가 아닌, 초록 빛깔의 피부를 지닌 판타지 세계의 대표 몬스터 오크였다.
“지랄 맞는군.”
늑대의 간은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크의 간이라……. 초록빛의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생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뭔가가 올라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변은 온통 황무지이고 몬스터라고는 오크뿐, 더구나 뒤로 가자니 그곳은 언데드 천국이다.
그렇다고 늑대 떼들이 나오는, 또 다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숲 속으로 들어갈 마음은 더욱이 없다.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자.”
가볍게 생각을 넘긴 드란이 그대로 달려가서는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를 쌍검인양 양손으로 쥔 채 오크에게 휘둘렀다.
스악―
가히 전광석화라 부를 정도의 손놀림! 65나 되는 민첩의 효과와 함께 중첩된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 효과는 공격 속도 10%가 2개 붙여져 20%가 된 상승효과 덕이다.
“감히 용맹스런 우리 오크를 건드리다니. 목숨을 잃고 싶은가 보구나, 인간이여. 취익.”
“뭔 말이 그렇게 길어!”
스악―
답답하게 말만 해 대는 오크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드란이 다시 한 번 공격을 가하자 오크가 화가 난 듯 구부러진 글레이브를 꺼내며 발광을 떨어 댔다.
“죽어라, 인간!”
제법 힘이 실린 오크의 글레이브였지만 장난하는가?
드란의 민첩성은 65이다. 비록 힘이 5밖에 되지 않지만 한 번 더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드란이 재빨리 오크의 글레이브를 피한 다음, 쌍검을 역으로 쥐어서 그대로 오크의 발에 찍어 넣었다.
“크아아악!”
아무리 용맹한 오크라도, 발이 꿰뚫려서 땅에 박히니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깊숙이 박힌 검으로 인해 움직임이 봉쇄된 오크를 향해 드란이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어디 어떻게 되나 볼까. 바람의 술!”
드란이 앞발을 모으며 배를 팽창시킨 후, 거세한 바람을 내뱉자 움직임이 봉쇄되어 버린 오크가 넘어지지도 못하고 날아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바람을 전통으로 가격되었다.
“끄르르륵, 살려 달라 인간.”
“닥쳐, 마무리다. 바람의 술!”
드란이 마지막으로 오크의 입을 벌려서는 그대로 바람을 폐 속으로 집어넣자 오크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그대로 눈을 까뒤집었다.
“간 섭취.”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채, 회색빛으로 물든 오크의 배로 드란이 손톱을 날카롭게 해서 간을 빼내자 구멍 난 배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으적으적.
“아, 더럽게 맛없네.”
초록빛의 피가 덕지덕지 붙은 오크의 간을 씹어 삼키며 드란이 눈물을 짜냈다. 진짜 이런 것까지 현실감 있게 표현한 리펙터 월드가 정말로 미워지는 드란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해지려면 간을 섭취해야 한다. 안 먹으면 강해지지 못한다.
“어라, 이건 뭐지?”
운이 좋았는지 5%의 확률로 발동되는 상대의 힘을, 소량 일정 시간 쓸 수 있는 효과가 처음부터 적용되었고, 드란은 임시적으로 증가한 스탯과 생겨난 스킬을 확인해 보았다.

베쉬(초급(임시적), 액티브)
용맹한 오크 같은 전사들이 자주 쓰는 스킬로서 글레이브 같은 날이 있는 무기로 상대방을 강하게 내리치거나 그어서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힘X5에 비례한 데미지를 입힌다. 요력 소모 없음>>

베쉬라는 임시적 스킬이 생겨났고 힘 또한 임시적으로 20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둔한 오크다운지 민첩이 ―10의 패널티를 입었다. 역시나 아무리 사기적인 스킬인 간 섭취라고 해도 패널티가 없지 않을 수는 없었나 보다.
“그렇다면 현재 힘은 25인 건가?”
25X5는 125이다. 50의 위력을 지닌 바람의 술의 2배 이상의 데미지, 더구나 임시적으로 생겨난 스킬들은 요력의 소모가 없다.
싱긋.
드란이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요력의 소모가 없다. 또한 자신은 쌍검이다. 그렇다면…….
“대량 학살인 것이지.”
드란은 이후 임시적으로 적용된 효과를 10분 동안 최대한 활용하며 오크들을 학살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