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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타스 2040 1
1화
작가서문
어렸을 때부터 신화를 무지 좋아했었습니다.
특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의 모태가 된다고 하는 인도신화는 제게는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천여 명이 넘는 다양한 신들과 그에 따른 무궁한 모험담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라고 할 만하지요.
하지만 의외로 그리스, 로마신화나, 북구유럽,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신화는 많이 알려진 반면 인도신화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국내에서는 자료를 구하기 쉽지가 않았습니다.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료가 없더군요.
불경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접할 수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제가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지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입니다. 많은 신화들이 지옥이라는 개념을 인도신화에서 차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지요.
인도신화가 지옥의 철학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다면 다른 신화들은 그저 무섭다거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외형만 흉내 낸 면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지옥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인도 사람들은 세계의 중심에 수미산(須彌山)이라는 큰 산이 있고 그 주위를 큰 바다가 둘러싸고 주위에 네 개의 대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 남섬부주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이 남섬부주의 땅 밑에 지옥이 있다고 믿어 왔다고 합니다.
지옥에 대한 모습을 차용한 장면이 나오겠지만 이 책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실과 신화 속의 구원자들인 스펜타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힘이 깨어났다는 상상의 결합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미래로부터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 차훈이 파멸로 치달아가는 세상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구원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게 될 텐데 독자 여러분께 어떻게 비칠지 걱정입니다.
네 번이나 소설을 완결했지만 글을 쓸 때면 아직도 겁이 나니 말입니다.
지루하지는 않으실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한 권 한 권 넘어갈수록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써 보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롤로그
전투는 생존 방식 중 하나다.
어떤 목적에서 벌어졌던 간에 전투에 임하는 당사자는 오직 살아남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그것이 전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임무의 성공은 그 와중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아주 작은 것일 뿐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특전단원이 남긴 유언 중에서…….
1장. 대폭발!
지이잉!
지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며 빨간색 LED모니터의 숫자들이 모습을 달리했다.
스쳐 가는 숫자 옆으로 각층에 대한 공간 정보가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는 중이다.
딜레이되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정보에 묘한 감흥이 스친다.
“후후, 나랑 비슷한 놈이군.”
전형적인 구식이다.
에어튜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프를 이용한다는 것도, 층별 정보가 미적거리며 떠오르는 것도 아주 오랜전에 쓰인 방식이다.
그렇지만 모양은 그래도 그런대로 모니터링하기에는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다. 아무리 봐도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에 차훈은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웃기는군.”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쓸모 있는 놈이라는 것이 자신의 대한 주변의 평가다. 쓸모는 있지만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다.
그저 해 본 소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차훈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딩동!
스르르르―
상념을 깨우는 챠임벨 소리와 함께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학교에서 일을 맡긴 이상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다.
‘꽤 깊이 내려가야겠군.’
문이 열리자 차훈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스으윽!
중력이 처지는 듯한 아래로 내려 끄는 느낌에 심신이 이완된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군.’
지하를 향해 고속으로 엘리베이터의 속도감에 몸을 맡긴 차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젠장! 하필 일거리를 줘도.”
툭 내뱉은 말 중에 불만이 서려 있다.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뱉어 낸다.
어쩐지 한심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투다. 아무리 배경이 없고, 먹고, 돈 없는 것이 죄라고는 하지만 오늘 일을 생각하면 차훈의 처지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
“원래는 이러려고 들어온 것이 아닌데…….”
차훈은 고등공립학교와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들어갔었다.
어렵사리 제대를 했지만 뇌리에 각인된 트라우마로 인해 폐인처럼 살다가 간신히 들어온 대학교다.
학비를 납부하는 대신 기술 공여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눈치가 보여 그만큼 열심히 학교를 위해 일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영 다른 모양새다.
차훈이 학비를 납부하는 대신에 학교에 해 주어야 할 일은 각종 첨단 실험 장치를 수리하는 일이다. 제법 괜찮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 기술자 못지않게 수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학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강의도 듣지 못하게 수업 시간에 갑자기 수리를 맡기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흔히 보는 잡부처럼 대하는 것을 보면 학교 측에서는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해 그다지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줄 줄 알았던 대학 생활이었지만 막상 들어와 이렇게 푸대접을 받다 보니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겨우 이런 대우를 받자고 대학교에 들어온 것은 정말 아니었다.
“후우우우…….”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뜻대로 안 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듯 한숨을 토해 낸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리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 모르겠구나. 제기랄!”
혼자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라도 들으라는 듯 차훈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거칠기 그지없다.
‘크크크, 젠장! 그때 선택을 잘못한 건가?’
차훈은 문득 자신의 인생을 확 바꾸게 된 선택의 순간이 떠올랐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화인처럼 의식 속에 선명히 자리 잡은 기억이다.
이제는 잊을 때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소리도 믿을 것이 못됐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한 짓이었는데…….’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기는 하지만 군대를 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특수기술여단 내에 있는 특전지원단에 들어가게 됐지만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수기술여단 출신이라면 제대 후에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기에 나름대로 알찬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건만 입대 후에 정말 꼬일 대로 꼬여 버렸다.
설계했던 인생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지저분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르고 군에 자원하면서부터였다.
기술전문학교에서 배웠던 기술들을 군에서 연마하고 전역을 하게 되면 곧바로 취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철없는 생각에 차훈은 무모한 짓을 저질러 버렸다.
입대 후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특수기술여단에 배속되자마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특전지원단에 무턱대고 자원을 한 것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떨어질 것을 미리 예상한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지원을 허락받았다. 신원 조회나 재능 검사를 하면 백이면 백 거부될 것이 분명한데 운이 좋게도 지원단으로의 전보 명령서를 받을 수 있었다.
명령서를 받고 자신의 보직을 확인을 한 순간, 차훈은 봉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1화
작가서문
어렸을 때부터 신화를 무지 좋아했었습니다.
특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의 모태가 된다고 하는 인도신화는 제게는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천여 명이 넘는 다양한 신들과 그에 따른 무궁한 모험담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라고 할 만하지요.
하지만 의외로 그리스, 로마신화나, 북구유럽,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신화는 많이 알려진 반면 인도신화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국내에서는 자료를 구하기 쉽지가 않았습니다.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료가 없더군요.
불경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접할 수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제가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지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입니다. 많은 신화들이 지옥이라는 개념을 인도신화에서 차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지요.
인도신화가 지옥의 철학적인 면을 내포하고 있다면 다른 신화들은 그저 무섭다거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외형만 흉내 낸 면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지옥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인도 사람들은 세계의 중심에 수미산(須彌山)이라는 큰 산이 있고 그 주위를 큰 바다가 둘러싸고 주위에 네 개의 대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에 남섬부주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이 남섬부주의 땅 밑에 지옥이 있다고 믿어 왔다고 합니다.
지옥에 대한 모습을 차용한 장면이 나오겠지만 이 책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실과 신화 속의 구원자들인 스펜타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힘이 깨어났다는 상상의 결합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미래로부터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 차훈이 파멸로 치달아가는 세상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구원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게 될 텐데 독자 여러분께 어떻게 비칠지 걱정입니다.
네 번이나 소설을 완결했지만 글을 쓸 때면 아직도 겁이 나니 말입니다.
지루하지는 않으실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한 권 한 권 넘어갈수록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써 보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롤로그
전투는 생존 방식 중 하나다.
어떤 목적에서 벌어졌던 간에 전투에 임하는 당사자는 오직 살아남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그것이 전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임무의 성공은 그 와중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아주 작은 것일 뿐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특전단원이 남긴 유언 중에서…….
1장. 대폭발!
지이잉!
지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며 빨간색 LED모니터의 숫자들이 모습을 달리했다.
스쳐 가는 숫자 옆으로 각층에 대한 공간 정보가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는 중이다.
딜레이되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정보에 묘한 감흥이 스친다.
“후후, 나랑 비슷한 놈이군.”
전형적인 구식이다.
에어튜브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프를 이용한다는 것도, 층별 정보가 미적거리며 떠오르는 것도 아주 오랜전에 쓰인 방식이다.
그렇지만 모양은 그래도 그런대로 모니터링하기에는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다. 아무리 봐도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에 차훈은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웃기는군.”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쓸모 있는 놈이라는 것이 자신의 대한 주변의 평가다. 쓸모는 있지만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다.
그저 해 본 소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기에 차훈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딩동!
스르르르―
상념을 깨우는 챠임벨 소리와 함께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학교에서 일을 맡긴 이상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다.
‘꽤 깊이 내려가야겠군.’
문이 열리자 차훈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스으윽!
중력이 처지는 듯한 아래로 내려 끄는 느낌에 심신이 이완된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군.’
지하를 향해 고속으로 엘리베이터의 속도감에 몸을 맡긴 차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젠장! 하필 일거리를 줘도.”
툭 내뱉은 말 중에 불만이 서려 있다.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뱉어 낸다.
어쩐지 한심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투다. 아무리 배경이 없고, 먹고, 돈 없는 것이 죄라고는 하지만 오늘 일을 생각하면 차훈의 처지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그럴 만도 했다,
“원래는 이러려고 들어온 것이 아닌데…….”
차훈은 고등공립학교와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들어갔었다.
어렵사리 제대를 했지만 뇌리에 각인된 트라우마로 인해 폐인처럼 살다가 간신히 들어온 대학교다.
학비를 납부하는 대신 기술 공여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눈치가 보여 그만큼 열심히 학교를 위해 일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영 다른 모양새다.
차훈이 학비를 납부하는 대신에 학교에 해 주어야 할 일은 각종 첨단 실험 장치를 수리하는 일이다. 제법 괜찮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 기술자 못지않게 수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학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강의도 듣지 못하게 수업 시간에 갑자기 수리를 맡기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흔히 보는 잡부처럼 대하는 것을 보면 학교 측에서는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해 그다지 쓸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줄 줄 알았던 대학 생활이었지만 막상 들어와 이렇게 푸대접을 받다 보니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겨우 이런 대우를 받자고 대학교에 들어온 것은 정말 아니었다.
“후우우우…….”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이 뜻대로 안 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듯 한숨을 토해 낸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리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 모르겠구나. 제기랄!”
혼자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라도 들으라는 듯 차훈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거칠기 그지없다.
‘크크크, 젠장! 그때 선택을 잘못한 건가?’
차훈은 문득 자신의 인생을 확 바꾸게 된 선택의 순간이 떠올랐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화인처럼 의식 속에 선명히 자리 잡은 기억이다.
이제는 잊을 때도 됐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소리도 믿을 것이 못됐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한 짓이었는데…….’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기는 하지만 군대를 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특수기술여단 내에 있는 특전지원단에 들어가게 됐지만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수기술여단 출신이라면 제대 후에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기에 나름대로 알찬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건만 입대 후에 정말 꼬일 대로 꼬여 버렸다.
설계했던 인생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지저분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전문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무것도 모르고 군에 자원하면서부터였다.
기술전문학교에서 배웠던 기술들을 군에서 연마하고 전역을 하게 되면 곧바로 취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철없는 생각에 차훈은 무모한 짓을 저질러 버렸다.
입대 후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특수기술여단에 배속되자마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특전지원단에 무턱대고 자원을 한 것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떨어질 것을 미리 예상한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지원을 허락받았다. 신원 조회나 재능 검사를 하면 백이면 백 거부될 것이 분명한데 운이 좋게도 지원단으로의 전보 명령서를 받을 수 있었다.
명령서를 받고 자신의 보직을 확인을 한 순간, 차훈은 봉을 잡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