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화
#1 나건우(1)
그녀의 앞에 선 남자는 혼란의 주인공, 겨우 가라앉힌 열기의 원인인 그 남자, 나건우였다.
“왜 대답이 없어? 많이 피곤해?”
그의 시선은 그녀의 가방으로 향했고, 나른한 그의 목소리는 귓가를 맴돈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응. 좀.”
아. 문자. 가진이 몸을 뒤로 빼며 무심하게 미소를 지었다. 불빛을 등지고 선 그 때문에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뺨에 느껴지는 그의 손가락의 열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짐작케 했다. 애써 지웠던 열기가 되살아났다.
“애들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녀는 괜히 얼음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희준인 다시 자고, 수원이랑 지연인 그 토론에 한창이고.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거라 마감 일이 이번 주래.”
아. 곧 마감이면 아마 오늘 그 토론에 끝장을 보겠구나. 핫한 여름엔 핫한 주제로 가야 한다고 고민하더니 결국 그걸로 정했나 보다.
가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창가에 걸터앉아 있는 그녀였기에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고, 그는 다리 사이에 그녀를 가두듯 가까이 다가왔다. 천천히 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깨를 쓸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여기선 안 돼. 그녀가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을 읽긴 한 것인지 어깨에 머물던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아랫입술에 닿았다.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입술에 머물 것 같던 손가락이 다시 목덜미를 지나 쇄골 아래로 향했다. 노골적으로 가슴에 닿지 않고 약 올리듯 그 언저리를 맴돌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상하게 발끝이 간질거리고 닿았던 입술이 허전하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꿀꺽.
픽. 그가 웃었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면서 그걸 심술궂게, 그리고 느긋하게 즐기곤 한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 끝을 문질렀다.
창가에 걸터앉았던 그녀의 몸에 힘이 빠지며 떨리는 한숨 같은 숨이 새어 나왔다. 자신의 숨소리에 놀란 가진이 조금 전 룸에서처럼 벌떡 일어서며 그를 밀어냈다. 어느새 귓불을 매만지던 그의 손가락도 함께.
“여, 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단호한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건우가 자신을 밀어내던 가진의 손목을 잡더니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뜨겁다.
그리고 그는 맞은편에 있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맨 마지막 칸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그럼 여긴 괜찮지? 남자 화장실이니까.”
그리고 가진이 뭐라 대답도 하기 전 입술이 먼저 그녀를 덮쳤다. 그의 입술은 싸한 소주 같기도 하고 톡 쏘는 콜라 같기도 했다. 다만 거기에 뜨거움이 더해졌다.
그가 오늘따라 성급하게 혀를 집어넣었다. 오픈된 공간이라는 이유로 쉬이 동요하지 못하는 그녀를 느낀 것인지 그는 그녀를 조금 더 편하게 기대게 하며 고개를 비틀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조금 더 깊은 키스였다. 입안을 헤집던 그가 뺨을 붙잡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을 옷 위로 세게 움켜쥐었다.
아. 그녀의 신음만큼 입술이 벌어지자 만족한 듯 그는 좀 더 깊게 고개를 비틀었다. 손안에 얼음 조각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의 팔을 잡자 그가 천천히 입술을 떼고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다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만해. 여기까지만.
정말?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반반이었다. 조금 더 해 줬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여기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된, 그것도 남자들만의 공간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누군가에게 들키고 말 것이다. 그녀의 혼란을 느낀 것인지 빠르게 그의 입술이 닿았다.
그럴 줄 알았다. 이 남자가 언제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은 적 있나 싶으면서도 발끝에 머물렀던 열기가 조금씩 오르는 것 같은 기분에 가진은 결국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의 키스가 조금 더 깊어졌다.
대숲 사이로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요란한 댄스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그들은 서로에게 열중하고 있었다.
옷 위에선 부족했는지 더듬더듬 민소매 원피스의 지퍼를 반쯤 내리고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차갑다.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온몸이 반응하며 열기를 내뿜을수록, 그의 손가락은 내내 차가웠다.
천천히 가슴으로 옮겨진 차가움 때문에 그녀가 진저리를 치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벌어진 원피스에 한쪽만 내려진 브래지어, 그리고 드러난 가슴을 움켜쥔 그. 아마 이미 자신의 눈빛은 흐릿한 열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그가 피식 웃으며 손바닥을 벌렸다. 그 안엔 촉촉한 얼음이 있었다. 차가움은 그것 때문이었나 보다. 장난스런 미소를 지은 그가 천천히 얼음을 녹이듯 가슴을 문지르며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차가움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면서도 그 감각이 싫지 않았다. 그는 옷이 거슬렸는지 결국 그녀의 원피스를 완벽하게 벌리고는 고개를 내렸다.
한쪽 가슴은 차가움이었고, 다른 쪽 가슴은 그의 입안에서 뜨거워졌다. 살살 굴리던 가슴 끝을 잘근잘근 깨물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정도로 흡입했다.
하아.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기 위해 그녀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자 그를 저지하던 것이 없어진 듯 건우는 더 노골적으로 가슴을 탐하기 시작했다.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은밀함이 그를 더 자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음을 문지르면서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다른 한쪽은 아플 정도로 세게 빨아들였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가 차가운 얼음이 닿았던 가슴으로 입술을 옮겼다. 차갑던 가슴에 혀의 뜨거움이 닿자 찌릿거릴 정도로 가슴이 들썩거렸다. 자꾸만 거친 한숨이 새어 나올 것 같아 그녀가 다문 입술에 힘을 주었다. 심술이 극에 달한 듯 그는 거칠게 혀를 굴렸다.
그녀가 숨을 참는 사이 그는 다리 사이로 손을 내리다 고개를 들었다. 뜨거운 시선이 마주쳤다.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진 눈빛만으로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그랬으니까.
“여, 여기서?”
그러나 이성의 끈은 남아 있었다.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입만 다물면.”
당혹스러운 표정을 느낀 것인지 그는 그녀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또다시 가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부러 살짝 혀를 대기만 했다. 결국 그녀 스스로 더 큰 것을 요구하도록.
안다. 언제나처럼 그가 자극하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나 책이나 영화에서처럼 화장실에서의 섹스는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았다.
미칠 듯한 신음을 숨겨야 했고,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벌컥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긴장의 끝에 서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는 그를 원한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그를 당겨 그의 입술에 입술을 댔다. 그것을 허락으로 아는 것인지 그의 손길이 바빠졌다. 치마를 들치고 그녀의 속옷을 내리고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여성을 쓸었다. 작게 남아 있는 얼음의 차가움이 그녈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어찌할 줄 모르던 그녀의 손이 그의 셔츠 사이 가슴으로 향했다.
그가 하듯 정점을 쓰다듬고, 잡아당기며 문지르자 그 역시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손톱을 세워 그것을 살짝 긁었다. 맞닿은 입술에서 그의 거친 신음이 느껴졌다.
그가 그녀의 여성을 꽉 쥐었다.
하악.
깊은 곳에서 다음에 올 자극을 기억하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더 이상 자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허리가 뒤로 휘어졌다.
그녀의 조그만 자극에 복수하는 것처럼 이제는 작아진 얼음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경련하듯 몸이 떨리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저릿하게 곤두섰다. 그리고 그의 남성이 그것과 함께 밀려 들어왔다. 차가운 그것과 뜨거운 그것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얼음은 이미 다 녹아 없어졌지만 그의 페니스는 얼음만큼 단단해져 그녀를 자극했다.
표현할 수 없는, 정말 폭발할 것 같은 자극에 그녀가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며 흐느끼는 신음을 흘렸다.
터벅터벅.
“왜 이렇게 화장실이 멀어. 얼음도 있네.”
술 취한 남자의 목소리에 일순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멈춰졌다.
그녀의 여성 안의 그의 남성도, 그녀의 목덜미를 저릿하게 빨아 당기던 그의 입술도,
“쉬이.”
억눌린 그의 말에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그게 그를 자극한다는 것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꾸만 무언가를 바라는 그녀의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죄이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끄응. 그의 턱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가만히 안겨 있던 가진이 더듬더듬 그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칠 것 같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그를 더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았다. 그의 목에 푸르스름한 핏줄이 드러날 만큼 그는 참고 있었다.
“너 죽. 었. 어.”
그가 억눌린 신음을 참으며 귓가에 속삭이면서도 그의 목을 핥는 그녀의 혀 때문에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멈춰 있는 순간이 그들에겐 최악이었다.
“왜 안 나와? 너 여기서 잠든 줄 알았다.”
“나간다, 나가.”
낄낄거리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닥타닥.
드디어 남자들이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 그가 거칠게 그녀 안으로 파고들었다. 다른 것도 없이 그녀에게 파고드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그는 몸 안쪽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소리 낼 수 없는 상황 때문인지 조용하고 거칠고, 힘 있는 움직임에 그녀의 절정은 다른 때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절정에 오른 후에도 조금 더, 그는 계속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