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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녀는 재능을 먹고 사는 존재.
그것이 검사에 대한 재능이든 마법사에 대한 재능이든, 사제에 대한 재능이든 상관이 없었다.
단지 그녀는 재능을 먹어 치울 뿐이다.
저 정도의 재능을 가진 존재를 먹는다?
앞으로 발전하면 어떤 존재가 될 지도 모르는 저 꼬맹이를 먹는다면?
수십 년을 인간계에서 서식하며 먹어치운 재능보다 더 많은 재능의 힘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호호호. 꼬마야, 매우 재미있구나.”
처음의 아름다운 미성은 이제 없었다.
거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묘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과 더욱 조화를 이뤄 매력의 플러스알파가 되었다.
“그다지 재미없는데?”
루이스는 사실 그녀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자신이 재능을 먹고 산다고 어쩌니 하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니 그냥 신성력으로 가볍게 보호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어느 정도 신성력을 보여 줬으니 알아서 찌그러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녀가 버티자 루이스는 스틸 호크에게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뒤를 쳐라.
―알겠다.
간단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도 루이스와 스틸 호크는 이상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족이다. 흑마나와 마기를 이용한 마법의 사용을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나?”
그녀가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자 루이스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거, 그냥 넘어가시지요. 후후후.”
“호호호. 그건 쉽지 않아서 말이야. 내가 거짓말을 조금 못하거든.”
“면상에 드래곤 본이라도 도배했냐? 딱 봐도 얼굴에 ‘나 거짓말쟁이’라고 써 놓았구먼, 어디서 거짓말이야?”
“호호호.”
루이스가 그녀의 말을 들은 후 곧바로 도발을 했지만,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미간이 매우 미세하지만 떨리고 있다는 것을.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화가 약간 난 것인가?’
신경질 팍팍 긁는 말이었기에 화가 안 나면 그것이 비정상이었다.
그녀가 상당히 노련했는지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그것을 애교스럽게 바꾸면서 루이스에게 상당히 크게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었소. 단지 숙식 한 번 제공받을 생각으로 마을 사람에게 촌장의 집을 찾았는데, 당신을 성녀라고 부르더군. 호기심도 동하고 해서 왔지. 그런데 당신이 싸움을 걸었소.”
“호호호, 그래서 이제 뒤꽁무니를 빼겠다는 것이냐?”
그녀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나는 이왕이면 싸움을 그다지 걸지 않는 타입이지만, 걸어 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소.”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면 신성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만큼 끌어 올렸다.
그냥 신성력만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행하는 데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의지만으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성력의 힘을 극대화시켜 상처를 치료하거나 할 때, 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치는 것처럼 말을 해야 했다.
물론 캐스팅이 필요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홀리 썬더!”
루이스의 외침에 신성력이 하늘로 한 번 솟구치더니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로 그녀를 향해 내리쳤다.
그녀는 발을 한 발 뒤로 빼는 것으로 공격을 피해 버렸다.
“호호호, 겨우 이 정도로 나에게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그녀가 우스운 듯이 말했다.
“훗.”
루이스가 그녀를 향해 비웃었다.
치지지지직―
땅바닥에서 전류가 흘렀다.
“끼야아악!”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보통 번개나 전기라면 그녀는 이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렇게 비명을 지르는 것은, 그녀가 마기와는 상성이 엄청 잘 맞으며 반대 속성인 신성력과는 더럽게 상성이 맞지 않는, 마계를 지배하는 종족인 마족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높은 등급의 마족으로 갈수록 심했는데, 힘이 강해지면 신성력의 힘 따윈 가볍게 물리칠 수 있으나 루이스의 힘은 막을 수가 없었다. 루이스의 신성력은 전쟁의 신 아레스의 사제들 중에서도 추기경급에 속하는 신성력이었다. 거기다 루이스의 신성력은 사제가 되었을 때부터 마족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전투 사제의 신성력이다. 그녀가 쉬이 생각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위대하고 용맹한 전쟁의 신 아레스시여, 당신의 의지에 따라 당신의 적을 물리치기 위한 힘을 내게 내려 주소서, 디바인 블레스!”
루이스는 신성 마법을 펼쳤다.
그냥 ‘디바인 블레스’라고만 외쳐도 효과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문을 위면 그 힘은 더 강해진다.
증폭된 힘으로 그는 자신에게 축복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은 마족인 그녀에게 펼쳤다.
축복은 당연히 신성력을 이용하여 내리게 된다. 그렇다는 것은 루이스에게는 흑마법의 힘을 약하게 하겠지만 다른 능력은 상승시키게 되는 약간의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버프이며, 그녀에게는 그냥 짜증나는 저주나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이 꼬마가!”
그녀는 화가 나서 머리끝까지, 온몸에서 마기를 끌어 올렸다.
진득한 마기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스틸 호크에게 상당한 힘을 주었다.
―힘이 넘치는 구나.
스틸 호크가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마계의 군주시여, 저에게 힘을 내려 주소서. 데빌 스크래치!”
그녀가 마계의 마법 주문을 외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손톱을 길게 늘어뜨렸다. 손톱에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비록 다크 블레이드로 형상화 되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은 오러 블레이드와 부딪혀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하나, 둘, 셋 하면 바로 뒤를 쳐라.
―알겠다.
“그런 허접한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보지?”
한 번의 공격으로 냉정을 잃은 그녀는 루이스가 도발을 하자 더욱더 화를 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틸 호크의 움직임이 약간 이상해지고 루이스와 스틸 호크가 마법을 펼쳤다는 사실에 곧 냉정을 되찾았다.
‘쳇.’
그녀가 냉정을 되찾은 것을 알게 된 루이스는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셋! 그냥 공격해, 씨발!”
루이스가 소리침과 동시에 스틸 호크가 신영을 날리며 그녀의 후방을 노렸다. 하지만 애초에 전투 능력 수준 자체가 스틸 호크와 다른 그녀는 그를 강력한 기운이 서린 손톱으로 공격했다.
스틸 호크의 피부와 다름없는 강철보다 단단한 갑옷이 종이 쪼가리가 찢어지듯이 찢어졌다.
스틸 호크가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루이스가 그녀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홀리 스피어! 신의 족쇄!”
순수한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하얀색의 창 두 개가 허공에 생성되었고 신성력이 그녀의 몸을 속박했다.
“이건 뭐야!”
그녀가 힘으로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는 신성력을 풀어 버렸다.
루이스는 어차피 그녀가 쉽게 신의 족쇄를 풀 것이라 생각했다. 신의 족쇄는 그다지 강한 속박 기술이 아니니. 하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도 쉽게 족쇄를 끊어 버리자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루이스가 손을 가볍게 젓기 무섭게 두 개의 창이 그녀를 향해 쇄도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손톱으로 창을 튕겨 냈다.
그녀의 손톱과 부딪힘과 동시에 소멸이 된 두 개의 창을 확인한 루이스는 약간 아쉬운 감정도 들긴 했으나, 곧 그녀에게 마나와 신성력을 동시에 끌어 올려 주먹을 내질렀다.
“홀리 피스트!”
처음으로 시도해 본 기술이다.
자신과 함께 행동했던 검술만으로도 오러 나이트에 올랐던 성기사가 신성력과 마나를 동시에 검에 집어넣어 마족에게, 특히 강한 일격을 날렸던 것을 루이스는 꿈을 통해 수십 번도 더 보았다.
루이스가 주먹을 내림과 동시에 회색빛의 연기가 아니라 티 없이 맑은 하얀색의 권운(拳雲)이 팔을 회전하며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톱을 이용하여 루이스의 주먹을 튕겨 냈다.
“제기랄.”
루이스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며 뒤로 물러났다.
말을 함으로 위력을 증폭시키기까지 했는데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였다.
“데빌 러쉬!”
루이스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배 부분의 갑옷에 긴 상처가 난 스틸 호크가 그녀를 향해 출렁이는 검은색의 오러를 쏘아 냈다.
검은색의 오러는 점점 기괴한 형태를 하면서 그녀를 향해 날아갔는데 스틸 호크의 일격필살기였다.
보통 기사들의 필살기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스틸 호크는 마법적인 힘을 더하였기에 시동어처럼 데빌 러쉬라고 소리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위력이 나지 않았다.
스틸 호크의 필살기가 날아들었지만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후후, 장비 2번.”
그때 뒤로 물러났던 루이스가 장비 2번이라고 중얼거렸다.

[장비 2번으로 교체 됩니다. 장비 2번은 호크 보우, 강철 화살X999입니다.]

루이스의 손에 롱보우 하나가 잡혔다. 루이스는 곧바로 자동으로 자신의 허리에 매여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어 활시위에 걸은 다음 최대한으로 당겼다.
‘순수한 신성력의 힘을 밀어붙인다.’
루이스는 화살에 상당한 양의 신성력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응집된 신성력은 물과 같은 성질의 오러처럼 출렁거렸다. 다른 것은 단지 색이 하얀 것뿐이었다.
물론 자체적인 파괴력은 매우 약할 것이다. 하지만 언데드나, 특히 그녀처럼 마족에게는 이것만큼 강한 데미지가 없을 것이다.
퉁!
루이스가 활시위를 놓자 하얀 물결과 함께 화살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뭐야?”
그녀는 당황했다.
이미 스틸 호크가 쏘아 낸 데빌 러쉬는 강력한 힘을 가진 범위 공격이었으며, 이미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신성력으로 둘러싸인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데빌 러쉬를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처음 생각대로 막아야 했다. 하지만 데빌 러쉬를 막는다면 저 기분 나쁜 화살을 정통으로 맞게 될 것이다.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스틸 호크의 데빌 러쉬는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체엣!”
그녀가 자신의 손톱으로 스틸 호크의 데빌 러쉬를 막았다.
푸슈우우우욱!
“꺄아아아아아악!”
강한 바람과 함께 그녀의 몸에 박힌 루이스가 쏜 화살.
그녀는 정신을 잃을 듯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디 엔드(The End).”
루이스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장비 1번.”

[장비 1번으로 교체됩니다. 장비 1번은 튼튼한 강철 풀 플레이트 메일(Set)와 밸런타인 영주의 검입니다.]

루이스의 전신에 딱 맞는 갑옷이 착용되었다.
또 손에 들려 있던 롱보우와 매여 있던 화살통이 사라지면서 루이스의 손에 자신이 직접 만든 검이 나타났다.
그것을 쥔 루이스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검에서 김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회오리처럼 검을 감싸 안았다.
상급의 파워 블레이드였다.
루이스는 그녀의 목에 검을 휘둘렀다.
촤악.
섬광과 같은 속도로 그녀의 목을 베어 버린 루이스는 검을 지팡이 삼아 바닥에 섰다.
“허억, 허억, 허억.”
신성력도 대부분 사용했고 마나도 거의 사용했다.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푸쉬익―
그녀의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면서 절단이 된 면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상급 마족이었으며, 인간계에서도 소드 마스터에 달하는 힘을 가진 그녀는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루이스에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녀가 죽은 것을 확인한 루이스는 안도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현재 루이스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13장 교황



몸에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몸에서 활력이 넘쳐나며, 힘을 잃었던 모든 신경 기관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며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내가 선택한 정신을 잃는 행위는 몸이 조금씩 진정되어 가자, 평소로 돌아왔다.
천천히 눈을 뜨는 루이스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청년이 있었다.
“깨어나셨습니까?”
“으윽, 예.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그 사람의 위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하늘을 보자 몸에 풀이 닿는 느낌도 느낄 수가 있었다.
“기절하셨었습니다. 기력이 많이 소진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에 제가 신성력을 사용하여 기력 회복이 빨리 되도록 했습니다.”
“신성력? 사제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금발에 청안을 가진 청년의 말에 루이스는 깜짝 놀랐다.
‘스틸 호크!’
스틸 호크는 현재 완벽한 데스 나이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반지에 들어가거나 나올 수도 없으니 스틸 호크는 분명히 근처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저기, 저 제 동료……가 아니라, 함께 쓰러져 있던 자를 보셨습니까?”
“함께 쓰러져 있던 자라면……목이 잘린 여성분을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검은 갑옷을 입고 계시는 분을 말하는 겁니까?”
“검은 갑옷입니다. 보셨군요!”
“데스 나이트가 동료이시간 보군요……. 하긴, 흑마법사이니…….”
그 말에 루이스는 깜짝 놀랐다.
스틸 호크가 데스 나이트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자신이 흑마법사인 것을 어찌 알았단 말인가?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래도 사제인데 마족을 쓰러뜨리신 분을 공격하겠습니까?”
“마족인 것도 알고…… 정체가 무엇입니까?”
“평범한 사제입니다. 단지 직급이 조금 높은 것뿐이죠.”
그 말에 루이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단지 직급이 조금 높은 정도라?
루이스의 몸은 신성력과 흑마나의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신성력과 흑마나, 둘 다의 기운을 감지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 신의 축복과 엄청난 지식, 그리고 막강한 신성력을 가진 성녀 정도가 되지 않으면 그가 흑마법사라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마족도 루이스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였다가, 루이스가 흑마법을 쓰는 것을 보고는 흑마법사인 줄 알 정도이니…… 말 다했다.
“인벤토리.”
루이스가 낮게 중얼거렸다.
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루이스는 회복 포션 하나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크윽! 무, 무슨 짓……!”
청년이 갑자기 루이스의 목을 잡았다. 아귀힘이 상당하여 트롤급의 신체를 가진 루이스였지만 상당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인벤토리라…… 누구한테 들은 말이지?”
사제가 말을 놓았다.
그 말에 루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이상한 말이기는 해도 어차피 뜻도 모르는 단어에 저렇듯 힘을 행사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사제라는 녀석이 살인이라도 할 듯이 약간의 살기를 신성력과 함께 끌어 올렸다.
“케, 케켁. 이, 인벤토리가 무슨 뜻인 줄은 아, 아시오?”
루이스가 힘겹게 말을 하자 사제는 꿈을 꾸기 전의 루이스였더라면 오줌을 지릴 수도 있을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인벤토리…… 그리운 단어지. 내가 매일매일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어떤 득템이 있나 하고 살피는……. 후후, 말해도 못 알아듣겠지만.”
“커, 컴퓨터 게임? 혹시 지구……?”
루이스가 지구라고 하면 말끝을 흐리자 사제의 손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이 사제도 꿈을 꾼 자인가? 하지만…… 왜 내가라고 한 거지? 꿈을 꿀 때는 자신이라는 주격이 없을 텐데? 그저 옆에서 지켜볼 뿐…….’
루이스는 사제의 말에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곧 다르게 생각했다.
‘자신의 전생을 꾸는 꿈인데 어떻게 꾸던 내가 무슨 상관이야?’
“지, 지구를 아나?”
“케, 켁. 일단 놓고 말하시지.”
“시, 실례했소.”
사제가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루이스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치유 포션(대)’ 한 개를 꺼냈다.
“그건…… 물약?”
꿀꺽꿀꺽.
사제가 뭐라든지 우선 포션을 한 번 빤 루이스는, 급격하게 마나와 신성력을 사용함으로 느꼈던 고통이 몸의 피곤함이 가시는 것을 느끼며 사제를 바라보았다.
“국적이 어디시오?”
루이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시 국가 연맹…….”
“도시 국가 연맹? 대륙이 아닌 지구에서의 국적을 말하는 것이오.”
한 차례 그렇게 말한 루이스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말했다.
“Hi, you do not know me can understand.”(안녕하세요,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English? Are you American?”(영어? 미국인이십니까?)
“No, what about you?”(아니요, 당신은요?)
“Anyway, you earthling?”(그나저나, 당신 지구인입니까?)
“You might say that.”(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Fine, I know you do not know, I was born in Korea, South Korea have gotten citizenship.”(좋소, 당신이 알지 모르겠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의 시민권을 얻었소.)
“Really(진짜)? 나도 한국인이오.”
엄연히 말하자면 다국적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일본에서 태어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 태어나기도 했었다. 시대는 다 달랐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