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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운십이격은 현존하는 것 중 최강의 무예였다.
설사 기운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수련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저절로 내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뇌운십이격이었다.
그리고 일단 각 단계에 담긴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만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아직 뜻을 새기는 과정은 멀었으니까 말해 주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일단 설명을 해 준 후에 부작용에 대해 주의를 주도록 하자.’
뜻을 깨우치지 못하는 한 큰 성취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상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 주기로 했다.
변화한 몸 상태도 그렇고 오늘 아침 아들이 보인 몰입하는 정도로 볼 때 기대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자신이 이룬 성취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용케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예.”
잠시 침묵하다가 생각을 정리한 듯 입을 여는 아버지를 보며 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수련자가 바라는 바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수련을 해 온 조상님들 중에서도 그런 기운을 느끼신 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접 발휘한 분도 없었다. 30여 년을 넘게 수련해 왔지만 이 애비도 느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단언하듯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보며 확실히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이 특별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투로에 담긴 뜻은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 확고하게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 뇌운십이격의 진정한 요체를 알기 어려워져 경지에 오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기와 기세 또한 발휘하기 힘들게 되니 말이다.”
“내기와 기세요?”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라 유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그래, 정심을 다해 수련을 하다가 일정한 경지에 들면 내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기세를 흘릴 수 있고 보통의 사람들로서는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이 애비도 이제 겨우 실마리만 잡았지만 그렇게 가지게 된 힘이 얼마나 강할지는 짐작도 할 수 없구나.”
“그러니까 아버진 소설 속에서 말하는 그런 내기를 느끼실 수 있으시다는 건가요?”
“그래, 이제야 조금씩 느껴지는구나. 세상천지 간에 가득한 기운이 우리 인간의 몸에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내기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니 놀라운 일이네요.”
방금 전 삼세를 시전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것이 내기라고 생각한 유성은 이해가 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뇌운십이격에 설명하고 있는 것과도 다르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내기는 분명히 있다. 법문이 말하는 뜻은 그런 상태의 기운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뜻을 내기에 새기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단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는 뇌운십이격에 담긴 뜻을 거짓된 것이라 여기지 말고 진실로 여기며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주의할 것은 뜻에 대해서는 절대 의심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뜻만 올바르게 좇는다면 수련 과정이 틀리다고 해도 어느 정도 성취를 얻을 수 있지만, 믿지 않는다면 폐인의 되는 지름길이니 말이다.”
“알았어요. 아버지.”
정색을 하며 말하고 있는 아버지였다. 자신 안에서 휘도는 기운을 통해 무엇 때문이 이렇게 주의를 주는 것인지 알기에 유성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가!’
대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상혁은 약간 놀랐다. 유성의 대답에는 확신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변한 것인가? 어쩌면 내 예상보다 빠르게 내기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것이 좋은 일인지 모르겠구나.’
상혁은 문득 아들의 변화가 겁이 났다. 어쩌면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서 고민을 하지 말자. 천운으로 살아난 아이니 앞으로도 잘해 나갈 테니까. 나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고.’
좋지 않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아들의 수련을 돕기만 하면 좋게 될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 잘 알아들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구나.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예, 아버지!”
초롱초롱하게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 어려운 일인데도 넌 아비의 말을 믿고 있구나. 그런데도 이 애비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진실로 믿으며 마음에 새긴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아들의 눈빛은 믿음으로 충만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특한 대답에 상혁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유성아, 앞으로도 수련을 하다 보면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련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윤활유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마음으로 뜻을 새기며 수련에 매진해야 한다. 앞으로 이 애비를 믿고 따라와라. 그렇게 수련을 하다 보면 너도 내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알았지?”
“예,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후후후, 녀석!”
그동안 아들과 무엇 때문에 그리 다투었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후련했다.
‘이 애비도 느낀 것이 많은 사건이었다. 그래, 아직 전수를 받을 시기는 아니지만 나머지도 가르쳐 주도록 하마. 더 이상 그런 후회는 하고 싶지 않구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을 뻔했던 아들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핏줄을 잃을 뻔했었다.
아들이 뇌운십이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아 후반부는 뒤로 미루고 가르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후반부까지 가르쳤더라면 친구인 명현이를 구하고 자신도 충분히 피했을 것이기에 상혁은 더 이상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하루 종일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놈들이 나에 대해 알아낸다면 유성이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을 테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수를 하자. 오늘같이만 수련한다면 나보다 더한 성취를 이룰 수도 있을 테니까.’
아들이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한 후 한 가지 깨달았다.
가문의 숙명 때문에라도 언제든 아들의 목숨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전수를 미룰 필요가 없었다.
오늘 아들이 보여 준 집중도는 자신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뭔가 미심쩍어 하는 표정을 간혹 보이기는 했지만 음양십세까지 시전하는 동안 세 개의 투로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집중도라면 가문의 비기를 전수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혁의 표정이 일순 풀어졌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들어차 있던 근심의 한 자락이 사라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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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시는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유성은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무뚝뚝하셨지만,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셨구나.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니 정말 좋다.’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진심을 느낀 후라서 그런지 가슴 한 구석에 쌓여 있던 어두컴컴한 기운이 씻겨 내려가는 듯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건 그렇고, 아버지뿐만 아니라 조상님 때부터 익혀 온 것이지만 수련 중에는 한 번도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던데 조금 전에 일어난 것은 나에게만 나타난 특별한 현상일지도 모르겠구나.’
아버지로부터 온화함을 느끼는 가운데 유성은 자신이 특별한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기억의 혼재를 일으킨 알 수 없는 현상 때문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 지금 나타날 리 없을 테니까.’
특이한 현상은 자신이 미래를 살았던 기억과 관련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라고 기억하는 현재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죄송해요. 저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인지 전부 확인을 한 다음에나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부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뇌운십이격에 대해서만큼은 꼭 말씀을 드릴게요.’
삶이 달라지면서 일어난 현상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로부터 과거로 넘어왔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아무리 아들이지만 믿으시지 않을 것이 뻔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현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뇌운십이격을 익히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무엇하나 확인이 되지 않으니 유성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전 불안했던 마음이 그 시기를 뒤로 미루도록 하고 있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해 아버지에게 미안해하며 고개를 돌리던 유성은 학교 건물 가운에 있는 시계탑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꽤 됐구나.’
시간이 8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아버지!”
“왜, 그러냐?”
“이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출근도 하셔야 되잖아요. 엄마도 기다리실 것 같은데요.”
운영하던 옷 공장에서 화재가 난 후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다른 일을 하고 계시기에 유성이 재촉했다.
일명 노가다라고 하는 노동일을 하고 계신데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터라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래, 그래야겠구나.”
시계를 보니 아들의 말처럼 시간이 상당히 흘러 있었다.
세의 삼식을 아주 천천히 시전한 터라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에 상혁은 아들과 함께 서둘러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어제보다 한결 밝아지고 힘이 있어 보이니 다행이다.’
앞서 걸어가는 아들의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러웠다.
집을 나올 때보다 힘차게 걷고 있었다. 땀을 많이 흘리기는 했지만 기운이 떨어져 보이지는 않았다.
‘사고가 나서 훈련을 하지 못했는데도 자세가 전보다 더욱 안정되어 있으니 잘된 일이다.’
퇴원한 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도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었다.
아들의 걸음걸이를 보니 아침 수련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 상혁이었다.
그동안 유성이 세(勢)라고 알고 있는 단(斷)의 삼식과 격(擊)의 삼식인 염인풍격(炎刃?擊), 암혼밀격(暗魂密擊), 풍운쌍천격(風雲雙天擊)을 가르쳐 왔다.
사고로 인해 변화된 몸을 아직까지 제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예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연신(練身)의 무리(武理)를 전부 풀어내고 있었기에 마음이 흡족했다.
‘이미 전수하기로 한 마당이니 유성이가 수련하는 삼세를 조금 지켜보고 나서 만약 오늘과 같다면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도 되겠다.’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나이를 감안해 육식에 담겨 있는 무리 중 연신만 가르쳤었다.
하지만 오늘 보인 모습으로 봐서는 나머지 것을 가르쳐도 될 것 같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바로 시작을 해야 하니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구나. 단을 줄여 가르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니 연과 공을 가르치고 난 뒤에는 다시 격도 그리해야 할 것이고, 그 뒤에는 결도 가르쳐야 할 텐데…… 후우, 나도 이제부터 수련을 서둘러야겠구나.’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려 하니 예상외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
뇌운의 열두 가지 격(雷雲十二擊)을 전부 알고 있지만 상혁이 익힌 것은 세 번째 단계인 결(ⅰ)까지만이었다.
잔화천상결(殘火千翔ⅰ)과 빙흔파천결(氷痕?天ⅰ)은 연신과 연까지만 익혔다.
그리고 뇌령참혼결(雷靈斬魂ⅰ)은 간신히 연신만 성공한 상태였다.
아들을 가르치려면 연신과 연, 그리고 공까지 연환을 시켜 합(?)으로 이르는 길까지 모두 가르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전부를 완벽히 수련해야 하기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상혁이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했구나.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니 조급해 하지 말자. 일조일석에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 말이다.’
잠시 마음이 급해졌었지만 상혁은 이내 차분히 가라앉혔다. 오랜 세월 수련을 해 오며 마음을 수양해 온 결과였다.
‘후후후, 유성아. 다음부터는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기를 가르쳐 주마. 너에게는 고난의 길이 되겠지만 오늘처럼만 한다면 이 애비보다 더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을 테니 날 믿고 따라와 다오.’
상혁은 호흡을 깊게 하며 어느 때보다 따뜻한 눈으로 앞서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집을 향해 길을 걸었다.
집으로 들어온 두 부자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미화의 마중을 받을 수 있었다.
‘괜찮은 모양이구나.’
아픈 몸으로 수련을 하러 나간 유성이 걱정되기는 했었지만 별다른 탈은 없어 보여서 미화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지? 수련을 하면서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탈 없이 돌아온 것에 안심을 하던 미화는 오늘은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상시와는 달리 두 부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다정해 보였던 것이다.
서로에게 교감하는 부자지간을 바라보는 미화는 궁금증이 일었다.
‘궁금하지만 참자. 저이의 성격상 물어봐도 말해 주지 않을 테니까.’
어떤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묻지 않기로 했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잘된 일이다. 수련을 하는 것이 유성이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모양이니까. 그리고 부자지간도 더 좋아진 것 같고…….’
남편의 말대로 유성의 몸을 회복시키는 데 수련이 좋은 성과가 있던 모양이었다.
아들의 몸이 좋아진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부자지간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미화는 오랫동안 가슴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시름을 덜 수 있었다.
<『21세기 마샬아츠』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