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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제10장 묘족 레야(3)


푸차앙―!
도깨비불이 고블린에게 가까워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드란이 예상한 것은 도깨비불이 고블린의 배를 꿰뚫는 것이었지만, 도깨비불들은 고블린들이 마치 처음부터 자기의 몸이었다는 듯 그대로 스며들어 갔다.
“끼어억―!”
도깨비불이 몸에 들어간 3마리 고블린들은 각자 몸을 뒤틀며 눈을 까뒤집더니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원래의 고블린 상태로 돌아왔다.
도깨비불이 각각 한 개씩 들어간 고블린 3마리는 드란에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부복했다.
자세히 보니 고블린들의 눈은 하나같이 전부 돌아가 있었다.
[종속이 끝났다. 이제 이 녀석들은 우리의 통제를 받는다.]
“그럼 이 녀석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소리야?”
[당연하다.]
“세상에나!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게 되다니!”
“응? 그게 무슨 소리예요. 드란 님?”
드란의 외침에 레야가 궁금한 듯, 다가와 드란에게 물었다.
드란은 레야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끝냈고, 설명을 들은 레야도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유식한 말로 말하면 빙의인 거잖아요? 우와, 정말 신기하네요?”
“그렇죠? 아, 맞다!”
도깨비불에 빙의된 고블린 3마리를 지켜보던 드란은 무엇인가가 생각난 듯 일어서더니 죽어 있는 고블린 7마리에게서 생간을 뽑아냈다.
“혼약 제조!”
생간을 들고 혼약 제조를 외치자 생간이 꿈틀거리더니 환단으로 변화되었다.
총 7개의 고블린 생간을 전부 혼약으로 바꿔 낸 드란은, 이내 완성된 혼약들을 레야에게 건네었다.
“이건 대체 뭐예요?”
“한 번 보시면 알 거예요.”
“와아! 이거 대단한데요?”
“한 알 드셔 보세요.”
드란의 말에 레야가 환단 하나를 집어서 그대로 입에 넣고는 씹어 먹었다.
“으음…… 맛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만복도와 생명력이 크게 올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30%의 확률이라지만 운 좋게 발동된 건지. 민첩이 20이나 증가했어요. 힘에 5라는 패널티가 생긴 게 마음에 걸리지만, 민첩의 20 증가는 정말 엄청난데요?”
혼약의 효과에 놀란 레야는 입에 침이 튀기도록 말하며 신기해했다.
그런 그녀에게 드란은 절대로 방금 죽인 고블린들의 생간으로 제조했다고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드란 님은 혼약 안 드세요?”
“하하, 전 이거면 돼요.”
드란은 말과 함께 생간을 하나 꺼냈다. 죽어도 먹기 싫고, 차라리 혼약을 먹고 싶다 하지만, 구미호인 자신으로서는 정제된 혼약보다는 생간 그대로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일 뿐더러, 영력도 증가된다.
‘계속 미루어 봤자야. 어차피 먹게 될일.’
드란은 눈물을 흘리며 생간을 삼켰다.
으적으적.
씹을 때마다 피가 한 뭉큼씩 짜 나왔지만, 이미 익숙한 일이기에 드란은 능숙하게 생간 3개를 연달아 해치웠다.
“어떤 면으로 집념이 대단하시네요.”
드란의 모습에 레야가 신기한 듯 말했지만, 드란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비록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생간을 먹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하하. 뭐, 그렇죠.”
[주인, 앞에서 고블린 10여 마리가 달려오고 있다.]
“레야 님. 전투 준비하세요. 앞에 고블린이 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알겠어요. 간파! 캣 블레이드!”
레야가 동공이 수축된 상태로 달려 나가서는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고블린들을 베어 나갔다.
그 모습에 드란이 피식 미소 지었다.
“나도 질 수는 없겠지?”
스릉―
진심으로 생겨난 몬스터 동료에 드란도 웃으며 쌍검을 들고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후로는 고블린들이 고통에 겨운 비명이 뒤따랐다.

*

“끼에에엑(인간 놈들이 쳐들어왔다! 죽이자!)”
“끼에에에엑―!(인간 죽인다!)”
고블린들이 50여 마리나 모여서는 고래고래 끼엑거려 댔다. 청각이 유난히 발달된 자가 들으면 고막이 터질 정도로 말이다.
이윽고 고블린 50마리가 자신들의 마을을 공격해 온 인간들을 공격하려 가려던 중, 3마리의 고블린이 길을 막았다.
[잠깐!]
“끼에엑?(왜 그러냐? 2소 부대?)”
[인간들은 저쪽이다.]
“끼에에엑(그런가? 고맙다!)”
[크큭.]
고블린들을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 3마리의 고블린들이 웃음 지었다.

*

“후후, 녀석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어요.”
“정말 대단한데요? 도깨비불로 종속한 몬스터들을 이렇게 활용할 줄이야!”
레야는 진심으로 드란의 잔머리에 감탄했다.
“뭐, 보통이죠. 그럼, 이제 가 볼까요?”
“네.”
도깨비불에게 종속된 고블린들을 이용해서 50마리나 되는 고블린들을 따돌린 드란과 레야는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 있는 보스존에 아주 가볍게 도착할 수가 있었다.
“끼에엑. 인간이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거지?”
“끼에에엑. 인간, 고블린 헌터의 명예를 걸고 네놈을 죽인다!”
“끼에에에에엑! 진정한 고블린 킹이신 돌고 님을 위해!”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 말과 함께 드란과 레야를 향해 달려들었다.
“레야 님! 조심하세요!”
“드란 님도 조심하세요! 간파!”
“끼에에엑! 하찮은 인간! 죽어라!”
홉 고블린이 몸을 이리저리 빠르게 놀리더니 레야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려 했다.
“캣 블레이드!”
“끼에에에엑―!”
홉 고블린의 몽둥이와 레야의 캣 블레이드가 맞부딪쳤다.
“끼에엑, 제법이군!”
“어디 이것도 버텨 보시지. 흑안!”
“끼……에에엑.”
정면으로 레야와 맞부딪치고 있던 홉 고블린은 레야의 알 수 없는 스킬에 적중당하자 눈 색이 까맣게 변하더니 온몸에 힘이 풀린 듯 쓰러졌다.
“끼에엑. 받아라! 인간!”
투투투투투―
지난번 전투 때와 마찬가지로 고블린 헌터들은 입에 문 기다란 대롱 바람총으로 독침을 무자비한 속도로 쏴 댔다. 하지만 드란에게는 수십 발의 독침이나 화살이 날아와도 끄떡없다.
피식 미소 지은 드란이 앞발을 모아 들었다.
“바람의 술!”
푸화아아악―!
바람의 술로 인해 날아오던 독침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독침들을 날려 보낸 드란은 다시 한 번 앞발을 모았다.
“고블린 놈들!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지! 불의 술!”
화르르륵―!
“끼에에에엑―!”
드란의 불의 술로 인해 피하지 못한 2마리의 고블린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재로 화했다.
옆을 보니 레야 역시 홉 고블린을 2마리 해치운 모습이 보였다.
“후우, 역시 이곳이 인기 없는 던전이라는 이유를 알겠네요.”
홉 고블린의 빠른 속도와 공격에 레야는 짜증을 부렸다. 차라리 고블린 50마리랑 한 번에 싸우는 게 나을 듯하다.
“끼에엑! 동지들의 복수! 받아라, 인간!”
투투투투투―
고블린 헌터들은 드란이 바람을 불어 독침을 날려 버리자 표적을 바꿔 레야에게 독침을 발사했다. 드란이 그 모습에 막 앞발을 모아 바람의 술을 시전하려던 중 레야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쯤이야!”
수십, 수백 발에 이르는 독침을 레야는 몸을 적게 움직여서 모두 피해 냈다. 참으로 대단한 유연성이 아닐 수 없다.
“끼에엑! 괴물이다!”
아무리 강한 몬스터, 설사 고블린 킹인 돌고라고 해도 8마리의 고블린 헌터들이 발사하는 독침을 모두 피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저 앞의 여자는 그 공격을 모두 피해 냈다.
고블린 헌터들은 자신들의 독침을 가볍게 피해 내는 여성의 모습에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야! 너희 어디가!”
“끼에엑! 오지 마라! 괴물!”
드란이 달려들자 홉 고블린 역시 달아나기 바빴다. 2:16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끼에에엑― 저것들은 인간이 아니야!”
맞다. 구미호의 일족인 삼미호랑 묘족인 흑묘다.

*

“끼에에엑―! 뭐냐! 너희들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거냐?!”
“끼에에엑! 그, 그게 제2소 부대인 고블린 3마리가 이곳을 지칭을 하여서…….”
“에잉! 멍청한 것들! 너희가 빠지면 그 뒤에 있는 홉 고블린 부대와 고블린 헌터 부대들은 어쩌란 말이냐?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내 직접 나서겠느니라!”
“끼에에엑―! 고블린 킹 돌고 님이 나가신다!”
“홉 고블린들과 고블린 헌터들아. 내가 갈 때까지 꼭 살아 있어라!”

*

“헉! 헉! 거참 녀석들 징하게 빠르네요.”
“그러게요. 흑안을 쓰고 싶어도 뒤를 돌아봐야 쓸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 흑안 정말 대단하네요. 소형 몬스터들을 그대로 30초간 마비시키는 효과라니.”
드란은 레야가 쓴 흑안이라는 스킬에 정말 놀랐었다.
흑안. 묘족의 전용 스킬로써, 진화가 될 때마다 이름이 달라진다고 알려졌다.
그 예로 묘족은 처음 시작 때는 황묘, 그리고 한 번 진화를 하면 금묘가 되고, 또 진화를 했을 경우에는 흑묘가 된다. 이후로도 청묘와 녹묘, 그리고 적묘를 거쳐서 마지막에는 묘족 최고의 상위권에 이르는 백묘가 될 수 있다.
지금 레야가 흑묘이니 스킬 이름도 흑안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황묘일 때는 황안이고 금묘일 때는 금안이라는 소리이다.
물론 그 위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이다.
바로 이 묘족의 전용 스킬은 대형이나 중형 몬스터에게는 그리 큰 효과가 없지만 소형 몬스터의 경우에는 다르다.
소형 몬스터가 눈을 마주칠 시 사용할 수 있는데, 효과는 바로 30초간 마비이다. 물론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위력은 줄어들지만,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어떨 경우에는 두려움으로 심장을 터트려 즉사시킬 수도 있는 스킬이다.
“녀석들! 이제 도망치는 것도 끝이다! 번개의 술!”
콰쾅―!
“끼에에엑―! 살려 달라!”
홉 고블린에게 번개의 술을 날린 드란. 홉 고블린은 자신이 표적이 되었음을 인지라도 했는지 미친 소마냥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빛보다는 빠를 수 없는 법.
이윽고 번개의 술이 홉 고블린의 뒤통수를 갈구려던 때에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두쾅―!
철 조각과 번개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번개의 술은 자기 일을 다했다는 듯 사라졌다.
그리고 번개의 술을 맞춘 철 조각은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가더니 이내 한 마리의 고블린이 입은 갑옷의 견갑 부분에 장착되었다.
“끼에에에엑―!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여! 이제 나를 따르라! 이 고블린 킹 돌고가 납셨느니라!”
영웅 몬스터의 특징인 듯,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은 사기를 얻은 듯, 같이 끼에에엑거려 대며 사기를 돋우었다.
“어, 어떻게. 고블린 킹 돌고는 웬만해서는 잘 안 나오는 몬스터라는데.”
레야는 등장한 영웅 몬스터 고블린 킹인 돌고의 모습에 말도 안 나온다는 듯 고양이 눈을 댕그랗게 치떴다.
사실 고블린 킹인 돌고가 등장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 이유는 바로 도깨비불에 종속된 고블린들 때문이다. 그들이 고블린들을 따돌린 곳이 바로 고블린 킹 돌고가 있는 막사였던 것이었다.
동족들, 그것도 일반 고블린들이 아닌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돌고는 이렇게 몸소 나서게 된 것이다.
더구나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끼에에엑! 돌고 님을 따르자!”
그것은 바로 따돌렸던 고블린 50마리까지 함께 왔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인 말이 저절로 나올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란과 레야는 두 손에 잡은 언월도와 단검을 굳게 잡았다.
“끼에에엑? 그러고 보니 네놈들은 인간이 아니었구나? 정체를 밝히거라! 라이징 컷!”
돌고는 드란과 레야를 보며 정체를 알기라도 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단검을 들고는 재빠르게 달려 나가서는 위로 치켜올려 공격하려 했다.
챙챙―!
그나마 민첩 말고도 힘 쪽으로도 발달된 드란이 돌고를 막아 냈다.
“레야 님! 님은 일반 고블린 녀석들 좀 맡아 주세요!”
“아, 네!”
돌고와 참 잘도 싸우는 드란의 모습에 레야는 괜찮다고 생각하고는 고블린들에게로 뛰어나가려 했다.
“끼에에엑! 절대 안 되지! 여자 괴물! 죽어라!”
“끼에에엑! 아까 받은 모욕감! 네년을 죽여 풀겠다!”
투투투투투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