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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검단향 1권
흑옥루의 소동
금권단향 1권(1화)
안녕하세요, 수염씨입니다.
다소 생소한, 필명 치고는 이상하겠지만 나름 깊은 인상이 남을 거라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겨웠던 시간을 지나 하나의 이야기를 그 출발선이라도 나름 잘 마무리해서 집필을 완료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금검단향.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바로 이 ‘금검단향’입니다.
가슴에 무수히 많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 이 책을 선택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작가가, 어느 책이 쉽게 나오겠냐마는 사실 저에게 있어 이 금검단향은 정말이지 고난의 연속이었고 참으로 힘겨운 과정 끝에 나올 수 있었기에 그 감회가 남다릅니다.
무협으로의 첫 도전.
어찌 보면 저에게 있어, 아니 사실 하나의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하고 도전한다는 부분, 첫 출간이란 부분 역시 험한 산을 등정한 것이겠지만, 이 도전은 저에게 도전 그 이상의 감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한창 무더운 여름, 유래 없는 폭염 속에서 컴퓨터의 열기와 싸우며 연일 틀어야 했던 에어컨에 대한 부담, 정확히는 전기세의 압박이 나날이 늘어 가는 가운데 드디어 책으로 나왔음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뿔미디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금검단향은 무협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청소년, 그리고 청년이 된 후 무림으로 나서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가공의 소설을 통해 무림을 꿈꾸던 소년이 현실로 그 세계를 접하고 겪는 이야기입니다.
읽기 편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독자분들께서 금검단향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웠다면 목표는 달성. 글을 쓴 이도, 편집을 해 준 분도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실장님과 한 대리님께 참 폐를 끼쳤던 것 같습니다. 의견을 나누고 쓰고, 잠수 타고, 전화하고, ‘아! 이건 아니지 않느냐.’ 하고, 수정 지시가 산더미 같고, 삭제 컷 되게 많고, 몇 번을 갈아엎고… 그런 과정 중에 탄생한 것이라 필자 혼자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이 글을, 사정이 된다면 좀 더 깊은 부분과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금검단향을 쓰느라 도움 준 많은 분들께 감사를.
2010. 부산 열사의 도시, 그 어느 곳에서
수염씨 배상
서막. 황제가 천하를 굽이 살피니 괘씸한 무뢰배가 있더라
어느 날 황제는 천하를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세상이 넓다 하되 이 모든 것이 천자의 것인데 짐의 말을 듣지 않는 이가 너무 많더라. 짐의 친우는 어찌 생각하는고?”
황제의 젖형제이자 황자의 난을 꺾고 제국의 모든 군권을 가진 대장군이 대답했다.
“그것은 무림인이라는 이들이 있기에 그런 줄 아뢰오.”
“무림인이라 함은 무엇인고?”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여 무의 완성을 위해 삶과 명예, 긍지 모두를 버리고 투신한 자들인 줄 아뢰오.”
“그런 자들은 짐의 백성이 아닌고?”
“그렇지는 않은 줄 아뢰오.”
“그러하면 무림인들은 어찌하여 짐의 말을 듣지 않는고?”
“그들의 법은 무력과 협의에 있기 때문인 줄 아뢰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복종하는고?”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제국무제(諸國武帝), 황룡무왕(黃龍武王) 관지충(關至忠)이 대답했다.
“무림삼성(武林三聖) 및 강호팔강(江湖八强), 세외팔부중(世外八部衆), 마교십종사(魔敎十宗師)와 수많은 무림인들인 줄 아뢰오.”
“그들을 복종시키면 짐의 말을 따를꼬?”
“천하 만물의 주인이신 황제의 의지가 깃든 검이 그들의 법칙에 따라 예봉을 꺾고 위엄을 전파하면 따를 줄 아뢰오.”
황제는 수염 하나 없는 턱을 쓰다듬다가 물었다.
“금위반(禁衛盤)의 고수들은 무림에 통할꼬?”
“뒤를 캐고 암습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림의 고수들에겐 무용일 줄 아뢰오.”
금위반은 황제 직할 내각조사단으로, 황제의 위엄을 위한 모든 정보와 색적, 그리고 문서를 가공한다. 죽을 곳조차도 알아서 들어가야 하는 일이 많아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무림의 최정예였다.
“어림군(御臨軍)의 장수들은 어떠할꼬?”
“충성심이 반석 같다 하나, 무림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십시일반 사라질 줄 아뢰오.”
어림군은 황제의 친위군으로 그 무예와 충성심은 천년의 거석의 굳기와 비견할 정도였다.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훈련과 시련을 통하여 벼려진 이 황궁의 무사들은 황제의 검이라는 식으로 불리며 그 적을 처단해 왔다.
“그러하다면 궁희(宮姬)들은 무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꼬?”
“지키고 죽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림에서 패도를 논하기엔 무리일 줄 아뢰오.”
한때 무림인이라는 야인들이 천하를 노리고자 황제의 궁을 침범하였고, 십요궁희(什耀宮姬)가 삼백에 이르는 무림인을 참살한 바 있다. 황족과 황제를 지키고 정적을 암살하는 자들. 앞서 말한 두 개와 같은 반열에 위치하는 황제 직속의 무사들이면서도 그 정체는 가장 모호하다. 실제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도 돌고 있을 정도였다.
황제가 자랑하는 세 개의 무력 세력조차도 무림 고수들을 꺾지 못한다는 말에 심기가 거슬린 듯했다.
황제가 터럭 하나 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다소 낮게 하여 노기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짐에게는 아무것도 없는가?”
“천하의 최강에 자리한 소인이 있는 줄 아뢰오.”
“그대가 짐을 떠나 무림의 예봉을 꺾을 수 있을꼬?”
“가능하겠지만 무림인의 반발이 심할 줄 아뢰오.”
“어찌하여 그런고?”
황제의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관지충이 대답했다.
“억겁에 이르러 마침내 탄생한 초유의 기재이자 무의 궁극에 도달한 것도 모자라 군의 지휘에 능통하고 이국의 오랑캐들을 무찔러 황족 중에서도 황제 단 한 명만이 입을 수 있는 황룡의 수실이 새겨진 옷을 입은 과인이 너무 잘나서이기 때문인 줄 아뢰오.”
“제 자랑이 너무 심한 것은 아닌고?”
“사실이니 하는 수 없이 사실을 말하는 것인 줄 아뢰오.”
그런 말을 하는 관지충의 실력은 스스로가 얼굴에 금칠을 할 만한 정도였다.
그가 있었다면 망국의 길을 걷는 나라조차도 수백 년 이상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나라가 강성할 때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쌓을 수 있었다.
태어날 때 별이 탄생했다는, 별이 내린 아이이자 무의 기재. 그리고 풍문에는 선골(仙骨)을 지니고 있어 애초에 이 세계에 있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선인이라고도 했으며 그런 주제에 황제의 젖형제이자 대장군, 가장 충실한 친우라 나라의 군권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이자 앞에 쓰러지는 건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그렇다면 짐이 결정할 길은 무엇인고?”
“무림인에게 황궁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면 방법이 있는 줄 아뢰오. 대답하오리까?”
황제는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위반의 재능과 궁희의 기술, 그리고 어림군의 충성을 가진 무공의 고수를 배출하여 폐하의 뜻을 전하는 것이 좋을 줄 아뢰오.”
“그것이 쉬우리라 생각하는고?”
“천하의 주인이신 황제께서 결정한 일을 어느 누가 막으오리까.”
황제는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고 금색 실로 아로새겨진 곤룡포를 떨쳤다.
“과연! 짐의 뜻도 그러하도다!”
황제.
제국이라는 이 거대한 나라의 정점에 위치한 지상 최고의 거인이 선언했다.
“들어라! 짐의 친우이자 천년만년 영원할 황가의 수호자여. 짐의 칙령을 전하노라!”
오체복지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자이며 조짐을 이해할 수 있는 천자의 수호자, 황제가 천하를 지배한다면 그 지배할 무기이자 힘이자 세력이 되어 주는 대장군이 고개를 들고 어명을 기다렸다.
“저 오만한 무림인들의 예봉을 꺾고 아직 그들의 위에 짐이 있음을 증명하는 최강의 무기를 만들라. 그걸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노라. 오직 그들을 벌할 무력을 만들라!”
관지충은 무릎을 꿇고 경쾌하게 답했다.
“폐하의 뜻은 곧 천하의 뜻이니, 원하는 바 이루어질 것이 나이다!”
一. 나라 일이 되면 고수 완성도 속성으로 이루어진다(1)
황제가 기거하는 자금성(紫禁城).
중원에서 가장 고귀한 이가 살고 있는 지상 최대의 건축물로 동서로 이백오십 장(丈), 남북으로 삼백삼십 장에 이르는 성곽으로, 이미 그곳 하나가 도시나 다름없었다.
황제와 황족, 그리고 제국을 이끌어 가는 수많은 관료와 그 관료를 수발하는 시종들. 상인이라거나 뜨내기가 돌아다니진 않지만 나랏일을 하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관이 있고 병기창이 있고 금위반이나 어림군의 막사가 존재하며 문무백관이 드나드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한 대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국조께서 암살의 위협에 시달려 모든 나무를 뿌리 뽑아 숨을 수 있는 곳도 없고 모든 문이 열려 있지만 그것도 내실에 한정된 것.
자금성은 그만큼 거대한 곳이며, 나라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었다. 이름을 걸고 나라를 이끌어 가면서 더해지고 빠지는 건물도 존재하며 그에 따라 물경 만에 이르는 관직이 있다. 그 관직이 다 채워지는 일은 없지만 절반만이라도 물경 오천, 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자금성은 분명 화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비밀스러운 소문을 좋아하거나 호기심 많은 호사꾼들이 자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십이지금지(十二支禁地).
이 모든 곳이 중요하다 말할 수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급수를 매겼으니, 최악의 상황에서도 잃어선 안 될 곳이 열두 곳이 있었다. 무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잃어선 안 될 곳이라 하여 엄중한 경계를 펼치는 열두 건물,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황궁 최고의 무사로 어림군이었다.
언제나 황제의 명만을 받는다는 의미로 황룡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기에 허락 없이 진입한 자는 불충이며 불의이고 역모이며 모반이니, 가장 끔찍한 형벌만이 침입자를 환영할 터였다.
그 십이지금지란 대개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황제의 어전(御前).
스무 걸음 이내로 다가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황족의 침소.
어전만큼이나 중요한 곳으로 삼대 이상 황제에게 봉사한 어림군들만이 자리를 지키는 일이 가능했다.
대장군부(大將軍部).
제국 최고의 무장인 대장군부 또한 금지로 지정되어 무려 여덟 단계의 신호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었다.
경덕숭전(景德崇殿).
중원의 근본이 되는 삼황오제를 위시한 역대 제왕, 문무백관의 위패를 모은 곳으로 그 관리가 매우 엄격하고 열리는 것도 일정치 않은 금지였다.
그러나 세상이 모두의 이해에 맞게 돌아간다면 그런 역사도 없었을 터. 십이지금지로 지정되기엔 명백히 이상한 곳도 있었다.
자금성에는 흑옥루(黑玉樓)라는 곳이 있다.
흑옥루란 다름 아닌 기루. 기루에 살고 있는 건 기녀로서, 황궁 내 있는 유일한 유흥업소였다.
황제도 물론 사람이니 여색을 탐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황궁 내에 기루가 있다는 건 듣는 이들의 표정을 미묘하게 만들었다. 하물며 가장 중요한 십이지금지에 기루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청자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흑옥루.
십이지금지의 말석을 차지하는 자금성 제일의 요충지.
지체 높으신 이들의 입은 쉽사리 열릴 생각을 않고 언감생심 황제에게서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는 없기에 외부에서는 신비의 장소로 남는 곳이었다. 도대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들이 드나든다는 기루라는 것도 신기한데 십이지금지로 지정이 된 것이지?
도대체 거기에 사는 여성들은 누구이며, 왜 제일 중요한 곳으로 평가 받는지, 소문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가고 있지만 드러난 바는 전혀 없는, 자금성의 신비 중 하나다.
흑옥루의 소동
금권단향 1권(1화)
안녕하세요, 수염씨입니다.
다소 생소한, 필명 치고는 이상하겠지만 나름 깊은 인상이 남을 거라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겨웠던 시간을 지나 하나의 이야기를 그 출발선이라도 나름 잘 마무리해서 집필을 완료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금검단향.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바로 이 ‘금검단향’입니다.
가슴에 무수히 많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 이 책을 선택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작가가, 어느 책이 쉽게 나오겠냐마는 사실 저에게 있어 이 금검단향은 정말이지 고난의 연속이었고 참으로 힘겨운 과정 끝에 나올 수 있었기에 그 감회가 남다릅니다.
무협으로의 첫 도전.
어찌 보면 저에게 있어, 아니 사실 하나의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하고 도전한다는 부분, 첫 출간이란 부분 역시 험한 산을 등정한 것이겠지만, 이 도전은 저에게 도전 그 이상의 감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한창 무더운 여름, 유래 없는 폭염 속에서 컴퓨터의 열기와 싸우며 연일 틀어야 했던 에어컨에 대한 부담, 정확히는 전기세의 압박이 나날이 늘어 가는 가운데 드디어 책으로 나왔음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뿔미디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금검단향은 무협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청소년, 그리고 청년이 된 후 무림으로 나서는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가공의 소설을 통해 무림을 꿈꾸던 소년이 현실로 그 세계를 접하고 겪는 이야기입니다.
읽기 편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독자분들께서 금검단향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웠다면 목표는 달성. 글을 쓴 이도, 편집을 해 준 분도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실장님과 한 대리님께 참 폐를 끼쳤던 것 같습니다. 의견을 나누고 쓰고, 잠수 타고, 전화하고, ‘아! 이건 아니지 않느냐.’ 하고, 수정 지시가 산더미 같고, 삭제 컷 되게 많고, 몇 번을 갈아엎고… 그런 과정 중에 탄생한 것이라 필자 혼자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탄생한 이 글을, 사정이 된다면 좀 더 깊은 부분과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금검단향을 쓰느라 도움 준 많은 분들께 감사를.
2010. 부산 열사의 도시, 그 어느 곳에서
수염씨 배상
서막. 황제가 천하를 굽이 살피니 괘씸한 무뢰배가 있더라
어느 날 황제는 천하를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세상이 넓다 하되 이 모든 것이 천자의 것인데 짐의 말을 듣지 않는 이가 너무 많더라. 짐의 친우는 어찌 생각하는고?”
황제의 젖형제이자 황자의 난을 꺾고 제국의 모든 군권을 가진 대장군이 대답했다.
“그것은 무림인이라는 이들이 있기에 그런 줄 아뢰오.”
“무림인이라 함은 무엇인고?”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여 무의 완성을 위해 삶과 명예, 긍지 모두를 버리고 투신한 자들인 줄 아뢰오.”
“그런 자들은 짐의 백성이 아닌고?”
“그렇지는 않은 줄 아뢰오.”
“그러하면 무림인들은 어찌하여 짐의 말을 듣지 않는고?”
“그들의 법은 무력과 협의에 있기 때문인 줄 아뢰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복종하는고?”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제국무제(諸國武帝), 황룡무왕(黃龍武王) 관지충(關至忠)이 대답했다.
“무림삼성(武林三聖) 및 강호팔강(江湖八强), 세외팔부중(世外八部衆), 마교십종사(魔敎十宗師)와 수많은 무림인들인 줄 아뢰오.”
“그들을 복종시키면 짐의 말을 따를꼬?”
“천하 만물의 주인이신 황제의 의지가 깃든 검이 그들의 법칙에 따라 예봉을 꺾고 위엄을 전파하면 따를 줄 아뢰오.”
황제는 수염 하나 없는 턱을 쓰다듬다가 물었다.
“금위반(禁衛盤)의 고수들은 무림에 통할꼬?”
“뒤를 캐고 암습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림의 고수들에겐 무용일 줄 아뢰오.”
금위반은 황제 직할 내각조사단으로, 황제의 위엄을 위한 모든 정보와 색적, 그리고 문서를 가공한다. 죽을 곳조차도 알아서 들어가야 하는 일이 많아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무림의 최정예였다.
“어림군(御臨軍)의 장수들은 어떠할꼬?”
“충성심이 반석 같다 하나, 무림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십시일반 사라질 줄 아뢰오.”
어림군은 황제의 친위군으로 그 무예와 충성심은 천년의 거석의 굳기와 비견할 정도였다.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훈련과 시련을 통하여 벼려진 이 황궁의 무사들은 황제의 검이라는 식으로 불리며 그 적을 처단해 왔다.
“그러하다면 궁희(宮姬)들은 무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꼬?”
“지키고 죽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림에서 패도를 논하기엔 무리일 줄 아뢰오.”
한때 무림인이라는 야인들이 천하를 노리고자 황제의 궁을 침범하였고, 십요궁희(什耀宮姬)가 삼백에 이르는 무림인을 참살한 바 있다. 황족과 황제를 지키고 정적을 암살하는 자들. 앞서 말한 두 개와 같은 반열에 위치하는 황제 직속의 무사들이면서도 그 정체는 가장 모호하다. 실제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도 돌고 있을 정도였다.
황제가 자랑하는 세 개의 무력 세력조차도 무림 고수들을 꺾지 못한다는 말에 심기가 거슬린 듯했다.
황제가 터럭 하나 없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다소 낮게 하여 노기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짐에게는 아무것도 없는가?”
“천하의 최강에 자리한 소인이 있는 줄 아뢰오.”
“그대가 짐을 떠나 무림의 예봉을 꺾을 수 있을꼬?”
“가능하겠지만 무림인의 반발이 심할 줄 아뢰오.”
“어찌하여 그런고?”
황제의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관지충이 대답했다.
“억겁에 이르러 마침내 탄생한 초유의 기재이자 무의 궁극에 도달한 것도 모자라 군의 지휘에 능통하고 이국의 오랑캐들을 무찔러 황족 중에서도 황제 단 한 명만이 입을 수 있는 황룡의 수실이 새겨진 옷을 입은 과인이 너무 잘나서이기 때문인 줄 아뢰오.”
“제 자랑이 너무 심한 것은 아닌고?”
“사실이니 하는 수 없이 사실을 말하는 것인 줄 아뢰오.”
그런 말을 하는 관지충의 실력은 스스로가 얼굴에 금칠을 할 만한 정도였다.
그가 있었다면 망국의 길을 걷는 나라조차도 수백 년 이상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나라가 강성할 때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쌓을 수 있었다.
태어날 때 별이 탄생했다는, 별이 내린 아이이자 무의 기재. 그리고 풍문에는 선골(仙骨)을 지니고 있어 애초에 이 세계에 있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선인이라고도 했으며 그런 주제에 황제의 젖형제이자 대장군, 가장 충실한 친우라 나라의 군권까지 장악하고 있었다.
이자 앞에 쓰러지는 건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그렇다면 짐이 결정할 길은 무엇인고?”
“무림인에게 황궁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면 방법이 있는 줄 아뢰오. 대답하오리까?”
황제는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위반의 재능과 궁희의 기술, 그리고 어림군의 충성을 가진 무공의 고수를 배출하여 폐하의 뜻을 전하는 것이 좋을 줄 아뢰오.”
“그것이 쉬우리라 생각하는고?”
“천하의 주인이신 황제께서 결정한 일을 어느 누가 막으오리까.”
황제는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고 금색 실로 아로새겨진 곤룡포를 떨쳤다.
“과연! 짐의 뜻도 그러하도다!”
황제.
제국이라는 이 거대한 나라의 정점에 위치한 지상 최고의 거인이 선언했다.
“들어라! 짐의 친우이자 천년만년 영원할 황가의 수호자여. 짐의 칙령을 전하노라!”
오체복지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자이며 조짐을 이해할 수 있는 천자의 수호자, 황제가 천하를 지배한다면 그 지배할 무기이자 힘이자 세력이 되어 주는 대장군이 고개를 들고 어명을 기다렸다.
“저 오만한 무림인들의 예봉을 꺾고 아직 그들의 위에 짐이 있음을 증명하는 최강의 무기를 만들라. 그걸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노라. 오직 그들을 벌할 무력을 만들라!”
관지충은 무릎을 꿇고 경쾌하게 답했다.
“폐하의 뜻은 곧 천하의 뜻이니, 원하는 바 이루어질 것이 나이다!”
一. 나라 일이 되면 고수 완성도 속성으로 이루어진다(1)
황제가 기거하는 자금성(紫禁城).
중원에서 가장 고귀한 이가 살고 있는 지상 최대의 건축물로 동서로 이백오십 장(丈), 남북으로 삼백삼십 장에 이르는 성곽으로, 이미 그곳 하나가 도시나 다름없었다.
황제와 황족, 그리고 제국을 이끌어 가는 수많은 관료와 그 관료를 수발하는 시종들. 상인이라거나 뜨내기가 돌아다니진 않지만 나랏일을 하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관이 있고 병기창이 있고 금위반이나 어림군의 막사가 존재하며 문무백관이 드나드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한 대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국조께서 암살의 위협에 시달려 모든 나무를 뿌리 뽑아 숨을 수 있는 곳도 없고 모든 문이 열려 있지만 그것도 내실에 한정된 것.
자금성은 그만큼 거대한 곳이며, 나라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었다. 이름을 걸고 나라를 이끌어 가면서 더해지고 빠지는 건물도 존재하며 그에 따라 물경 만에 이르는 관직이 있다. 그 관직이 다 채워지는 일은 없지만 절반만이라도 물경 오천, 그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자금성은 분명 화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비밀스러운 소문을 좋아하거나 호기심 많은 호사꾼들이 자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십이지금지(十二支禁地).
이 모든 곳이 중요하다 말할 수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급수를 매겼으니, 최악의 상황에서도 잃어선 안 될 곳이 열두 곳이 있었다. 무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잃어선 안 될 곳이라 하여 엄중한 경계를 펼치는 열두 건물,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황궁 최고의 무사로 어림군이었다.
언제나 황제의 명만을 받는다는 의미로 황룡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기에 허락 없이 진입한 자는 불충이며 불의이고 역모이며 모반이니, 가장 끔찍한 형벌만이 침입자를 환영할 터였다.
그 십이지금지란 대개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황제의 어전(御前).
스무 걸음 이내로 다가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황족의 침소.
어전만큼이나 중요한 곳으로 삼대 이상 황제에게 봉사한 어림군들만이 자리를 지키는 일이 가능했다.
대장군부(大將軍部).
제국 최고의 무장인 대장군부 또한 금지로 지정되어 무려 여덟 단계의 신호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었다.
경덕숭전(景德崇殿).
중원의 근본이 되는 삼황오제를 위시한 역대 제왕, 문무백관의 위패를 모은 곳으로 그 관리가 매우 엄격하고 열리는 것도 일정치 않은 금지였다.
그러나 세상이 모두의 이해에 맞게 돌아간다면 그런 역사도 없었을 터. 십이지금지로 지정되기엔 명백히 이상한 곳도 있었다.
자금성에는 흑옥루(黑玉樓)라는 곳이 있다.
흑옥루란 다름 아닌 기루. 기루에 살고 있는 건 기녀로서, 황궁 내 있는 유일한 유흥업소였다.
황제도 물론 사람이니 여색을 탐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황궁 내에 기루가 있다는 건 듣는 이들의 표정을 미묘하게 만들었다. 하물며 가장 중요한 십이지금지에 기루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청자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흑옥루.
십이지금지의 말석을 차지하는 자금성 제일의 요충지.
지체 높으신 이들의 입은 쉽사리 열릴 생각을 않고 언감생심 황제에게서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는 없기에 외부에서는 신비의 장소로 남는 곳이었다. 도대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들이 드나든다는 기루라는 것도 신기한데 십이지금지로 지정이 된 것이지?
도대체 거기에 사는 여성들은 누구이며, 왜 제일 중요한 곳으로 평가 받는지, 소문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가고 있지만 드러난 바는 전혀 없는, 자금성의 신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