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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샬아츠 1권
/(2)/
1장 한밤의 교통사고
쏴아아아!
탁!
쏟아지는 비를 뚫고 다가온 사나이가 검은색 차에 빠르게 올라탔다.
다급하게 차 문을 열고 들어온 비에 젖은 사나이의 모습은 꼭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박 연구원, 물건은 어떻게 됐나?”
주변을 살핀 뒤, 조수석에 앉는 박창기를 바라보며 남기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물건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침이 바짝 마르도록 긴장을 유지했던 터라 그의 눈빛에는 조급함이 어려 있었다.
“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이들이 알아차리지는 못했겠지?”
“물론입니다. 가지고 나올 때까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박창기는 웃옷을 젖혀 보이며 복대처럼 배에 둘러찬 작은 소형 백을 두드렸다.
박창기는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최신형 생체활성물질을 무사히 빼내 왔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박창기와 백을 바라보는 남기원의 눈이 빛났다.
‘으음, 감시가 심해서 빼내 오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용케 가지고 왔군.’
모범생이란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며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이가 박창기였다.
샌님처럼 세상 물정 모르던 그가 이렇게 임무를 완수할 줄은 남기원도 미처 몰랐다.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었던 남기원으로서는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역시, 돈이 무섭기는 무섭군.’
돈이 주는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저 종이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 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요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의 욕심이 뭔가를 이루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때는 일말의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제안을 했을 때는 박창기도 상당히 꺼려했다.
덕분에 몇 가지 공작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도박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여자를 붙였다.
남기원의 공작으로 인해 박창기는 돈이 급히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기회를 기다리던 남기원은 어느 정도 상황이 무르익자 제안을 했고, 이번 일이 아주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알면서도 박창기는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 버렸다.
아무리 자신이 이렇게 하도록 유도를 했다고는 하나 역시 사람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네가 그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것을 연구소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다행이로군.”
“그래도 언제 알아차릴지 모릅니다. 정기적으로 샘플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니 말입니다. 눈치채기 전에 어서 한국을 뜨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래, 떠나야겠지.”
맞는 말이었다.
박창기의 재촉 어린 말을 남기원은 얼마 전에 새로 장만한 에쿠우쓰리의 시동 버튼을 눌렀다.
어쩌면 이미 추적이 시작됐을 수도 있었다.
위이이―잉!
지문인식과 유전자 감지장치가 곧바로 가동을 했고, 차에 시동이 걸렸다.
스으윽!
지자기를 이용한 자기 부상 방식을 채택한 에쿠우쓰리다.
최신형답게 부드럽게 돌기 시작한 엔진 소리와 함께 에쿠우쓰리가 호버링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슈우우우―우!
에쿠우쓰리가 대기를 가르며 빠르게 출발을 했다.
차가 출발하자 이제야 흥분이 가시고 두려움이 찾아온 듯 박창기는 창밖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흥분이 가시니 이제야 겁이 좀 나는 모양이군.’
남기원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코너까지 몰아넣은 후에 한 가지 안배를 더 했었다.
돈을 조건으로 걸기도 했지만 이번 일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암시를 중첩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금지된 약물까지 사용했다.
박창기를 이용하는 데 남기원으로서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암시를 건 조건이 모두 풀리고 약효마저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스스로 저지른 범죄를 자각하기 시작하자 두려움이 이는 모양이었다.
‘후후후, 머리가 좋기는 하지만 저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니 이용해 먹기 좋은 놈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박창기는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남기원으로서는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겁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나에게 매달리겠군. 하긴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겠지. 잡히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될 테니까.’
지금 박창기는 자신을 쫓고 있을지도 모르는 정부요원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산업기밀을 빼내 팔아먹는 행위는 반국가 행위로 간주되어 최저 무기징역에서 최고 사형에 이르는 형을 받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한 이상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터였다.
“박 연구원, 이제는 안심하게.”
남기원의 말에 박창기는 얼굴을 돌렸다.
어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것이 두려움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이다.
“소장님, 연구비를 대 주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샘플이라 정부에서도 손을 쓰지 않겠습니까?”
“안심하게. 이미 손을 써 놨네. 자네가 그것을 가져온 것을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8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한 결과였다.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 중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케이스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물건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생체활성물질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진다면 제일 먼저 자신부터 조사를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분명 머지않아 추적이 붙을 것이기에 안심하라는 말에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그동안 틈틈이 손을 써 온 덕분에 정부에서도 그것이 완성이 됐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구 결과를 조금씩 조작해 보고를 해 왔으니 소장의 말대로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국가정보원의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요원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특급 에이전트들이다. 그들이 내가 조작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은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아낼 것이라는 것이 창기의 생각이었다.
정부도 바보는 아니다.
자신이 사라진다면 조사도 하기 전에 금방 눈치를 채고 뒤를 쫓을 것이 분명했다.
“소, 소장님.”
아직은 위험 상황을 벗어난 것이 아닌지라 박창기는 몸을 떨며 그에게 이번 일을 시킨 남기원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소심하긴. 자네에게 돌아올 보상을 생각하게. 조금 있으면 무려 1,000만 달러가 자네 수중에 들어올 텐데 뭘 걱정하나? 사표는 내가 잘 처리해 놓을 테니 신분을 바꾸고 어디 좋은 휴양지에 가서 즐기면서 살면 되네.”
“저, 저는 그저 소장님만 믿겠습니다.”
“사람 참! 전에도 말했지 않나. 무사할 테니 날 믿게.”
“예, 소장님.”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 그렇다고 두려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소장님, 나를 속일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만만치 않은 놈이니 말입니다.’
박창기의 눈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남기원의 생각처럼 그는 단순한 자가 아니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남기원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생체활성물질을 빼낸 대가로 받아야 할 돈이 수중에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고는 하지만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의 미래가 남기원의 손에 달려 있었지만 전적으로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속내인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침착할 때다.’
박창기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후후후, 순진하기는…… 그래, 그렇게 날 믿게. 그래야 내 계획이 더 확실하게 완성이 될 테니까 말이야. 내 인심을 써서 자네가 갈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편하게 가도록 해 주겠네.’
마음을 감추기 위해 불안한 듯 다시 창밖을 두리번거리는 박창기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기원은 속으로 조소했다.
한국의 정보부가 가진 능력을 누구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남기원이었다.
박창기의 예상대로 이번 일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쩌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자신마저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박창기가 두려워한 대상은 한국의 정보부가 아니다.
그가 진정으로 조심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신이었다.
남기원은 물건을 얻고 난 후, 박창기를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듯 잘라 내 자신의 존재를 감출 생각이었다.
‘조금 찝찝하기는 하지만…….’
창밖을 둘러보다 고개를 돌려 갓 태어난 오리 새끼처럼 자신만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했다.
“걱정 말게.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한국을 떠날 준비는 이미 예전에 끝냈네. 미국 측에서도 자네를 실어 나를 준비를 끝내 놓았다고 하니까 이대로 평택에 도착하면 곧바로 미국으로 갈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소장님.”
어차피 제거할 사람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면 곤란했던 남기원은 박창기를 다독였다.
박창기는 그런 그의 속도 모른 채 연신 감사해했다.
“후후, 사람도. 시간에 맞추려면 최대한 빨리 가야겠군. 자네도 불안해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예, 소장님.”
/(2)/
1장 한밤의 교통사고
쏴아아아!
탁!
쏟아지는 비를 뚫고 다가온 사나이가 검은색 차에 빠르게 올라탔다.
다급하게 차 문을 열고 들어온 비에 젖은 사나이의 모습은 꼭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박 연구원, 물건은 어떻게 됐나?”
주변을 살핀 뒤, 조수석에 앉는 박창기를 바라보며 남기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물건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침이 바짝 마르도록 긴장을 유지했던 터라 그의 눈빛에는 조급함이 어려 있었다.
“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이들이 알아차리지는 못했겠지?”
“물론입니다. 가지고 나올 때까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박창기는 웃옷을 젖혀 보이며 복대처럼 배에 둘러찬 작은 소형 백을 두드렸다.
박창기는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최신형 생체활성물질을 무사히 빼내 왔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박창기와 백을 바라보는 남기원의 눈이 빛났다.
‘으음, 감시가 심해서 빼내 오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용케 가지고 왔군.’
모범생이란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니며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이가 박창기였다.
샌님처럼 세상 물정 모르던 그가 이렇게 임무를 완수할 줄은 남기원도 미처 몰랐다.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었던 남기원으로서는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역시, 돈이 무섭기는 무섭군.’
돈이 주는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저 종이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 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요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의 욕심이 뭔가를 이루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때는 일말의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 제안을 했을 때는 박창기도 상당히 꺼려했다.
덕분에 몇 가지 공작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도박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여자를 붙였다.
남기원의 공작으로 인해 박창기는 돈이 급히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기회를 기다리던 남기원은 어느 정도 상황이 무르익자 제안을 했고, 이번 일이 아주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알면서도 박창기는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 버렸다.
아무리 자신이 이렇게 하도록 유도를 했다고는 하나 역시 사람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네가 그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것을 연구소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다행이로군.”
“그래도 언제 알아차릴지 모릅니다. 정기적으로 샘플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니 말입니다. 눈치채기 전에 어서 한국을 뜨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래, 떠나야겠지.”
맞는 말이었다.
박창기의 재촉 어린 말을 남기원은 얼마 전에 새로 장만한 에쿠우쓰리의 시동 버튼을 눌렀다.
어쩌면 이미 추적이 시작됐을 수도 있었다.
위이이―잉!
지문인식과 유전자 감지장치가 곧바로 가동을 했고, 차에 시동이 걸렸다.
스으윽!
지자기를 이용한 자기 부상 방식을 채택한 에쿠우쓰리다.
최신형답게 부드럽게 돌기 시작한 엔진 소리와 함께 에쿠우쓰리가 호버링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슈우우우―우!
에쿠우쓰리가 대기를 가르며 빠르게 출발을 했다.
차가 출발하자 이제야 흥분이 가시고 두려움이 찾아온 듯 박창기는 창밖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흥분이 가시니 이제야 겁이 좀 나는 모양이군.’
남기원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코너까지 몰아넣은 후에 한 가지 안배를 더 했었다.
돈을 조건으로 걸기도 했지만 이번 일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암시를 중첩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금지된 약물까지 사용했다.
박창기를 이용하는 데 남기원으로서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암시를 건 조건이 모두 풀리고 약효마저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스스로 저지른 범죄를 자각하기 시작하자 두려움이 이는 모양이었다.
‘후후후, 머리가 좋기는 하지만 저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니 이용해 먹기 좋은 놈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박창기는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남기원으로서는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겁을 먹었으니 이제부터는 나에게 매달리겠군. 하긴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겠지. 잡히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될 테니까.’
지금 박창기는 자신을 쫓고 있을지도 모르는 정부요원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산업기밀을 빼내 팔아먹는 행위는 반국가 행위로 간주되어 최저 무기징역에서 최고 사형에 이르는 형을 받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한 이상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터였다.
“박 연구원, 이제는 안심하게.”
남기원의 말에 박창기는 얼굴을 돌렸다.
어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것이 두려움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이다.
“소장님, 연구비를 대 주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샘플이라 정부에서도 손을 쓰지 않겠습니까?”
“안심하게. 이미 손을 써 놨네. 자네가 그것을 가져온 것을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8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한 결과였다.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 중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케이스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물건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생체활성물질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진다면 제일 먼저 자신부터 조사를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분명 머지않아 추적이 붙을 것이기에 안심하라는 말에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그동안 틈틈이 손을 써 온 덕분에 정부에서도 그것이 완성이 됐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그동안 연구 결과를 조금씩 조작해 보고를 해 왔으니 소장의 말대로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국가정보원의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요원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특급 에이전트들이다. 그들이 내가 조작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은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아낼 것이라는 것이 창기의 생각이었다.
정부도 바보는 아니다.
자신이 사라진다면 조사도 하기 전에 금방 눈치를 채고 뒤를 쫓을 것이 분명했다.
“소, 소장님.”
아직은 위험 상황을 벗어난 것이 아닌지라 박창기는 몸을 떨며 그에게 이번 일을 시킨 남기원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소심하긴. 자네에게 돌아올 보상을 생각하게. 조금 있으면 무려 1,000만 달러가 자네 수중에 들어올 텐데 뭘 걱정하나? 사표는 내가 잘 처리해 놓을 테니 신분을 바꾸고 어디 좋은 휴양지에 가서 즐기면서 살면 되네.”
“저, 저는 그저 소장님만 믿겠습니다.”
“사람 참! 전에도 말했지 않나. 무사할 테니 날 믿게.”
“예, 소장님.”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목소리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 그렇다고 두려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소장님, 나를 속일 생각이라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만만치 않은 놈이니 말입니다.’
박창기의 눈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남기원의 생각처럼 그는 단순한 자가 아니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남기원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생체활성물질을 빼낸 대가로 받아야 할 돈이 수중에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고는 하지만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의 미래가 남기원의 손에 달려 있었지만 전적으로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속내인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침착할 때다.’
박창기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후후후, 순진하기는…… 그래, 그렇게 날 믿게. 그래야 내 계획이 더 확실하게 완성이 될 테니까 말이야. 내 인심을 써서 자네가 갈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편하게 가도록 해 주겠네.’
마음을 감추기 위해 불안한 듯 다시 창밖을 두리번거리는 박창기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기원은 속으로 조소했다.
한국의 정보부가 가진 능력을 누구보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남기원이었다.
박창기의 예상대로 이번 일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쩌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자신마저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박창기가 두려워한 대상은 한국의 정보부가 아니다.
그가 진정으로 조심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신이었다.
남기원은 물건을 얻고 난 후, 박창기를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듯 잘라 내 자신의 존재를 감출 생각이었다.
‘조금 찝찝하기는 하지만…….’
창밖을 둘러보다 고개를 돌려 갓 태어난 오리 새끼처럼 자신만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했다.
“걱정 말게.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한국을 떠날 준비는 이미 예전에 끝냈네. 미국 측에서도 자네를 실어 나를 준비를 끝내 놓았다고 하니까 이대로 평택에 도착하면 곧바로 미국으로 갈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소장님.”
어차피 제거할 사람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면 곤란했던 남기원은 박창기를 다독였다.
박창기는 그런 그의 속도 모른 채 연신 감사해했다.
“후후, 사람도. 시간에 맞추려면 최대한 빨리 가야겠군. 자네도 불안해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예, 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