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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아주 먼 옛날, 세상에서 가장 현명했던 한 마법사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는 꿈을 통하여 태어날 것이다. 그가 태어나면 세상은 그를 경배해야 하고, 그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워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그를 위하지 아니하면 세상은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마법사의 말에 세상의 많은 이들이 자신이 그 존재라고 우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인 [그랜드 로드]가 되지 못했다.

1장 밸런타인의 어린 영주



밸런타인 영지는 크롬 왕국의 변방에 자리한 작은 영지다.
크롬 왕국에 존재하는 백에 가까운 남작 중 한 명인 그로인 반 밸런타인 남작이 그럭저럭 문제없이 영지를 맡고 있었다. 현명한 군주도, 뛰어난 군주도 되지 못했지만 착한 영주는 되었던 그로인 반 밸런타인 남작은 32이라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남작의 부인은 이미 10년 전 자신의 둘째 아들을 출산하다가 명을 달리하였기 때문에 자동으로 첫째 아들인 루이스 반 밸런타인에게 영지가 넘어가게 되었다.
루이스 반 밸런타인이 올해 열둘에 접어드는 매우 젊은 소년이었는데 검술에 재능이 있거나, 마법이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있는 것이 아닌, 약간 장난기 가득하고 누군가를 위할 줄 아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루이스는 영지를 계승한 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뛰어난 능력이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영지의 여러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봐야 하는 자신을 비통하게 생각했다. 최소한 자신의 아버지는 영지민이 그냥 죽게는 하지 않았으니까.
사람 수가 겨우 5천 명도 되지 않는 밸런타인 영지는 약간 가난한 축에 들었다. 땅이 척박해서 농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옥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방이 낮은 산으로 되어 있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힘들지도 않았던 밸런타인 영지는, 동네 뒷산 오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타게 되면 옆에 있는 가르시아 자작령과 파슈타인 백작령으로 갈 수 있어 그렇게 인적이 뜸한 곳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영지였다.
밸런타인 영지가 타 영지와 다른 것이 있다면 농사가 가능하지만 굶는 영지민이 다른 영지의 비율에 비해 조금 더 높다는 것이다.
다른 영주가 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루이스는 선한 마음에 영지의 식량을 조금씩 영지민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그다음 문제가 나타났다.
“영지의 식량 창고가 다 비었다고? 후우…….”
루이스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한 끼 식사야 해결되었다지만 식량이 다 떨어지면 결국에는 끝이다.
밸런타인 영지의 추수까지는 아직 두어 달이 남았는데, 영지의 식량 창고는 텅텅 비었고 영지민들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식량도 겨우 두세 끼를 처리하면 동이 날 것이 분명했다.
현명한 군주가 되고 싶은 루이스는 자신의 머리를 한참을 굴려도 답을 찾지 못하였다.
어린 나이와 무경험의 한계였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
“…….”
루이스는 경험과 나이가 어려 어떠한 답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가신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루이스와는 달리 아주 허접하지만 상황을 악화시켜서라도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알 뿐이다.
하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한 법!
아무런 대답이 없자 루이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없으면 영지의 자산으로 곡식을 사들이도록 하지. 후우…… 올해는 작년처럼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루이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
예전에는 영지민이 조금 굶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영지의 자산까지 쓸 정도는 아니었다.
루이스의 아버지이자, 전 영주인 그로인 반 밸런타인이 영주로 있을 때만 해도 영지민이 굶는다고 것은 겨우 추수까지 일주일 정도가 남았을 무렵부터였다. 그때 밸런타인 영주는 적절하게 조취를 취했다. 하지만 작년 추수한 양의 곡식이 너무나도 부족하였기에 루이스가 초반부터 곡식을 풀었고, 그 결과 아직 추수까지 두 달이란 시간이 남았음에도 곡식이 다 떨어진 것이다.
곡식을 다 풀기까지 하였는데 아사하는 영지민이 나올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루이스도 자신의 탓이 아닌 환경 탓인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버지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점점 비참해지는 기분과 함께 가슴이 무거워졌다.
천천히 눈을 뜬 루이스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지. 다음 회의는 어디보자…… 일주일 정도 뒤에 하면 적당하겠군.”
“수고하셨습니다.”
말을 끝내고 루이스가 걸음을 옮기자 가신들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고 루이스는 곁눈질로 그것을 확인하고는 손을 들었다.
겨우 열둘의 소년이 보여 주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기품과 절도가 배어 있었다.

회의를 끝내고 온 루이스는 곧장 자신의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리 좋은 침대는 아니지만 바닥에서 자는 것보다는 대충 이십만 배 가까이 덜 피곤한 침대였다.
현재 루이스의 머릿속에는 영지민들의 걱정뿐이었다.
속속 아사하는 영지민들이 나오면서 정신적 압박감에 자연히 정신과 신체가 피로해졌던 것이다.
침대에 몸을 뉜 루이스는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볍게 바람을 불어 양초의 불을 꺼 버렸다.
연기와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루이스는 눈을 감았고 곧 잠이 들었다.

***

강혁은 대구의 병원에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났다.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출산한 강혁은 무럭무럭 자랐고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런 탈 없이 평범하게 자랄 것만 같던 강혁의 인생은 그가 2학년이 되기 직전에 일어났다.
강혁이 여느 때와 같이 집에 가고 있을 때, 그는 광속의 스피드로 자신의 옆을 질주하는 소방차에 의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이를 털며 투덜거리는 강혁은 소방차를 욕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성숙하고 똑똑한 강혁은 동시에 ‘이러니까 우리나라가 쓰레기지, 공무원들도 운전을 저따위로 하는데 교통이 나아지겠어?’라는 상당히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하며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간 강혁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꿈인가? 꿈일 거다. 아니, 꿈이어야만 한다.
자신이 살아온 집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고 자신의 엄마는 화상을 입은 채 앰뷸런스에 실려 가고 있었다.
절규했다. 그리고 원망했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하늘도 무심하다고…….
자신은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친구를 때리고 다니고 자신을 괴롭히는 짝꿍 녀석의 집은 건드리지 않고 왜 자신의 집을, 그리고 자신의 엄마를 건드린단 말인가?
집에 불이 난 후, 엄마 또한 상처가 심하여 죽어 버렸다.
한참 정신이 없다 학교에 간 강혁은 왕따가 되어 버렸다. 엄마가 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사실 왕따를 당할 이유가 아니었다. 엄마 없는 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아니, 대수긴 대수지만 왕따를 당할 정당한 이유는 아니었다.
단지, 어린아이들은 자신보다 못한 아이를 놀리면서 우월감을 얻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강혁은 저들이 자신보다 못하기에 멍청하기에, 한심한 족속들이기에 저러는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때까지, 강혁은 왕따를 당했다.
사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만 되어도 엄마 없는 것을 왕따로 시킬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왕따를 시키던 버릇과 때리던 버릇, 그리고 욕하던 버릇이 남아 자기들이 강혁보다 위에 있다는 우월감에 차게 되었고 그것이 쭈욱 계속 된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왕따가 된 강혁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과 별로 상관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는 어린 소년이 아니라 세상의 쓰디쓴 고통스런 인생을 살아 왔으니까.
그러던 강혁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그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이끌려 시내에 나가게 되었다.
평소에 나가지 않던 시내에 나간 강혁이, 한 일이라고는 아이들에게 맞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따라 지독하게 때렸다.
한 놈은 심지어 자신의 벨트를 풀어서 그걸 후려치기도 했다.
강혁은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것을 맞으며 생각했다.
언젠가…… 언젠가 자신이 검찰이 되어 녀석들을 모조리 감방에 가둬 버리겠다고, 사회악인 네 녀석들을, 인간이길 포기한 찌질한 우월감을 원하는 너희들을 감방에 가둬 버리겠다고.
한참을 맞은 강혁은 어느 순간 기절을 해 버렸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한 소녀였다.
이제 갓 중학교에 올라간 듯 보이는 어린 소녀는 예쁜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귀여워 그녀를 좋아하는 남학생 몇 명은 있을 법한 소녀였다.
소녀는 아파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강혁의 손을 잡아 일으키더니 어딘가로 끌고 갔다. 그곳은 미국의 갱들이 바글거릴 듯한 건물이었는데, 그녀는 강혁을 치료해 준 후 그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다.
제대로 이해를 못한 강혁은 고개만 갸웃거렸고 그녀는 그런 강혁을 한 대 가볍게 후려쳤다. 환자였던 강혁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자지러졌고 그것을 본 그녀는 과도한 몸짓으로 ‘어머, 어쩌지?’라고 하며 얕게 웃었다. 강혁은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어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고 결국 건물을 빠져나와 집에 돌아갔다.
다음날 어김없이 학교에 가야 하는 불운한 운명과 함께, 공부만 파고드는 강혁은 가방을 든든히 멘 후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제 그 소녀가 강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를 보고 당황해하던 강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무시하고 학교로 걸음을 옮겼다.
학교에서 애들의 모진 괴롭힘을 당하면서 야자까지 끝내고서야 집으로 온 그는 집 앞에서 그녀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 기다렸단 말인가?
그녀는 다시 한 번 강혁에게 말했다.
“나랑 친구가 되어 줘.”
“…….”
말을 잃은 강혁은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다 그녀의 어깨를 한 번 건드렸다.
“넌 친구 없냐?”
끄덕끄덕.
그녀가 고개를 아래위로 움직이자 강혁은 그녀에게서 순간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꼈다. 구원의 손길을 누군가가 건네주기를 갈망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원망하는…… 그런 동질감을 말이다.
“그럼 만들면 되잖아?”
“그래서 만들려고 하잖아?”
“네 나이 또래로 만들어.”
“…….”
“난 싫다.”
강혁은 이상한 기분을 애써 무시하며 집의 문을 열었다. 그때 소녀가 소리쳤다.
“너도 친구 없잖아! 그래서, 그래서 같이 놀려고…….”
쾅!
일부로 강하게 문을 닫은 강혁은 문에 기대서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그 후 그녀는 계속해서 강혁을 찾아와 친구가 되어 달라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매번 무시하는 강혁이었다. 거의 네 살 가까이 차이가 나고 친구 하나 없던 강혁이 성별이 다른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녀와 친구가 되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오지 않자, 강혁의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고 씁쓸해졌다.
너무나도 슬픈…… 그러면서도 미안한, 평소에는 느끼기 힘든 그런 감정이 뭉클뭉클 샘솟았다. 강혁은 그런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며 그녀가 있든 없든 똑같은 살았다.
아니 그런 줄만 같았다.
예전의 강혁은 그냥 맞고 복수심만 불태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녀와 친구가 되었으면 했던 작은 갈망이 일고부터 이상하게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보니 그녀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게 친구를 한 명, 두 명 사귀게 되었고 왕따에서 저도 모르게 탈출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왕따 당하던 시간 동안 쌓아 온 공부 내공을 이용하여 수능을 무리 없이, 아니 너무나도 잘 쳐서 서울대학 법학과에 붙게 되었고 친한 친구와 함께 부산에서 새해를 맞으러 가게 되었다.
부산역에 내려 목적지까지 걷기로 친구와 계획했었기에 이리저리 구경을 하며 걷던 강혁은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일 년 전부터 보지 못했던 그녀를…….
“잠깐, 잠깐만!”
강혁은 괴성을 지르며 인파를 헤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마침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듯 멈춰서 있었고 강혁은 아까보다 더욱 강렬하게 인파를 헤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강혁은 헉헉 거리며 말했다.
“허억― 허억― 이봐, 꼬마 아가…… 어, 어, 작작 좀 밀어요!”
강혁은 그녀에게 말하려다가 자신의 몸이 계속해서 밀리자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 작용이 일어나 강혁은 인파에 밀려 아직 보행자가 건너면 안 되는 빨간불 상태에서 도로로 떠밀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끄윽, 제기랄.”
강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앙― 빠앙―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 강혁은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쿵―
“어…….”
허공으로 떠오른 강혁은 이십여 미터를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털썩.
몸이 나른하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누군가가 최면이라도 거는 듯 똑같은 구름이 세 개로 보이고 사람이나 차들도 똑같이 세 개로 흔들려 보였다.
강혁은 죽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그다지 아프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몇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그의 곁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일 년이 지났지만 그다지 변하지 않은 그녀.
그녀가 딱히 자신에게 해 준 것은 없었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고, 꼬마 아가씨, 고마워……. 이, 이름이 뭐야?”
“가, 강혜지.”
“강혜지? 예쁜 이름 이었구나……. 있잖아…… 나랑 친구할래?”
강혁은 그렇게 말하며 하늘 위를 쳐다보았다.
자신과 친구의 걸음 속도가 느렸는지 어느새 새해는 밝아오고 있었다.
강혜지라고 말한 소녀가 그의 질문에 눈물을 몇 방울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혁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그것을 끝으로 강혁은 의식을 잃었다.
아니, 명을 달리했다.

***

루이스는 눈을 떴다.
이상했다.
방금 자신은 꾼 꿈은 이때까지 자신이 살아온 것보다 더욱더 길었다. 아무리 꿈에서는 드래곤도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 많은 내용이 하나도 잊혀지지 않는 너무나 현실적이던 꿈.
“대구…… 한국…… 민주주의.”
생각할 수도 없는, 너무나도 앞선 체계가 성립된 세계. 그런 세계의 수많은 평민들 중 한 명이었던 꿈. 너무나도 생생하고 너무나도 확실하여 꿈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모를 세상.
그렇다고 자신이 강혁으로 산 것은 아니었다. 뭐랄까…… 강혁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자신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속도는 19년, 정확하게는 18년 하고도 몇 개월간의 시간을 천천히 늘어뜨려 보여 주고 있었다.
강혁의 생각과 행동, 말, 모습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강혁의 고통도 느꼈고 슬픔과 고마움, 행복, 원망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루이스는 꿈은 꿈에 불과하다 생각하고 다시 현실을 걱정하기로 했다. 식량이 걱정인 자신의 영지…….
놀랍게도 그런 걱정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에서 얻은 강혁의 지식으로.
물론 강혁이 농사에 뛰어나거나 토지를 이용하는 그런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보는 시야를 달리할 수 있었다.
“기사들…… 봉급도 많이 받아먹는데 일 좀 해야겠지?”
영지의 문제는 땅이 척박한 것은 둘째 치고 땅 파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영지에 대하여 내내 생각하는 루이스는 웬만한 귀족들은 알지 못하는 영지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