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5화
제10장 묘족 레야(4)
일반 고블린들을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레야를 막은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 이리저리 레야를 괴롭혀 대기 시작했다.
푹!
“으윽!”
―고블린 헌터의 독침에 당하셨습니다. 지속 시간 1분의 독을 1초마다 생명력이 10씩 소모됩니다.
“이런!”
홉 고블린까지 가세해서 공격하는 바람에 고블린 헌터의 독침을 여유롭게 피하지 못했다.
“끼에에엑! 헉! 헉!”
고블린 헌터의 독을 피하지 못한 것은 홉 고블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덕에 고블린 헌터의 독침을 레야에게 적중시킬 수 있었다.
‘이런…… 지금 상황에는 포션도 마음 놓고 못 마시는데.’
레야의 눈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지금처럼 상대방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물약을 꺼내 마시는 것은 미친 유저나 바보 같은 유저나 할 짓이다.
그런 레야의 머릿속에서 아까 받은 환단 모양의 혼약이 생각났다.
‘그거라면!’
혼약은 물약과는 다르게 환단 모양이기에 그저 입에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레야는 인벤토리가 아닌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혼약을 재빨리 꺼내서 입속에 넣어 꿀꺽 삼켰다.
운이 좋았는지, 고블린 혼약의 효과가 발동되어 힘이 5 깎여 나갔지만, 민첩이 20이나 증가했다. 완전한 민첩 계열인 묘족인 자신으로서는 제일 유리한 것이 증가하자 눈이 희번덕였다.
마침 운이 좋게도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은 긴장한 나머지 혼약을 삼키는 자신을 공격하지 못했고, 또 자신을 향해 눈을 치뜨고 있었다.
“이것을 보아라! 흑안!”
소형 몬스터에게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묘족의 전용 스킬인 흑안이 발동되자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 그리고 뒤쪽에 있던 일반 고블린들이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자고로 마비된 몬스터는 밥이다.
스릉―
“죽어라! 녀석들!”
“흐업! 조심하세요! 레야 님!”
“……!”
마비된 고블린들을 처리하려는 레야를 향해 철 조각 하나가 날아왔다. 바로 돌고가 사용하는 갑옷의 견갑 부분에 칼날이 튀어나온 채 부메랑처럼 날아오는 것이다.
“끼에에엑! 녀석들은 내버려 둬라! 너희들의 상대는 오직 나 하나다!”
돌고가 외침과 함께 단검에 힘을 주어서는 드란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뒤를 돌아 레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죽어라! 일루전 소드!”
스스스스슥―!
푸욱!
“레야 님!”
“커억―!”
돌고의 단검이 묘족인 레야의 배를 꿰뚫었다. 막대한 출혈에 걸린 레야가 쓰러지자 드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급소를 가격당한 것이 아닌 점과 혼약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생명력이 회복되고 있었기에, 레야는 아직 살아 있었다.
“저는 괜찮아요! 드란 님! 돌고를 조심하세요!”
레야의 외침에 드란은 자신으로 돌격해 오는 돌고의 공격을 언월도로 막아 내며 앞발을 모았다.
“영계의 이여! 나의 부름에 나타나라! 영계 소환의 술!”
퍼엉―!
[명령은 무엇으로 할 텐가!]
[어서 싸우고 싶다고!]
“저기 있는 고블린 킹을 나와 함께 협공한다!”
[알았어!]
드란은 도깨비불을 3마리 소환해서는 돌고와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챙챙―! 탕탕탕!
“이 지긋지긋한 불덩어리들!”
도깨비불의 협공에 돌고가 화가난 듯 손을 휘둘렀다.
“피해!”
하지만 그때마다 드란의 외침에 도깨비불은 가볍게 피해 냈다.
그리고는 후퇴한 힘을 역으로 이용해서 한 바퀴 돌아서, 크리티컬을 내는 공격도 적지 않게 해 내었다.
“끼에엑! 위험하다!”
“이제야 그것을 알았냐? 이거나 먹어라! 번개의 술!”
콰쾅―!
쿨타임이 돌아온 번개의 술을 펼치자 운이 좋게 마비 효과가 발동되었는지 돌고가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기회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그런 것을 드란이 놓칠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없애는 일이 발생했으니.
“끼에에엑! 여자 괴물을 죽이고, 돌고 님을 돕는다!”
레야의 흑안의 마비에 풀린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 그리고 일반 고블린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드란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딜! 흑안!”
부들부들.
드란을 공격하기 위해 뛰어나가는 녀석들에게 흑안을 사용하는 레야였다.
레야는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도 드란을 돕기 위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드란 님! 녀석을 끝장내세요!”
“저에게 맡기세요!”
드란이 앞발을 모았다.
“정면으로 구워 주지! 받아라! 불의 술!”
화르르르륵―!
드란은 자신이 가진 요술 중 제일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는 불의 술을 바로 앞에서 펼쳤다. 그러자 지독하게도 진한 불꽃이 튀어나오며 마비되어 있는 돌고를 덮쳤다.
불의 술을 계속 사용하는 드란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왜 비명을 지르지 않는 거지?’
아무리 영웅 몬스터라고 해도 불을 온몸에 뒤집어쓰면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은 돌고가 비명을 지르지 않자 드란은 계속해서 불의 술을 펼침과 함께 바람의 술을 연달아 펼쳤다.
푸화아아악―!
사용되던 불의 술에 바람의 술이 겹쳐지자 불의 폭풍이 일며 돌고를 또 다시 덮쳤다. 하지만 여전히 비명은 없었다.
이윽고 불의 폭풍이 사라진 곳에는 돌고가 교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크크크큭! 요수!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다. 기념으로 너에게 이 기술을 선보여 주지. 보아라!”
돌고는 말과 함께 드란과 마찬가지로 손을 모아서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여 댔다.
“토룬지말콰르치…… 안데르 사이안!”
외침과 함께 돌고의 작은 몸이 울룩불룩해지더니, 이내 드란의 키를 훨씬 뛰어넘어서는 거대해졌다.
보통 고블린들의 키는 5살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원래 고블린 킹인 돌고는 거의 10살에 가까운 어린아이의 키였었다.
지금 스킬을 사용한 후, 돌고의 키는 무려 3미터에 이르렀다.
“크크큭! 죽어라! 데몬 컷!”
돌고가 뛰어나가서는 그대로 드란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드란은 어쩔 도리도 없이 재빨리 리자드 언월도로 반사적으로 막아 냈지만 그 힘이 엄청나며 그대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위험해요!”
레야가 비명을 터트렸다. 고블린들의 마비가 풀릴 때마다 흑안을 사용해서 마비를 시키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드란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젠장.”
돌고의 공격에 날아간 드란은 고개를 흔들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돌고를 째릿하게 쳐다보았다.
“거대해질 수 있는 게 너 하나일 줄 알아? 보여 주지, 나의 진정한 모습을.”
드란이 지독하게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진정한 삼미호의 모습이다. 현신!”
화아아아아아―
드란의 외침과 함께 온통 붉은 빛이 드란의 몸을 감싸들기 시작했다.
*
―현신을 사용하셨습니다. 1분마다 10의 영력이 소모됩니다.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드란의 몸이 붉은빛 요기를 흩날리는 꼬리 3개 달린 요수, 삼미호로 현신했다.
“크와아앙―!”
드란이 포효와 함께 돌고에게 돌진했다.
“끼에엑! 역시 인간이 아니었군! 죽어라!”
돌고가 소리치며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슈웅―슈웅―
손을 휘두르자 돌고의 갑옷 부분이 조금씩 떼어지더니 칼날을 내뿜으며 드란을 향했다.
“이따위 조잡한 것!”
드란은 요술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듯 거대한 손톱을 빼 들어서 갑옷 철 조각들을 쳐 낸 다음, 돌진에 가속도를 붙였다.
“끼에엑! 아직 끝이 아니다!”
스릉―
“죽어라!”
돌고는 뒤에 매달고 있는 거대한 창을 꺼내서는 마치 무협의 고수가 창술을 다루듯 이리저리 휘두르며 드란의 접근을 저지했다.
하지만 드란이 누구인가? 민첩 하나는 끝내줄 뿐더러, 현신의 영향으로 민첩이 2배가 되었다.
그럼으로 현재 드란의 민첩 수치는 무려 300에 이른다.
푸푸푸푹!
“끼에에에엑―!”
드란의 손톱에 무자비로 구멍이 뚫린 돌고가 비명인지 괴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이놈! 죽어라!”
투투투투투투투투투―!
돌고가 갑옷을 두드리자 그곳에서 바람총 2대가 나오며 미친 듯한 속사포로 발사되었다.
“바람의 술!”
푸화아아악―!
하지만 독침이라면 바람의 술을 가지고 있는 드란에게 무의미하다. 하지만 돌고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타타탁!
“잡았다! 이놈!”
“……!”
돌고가 드란의 양손을 묶은 채 교묘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크! 받아라!”
돌고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독침들이 드란을 향해 쏟아졌다.
투투퉁―!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돌고의 눈에서 의아함이 깃들어졌다.
자신의 입에서 나가는 독침 공격은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기술이다. 리자드맨 히어로인 하륵조차도 이것에는 당했으니 말이다.
“미안하지만 난 이미 그걸 알고 있거든.”
돌고의 공격 패턴을 전부 아는 드란은, 말과 함께 돌고를 밀쳤다.
“이제 나의 승리다. 어스 퀘이크!”
쿠쿠쿠궁―!
드란이 말과 함께 땅을 손으로 후려치자 끼고 있던 대지의 목걸이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쩍쩍 갈려지는 땅.
“끼에에엑! 이럴 수가!”
어스 퀘이크로 인해 땅이 갈라졌고, 돌고는 그 구멍들 중 하나로 빠질 위험에 쳐했었지만, 운 좋게도 손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것을 본 드란은 현신을 해제한 다음 고개를 저었다.
“참 너도 징하다.”
드란의 말에 돌고가 위를 쳐다보았다.
“끼에에엑! 사, 살려 달라!”
“내가 왜?”
애초에 고블린들은 자신의 친구인 하륵이 있는 리자드맨 마을을 공격해서 많은 리자드맨을 희생시킨 녀석들이다. 그것을 주도한 자가 돌고이니 드란이 봐줄 리가 없다.
드란이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왜 너를 살려 줘야 하지? 너는 나를 공격했고, 나의 동료인 레야를 공격했어. 또 그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인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을 공격했다. 너에게 용서란 없어.”
“끼에에엑!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 네놈이 그자를 어떻게 아는 거지?”
“넌 알 필요 없어.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까.”
드란은 말과 함께 돌고의 손을 발로 짓밟으려고 했지만, 돌고의 말에 잠시 멈추었다.
“끼에에엑! 나를 살려 주면 우리 마을의 보물을 주겠다!”
“보물?”
“그, 그렇다. 우리 부족 마을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이자 나 돌고도 가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어떤가?”
돌고의 말에 드란은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영웅 몬스터인 돌고조차도 가질 수 없는 아이템이라니.
어차피 돌고는 자신의 공격에 모든 생명력이 깎여 나갔으니, 딱히 위험도 없다.
위험하지도 않은 상황, 드란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그 말에 한 치의 거짓은 없겠지?”
“끼에엑! 나 고블린 킹 돌고. 영웅 몬스터의 이름을 걸고 거짓은 없다고 맹세한다.”
“좋아. 내 손을 잡으라고.”
“끼에에엑! 고맙다.”
돌고를 끌어올린 드란은 고개를 돌려 레야를 일으켜 세웠다.
“감사드려요.”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좀 쉬니까 어느 정도는 회복되었어요.”
드란에게 일으켜진 레야는 빙긋 웃음으로 화답하며 말했다. 지금 그녀의 속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이 바로 구미호의 일족이나 드래곤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현신인 건가.’
레야의 눈에는 아직도 현신된 삼미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끼에엑! 이봐, 어서 와라.”
“응? 알았어. 저…… 레야 님, 죄송하지만 여기서 녀석들의 마비가 풀릴 때마다 흑안으로 마비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저한테 맡기시고 다녀오세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드란은 말과 함께 레야를 그곳에 두고 돌고를 뒤따라갔다.
“크크큭!”
드란이 뒤따라오는 것을 느낀 돌고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나인테일 2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