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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제1장 일미호(3)
마지막으로 남은 오크가 꿋꿋이 버티다가 결국에는 드란의 검 놀림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말마를 내지르며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지긋지긋한 오크들.”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어째서 오크를 보며 끈질기다고 하는지 드란은 알 수 있었다. 팔이 잘려 나가도 달려드는 오크들. 더구나 가끔씩 보여 오는 오크 전사들은 갑옷까지 챙겨 입은 오크였는데, 그 끈질김이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목이 잘려 나가는 순간에도 드란을 살기 어린 눈으로 째려봤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수없이 많은 오크를 베었기에 꽤나 많은 양의 레벨 업을 할 수 있게 된 드란이다.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17(Exp 7.89%) 칭호:없음
종족:일미호 명성:0 악명:0
상태:몬스터
생명력:300/300 요력:350/350
만복도:100%
힘:15 민첩:65 체력:18
지혜:20 지능:30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30∼47 방어력:21
마법 저항:무
일단 레벨 업으로 인해 얻게 된 보너스 스탯은 체력과 힘이 골고루 분배해 넣었다. 오크들과의 전투로서 힘이 얼마나 전투에 작용을 준다는 것과 또 금방금방 주는 생명력 때문에 안 올리려 마음먹었던 체력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보아도 눈에 띄는 것은 민첩이다. 하긴, 65나 되니 눈에 띄지 않는다면 눈이 장님이거나, 게임을 안 해 본 사람일 뿐이다.
“후우, 어찌 됐든…… 하긴 해야겠지. 간 섭취!”
드란의 주변으로는 세 마리의 오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눈에 띄게 증가한 실전력과 능력치로 인해 이제는 세 마리의 오크까지 동시 상대가 가능했던 것이다.
드란은 오크들에게서 나온 전리품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다음, 눈을 꽉 감고 간 섭취를 사용했다.
자동적으로 드란의 손이 움직이며 많이 해 본 듯한 솜씨로 오크의 생간을 가볍게 뽑아냈다.
으적으적―
참으로 거북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으적으적이라니, 그것도 싱싱한 생간을 씹다니. 정말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아, 이 비참한 인생이여.’
이상하게 점점 간을 먹을 때마다 왠지 맛이 좋아지는 거 같다. 혹시 이래서 육회나 생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탄생된 게 아닐까?
꿀꺽.
드란이 다 씹은 생간을 꿀떡 삼키며 배를 문질렀다.
“이러다 식중독 걸리는 건 아닐지…… 후우, 간 섭취!”
날것을 계속 먹으니 왠지 불안하다. 현실감 100%의 리얼리티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라면 그럴 것도 같다. 배탈이라는 상태 이상을 말이다.
드란은 그 자리에서 간 섭취 스킬을 총 세 번 사용해서 영력을 3 증가시키고, 떨어진 생명력과 요력, 그리고 만복도를 회복시켰다.
운이 없는 것인지 이번에는 베쉬 스킬을 습득할 수 없었다.
하긴 5%의 확률이 세 번이니, 총 15%의 확률, 무척이나 저조한 확률인 것이다.
그렇게 드란이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앞에서 우레와 같은 포효가 울려 퍼졌다.
크워어엉―!
쿵쿵.
진짜로 불안하다.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몬스터들이 얼마나 될까? 드란은 한순간 눈치챘다.
‘보스 몬스터다.’
회색 늑대의 보스 몬스터였던 우두머리 늑대도 무척이나 강했다. 그렇다면 과연 회색 늑대보다도 상위 몬스터인 오크들의 보스 몬스터는 어떠하겠는가?
‘도망쳐야 하나?’
아무리 세 마리의 오크를 때려잡을 수 있다지만 왠지 무리일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잽싸게 달아나려는데 무언가가 드란을 향해 날아왔다.
“우왓!”
콰직―
날아온 물체는 바로 무척이나 거대한 도끼였다.
정말로 저걸 사람이 쓸 수 있기는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도끼였다. 하지만 다행이랄까? 드란은 65에 달하는 민첩으로 가뿐히 피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둔한 오크로서는 무리인 일이다.
“커, 커억!”
운 없게도 드란의 앞에 있던 오크 한 마리가 거대한 도끼에 몸이 찍힌 채로 처참히 죽어 있었다. 얼마나 강한 위력이었으면 오크가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해 버린 것일까?
꿀꺽.
도망쳐야 한다. 드란에게 있는 본능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저 거대한 도끼 때문인 것일까? 아니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이상한 상태에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란이 황급히 상태의 설명을 읽어 내렸다.
공포 상태
자신보다 강력한 몬스터의 표적이 되셨습니다. 표적이 되신 이상 도주하실 수 없으며, 모든 능력치가 20% 하향됩니다. 사망 시 공포 상태에서 해방되실 수 있습니다.
“크워어엉―! 인간, 용맹스러운 우리 오크들을 농락하다니. 죽여 버리겠다!”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어느새 쫓아왔는지, 위에 오크 로드라고 적혀져 있는 멋들어진 갑옷을 입은 오크가 눈에 띄었다.
일단 오크 로드의 생김새는 오크다. 오크가 거기서 거기지, 뭐 달리 어떻게 설명하겠나?
가볍게 설명하자면 오크 로드는 다른 평범한 오크 두 마리를 합친 듯한 키와 함께 근육도 갑옷을 터트릴 듯 빵빵했다.
근육질의 오크 로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소리쳤다.
“네 이놈! 감히 우리의 동족을 살해하다니, 결코 용서치 않는다!”
오크 로드가 아까 거대한 도끼에 의해 즉사해 버린 오크의 몸에서 도끼를 빼 들었다.
“감히 내 무기를 이용해서 동족을 죽였겠다? 이 원한은 결코 용서치 못한다. 씹어 먹어 주마, 인간!”
어이 그 녀석은 네가 죽인 거거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딱 보기에도 무게가 장난이 아닌 그것을, 힘이 15밖에 안 되는 내가 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오크 로드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드란에게로 돌진해 왔다.
역시 오크는 오크다. 괜히 돼지 머리겠는가?
드란이 돌진해 오는 오크 로드를 향해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드란의 몸이 풍선처럼 팽창되며 금방이라도 터질 듯해 보였다.
“크큭! 자멸하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나 오크 로드 카르취는 절대로 그 꼴을 보지 못한다. 베쉬!”
어느새 드란의 앞까지 온 녀석이 도끼를 치켜들어서는 흉흉한 기세로 내려찍으려했다. 그 모습이 흡사 장작을 패는 나무꾼이다.
“닥치고 이거나 먹어라!”
푸화아악―
드란의 입 에서 팽창되어 퍼져 나가는 바람의 술이 그대로 오크 로드의 몸을 적중시켰다. 그리고 발동되는 바람의 술의 특수 효과!
“크어억!”
오크 로드 카르취가 입고 있는 옷은 딱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갑옷이다. 그 덕분인지 멀리 날아가지는 못했지만 고꾸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콰당―
카르취의 몸이 볼품없게 고꾸라졌다. 오만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보아 그 충격이 가히 엄청나 보였다. 하긴, 그 딱 보기에도 답답해 보이는 갑옷이 되려 연쇄 작용이 일어나 강력한 충격파를 주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놈!”
“뭐?”
호통 치는 카르취에게 올라탄 드란이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를 양손에 쥔 채 미친 듯이 찍어 댔다.
챙― 챙―
대부분이 갑옷에 막혀 왔지만 이곳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푸욱! 팍―
음…… 잔인하지만 설명은 하겠다. 카르취 같은 오크들은 대부분이, 아니 전부가 돼지 머리를 가지고 있다. 즉, 자신들에게 맞는 투구가 없다는 셈.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아닌 어깨부터 발끝까지 갑옷을 둘러 입은 카르취지만 차마 머리 부분만은 감싸지 못했다.
그렇다면 드란이 어디를 노리겠는가?
“끄아아악!”
카르취가 두 눈을 감싸며 미친 듯이 대굴대굴 굴러 댔다. 덕분에 매달려 있는 드란이 튕겨 날아갔지만, 갑옷을 튼튼히 입은 카르취는 구를 때마다 갑옷의 패널티로 상당한 데미지가 입혀 왔다.
“이거 좀 미안한데.”
드란이 초록색 피가 잔뜩 묻은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 두 쌍을 흔들어서 피를 튀겨 냈다.
“크아아아― 너 이 자식! 절대로 용서치 못한다!”
드란의 공격으로 인해 한순간 장님이 되어 버린 카르취가 발광을 해 대며 난리치는 동안, 드란은 멀찍이 떨어져서는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카르취 님. 으악!”
“대, 대장이 미쳤다 취익!”
어느 순간 리젠된 오크들이 미쳐 날뛰는 카르취를 진정시키려 하였으나 두 눈을 잃은 카르취는 진정은커녕 되려 더 날뛰며 리젠된 오크들을 피 떡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신난 것은 드란이다.
“아싸, 공짜 경험치. 공짜 아이템. 공짜 생간∼”
회색빛으로 물든 채 피 떡이 되어 있는 오크들의 배에 손을 박아 넣어 꺼낸 생간을 삼키며 드란이 으적으적 댔다. 카르취 덕에 공짜로 오크들의 경험치를 얻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음으로 리젠된 오크들은 카르취에게 그냥 당하지 않았다.
“미친 대장, 우리가 진압하겠다. 취익.”
“우워어어어―!”
대량으로 오크들이 덤벼들자 보스 몬스터인 카르취도 어쩔 수가 없다는 듯 밀리기 시작했다.
“그럼 안 되지. 내가 어떻게 상처 입힌 보스 몬스터인데.”
드란이 재빨리 나서서는 카르취에게 대항하는 오크들을 처리해 냈다. 그리고 데미지를 입을 때면 여지없이 회색빛으로 물든 오크의 배에 손을 쑤셔 넣어 생간을 뽑아 먹었다.
주변의 모든 오크들이 사망하자 드란이 카르취를 쳐다보았다.
“헉, 헉. 취익.”
다행이랄까? 녀석은 드란이 자신을 공격을 안 해 오자 인식을 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두 눈을 잃고 몰려드는 오크들로 인해 데미지도 심하게 누적되어 있는 상태.
드란이 몰래몰래 카르취의 앞에 가서는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지난번 우연히 얻게 된 우두머리 늑대와 이후 실험으로도 획기적인 바람의 술.
그것을 카르취의 입에 대고 내불자 근육으로 빵빵했던 카르취의 몸이 더욱이 빵빵해지기 시작했다.
“커르르륵― 무, 무슨 짓을!”
카르취의 몸이 흡사 풍선처럼 팽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란은 바람의 술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되려 다시 한 번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아, 안 돼. 더 이상은! 커르르르륵―”
다시금 사용된 바람의 술로 인해 카르취의 몸이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카르취의 눈이 까뒤집혀졌다. 폐 속에 가득 찬 바람으로 인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나오는 증세이다.
“그럼 어디, 마무리다. 간 섭취!”
드란의 손에서 길쭉한 손톱이 삐죽 튀어나와서는 그대로 카르취의 배를 꿰뚫었다. 그리고 나오는 일반적인 오크들보다도 더욱더 커다란 생간. 그것을 바라보는 드란은 정말 미칠 지경이다.
“이걸 먹으라고?”
정말 미친 짓이다. 자신의 손만 하던 일반적인 오크들의 생간들과는 다르게 카르취의 간은 드란의 얼굴만 했다. 더구나 군데군데 붙은 초록빛 피를 보자니 당최 식욕이 돌지 않는다.
‘메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드란이 자기최면을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보스 몬스터의 간이다. 어떤 효과가 적용될지 기대 또한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기최면을 걸자 진짜로 생간이 멜론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이건 멜론이야. 달콤하고 상큼한 멜론.’
드란의 입이 벌려졌다. 그리고 그곳으로 무지막지한 크기의 간이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씩 씹어 먹어도 되겠지만서도 간 섭취는 한 방에 끝내야 한다는 듯 들어오는 커다란 카르취의 간으로 인해 삼키기보다는 먼저 입이 찢어질 판이다.
“에, 엔자.(젠, 젠장.)”
입에 가득 찬 카르취의 간으로 인해 드란은 입 아니, 이빨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이건 뭐 그대로 삼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딱 보기에도 엄청난 크기, 그것이 입에 들어 있는 것도 용한데 목으로 넘어갔다가는 그대로 목뼈를 부수고 들어갈 판이다.
결국 드란은 비장의 선택을 했다.
‘일단은 뱉자!’
―간 섭취 중에는 간을 빼낼 수 없습니다.
“…….”
그래 아주 죽여라 죽여.
그 말을 진짜로 들어주려는지 조금씩 생명력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히잠자!(시밤바!)”
드란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안간힘을 다해 이빨을 움직였다.
으적―
인간 승리! 역시 사람이 죽을힘을 다한다면 못하는 일이 없다더니. 끝내 카르취 생간의 섭취를 겨우 성공시킬 수 있었다.
으적으적―
하지만 크기가 크기이다 보니, 드란은 꽤나 오랫동안 카르취의 생간을 씹었고,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간신히 삼킬 수가 있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 ‘오크 로드 카르취’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200. 영구적으로 힘 +15, 민첩성 ―5.
특이하게 이번에는 패널티로 민첩성이 5나 줄어들었다. 역시 둔하기로 유명한 오크다.
더구나 무엇보다도 드란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영력 200 증가!
이 말은 즉, 평범한 일반 몬스터 200마리의 간을 씹는 일을 단 하나의 간을 씹어 해결한 것이다. 정말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