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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드 1
2화



6일 후 회의를 소집한 루이스였지만, 그전에 가신들을 불러 모아 회의에 참석하였고 루이스가 입을 뗐다.
“기사들 다 불러 모아.”
영지에서는 영주가 왕이다. 루이스의 말은 곧 법이 되어 영주 저택에 있던 기사들과 밖에서 훈련 중인 기사들, 그리고 업무 차 움직이던 기사들도 모두 회의장에 모였다.
모이는데 걸린 시간은 20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기사들 봉급이 얼마지?”
루이스의 말에 기사들과 가신들은 그가 기사들의 봉급을 깎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들도 봉급이 깎이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성격 더러운 주군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낫다 생각했다. 루이스가 아직 어리지만 두뇌 회전이 상당히 좋아 미래에는 영지를 밝게 이끌 수도 있는 존재다. 희망을 걸어 볼 만한 존재이기에 기사들은 어느 한도로 봉급이 깎여도 남아 있을 생각이었다.
“기사단장은 한 달에 300골드, 부기사단장은 250골드이고 다른 기사들은 200골드입니다.”
“병사들도 모조리 불러 봐.”
루이스가 그에게 대답한 집사 월리엄에게 말했다. 월리엄은 곧장 병사들의 월급을 떠올리곤 말했다.
“평범한 병사는 한 달에 1골드를 받습니다. 십인대장이 3골드 백인대장은 5골드, 천인대장은 10골드를 봤습니다.”
밸런타인 영지의 병사는 거의 천 명이었다. 천인대장이 병사들의 제일 위로 그 밑으로 백인대장이 열 명, 한 명의 백인대장 밑에 열 명의 십인대장이 있으며, 한 명의 십인대장 밑에 열 명의 평범한 병사가 있다.
“병사들의 훈련은 뭐지?”
“…….”
“집사는 모르나 보군. 기사들 중에 아는 사람 있나?”
기사들은 제 훈련에만 신경 쓰지 병사들이 무슨 훈련을 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회의에 참석하는 가신들 중에는 천인대장도 속한다. 천인대장 핸리가 손을 슬며시 든 후 대답했다.
“기본적으로 달리기와 간단한 스트레칭, 그리고 근육운동과 전투 시의 대처 방법, 그리고 병진을 짜고 서로 간에 합동훈련, 간단한 전투 등으로 하고 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서 그것밖에 안 하나?”
“죄송합니다! 앞으로 훈련의 강도를 높이겠습니다.”
“아니, 훈련의 강도를 낮춘다. 대충 지금의 8할 정도면 좋겠군. 대신에 매주 토요일은 일손이 부족한 영지민들을 도와준다.”
“예!”
영주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이 일은 핸리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핸리는 전투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천인대장으로 뽑힌, ‘평민’이었다.
그로인 남작에게 천인대장이니 ‘기사’라는 타이틀을 받았지만 그것은 일개 남작이 하사한 것이다. 물론 기사도 준귀족 취급을 받지만, 실력도 겨우 마나 유저에 불과한 핸리는 진정한 기사가 아니었다.
애초에 태생이 평민이었고 현재도 자신이 귀족이라는 자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핸리는 자신을 평범한 영지민과 같이 생각했다. 그렇기에 가신들 중 가장 영지민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핸리라 할 수 있었다.
밸런타인 영지의 영지민은 대충 5천으로 그중 남성은 3천인데 500은 서른 중반을 넘어선, 한마디로 농사짓는 영지민들이고 천은 병사로 차출된 이들, 나머지는 아이들과 몇몇의 노인 그리고 병사로 뽑히지 않은 이들이다.
이것을 다르게 해석하자면 한창 힘쓸 나이의 성인 남성은 병사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영지에 힘을 쓸 이들이 병력에 차출된 것이다.
사방이 다른 영지와 맞닿은 밸런타인 영지는 낙후되어 병력이 필요 없는 그런 영지는 아니었다. 언제 영지전이 일어나 먹힐지 모르는 영지란 소리였다. 영주는 자연적으로 영지민들 중 상당수를 병사로 뽑아야 했고 그렇게 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금의 문제까지 일어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방법은 아니지만 상당히 현명한 방법을 영주가 제시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 새 주군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현명한 자라는 생각에 가슴속 어딘가가 뿌듯하기도 하였다.
“기사들의 봉급은…… 뭐, 그 정도면 됐다. 하지만 지금 훈련을 조금 강화시키……그전에 기사들의 훈련은 어느 정도지?”
루이스의 질문에 기사단장 찰스는 고개를 낮게 깔고 대답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연무장을 백여 바퀴를 돈 후, 각자의 개인 연습 시간을 가집니다. 그 후 오후에는 서로 검을 맞대어 실력을 차츰 쌓아 갑니다.”
“그렇다면 연무장을 도는 것은 그대로 놔두고 서로 검을 맞대는 시간을 없애라. 아니지 실전은 중요한 법이니까 매주 토요일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전을 훈련하도록. 나머지 평일 오후에는 병사들과 함께 움직여라. 기사들에게 각자 열 명의 병사들의 배치시키도록 해라. 아니, 십인대 하나를 배치하도록, 옆에서 십인대장이 여러 가지를 조언해야겠지. 병사들도 기사들의 연무장을 같이 사용한다. 뭐 크기가 부족하면 밖에서 훈련을 하도록, 우리 영지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곧 하나와 똑같이 움직인다.”
“예? 하오나…….”
“싫어도 어쩔 수 없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있는 곳은 군대다. 전쟁에서 싫어도 싸우라고 하면 싸워야지. 마찬가지로 군대도 상사가 까라면 까야 할 것 아닌가?”
찰스는 어린 영주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보통 영주가 병사들의 훈련은 신경 쓰지 않는다. 기사들의 훈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 어린 영주는 달랐다. 훈련에 관여하는 것도 모자라, 기사와 병사를 하나라 생각하고 움직이라니?
“기사들은 뛰어난 전사다. 주군에게 충성하는 멋진 자들이지. 하나 그들의 많은 이들의 생명을 등에 짊어진 존재, 그들이 진정으로 현명해야 그 밑의 병사들이 효율적으로 전투를 벌여 적을 무찌르고 악을 섬멸할 것이 아닌가? 유비무환이라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 유비무환이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찰스의 말에 루이스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꿈에서의 지식을 마구 잡이로 사용하다 보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옛날, 어떤 현명한 소드 마스터가 하신 말씀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하면 걱정이 없다고 전쟁을 일어날 것 같으면 군수물자든, 병력이든 미리 준비하면 어떤 적이나 사태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깊게 새겨듣겠습니다.”
가신들과 기사들은 저런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는 루이스를 보며 그가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평소 그들은 루이스가 그다지 책을 읽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부터 즉시 내가 한 말을 실시하도록.”
“예!”
우렁찬 대답을 들은 루이스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기사들이 일어나 루이스에게 예를 차린 후 빠져나갔다.
“집사.”
“예, 영주님.”
“곡식을 사들이는 것은 우선 그만두도록. 영지민들에게 풀죽을 먹게 하여라.”
“풀죽이 무엇입니까?”
“집사는 행정직에서는 유능하지만 영지민들에게 관련된 것은 그다지 아는 것이 없군.”
“송구하옵니다.”
“나물을 물과 함께 넣고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푸욱 끓이는 것이다. 보통 가축의 먹이로 주기는 하지만 영지민들이 먹어도 그다지 상관은 없다. 영지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식량이 부족할 때는 매번 풀죽을 먹게 하고 어린 영지민들 중 총명한 아이는 글과 공부를 가르치게 하고 검술 같은 것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추려 내어 기사들에게 종자로 쓰게 하도록. 물론 검술은 제대로 가르쳐 뛰어난 기사로는 필히 만들어야 할 것이며, 기사들이 뽑지 않은 종자들은 정예 병사가 되도록 훈련을 시켜라.”
루이스의 말을 모조리 외운 월리엄은 그것들을 다시 하나하나 되새겼다.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그리고 핸리 경.”
“예, 영주님.”
“기사들과 상의한 후 병사들과 기사들의 실전 훈련을 하도록. 그리고 조금 뛰어난 신위를 보이는 병사들은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켜 일 년간 정예 중의 정예로 만든 후 나에게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핸리가 공손하게 대답하자 루이스는 가신들을 한 번 쓱 훑어본 후 말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지. 회의가 있는 날도 아닌데 불러서 미안하다. 그리고 6일 뒤에 있을 회의는 2일 뒤로 했으면 좋겠군. 그럼 이만 해산하도록.”
회의를 끝낸 루이스는 곧장 기사단장 찰스를 불렀다.
“영지 잠행을 나간다. 다만…… 평범한 행인의 모습으로 나가고 싶군. 안전을 위해 병사나 기사들을 더 데리고 가야 하려나?”
“아닙니다. 영지 내에서는 저 혼자서도 영주님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긴 그대는 소드 익스퍼드 중급이니까.”
익스퍼드 중급이면 상당히 높은 경지다.
물론 그 위에 상급, 최상급이 존재하고 오러 나이트라는 소드 익스퍼드와 소드 마스터의 중간 단계가 존재하며, 모든 검사들의 꿈인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가 있지만 소드 익스퍼드 중급이면 밸런타인 같은 작의 영지의 기사단장으로서는 약간 아까움 감도 들 정도다. 보통 밸런타인 같은 영지는 소드 익스퍼드 하급이 기사단장을 맡고, 나머지 기사들은 핸리 같은 마나 유저인 허울뿐인 기사들이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찰스가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밸런타인 기사단도 찰스를 제외하고는 소드 익스퍼드는 부기사단장인 쿤밖에 없었다.
대륙에서 진정 기사로 쳐주는 익스퍼드급의 기사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전 대륙으로 치면 만에 가까울 것이고 크롬 왕국에도 대략 삼백에 가까운 진짜 기사들이 있다. 언뜻 보면 많아 보이지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허울뿐인 기사들과 진짜 기사들을 합치면 크롬 왕국의 기사는 5천에 가까울 것이다. 익스퍼드만 되어도 남작의 작위는 얻을 수 있으니 원한다면 남작급의 귀족이 될 수 있는 자가 삼백이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왕국끼리의 전쟁은 아니지만, 밸런타인 같은 작은 영지들의 영지전에서는 기사 한 명이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기에 상당히 귀한 취급을 받는 것이 진짜 기사다.
현재 찰스가 받고 있는 월급 300골드보다 더욱더 많은 금액을 제시할 귀족들도 필히 존재할 터이다.

허름한 차림을 한 루이스와 찰스는 옆 영지인 파슈타인 백작령에서 넘어온 것처럼 연기를 하기로 하고 영지를 빠져나간 후 느긋한 자태로 들어왔다.
영지를 거닐던 루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는 영지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슬픔과 죄책감에서 느꼈던 감정과는 달랐다.
꿈을 꾼 후 보는 시야가 달라진 루이스였기에 영지민들의 상태에 인상을 절로 찌푸렸다.
더러웠다. 너무나도 더러웠다.
땅에 오물이 넘쳐 났으며, 그 오물로 땅이 질척했다. 또한 영지민들은 씻지를 않아 때가 너무나도 많이 끼어 있었다.
밸런타인 같은 작은 영지에도 자동으로 시장이 형성 되는데, 그 시장이 너무나 허름했다. 꿈을 통해 최첨단의 삶을 느낀 그로서는 너무나도 허접했다. 서울에 사는 소년이 할아버지 집을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은…… 아니 그것보다 배는 심했다.
루이스와 찰스는 언뜻 보면 부자 같아 보이지만, 루이스의 곁에서 찰스는 철통 수비를 하고 있었다. 루이스에게 위험이 감지되면 곧바로 막을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는 찰스였다.

대부분 영지에는 어쌔신 길드가 있다. 물론 수도나 큰 영지에 길드의 본부가 자리 잡고 밸런타인 영지에는 로스트 팬텀의 지부가 설립되어 있었다.
거의 대륙의 삼분지 일 정도가 문 워크라는 어쌔신 길드의 지부인데, 이것을 통하여 문 워크라는 곳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항할 정도의 거대 어쌔신 길드도 존재한다.
문 워크가 대륙에 3할의 지부를 설립했다면 나머지 7할 중 2할을 쉐도우 마스터 길드가, 또 대충 3할을 소드 마스터도 암살할 수 있다는 수백 년 전의 어쌔신이 통일한 대륙의 모든 정보 길드인 로스트 팬텀. 물론 종종 새로운 정보 상인 길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허접하여 결국 대부분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거나 로스트 팬텀에 먹혀 버린다.
겨우 2할을 제외하고는 세 개의 어쌔신 길드가 대륙의 어둠의 패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밸런타인 영지의 로스트 팬텀 지부는 그다지 정보를 뽑아 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바로 옆의 파슈타인 백작령에 자리 잡은 문 워크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는 것을 루이스는 알고 있었다.
보통 대륙에서 좋은 정보를 건질 수 있는 장소는 술집이다. 정보 상인 길드는 술집을 이용하여 지부를 설립하였는데, 밸런타인 영지에 있는 술집의 이름, 아니 크롬 왕국에 있는 로스트 팬텀의 지부인 술집의 이름은 모두 ‘드래곤 워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루이스는 찰스와 함께 드래곤 워터의 안으로 들어갔다.
도금을 한 종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낮술을 하는 사람은 밤에 술 마시는 사람보다 적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은 밸런타인 영지에 파슈타인 영지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용병이었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용병들은 낮술 밤술 가리지 않는 대인배들이었다.
낮 시간대의 술집 안의 사람들은 적당히 취기가 올라, 바텐더와 점원을 제외하고는 드래곤 워터 안으로 들어오는 루이스와 찰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루이스와 찰스는 곧장 바에 앉아 바텐더에게 주문을 했다.
“용의 눈물.”
용의 눈물은 기사들은 그다지 찾지 않는 싸면서도 독하기로 유명한 술로, 많은 용병들이 애용하는 술이었다.
그로인 전 영주를 호위하며 용병으로 변장하기를 많이 했던 찰스였기에 이번에도 용병처럼 보이기 위해, 용의 눈물을 시킨 것이었다.
“나도 용…… 아니지, 그냥 주스 주세요.”
루이스는 같은 걸로 시키려고 하다가 그냥 주스를 주문했다. 꿈을 통해 성인이 되는 경험을 하였지만 그것을 통해 얻은 정보에는 술을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것과 더불어 불법이라는 생각에 주스를 달라 한 것이다.
루이스는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찰스는 휘둥그런 눈으로 루이스를 쳐다보았다.
약간 예를 차리는 말이 아닌 존댓말이었다.
귀족으로 태어나, 평민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한 루이스가 아무리 연기라지만 존칭을 사용하자 놀란 것이었다. 일개 평민에게, 귀족이 존칭을 사용한 것이다.
보통 귀족들이 평민인 척 연기를 하여도 잘 들통 나는데, 그것은 귀족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말 정도야 싹퉁머리 없는 녀석인 것처럼 하면 되지만 행동 자체가 귀족답기에 눈치가 어지간히 없는 사람이 아니고선 대부분이 눈치를 챘다.
반면 지금 루이스는 거의 완벽하다시피 평민다웠다. 약간 귀티가 나긴 하지만 종종 그런 애늙은이 같은 아이들은 존재했기에 거의 완벽하게 평민 같은 것이다.
찰스와는 달리 루이스는 꿈에서 자신의 인생보다 더 길게 평민, 꿈에서의 언어로 말하자면 서민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하기 쉬운 것이다.
그의 사고관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는 꿈에서 ‘민주주의’라는 체제가 성립된 세계에서 살았으니까.
“여기 있습니다.”
바텐더가 오렌지 주스와 검푸른 색을 띄는 용의 눈물을 내려놓았다.
루이스는 양손으로 오렌지 주스를 잡은 후 조금씩 홀짝거렸다. 영락없는 주스 귀한 줄 아는 꼬마의 모습이었다.
찰스는 루이스를 보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가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놀란 표정을 지우고 용의 눈물을 여유 있게 마셨다.
용병이나 평민들보다는 조금 더 기품 있는 자세가 나온 찰스였으나 그들을 예의 주시하늘 사람은 없었으며, 또한 루이스가 매우 평범한 평민 꼬마 같아 보이기에 찰스의 그런 여유 있는 모습에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있기는 있었다. 찰스와 루이스의 바로 앞에 있는 바텐더.
바텐더는 노련한 눈빛으로 찰스와 루이스를 침착하고 깊게 바라보았다.
그다지 실력 좋은 어쌔신이 아닌 그였지만 다른 사람보다 눈치가 조금 빨라 뛰어난 전투 능력 없이 로스트 팬텀의 지부장을 맡게 되었다.
바텐더는 루이스를 계속해서 바라보다 순간, 그가 새로 취임한 영주라는 것을 눈치챘다.
‘영지 잠행인가?’
그는 루이스와 찰스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보 길드는 어떤 잡다한 정보도 취급하니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보 길드가 지금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루이스가 주스를 홀짝이고 찰스는 여유 있게 술을 마시며 언제든지 루이스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때 만취한 거한의 사내가 루이스와 찰스에게 다가왔다. 아니, 어쩌면 바텐더에게 다가가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사내의 눈은 루이스와 찰스를 향해 있었다.
“히끅, 크크 꼬마야 집에 처박혀 있지, 여긴 무슨 일이냐? 여긴 너 같은 꼬맹이가 올 곳이 아니란다. 히끅.”
사내의 말에 루이스는 한심하다는 듯이 사내를 바라보았고 찰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소년이지만 그의 주군이 아니던가?
주군의 모욕은 곧 기사의 모욕,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기사인 찰스로서는 화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루이스가 한심하다는 듯이 사내를 바라볼 뿐 뚜렷하게 내색하지 않으니, 찰스는 찌질한 용병 새끼가 지랄을 떠는 것이다. 대인배인 자신이 한 번 참는 것으로 하나의 생명이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쭈, 꼬마야 그 눈빛은 뭐냐? 참으로 시건방지구나.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냐? 히끅!”
거한은 기분은 더러워지자, 말을 하며 자동으로 손을 놀렸다.
찰스는 곧장 거한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취할 거면 곱게 취해라.”
찰스는 손목에 약간의 힘을 주어 사내를 밀어 버렸다. 약간의 힘을 준 것이라고 하지만 사내는 마나를 운용할 줄을 모르니, 순간 삼사 미터를 밀려나 바닥에 처박혔다. 그것을 본 용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크하하, 크루샤 뭐하는 거냐? 크하하, 아이고 배야. 그나저나 형씨 힘 좀 쓰는구려. 황소 크루샤를 넘어뜨리다니.”
“크하하하하.”
“씨발, 닥쳐. 내가 방심해서 그래.”
크루샤라고 불린 거한의 사내는 술에 취해서인지는 모르지만 한층 더 상기된 얼굴을 씩씩거리며 일어났다.
“그만해라. 많이 취했다.”
그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미남자가 크루샤를 말렸고 그의 말에 곧장 크루샤는 움찔했다.
“퉤, 루인. 너 때문에 참는다.”
침을 뱉으며 말한 크루샤는 원래 술을 마시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루이스는 미남자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상당히 멋져 보였다. 얼굴도 잘생겼기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도 같았다.
루이스는 주스를 다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고 찰스도 술을 반쯤 남긴 채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