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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동질감이라…….”
청년, 아니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을 삶을 살았던 남궁철현.
그는 자신처럼 무림에서 넘어온 이상한 말을 하는 소년을 응시하다가 빙그르 미소를 지었다.
“저 꼬마…… 왠지 그분을 닮은 것 같군.”
절대무적의 신위를 발휘하던, 무림 최초로 화경을 넘어서 탈마의 경지에 오른 존재.
자신만이 마교인을 제외하고 최초로 그의 힘을 확인한 존재.
천만마도라고 할 정도로…… 그 전력이 이곳에 온다면 대륙에 대혈겁(大血劫)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곳의 우두머리인 자.
천마신교를 세운 천마의 적통인, 잔혹마제(殘酷魔帝)라는 명호를 얻은 천마교주(天魔敎主) 천지악(天地惡).
그와의 전투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곳에서 눈을 떴을 이유도 없었을 터였다.
“하늘의 뜻이란…….”
누가 알았겠는가?
무림십성(武林十星)의 자신이, 직접 만나보면 결코 어울리지 않는 명호를 가진 이에 의해 큰 내상을 입고 세가로 귀환하다 번개에 맞아 사망한 후, 진짜로 신의 힘이 존재하고 사술을 전문으로 부리면서 세상에서 인정받는 마법사라는 존재가 있으며, 무림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왕의 신하로 있는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될지 말이다.
“그나저나…… 만약 혈맥을 뚫게 된다면, 세가에게 생긴 응어리도 풀고…… 은혜도 갚으러 가야 하나?”
남궁철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파란 물이 담긴 유리병을 응시했다.
그가 유리병을 손에 쥔 채 걸을 때마다, 그 안에 담긴 파란색의 물이 출렁거렸다.
“아, 근데 이름이 뭐지? 얼굴이랑 중원에서 넘어온 것을 제외하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뭐, 어떻게든 되겠지.”
남궁철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
식사를 마친 루이스 일행은 파슈타인 백작령은 말을 파는 마상점이 있다는 사실에 곧바로 마상점에 들렀다.
“무슨 말을 구입하시겠습니까?”
상점 주인이 물었지만, 루이스는 그 말을 상큼하게 씹으며 말들을 살펴보았다. 양질의 말을 살펴보는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쭈르륵 말을 훑어보던 루이스는 세 마리의 말을 집었다.
명마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 상점에 있는 말들 중에서 가장 좋은 말들이었다.
“정말 안목이 뛰어나시군요. 그 말들은 종자부터 다른 말로서 전력으로 달리면 한 시간에 서른 킬로미터도 달릴 정도로 뛰어난 말들입니다. 또 힘하고 체력 또한 뛰어나서 기사님들의 전투마로도 사용 가능…….”
상점 주인이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자 루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말들은 전투마(戰鬪馬)들 보다 근력이 매우 부족하다. 그런 말을 전투마라도 사용 가능하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런 말들을 진짜로 전투에서 사용하면 죽기 십상이다.
“얼마지?”
루이스가 자연스레 하대를 했다.
루이스는 지금 상당히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약간 부유한 평민 꼬마에 불과해 보였다.
만약 스틸 호크가 지금 옆에 없었더라면 상점 주인은 인상을 팍 쓴 후 ‘꼬마야, 그 따위 말버릇은 어디서 배웠니!’라고 하면서 버럭 화를 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 해서 250골드입니다.”
상점 주인의 말에 루이스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상점 주인이 바가지를 씌워도 한참 씌운다는 사실에 울컥할 수도 있었으나, 루이스와 상점 주인은 연륜이 달랐다.
능구렁이 수십 마리랑 말싸움을 하던 상인의 꿈도 꾸었기에 상점 주인의 허접한 바가지 씌우기는 루이스에게 그저 귀여워 보이는 정도였다.
돈이야 우라지게 넘치는 루이스였으나, 자신이 그냥 베푸는 것도 아니고, 바가지에 쓰면서까지 상점 주인을 행복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흠…… 좋군. 아주 좋아.”
루이스가 일부로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상점 주인의 눈빛이 빛났다.
‘대박이다!’
상점 주인은 루이스가 들어오는 시점부터, 철없는 귀족 꼬마가 돈지랄을 하기 위하여 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엄청 허접한 말을 엄청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했지만, 어떻게 저 꼬맹이가 말을 잘 탐색했는지,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좋은 말을 고르자 순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곧 말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 몰라도 말 가격에 대해서는 어수룩한 꼬맹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니, 눈치를 챈 것 보다는 그냥 루이스의 간단한 연기에 낚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여기 이 말 다리에 이건 뭔가?”
루이스는 자연스럽게 말하며 자신의 마나 서클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이미지 메이킹에 수칙 계산까지 완료했다.
“일루전.”
시동어를 외침과 동시에 그의 서클에서 회전하던 마나의 일정량이 말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 후 시각적으로는 말의 다리에 상당한 염증이 생겼다.
“이, 이건…….”
상점 주인은 당황했다.
오늘 아침에 말들을 검사할 때만 해도 이런 것이 없었다. 갑자기 이런 염증이 생기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몸통에 있는 것은 뭔가?”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다리를 감싸고 있는 마나의 일부분을 옆구리 쪽으로 이동시켰다. 옆구리에는 큼지막한 혹이 생겼다.
“이것은…….”
상점 주인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갑자기 이런 이상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가 연속적으로 터지다니.
“이게 가장 좋은 말이라는 건가?”
루이스가 성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로 상점 주인을 쏘아봤는데, 상점 주인은 루이스의 눈빛이 꼭 ‘귀족능멸죄로 감방에 들어가고 싶어?’라는 것만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흐음……됐네. 하지만 이 말 생긴 게 꽤나 괜찮군. 그래도 구입할 생각이네만, 얼만가?”
“아, 아, 예예. 이 말의 가격은 20골드입니다.”
상점 주인은 원래 시가보다 반 정도 낮추어 불렀다.
나머지 두 마리 말을 팔면 충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가격을 들은 루이스는 속으로 상점 주인을 비웃었다.
상점 주인의 의도는 이미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다.
잠시 말을 한 번 살펴보던 루이스는 기세가 심상치 않은 녀석을 찾을 수가 있었다.
매끈한 몸신에 매서운 눈빛, 근육도 상당히 잘 발달되어 있었고, 갈색의 몸은 상당히 멋져 많은 사람들이 찾을 법한 녀석이었다.
상당히 난폭한 녀석.
다른 녀석들과 달리, 외로운 녀석.
독고다이(獨庫多異)인 녀석.
다른 사람의 손을 거부하는 녀석.
그런 녀석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저 녀석은 뭔가? 혼자서 앉아 있는데.”
다른 말들은 많이 떨어져도 5미터 내지다. 하지만 저 녀석은 30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저 녀석이 왕따란 것을 알면서도 루이스는 태연하게 질문했다.
그러자 상점 주인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말했다.
“한 기사가 판 말입니다. 근육도 좋고 병도 없어서 아주 좋은 녀석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사고 보니 저 녀석이 너무 난폭한 겁니다. 다른 말도 다치게 하고…… 아무튼 갑갑한 녀석입니다.”
숨을 ‘후웁’ 하고 들이셨다가 ‘후우’하고 내뱉은 상점 주인은 인상을 한 번 찌푸리며 말했다.
“저 녀석을 곧 죽여서 고기로 팔아 버리던가 해야죠. 녀석이 워낙에 근육 발달이 잘되어서 고기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아…….”
한숨을 푹푹 내쉬는 상점 주인을 본 루이스는 성큼성큼 녀석에게 다가갔다.
푸히힝―
루이스가 다가오자 녀석은 길게 울며 루이스를 경계했다.
그것을 본 루이스는 녀석을 그냥 제압해 버릴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크리스.”
“왜 그러…… 십니까?”
크리스는 존칭이 상당히 어색했다.
스틸 호크의 철저한 가르침에 약간 괜찮아졌지만 초반에는 존칭과 반말, 그리고 하대가 적절히 섞여서 나올 정도였다.
지금은 그냥 다른 사람이 고개를 갸웃 거릴 정도다.
“끌고 와. 스틸 호크, 너는 저 말을 데리고 오고. 여기 쌍두마차도 팔겠지?”
“아, 예예. 물론입니다.”
루이스가 저 말을 사려는 듯하자 상점 주인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곧 있어 말과 마차가 모두 준비가 되었다.
마차는 상당히 화려했는데, 제일 앞에 마부가 앉는 자리가 있었고 그 뒤에 나무에다가 갖가지 색칠을 한 수수한 듯하면서 화려한 루이스가 편안히 앉아서 갈 자리가 있었으며, 제일 뒤에는 약간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짐칸이 있었다.
“다해서 얼만가?”
루이스가 묻자 상인은 여러 가지를 계산했다.
마차의 가격에서 약간의 플러스를 한 후, 말을 싼 가격에 팔았기 때문에 생기는 손해를 마이너스를 하고 저 빌어먹을 말 때문에 소모한 기타 등등의 돈을 계산해 보았다. 그곳에서 떼어 낼 이득까지 계산했다.
“500골드입니다.”
억지나 다름없는 가격에 루이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상점 주인은 루이스가 돈이 넘쳐나기에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여유를 나타내는 웃음인 줄 알았다.
“장난하나?”
루이스가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갑자기 태도가 변한 루이스의 모습에 상점 주인은 당황했다.
“지금 감히 귀족한테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 것인가? 허, 참. 내가 너를 귀족모독죄로 재판에 회부하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마음 같아서는 너를, 내가 즉참하고 싶지만 우둔한 평민의 실수라 생각하고 내가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어 주마.”
완전히 귀족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발언!
―야, 한 200골드만 던져 줘.
루이스는 상점 주인이 적당하게 손해를 볼 가격을 스틸 호크에게 말했다. 그러자 스틸 호크는 고개를 작게 한 번 끄덕였다.
“출발하라!”
마부석에 앉아 있는 크리스를 향해 루이스가 소리쳤고 크리스는 몇 번인가 말을 사육하면서 다뤄 본 적이 있었기에 나름 능숙하게 말을 몰기 시작했다.
푸히힝―
푸르릉―
다그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들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잠시 루이스를 쳐다보던 스틸 호크는 마차와 약간의 거리가 생기자, 품에서 돈 주머니 하나를 꺼내어 상점 주인에게 건넸다.
“이것으로 만족하시오.”
간단하게 말한 스틸 호크는 곧장 달려 루이스가 있는 마차의 옆으로 갔다.
“네, 네? 아, 저 기, 기사님!”
곧 사태 파악을 완료한 상전 주인이 스틸 호크를 애타게 부르다가 잠시 돈 주머니를 확인해 보았다.
“기사님―”
상당한 손해를 나는 금액에 상점 주인은 애절하게 스틸 호크를 불렀다. 하지만 스틸 호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루이스 일행의 마차가 아예 보이지 않게 되자, 상점 주인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빌어먹을―”
마상전의 주인, 그의 인생사 중에서 최대의 손해를 본 날이었다.
12장 마족과의 전투
류크는 영주 저택의 집사이면서 동시에 밸런타인 영지의 단 한 명밖에 없는 마법사였다. 비록 실력은 2서클에 불과하지만, 일단 마법사이기는 했다.
류크는 루이스가 뽑은 두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에게 간단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루이스가 말하길…… 인상 더러운 리필이라는 소년에게 더욱 지극 정성으로 대하라고 했는데, 류크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이스가 소년과 소녀들을 데리고 온 지 이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은 모두 마나를 느꼈다. 나쁘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소녀 두 명과 한 명의 소년은 심장 주위에 마나를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리필이란 소년은 그렇지 못했다.
마나를 느끼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빨랐다. 어쩌면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마나를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류크는 이 소년은 엄청난 천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끝이 났다.
마나를 아무리 잘 느끼더라도 마나를 쌓지 못하면, 그래서 결국 서클을 생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법사로서의 길을 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차라리 검사로 키우시지.’
마나를 느꼈다는 것은 검사로서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타고난 체격도 좋은 것 같으니 검사를 시키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른다.
류크는 그쪽이 끌렸다.
다른 아이들은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비록 자신이 2서클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상당히 영리하여 자신이 얻는 것도 적지 않았다.
잘만 하면 3서클에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에 리필을 가르치려고 하면 속에 천불이 났다.
머리는 나쁘지 않았다. 마나에 대한 친화도도 나쁜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왜!
왜 이렇게 마나를 못 쌓느냔 말이다.
“하아…….”
매일매일 깊은 한숨을 내뱉는 류크였다.
행정관 윌리엄은 죽을 맛이었다.
이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루이스가 당부하기를…….
‘농사는 저 산에서만 짓는다. 다른 곳은 그냥 매장해 버려. 알겠지? 내가 수도에 갔다 올 때 농지가 다 매장되어 있기를 기대하마.’
루이스가 기사들과 함께 오크를 토벌하여 포획한 가축들은 농노들을 이용하여 산에서 기르고 있었다.
가축의 종류에는 소와 강아지, 말 등등 여러 가지였는데 작은 가축으로는 닭이나 토끼 같은 것들도 있었다.
사실 루이스가 이것을 포획해 오지 않았더라면, 농사를 그 메말라 버린 땅에서만 짓는다고 사실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것이다.
윌리엄은 너무 피곤했다.
보는 시각이 너무 이상해진 영주 때문이다.
차라리 다른 영주들처럼 탐욕적으로라도 일을 하면 괜찮을 테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창의력이 더럽게 뛰어나서 그런지 영주가 되고 나서 하는 일마다 이상한 짓이었다.
병사들을 기사들에게 배속시킨다거나, 병사들로 하여금 영지의 일을 돕게 한다는 것은 상당히 좋고 기발한 생각이었다. 상당한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계속 그따위로 하면 자신이, 그리고 다른 가신들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하아…….”
한숨만 늘어갔다.
카룬은 감으로 수맥을 찾아 못자리를 찾아 주며 돈을 받는 일을 했다. 그러다 수맥 전문가를 찾는다는 영주인 루이스를 만나면서 인생이 변하게 되었다.
자신은 전혀 몰랐던 정령술사에 대한 재능을 가르쳐 주어 그 귀하다는 정령사가 될 수 있게 해 주었다.
거기다가 루이스가 아카데미에까지 보내 준다니, 그로서는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카룬은 그 후 영주 저택에서 거주했다.
밥은 다른 귀족들이 먹는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카룬은 매일매일 배에 기름칠을 할 수 있었다.
영지가 잘나가지는 않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 정도 먹는 것은 보통이었다.
“우리 영주님은 착한 영주,. 운디네가 뽀뽀를 해 주지요.”
제가 만든 형편없는 곡을 카룬은 흥얼거렸다.
“다 쌌다!”
카룬은 루이스가 선물해 준 몇 개의 물건들과 자신이 입을 옷가지 등등을 챙겼다.
카룬은 루이스가 자신을 부하로 삼기 위하여 제시했던 조건 중에서 아카데미에 보내 주겠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카룬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이 없었기에 그것은 그림에 떡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비록 정령학과에 가압하게 되었으며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자신의 학과에 맞는 수업을 제외하고 하루에 두 과목씩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었기에 카룬은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비록 지금 자신은 글도 다 못 깨우쳤지만.
“가자, 운디네.”
카룬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뒹굴고 있는 운디네를 살짝 쳐다보았다. 머리 위에서 뒹굴고 있었기에 살짝 쳐다보는 것도 눈에 상당한 고통을 주었지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카룬은 거의 24시간을 운디네를 소환한 채로 있었는데, 만약 이것을 다른 정령사들이 듣게 된다면 입에 게거품을 물것이다.
정령을 소환해서 전투를 벌이면 겨우 30분이 한계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정령을 소환했을 경우이다.
카룬의 경우는 운디네와만 계약했기에 운디네만을 소환하는 것이 다였는데, 카룬은 이때까지 운디네를 역소환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짐은 다 챙겼습니까?”
카룬이 평민이라 아카데미에 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루이스는 진짜 기사의 실력에 든 부기사단장 쿤을 붙여 주었다.
카룬에게는 심히 과분한 처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카룬의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쿤 또한 카룬이 정령사인 것을 알기에 상당히 조심스레 대했다.
거기다 농사 중심인 밸런타인 영지에서는 땅의 정령사와 더불어 최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령사인 그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물의 정령사가 있으면 가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록 많은 물을 소환할 수는 없을 테지만 장시간 적으로 계속해서 물을 소환한다면 사람들이 먹는 식수와 씻는 물, 그리고 밀농사는 조금 힘들지라도 물이 적어도 잘 자라는 견과류 농사는 충분히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요.”
카룬은 아카데미에 간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