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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제1장 일미호(4)
게다가 앞으로 힘 역시 올릴 예정이었으니, 민첩이 5 줄어들었다고 쳐도 힘이 15나 증가했다. 실질적으로는 10의 보너스 스탯을 한순간 얻어낸 것이다.
드란이 카르취의 간을 고생고생하며, 삼키는 동안 카르취의 시체는 어느덧 사라져서 3골드라는 돈과 함께 묵직한 갑옷이 떨어져 있었다.
드란은 잽싸게 3골드를 챙겨 넣은 다음, 묵직한 갑옷을 들어 올렸다. 정말로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것이 과연 가방에 들어갈지가 의문이다.
“아이템 확인.”
카르취의 갑옷(마법 D)
보스 몬스터 오크 로드 카르취가 즐겨 입는 갑옷으로, 무척이나 단단하다. 재질은 알 수 없으며, 웬만한 힘을 지닌 자가 아닌 이상은 입지도 못할 뿐더러, 그 무게가 엄청나서 여러 가지 패널티가 크다.
내구력:110/110 방어력:40
사용 제한:힘 80 이상
옵션:이동속도 ―20%, 민첩 ―10
전사 계열일 경우 패널티는 무효화된다.
제2장 언데드 마을 슈렌(1)
삐잇, 푸쉬익―
간단하게 설치되어 있는 구식형 게임 캡슐 안에서 딱히 미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추남이라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가 나왔다.
“으음…… 구미호라.”
캡슐 안에서 나온 남자가 조용히 읊조렸다.
남자는 바로 리펙터 월드에서 종족 선택을 랜덤으로 하는 바람에 어이없이 일미호라는 종족을 얻게 되고, 영구적으로 몬스터 상태가 되어 버린 드란이었다.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드란의 이름은 유성진. 평범하고도 평범한 이름을 가진 그에게는 좌우명이 하나 있다.
평범하게 살자!
너무도 간단하고도 간단한 목표면서도 일반적인 목표이다.
그런데 게임 시작부터 전혀 평범치 않다. 3레벨의 회색 늑대를 1레벨 때 때려잡지를 않나, 그리고 죽인 몬스터의 생간을 입에 처넣고는 아무렇지 않게 씹어 대지를 않나.
전혀 평범치 않은 시작이다.
“에혀, 몰라. 학교에 가서 알아보자.”
그의 나이 18살.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로 현실 세상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아간다.
성진은 집에 차려진 밥상에 재빨리 먹고는 새벽에 일어나서 자신의 밥을 챙겨 주시고 도시락을 싸 주신 어머니께 감사의 표시로, 피곤에 찌들어 주무시는 어머니의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부어 주고는 당당히 학교를 향해 나아갔다.
“여어, 성진!”
“어, 기택아!”
그런 성진을 맞이하는 친구, 김기택. 바로 성진의 단짝 친구이자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를 소개시켜 준 친구이다.
“크큭, 그래. 종족은 휴먼으로 했겠지?”
“아니.”
“응? 그럼 엘프?”
“아니.”
계속되는 말에 기택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럼 설마 드워프냐? 평범한 삶을 원하는 네가 설마 땅딸보가 된 것이냐?!”
“아니야.”
가볍게 대꾸한 성진의 모습에 기택은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성진이가 선택한 종족을 찾아내고 있는 듯했다.
“수인족이냐? 아니면 어인족? 설마 새대가리 조인족은 아니겠지?”
“아니라니까. 제발 그만 물어봐 줄래?”
마지막 질문에도 아니라고 말하자 기택이 얼굴이 다시금 새파래졌다.
“설마 랜덤을 한 건 아니겠지?”
“…….”
“맞구나, 네가 진정 미친 것이냐?!”
기택이 심하게 난리 블루스를 추며 성진의 머리를 가격했다.
말로 듣자 하니, 대부분의 랜덤 종족을 선택한 유저들이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심각한 종족에 선택된다고 한다. 그나마 운 좋은 20% 정도가 쓸 만한 종족이 결정된다나 뭐라나?
“불쌍한 내 친구야, 그럼 대체 종족이 무엇이냐?”
“별것 아니고, 일미호라는 종족이야.”
“…….”
나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던 기택이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뭐냐, 그 딱 듣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이름의 종족은? 일미호라고? 그럼 후에 구미호라도 되는 거냐? 푸하핫!”
“응.”
“…….”
너무나도 간단히 대답한 성진에게로 기택이 착 소리 나게 들러붙었다.
“친구, 친하게 지내자.”
능청스러운 기택의 말과 함께 느껴지는 눈빛에 성진이 방긋 웃었다.
“그래, 친하게 지내자.”
“헤헷.”
성진의 말에 천진난만하게 웃는 기택을 보며 성진은 하나의 결심을 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피가 덕지덕지 붙은 생간을 먹여 주는 거야.’
참으로 친한 친구에게 잘하는 짓이다.
*
학교를 마친 성진은 잽싸게 집으로 돌아가서는 옷가지를 아무 데나 집어 던진 채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파앗!
빛과 함께 오크들의 황무지로 드란이 접속되었다.
“인간이다. 취익.”
“죽인다! 취익.”
황무지에 어느새 리젠되었는지 네 마리의 오크들이 단번에 드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드란이 코웃음을 치며 앞발을 모았다.
“웃기는군. 바람의 술!”
푸화아악―
드란의 입에서 뿜어지는 거센 바람에 네 마리의 오크 중 세 마리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이놈! 죽어라!”
운 좋게 안 날아간 오크가 드란에게 달려들었지만 그것은 운 좋은 일이 아니라 운이 없는 것이었다.
푸욱!
어느새 기다랗게 자라난 손톱으로 가볍게 오크의 배를 꿰뚫은 드란이 그대로 간을 뽑아 들었다.
“커, 커륵.”
간을 뽑힌 오크가 그대로 허물어지면서 회색빛이 되었다. 간을 뽑으면서 심장을 살짝 건드려 주어서 일어난 효과다.
으적으적―
가볍게 오크의 간을 입속에 넣고 씹으면서 드란이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업그레이드!”
푸화아악―
바람이 뿜어지며, 입안에서 씹히던 간의 찌꺼기가 드문드문 섞여서는 오크들의 몸에 찰싹찰싹 붙으며 데미지를 입혔다.
“으악, 더럽다. 취익.”
이봐, 그건 너희들 간이라고, 더구나 살아 있는 인간을 그대로 씹어 먹는 녀석들이 간을 보고 더럽다니…….
어찌 됐든 드란은 재빨리 양 허리에 꽂혀져 있는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를 꺼내 들었다.
“받아라!”
드란은 송곳니를 역으로 쥐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오크들에게 각자 한 개씩을 찍어 주었다.
푸욱!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고 두 마리의 오크의 머리가 그대로 송곳니에 짓이겨지며,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놈! 복수를! 취익.”
복수를 운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배가 고파 침을 흘리며 달려오는 마지막 남은 오크를, 드란은 손톱을 길게 해서 첫 번째 오크와 똑같은 결말을 내었다.
“게임 끝.”
이제는 스피드 전투에 익숙해졌다란 생각이 든 드란이 미소를 지으며 뽑힌 간을 씹어 넘겼다.
“이 녀석들의 간들은 아껴 두자.”
요력의 회복을 위해 하나의 간을 씹어 먹으면서 드란은 칼에 머리가 찍힌 두 녀석의 간들을 뽑아서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제 이 녀석들로는 레벨이 오르지가 않네. 후우,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던 드란의 머릿속에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에 오기 전에 방문했던 폐허의 마을. 바로 좀비 같은 언데드 류의 몬스터들이 나오는 마을을 말이다.
“좋았어, 거기다.”
비록 생간을 섭취할 수는 없지만 간이야 이곳에서 구하면 된다.
*
드란은 오크들을 20여 마리를 더 사냥한 다음, 나온 간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난 다음, 언데드 마을에 들어서자 아까와 똑같이 한 마리의 좀비가 나타났다.
“우워―”
“오냐, 네가 첫 상대로구나.”
뒤에 나 있는 꼬리를 흔들며 드란이 손톱으로 좀비를 찌르려 하던 중,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우, 우워― 얘, 얘기를 나누고 우워 싶다.”
“뭐, 뭣?”
좀비가 말을 한다? 이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인가?
“우워― 나는 이 마을의 우워― 촌장. 복수를 하고 싶다.”
좀비의 말과 함께 방울 소리가 울리며,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슈렌 마을 촌장의 부탁(몬스터 퀘스트)
5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이 넘실거리던 슈렌 마을이 어느 순간 나타난 흑마법사로 인해 지옥보다도 지옥 같은 언데드 마을이 되어 버렸습니다.
슈렌 마을의 촌장.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좀비가 되어 버린 그가 흑마법사에게 살기 어린 복수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마법사에게 묶여 있는 언데드인 몸의 촌장으로서는 복수의 방법이 없습니다.
흑마법사를 처치하여서 슈렌 마을의 사람들 영혼을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합니다.
<<난이도:D, 퀘스트 제한:몬스터 상태의 유저>>
“그렇다면 흑마법사 하나로 인해 마을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인가요?”
“그렇소. 우워― 이미 나 말고 다른 이들은 어둠의 힘에 마음이 우워― 잠식되어 버렸소. 저도 이제 얼마의 시간이 지난다면…… 생각하기도 싫소! 내, 내가 우워― 한낱 언데드가 된다니!”
“저만 믿어 주십쇼.”
드란이 걱정 말라는 듯 가슴을 팡팡 내리쳤다.
“고맙소. 그리고 하나 더 알려 주겠소. 우워― 간교한 흑마법사 쿠벤의 말을 결코 믿지 마시오. 그 녀석은…….”
이후 촌장은 흑마법사가 자신들에게 해 온 일을 설명해 주었다.
흑마법사의 이름은 쿠벤. 그는 몰래 이 마을에 포이즌 클라우드를 시전해 병에 걸리게 하고는, 1달 동안 묵묵히 슈렌 마을의 상태를 봐 왔다고 한다. 이윽고 병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죽음을 맞이할 때쯤, 떠돌이 신관이라 말하며 쿠벤이 낡은 로브를 뒤집어쓰고는 나타났다.
몇몇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의심했다. 갑자기 나타난 떠돌이 신관이 있다며 말이다.
하지만 그의 힘은 엄청났다.
단 하루, 하루 만에 쿠벤의 진료로 인해 마을을 떠돌던 병들이 한순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쿠벤의 힘을 찬양했다.
하지만 어느 날 지옥이 시작되었다.
쿠벤의 진료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을 까뒤집더니 몸이 썩어 문드러지며, 언데드화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촌장은 쿠벤의 진료가 아닌 시간이 지나 병을 나아서인지 어둠의 힘에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언데드화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후, 언데드가 되어 버린 마을 사람들은 쿠벤의 말을 따르는 충실한 부하가 되었다고 한다.
“으득, 그들 중에는 내 딸이 있소. 그 자식 우워― 쿠벤 녀석은 내 딸을…… 내 딸을 자신의 아내로 삼았소. 부탁하오. 딸이 살아 있다면, 부디 내 대신 죽여 줄 수 있겠소?”
“네? 딸을 죽여 달라니요?”
“이미 옛날의 착했던 내 딸이 아닐세. 으득, 쿠벤의 간교한 흑마법으로 인해 철저히 쿠벤을 따르는 악녀가 되어 버렸네. 그런 딸을 바라볼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네.”
이것이 정말 NPC일까? 문뜩 NPC보다는 현실 세계의 사람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 드란은 더욱이 자신을 믿으라는 듯, 썩어 문드러진 촌장의 손을 세게 쥐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맹세코 쿠벤을 지옥으로 떨어트리겠습니다.”
드란은 맹세와 함께 언데드 마을이 되어 버린 슈렌 마을로 발을 들였다.
*
“크큭, 웃기는군. 한낱 요수 따위가 나를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건가?”
한편 어두운 공간에서 한 미남자가 수정 구슬에 나오는 이미지를 보며 괴소를 터트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과연 인간이 한 일인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했다. 머리가 없는 시체, 다리가 없는 시체, 그리고 그런 시체들이 조합되어져 있는 시체.
바로 흑마법사의 연구소인 키메라 제작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