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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류크나 윌리엄의 한숨이 늘어 갈 때, 한 까마귀는 욕만 늘어갔다.
“빌어먹을. 까악―”
인간의 욕과 까마귀의 욕을 동시에 구사하는 신기를 보이며 크로우는 허공을 비행했다. 그런 크로우의 뒤에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가 줄지어 비행하고 있었다.
까악―
까아― 까아―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재수 없다며 돌을 던지는 영지민들도 상당했다.
크로우는 루이스가 수도로 향하기 전에 명령을 받았다.
‘까마귀 집단 하나 만들어서, 그 까마귀들 사람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성장시켜. 그리고 네 명령을 철저히 듣도록 하고.’
그 말에 크로우는 당연히 처음부터 거절했다.
심지어 거절을 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씨발 새끼야. 내가 그딴 걸 왜해? 돌았냐? 내가 그 귀찮은 것을 하게?’
그렇지만 루이스는 크로우에 대하여 너무 잘 알고 있었다.
‘1등급 루비 10개, 마찬가지로 1등급 다이아몬드 10개, 1등급 사파이어 5개, 황금 까마귀 상…… 아니, 황금으로 만든 네 동상을 내가 나중에 영주성 지을 때 수호신 역할로 놔두마.’
즉각 반응한 크로우는 충성을 다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맹세했다.
크로우의 계산에 따르면 그것은 대충 100만 골드에 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크로우의 계산, 실제로 치면 30만 골드도 하지 않는 소소한(?) 금액이었다.
크로우는 지금 와서 후회하고 있었다.
새대가리가 왜 새대가리인지 지금 마음껏 깨우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까마귀들은 자신처럼 지체 높은 흑조와는 달리 머리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그나마 자신이 까마귀 말과 인간의 말을 적절하게 해석하며 사용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진척은 나갔지만 아직 제대로 작업이 착수되지 못했다.
“제기랄! 100마리를 언제 채워?”
까아아악―
크로우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루이스가 모으라고 한 까마귀들은 최소 숫자는 100이었다.
“빌어먹을!”
까아악―

***

루이스가 윌리엄에게 마차를 준비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당연히 돈이 들기 때문이다. 루이스한텐 범인(凡人)은 상상도 하지 못할 돈이 있지만, 영지의 돈은 고작 3만 골드가 전부다. 루이스는 현재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인 3,000골드를 모두 영지의 자산으로 돌려 놓았다.
루이스는 자신의 돈을 이용하여 영지는 개발하겠지만, 영지의 재정에 돈을 넣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밸런타인 영지는 밸런타인 영지의 힘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영지의 개발에 돈을 집어넣을 때는 누군가가 투자를 한다고 돈을 내놓았다는 사기를 칠 생각이었다.
“죽을 때까지 돈이나 팍팍 써야지.”
마차에서 루이스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을 살짝 바라보았다.
스틸 호크는 열심히 걷고 있었는데,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는 언데드이기에 마기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지치지 않는다.
무적의 체력!
아니, 애초에 익스퍼드급에 도달하면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는 것으로는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으니 스틸 호크가 지치지 않는 것은 데스 나이트인 것과는 별개로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털컹.
그때 무언가와 약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팔짱을 낀 채 늘어지게 하품을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마차가 멈추자 루이스는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멈추었습니다.”
마부석 쪽의 자리를 훤히 볼 수 있는 스틸 호크가 말하자 루이스는 고개를 약간 뺀 후 크리스가 앉아 있는 곳을 보았다.
스틸 호크는 한 말을 엄청나게 때리고 있었다.
퍽! 퍽!
찰싹! 찰싹!
푸히힝―
그 말은 말무리에서 혼자 동 떨어져 있던 녀석이었는데, 녀석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루이스는 자신의 무거운 궁둥이를 일으켜 마부석 쪽으로 다가갔다.
“뭐하자는 플레이야?”
루이스가 크리스와 말을 향해 동시에 말했다.
지구의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아니, 애초에 말이기에 루이스의 말을 못 알아들었고, 크리스는 지구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테이밍 된 펫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되었는지, ‘뭐하는 짓거리야?’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말이 멈췄…… 습니다.”
어색한 존칭을 사용하면서 크리스가 말하자 루이스는 크리스에게 눈빛으로 ‘보면 모르는 줄 아냐? 나도 눈 있어!’라는 듯이 말했다.아무리 테이밍 된 펫이라는 시스템이 적용되도 눈빛으로 하는 말은 자동 통역이 안 되었는지, 크리스는 무심한 눈빛으로 루이스를 쳐다볼 뿐이다.
“흐음…… 왜 멈춘 거지? 배라도 고픈 거냐?”
크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루이스는 그 후 말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에게 물었다. 하지만 말이 도도한 건지 아니면 루이스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아무런 의사도 나타내지 않았다.
퍽!
인상을 찌푸리며 루이스가 말의 등을 한 대 쳤다.
때린 이유는 아무런 의사도 나타내지 않아서가 아니다. 갑자기 멈춘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 아무런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서 약간 데미지가 상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푸르르―
말이 매서운 눈초리로 루이스를 쳐다보며 침을 튀겼다.
“더러워 새끼야.”
퍽!
간단하게 한 대 더 때렸다.
루이스야 간단하게 때린 거지만, 루이스는 비정상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었기에 맞는 말은 더럽게 아팠다.
푸히히힝!
말이 곧바로 루이스의 복부를 향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루이스는 말이 개념 없이 자신을 공격하자 곧바로 하단전의 마나를 끌어 올려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상당히 부족하였기에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말의 공격을 피한 후 빠른 속도로 다리를 쳐올려 말의 턱에 강렬한 발차기를 날렸다.
푸힝―
고통을 호소하며 말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 개념 없는 새끼가, 어디서 주인한테 대가리를 들이밀어?”
퍽! 퍽! 퍽! 퍽!
푸히힝―
루이스가 말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루이스가 동물을 학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루이스의 구타에 말은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며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말을 구타했다.
퍽! 퍽! 퍽! 퍽!
푸히힝!
‘애 새끼가 반항할 때 봐 주면 나중에 더 덤비지. 처음부터 기를 꺾어 놔야 해.’
특이한 사고를 가진 루이스는 그 작은 체구로 자신보다 두 배 가까이 무거운 말을 패고 또 패고…… 또 팼다.
“하아! 하아! 하아!”
마나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말을 팼기 때문에 그런지 루이스는 호흡이 가빠 올랐다. 마나를 사용하여 몸을 움직이게 되면 마나가 거의 빌 때까지는 체력 소모가 일어나지 않지만 현재 루이스는 거의 마나를 동결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크리스처럼 근육이나 피하조직에 마나가 맺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나가 몸에만 있으면 그다지 잘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토대로 루이스가 얼마나 격렬하게 말의 정신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이 새끼가 갑자기 멈춘 것도 모자라서 주인님한테 싸움을 걸다니, 이 빌어먹을 새끼.”
엄연히 따지자면 싸움을 건건 루이스라 할 수 있었으나, 꿈을 통하여 제 편한 대로 생각하게 발달된 루이스의 뇌는, 방금 루이스 자신이 자신에게 행동하도록 지시한 것에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호흡이 상당히 가빠오자 루이스는 마나를 아주 가볍게 몸 곳곳으로 흘려보내어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켰다.
“야, 크리스. 이 새끼 교육 제대로 시켜 놔라.”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곧 저녁이 찾아온다.
어차피 자신이 때린 게 있어서 말은 금방 움직이기 힘들다. 마음만 먹으면 신성력을 말에게 들이부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때려 놓고 치료해 주면 자신이 힘들게 정신 개조를 시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 무의미하게 되기에 루이스는 이곳에서 자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생각하고 스틸 호크와 크리스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노숙한다. 이의 없지? 그래, 이의 없구나.”
루이스는 질문을 하고 곧바로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기지개를 폈다.
“끄응!”
오랜만에 폭력을 행사해서 그런 걸까.
몸에 조금 쑤시는 것 같았다.
“앞으로 스트레칭도 좀 해야겠네. 그리고 몸에 기름칠도 하고 말이야.”
매일매일 기름칠을 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루이스는 별생각 없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장 발달된 문명에서 과학적으로 만든,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주는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크리스가 모아온 나뭇가지들을 한곳에 모은 후 서클의 마나를 회전시키며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다크 파이어.”
2서클의 흑마법.
5서클의 루이스는 3서클의 마법까지는 수칙 계산이 필요 없었기에 정신력만으로 마법을 실행했다.
검은색의 불꽃이 나무에 달라붙어서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곧 불에 담긴 마기를 신성력을 이용하여 소멸시켰다.
작렬하는 붉은 불이 나뭇가지를 재로 만들어 버리며 타올랐다.
루이스는 인벤토리에서 돼지고기 3개와 소고기 10개를 꺼냈다. 돼지고기는 자신과 스틸 호크가 먹을 것이다.
언데드라서 음식을 안 먹어도 상관없는 스틸 호크지만, 종종 고기를 먹으며 식도락을 즐기기도 한다고 해서 주는 것이었다. 안 그랬으면 배가 작은 루이스는 돼지고기 1개만을 꺼냈을 것이다.
비싼 소고기는 당연 크리스의 것이다.
맘 같아서는 조금 더 싼 돼지고기만 왕창 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족(?)을 먹게 할 수는 없잖은가?
“우물우물. 쩝쩝.”
크리스가 미디엄으로 구운 소고기를 품위 없이 쩝쩝거리며 먹자, 루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랜 시간의 꿈을 통하여 귀족이 아니었을 때의 삶을 더 많이 살았다곤 하지만, 루이스도 귀족이다.
보는 눈이 다른 사람과는 상당히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도 엄연히 귀족의 예의를 생각하고 귀족의 법을 생각하며, 귀족의 권리를 생각한다.
다른 귀족들처럼 시끄럽다고 자신의 영지 사람을 개념 없이 죽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저렇게 대놓고 시끄럽게 음식을 처먹으니, 루이스는 소고기를 빼앗은 후 돼지고기만 삼시 세 끼로 10년간 처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루이스 일행은 현재 파슈타인 영지를 넘어서 테피언 후작령의 한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을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었는데 사람들의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여기는 우리 영지보다도 더 못 먹는 구나.”
루이스는 딱한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루이스는 밸런타인 영지의 영지민을 위하려고 하지만, 다른 영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기주의라 할지도 모르지만, 루이스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자신의 사람에게는 잘해 주고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루이스는 마을의 촌장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려고 마을 사람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이 마을의 촌장이 사는 곳이 어디냐?”
“촌장? 아아! 성녀님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마을 사람의 대답에 루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성녀……님?”
“네, 성녀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착하신 우리 성녀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마을의 제일 동쪽에 살고 계세요.”
마을 사람은 루이스가 귀족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며 루이스가 온 방향으로 걸어갔다.
“스틸 호크.”
“왜 그러십니까?”
“이상하지?”
“엄청요.”
루이스는 성녀라고 불린 마을 촌장이 어떤 자일지 궁금해졌다.
성녀라…….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일까? 그만큼 착하다는 뜻일까? 마을 사람이 착하고 아름답다고 했으니 둘 다 일까?
혼자서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자. 마을의 제일 동쪽으로.”
“알겠습니다.”

성녀라고 불린 촌장의 집은 낙후된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집이었다.
비록 루이스의 영지 저택이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반 정도 되는 크기에 상당히 화려하고 깔끔했다.
“이거 참…….”
루이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따위로 돈을 많이 쓰는 촌장인 것 같은데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보면 어쩌면 엄청나게 예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나쁜 짓을 하면 애교고 못생긴 여자가 나쁜 짓을 하면 천하에 빌어먹을 년이 되기 때문이다.
“계시오!”
루이스가 약간의 마나를 섞어서 소리치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루이스가 깜짝 놀랐다.
이 기운…….
이것은 분명 마기였다. 상당히 절제된 마기.
“스틸 호크.”
“예.”
스틸 호크도 이미 마기를 느꼈는지 몸에서 살짝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루이스의 신성력에 의해 상쇄되면서 스틸 호크의 내부에서 돌고 돌았다.
루이스는 자신의 신성력을 소멸시켰다.
상당한 마기였기 때문이다.
스틸 호크는 엄연히 마기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루이스의 몸 주위로 신성력이 둘러져 있으면 전투력이 대폭하락 한다.
“마족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스틸 호크는 신성력이 풀리자 즉각 반말을 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스틸 호크가 영락없는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였으니까.
스틸 호크는 마기를 이용하여 검은 창을 소환했다.
신성력을 쓰는 존재라면 웃으며 맞이하겠지만, 마기를 사용하는 자라면 같은 마기를 사용하는 자도 경계를 한다.
“누구십니까?”
마신, 루시퍼의 딸이 있다면 저러할까?
흑요석 같은 눈에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것처럼 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잘빠진 몸매는 뭇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아름다운 미성은 남성들의 심장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이런 사람이오. 다크 볼.”
루이스는 가볍게 이미지 메이킹과 서클을 회전시킴으로 검은색의 구체를 허공에 생성했다.
“흑마법사시군요.”
“그대도 비슷한 존재로 보이네만…….”
루이스는 하대가 아닌 반 존칭을 사용했다.
그녀의 외모가 예뻐서가 아니다. 그녀가 은연중에 풍기는 기운…… 평범하지가 않았다.
“호호호. 꼬마야, 무슨 일이니?”
그녀가 악녀나 지을 법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도 이상하게 변했다.
“성녀라고 불리기보다는, 마녀가 나을 것 같군.”
“나를 그런 마녀 따위로 보다니, 애통할 따름이구나. 흑마법사 꼬맹아, 무슨 일이냐? 마족과의 계약을 원하느냐?”
그녀의 말에 루이스는 눈을 빛냈다.
계약 따위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녀가 아니라, 마족인가?”
“호호호, 글쎄?”
“내가 어려 보여서 만만하게 보는 건가?”
“그럼, 네가 백전노장의 노마법사라도 된단 말이냐? 내 비록 소환이 아닌 내 의지로 인간계로 넘어와 대부분의 힘이 소실되었지만 대마법사들도 상대할 수 있다.”
대마법사라 일컬어지는 것은 7서클의 마법사부터이다.
루이스는 7서클 마법사를 상대로 이길 수가 없다. 그녀가 7서클의 마법사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을 통하여 그녀가 마계에서 최소한 상급의 마족이라는 것을 짐작한 루이스는 그녀를 향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네가 정말 대마법사를 상대할 수 있다면 내가 한 발 물러나야 하나?”
“호호, 흑마법사는 상당히 귀하거든. 그리고 캐스팅 없이 마법을 펼친 것을 보니 최소한 4서클의 마법사이겠구나. 비록 싸가지는 없지만 그 어린 나이에 4서클의 마법까지 익힌 것을 보면 상당히 재능이 있나보군. 나는 재능을 먹고 사는 자. 고맙게 힘을 얻어 주마.”
“재능을 먹고 산다고?”
“죽을 꼬마에게 알려 줄 것은 없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양손에 엄청난 양의 마기를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기는 점차 연기를 내기 시작했다. 수운(手雲)이다. 그 연기가 그녀의 손을 휘감더니 이내 곧 검은색의 물과 같아졌다. 그 후 검은색의 물과 같은 상태이던 마기는 조금씩 출렁거림이 멈추기 시작했고 고체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마나로 일으키며 오러 블레이드라 불리지만, 마기로 일으켰기에 다크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기운을 손에 생성시켜, 스치기만 해도 절명하게 만들어 버리는 공격을 그녀는 루이스에게 할 생각인 듯 보였다.
그녀는 루이스에게 신영을 날렸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루이스는 그녀가 거의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루이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보다 더 강한 마족들도 많이 상대해 봤던 루이스였다. 그것이 비록 꿈에서 일지라도 말이다.
루이스의 신성력이 빠르게 루이스를 감쌌다.
신의 힘으로 만들어 낸 방패, 홀리 실드였다.
카앙!
그녀의 다크 블레이드와 루이스의 홀리 실드가 맞붙으며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일어났다. 그녀는 루이스가 신성력을 사용하자 당황했다.
“어떻게 흑마법사가?”
“흑마법사는 신성력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흑마법은 마기와 마나가 섞인 흑마나를 심장에 축적하는 것이고 신성력은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소유하게 되는 힘이다.”
“하지만 네 녀석은 너무 어리지 않느냐! 그렇다면 흑마법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 일터! 다르게 말하자면 마기에 대한 친화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신성력과는 상성이 잘 맞지 않다는 소리잖아!”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신을 믿어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흑마법은 그냥 흑마나를 몸에 축적하여 사용하는 것일 뿐, 신을 믿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신성력은 단지 신을 믿는 힘.
신을 욕해도 상관없고 신을 싫어하더라도 신이란 존재는 아량이 넓어서 자신을 믿으면 신성력이라는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신을 믿는다고 신성력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성력에 대한 상성이 맞아야 한다.
그녀는 처음에 루이스가 마기에 상성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안 그러면 저 어린 나이에 2서클의 흑마법을 캐스팅 없이 펼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주 미약한 신성력이라면 이해를 한다.
그 믿음이 매우 크면 신성력과 상성이 잘 맞지 않아도 신성력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크 블레이드를 막을 정도의 신성력이라면, 못해도 대신관급의 신성력이다. 대신관급의 신성력을 가지려면 신성력과 상성도 잘 맞아야 하고 신에 대한 믿음도 매우 커야 한다.
신성력을 가지는 정도는 나이가 상관없다. 하지만 커가면서 신성력에 대한 상성이 늘어나고 믿고 있던 신에 대한 믿음이 더 깊어져 늙으면 늙을수록 신성력이 강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대신관급의 신성력이라면 신의 축복을 받은 성녀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상당한 신성력과의 상성과 그 믿음이 깊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그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 더욱더 발전해야 한다.
많이 쳐주어도 15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마기에 대한 상성도 잘 맞고 신성력에 대한 상성도 잘 맞다니!
놀라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앵두 같은 입술을 혓바닥으로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