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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 서문
프롤로그
1장 한밤의 교통사고
2장 안마사 진씨
3장 졸업식 날의 정기전
4장 운명의 교통사고
5장 그리운 가족
6장 믿어지지 않는 현실
7장 집으로 돌아오다
8장 Again 1983
9장 오롯이 기운을 느끼다
/(1)/
작가 서문
언젠가 드래곤 볼을 미치도록 좋아한 적이 있었습니다.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까지 밤을 새워서 봤었죠. 천하제일 무도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죠.
다 큰 사람이 그런 걸 왜 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아주 깊이 빠졌었습니다.
그렇게 드래곤 볼을 인상 깊게 본 후로 시간이 한참이 지난 후 글을 쓰게 되면서 비슷한 테마로 한번 써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시도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자료만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스펜타스 2040’을 마무리해 가면서 문득 현대 무협을 통해 한 번 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귀물에 현대 무협을 접목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 제목을 ‘현무대(現武臺)’로 하려고 했습니다. 현 시대에서 무를 겨루기 위해 마련한 누대라는 뜻이었죠.
그렇게 제목을 잡고 줄거리를 잡아 나가다가 제목을 ‘21세기 마샬아츠’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냥은 조금 식상할 것 같아서 주인공 캐릭터를 조금 손보고 에피소드를 몇 가지 추가하면서 제목이 너무 무협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부제는 귀사현무(鬼師玄武)입니다.
사실 뜻은 별거 없습니다. 고대 지나족들이 치우천황의 군대를 가리켜 귀신의 군대라며 벌벌 떨었던 것과 오랜 세월 동안 음지에서 나라를 지켜온 이들이 사용하던 어둠의 무예[玄武]가 현대에 재현이 됐다는 것이니까요.
귀군(鬼軍)의 스승[師]들이 사용하는 어둠의 무예[玄武]인 귀사현무를 익힌 주인공이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사현무가 조금 다른 뜻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책을 읽어 가면서 살펴보시고요.
임진년 흑룡의 해에 즐거움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빌면서 지금부터 21세기 마샬아츠를 시작하겠습니다.
프롤로그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낮부터 내린 국지성 폭우로 인해 범람했던 탓에 운동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둔치는 조용하기만 하다.
파드득!
파다다다닥!
심상치 않은 소리는 오랜만에 찾아온 하천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소음의 근원지는 하천을 따라 커다랗게 호를 그리는 곳에서 나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하천이 범람해 둔치로 밀려난 물고기들이 물이 빠지고 있는데도 미처 하천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다.
파다닥!
작은 피라미는 물론이고, 어른 팔뚝만 한 잉어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이 둔치 위에서 힘겨운 몸짓을 보이며 퍼덕이고 있다.
생명이 끊어져 가는 작은 물고기들의 마지막 변주는 무척이나 애처로웠다.
파드득!
둔치까지 범람했던 물이 어느새 거의 빠져나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물고기들은 물줄기가 엷게 흐르는 곳을 따라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느다랗게 흘러가는 물줄기는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물이 빠지고 거의 바닥이 드러나 꼬리지느러미가 물을 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힘겨운 몸짓으로 물줄기를 탔다. 물고기들은 물줄기 끝에 자신들이 삶을 영위하던 하천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파득!
파드득!!
그렇게 마지막 삶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몸짓이 무척이나 힘에 겨워 보였다.
살려는 본능에 충실히 따르는 물고기들이었지만 자신들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랐다.
물줄기 끝에는 물고기들이 바라는 삶이 아니라 절망이라는 커다란 그물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물고기들이 희망이라고 보았던 물줄기는 빗물이나 범람한 하천수가 빠지도록 만든 관로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이었기 때문이다.
쏴아아아!
흘러가는 물줄기들은 속절없이 관로로 떨어졌다.
파드드드득!
주물로 만들어진 격자에 걸린 물고기들은 더 이상 헤엄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퍼덕였다.
파드득!
빗물받이 위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한군데 엉켜 퍼덕이고 있었다. 흐르던 물이 속절없이 빠지자 호흡이 막히는지 헐떡거리며 퍼덕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처절했다.
빗물받이뿐만이 아니었다. 인근 둔치에도 미처 하천으로 빠지는 물줄기를 타지 못한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생을 향해 몸부림을 치는 생명들을 한 등씩 걸러 켜진 수은등의 노란 불빛들만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쉬이잉!
빗물받이 근처에서 바람이 휘감아 돌더니 둔치 위로 흘러나갔다.
비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말복이 머지않은 시기라 더운 계절이다.
비로 인해 대기에 가득 찬 습한 기운이 짜증나게 하는 눅눅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바람이 지나는 근처에는 알 수 없는 한기가 맴돌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임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바람을 타고 둔치 위를 맴돌았다.
쉬―이잉!
갑자기 찾아와 둔치 위를 휘도는 바람은 주변을 빠르게 냉각시켰다.
기온이 차갑게 떨어지자 때아닌 이상 현상 때문인지 둔치 위에서 퍼덕이던 작은 생명들의 움직임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둔치 위를 소용돌이처럼 휘돌던 바람이 방향을 틀었다.
바람은 뭔가를 찾는 것처럼 빠르게 둔치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둔치에서 일어나는 소음들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잦아들었다.
뼛골이 시리고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차가운 한기가 둔치 전역에 퍼지며 모든 것을 잠재웠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을 급속 냉동한 것처럼 갑자기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을 멈췄다.
쉬―이잉!!
들리는 것이라고는 오직 바람 소리뿐이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물고기들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들의 움직임을 일제히 멈추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소름이 돋을 것 같은 스산한 바람과 함께 뒤를 이어 아지랑이 같은 아련한 형상이 나타났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둔치 위의 적막을 조장한 것은 바로 바람 뒤를 따르는 안개였다. 바람을 따라 흐르고 있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안개가 생명력을 일순간에 앗아 간 것이다.
이렇게 조용하기만 한 둔치 위의 적막이 깨진 것은 안개가 뭔가를 찾았을 때였다.
“서랏!”
빳빳하게 굳은 물고기들 위로 노여운 기운이 서린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주변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는 가운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노한 기운이 한가득이다.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다.
평상시라면 사람이 많아야 할 시간이다.
하다못해 새벽까지 이어지는 운동 마니아들이 있을 법도 하건만 지금 둔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초저녁부터 조금 전까지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왔다. 비가 개기는 했지만 둔치에는 아직도 빗물이 가득했고, 시간도 새벽 시간이니 사람이 지나다닐 리 없다.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인적이 하나도 없는 빈 하공에서 연신 고함 소리가 들리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쏠 것이다. 더 이상 생명을 해친다면 너 또한 소멸을 각오해야 할 거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노가 가득한 경고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다시 터진 경고음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스스스스!
분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희미한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모습을 보인 반투명한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영화에서 나오는 유령이나 다름없다.
“그만!!”
굳어 버린 물고기들 위에 둥실 떠 있는 그림자에서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고함이 흘러나왔다.
그림자는 지금 안개를 쫓고 있었다.
뿌연 안개가 둔치 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들어갈 적당한 개체를 찾았고, 이제 막 커다란 잉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소리를 지른 것이다.
움찔하며 도망을 가려던 안개는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바람이 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뭔가에 묶여 버린 것인지 허공에서 그대로 정지했다.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안개는 물고기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동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적당한 개체를 찾았지만 고함 소리와 함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미지의 힘으로 인해 붙잡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꿈틀!
움직임이 멈춘 것도 잠시!
저항을 하는지 뿌연 안개에서 격한 일렁임이 보였다.
“휴우~! 할 수 없군.”
찰칵!
유령처럼 허공에 떠 있는 그림자에서 한숨과 함께 미약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파드득!
위험을 감지한 듯 요란하게 움직이는 안개를 따라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던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튀어 오르며 격렬하게 요동을 쳤다.
어른 팔뚝보다 더 큰 잉어의 움직임은 꽤나 거칠었다.
동조를 하기 시작했기에 기계음 이후에 발생할 현상에 대한 안개의 두려움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도망을 칠 수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린 안개는 잉어의 몸속으로 들어가려는 듯 애를 썼다.
내부로 들어가 잉어와 동조를 마치는 순간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힘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으음, 경고를 무시하다니…….”
잉어의 몸짓을 바라보는 그림자에서 안타까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쫓고 있는 차원이동체가 이미 생명체와 접촉을 한 상태라 이제는 소멸시키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살리고 싶었거늘. 이제는 날 원망하지 마라. 모든 것은 네가 자초한 일이니 말이다.”
안타까움도 잠시.
그림자의 음성에는 더 이상의 경고는 없다는 듯 단호함이 서렸고, 미지의 존재를 향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슈웅!
그림자의 말이 끝나고 난 뒤 대기를 뒤흔드는 파공음이 들렸다.
푸른빛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옅은 푸른빛은 잉어의 몸체로 파고들려는 안개를 향해 빠르게 쏘아지고 있었다.
끼이익!
퍼―억!
유령 같은 그림자가 정체 모를 광선을 발사하는 순간, 하천 위의 도로에서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강하게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지?’
휘익!
그림자의 시선이 도로 쪽을 향했다.
뭔가가 빠르게 둔치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건!’
그의 시야에 잡힌 것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노인이었다.
하필이면 사고를 당해 떨어져 내리는 노인이 자신이 소멸시키려고 하는 차원이동체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헛!”
떨어져 내리는 이의 궤적을 추적하던 그림자가 헛바람을 삼켰다.
이대로 떨어져 내린다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기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제기랄!!”
휘이익!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림자는 잉어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이미 발사된 에테르 스피어를 멈추게 할 수 없는 이상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그림자가 발사한 에테르 스피어는 상대를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부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차원이동체를 소멸시키는 데 탁월함을 발휘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에테르 스피어는 확실한 처리 결과를 내는 것과 달리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차원이동체 대신 떨어져 내리는 사람이 맞게 되는 상황이다.
차원이동체나 혼돈의 시간에 오염된 물고기가 소멸되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떨어져 내리는 사람이 맞게 되면 문제가 컸다.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간대를 살아가는 생명체들 중에 혼돈의 시간에 오염되지 않은 존재가 소멸된다면 올바르게 흘러가야 하는 시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시간 축이 비틀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 한 명으로 인해 나비효과와 같이 인과관계가 연속적으로 뒤틀려 잘못하면 앞으로 진행될 역사를 완전히 뒤바뀌게 만들 우려가 있는 것이다.
소멸이 머지않은 찰나에 뜻밖의 방해물이 등장하자 그림자는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떨어져 내리는 사람이 에테르 스피어에 맞기 전에 타격점 내에서 빼내야만 했기에 정신이 없었다.
파파팟!
생각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그림자는 빠르게 이동해 떨어져 내리고 있는 노인을 잡아채려고 했다.
‘제길! 이대로는 안 된다.’
급하게 에테르 스피어를 향해 떨어지는 사람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결과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염동력을 일으켜 노인의 몸을 움직이려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염동력이 노인에게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차앗!”
기합과 함께 강한 의지력으로 다시 염동력을 구사했다.
그렇게 떨어져 내리는 노인이 잡히려는 순간, 자신이 쏜 에테르 스피어는 가슴과 접촉을 하고 있었다.
“이런! 안 돼!!”
번쩍!
그림자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렬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눈으로 직접 쏟아져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찰나적으로 시야를 상실한 그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사라졌구나.”
잠시 후, 섬광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림자가 쫓던 뿌연 안개도, 도로 위에서 떨어져 내린 사람도, 그리고 요동치던 커다란 잉어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빛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노인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탓에 추적을 하지도 못하고 그림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넋을 놓고 있던 것도 잠시.
그림자는 정신을 차리고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생각했다.
“같이 소멸한 것이라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시간이 없어도 그것만큼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림자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차원 질서를 흔들어 놓은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떨어져 내린 노인이 차원이동체와 같이 소멸했는지, 아니면 다른 차원으로 튕겨져 나간 것인지 어떻게 해서든 확인을 해야 했다.
“만일 다른 차원으로 튕겨 나갔다면 또다시 긴 세월을 쫓아야 할지도 모른다.”
차원을 모두 확인하려면 지금까지 자신이 차원이동체를 쫓았던 것만큼이나 시간과 정열을 바쳐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그림자의 목소리에는 암울함이 깃들어 있었다.
쉬―이익!
그림자의 몸짓으로 푸른색의 광원이 둔치 위에 생겨났다. 허공에 나타난 직선의 광원이 곧바로 변이를 일으켰다.
놀랍게도 빛이 옆으로 퍼지며 원을 형성했다. 정확하게 링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제발!!”
그림자가 간절한 염원과 함께 안쪽에 형성된 암흑의 공간 안으로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