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화
프롤로그(2)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흠뻑 젖은 음모에 코를 묻고 말했다. 한껏 자극된 동그란 클리토리스에 그의 높은 콧날이 박히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아, 나, 난…….”
“움직이지 마.”
낮게 으른 그가 다시 입술을 벌려 분홍빛 살점을 크게 삼켰다. 젖은 입술로 물고 물컹한 혀를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었다.
“하앗……!”
입술이 크게 벌어지고 허리가 튕겨 올랐다. 헐떡이는 소리가 커질수록 그의 입술은 더욱 집요해졌다. 쾌감의 중추를 한 입에 넣고 강하게 빨아 대자 이성이 아득히 멀어졌다.
이제 더는, 더는 못 참아! 고개를 뒤흔들며 허리를 비트는 순간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또……!’
절정의 입구에서 다시 강제로 끌려 내려오자 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헐떡였다. 해방을 원하는 절절 끓는 욕망이 아랫배에 뜨겁게 차올랐다. 우윳빛 애액을 흥건하게 흘리며 파르르 떨리는 진분홍색 살점이 그의 눈앞에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절정을 향한 육체적 갈망만이 숨을 막히게 했다.
“제발, 제발…….”
나는 애원했다. 목구멍까지 턱턱 막히는 뜨거움에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가 어떻게든 해 주길 바랐다.
그때 갑자기 눈앞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벗겨져 나갔다.
“아…….”
눈앞에 잔인할 정도로 오만한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이 보였다. 보는 순간 완벽하게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수려한 얼굴이 표정 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험한 열기를 품은 새까만 눈과 마주치자 그의 앞에서 나체로 묶여 있는 현실감이 갑자기 되살아났다. 사지가 묶인 덕에 붉은 촛농이 흐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젖가슴을 가릴 수도, 음란하게 젖은 채 활짝 벌어진 다리를 오므릴 수도 없었다.
미끈한 애액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애원해 봐.”
“뭐, 뭘요……?”
그가 의자 팔걸이를 두 손으로 짚고 앞쪽으로 비스듬히 상체를 기울였다. 그 움직임에 단추가 두어 개 풀린 블랙 셔츠가 그의 단단한 근육질 상체에 밀착됐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애원해 보라고. 내가 뭘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지.”
“……!”
아직도 말간 애액을 흘리며 의자를 적시고 있는 그곳을 그가 무릎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아, 아앗.”
“애원하라니까. 네 주인님한테.”
위아래로 문지르자 그의 검은 바지의 천을 끈끈한 하얀 액체가 물들였다. 살짝만 건드려도 당장 울컥 뜨거운 액체를 토해 낼 것 같은 클리토리스가 자극당하자 나는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흐윽.”
쾌감에 겨워 찡그려지는 내 얼굴을 그가 무감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었다.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의 짙은 색 동공은 활활 타오를 듯 뜨거웠다.
“내 말을 거부하는 건가?”
시퍼런 노여움이 실린 그의 목소리에 나는 헐떡이며 말했다.
“아, 아니, 그런, 그런 게 아니라…… 아, 아, 아앗.”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대음순과 조개처럼 벌어진 소음순을 그가 아주 거칠게 문질렀다. 훅 끼쳐 드는 전율 같은 쾌감에 나는 결국 무너져 내렸다.
“제발 가게, 가게 해 줘요!”
“똑바로 말해.”
그가 차갑게 을렀다. 왜…… 이 남자는 날 이런 절절 끓는 뜨거움 속에 몰아넣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이렇게 차가울까.
“제발, 뭐.”
그의 단단한 무릎이 옴찔거리는 클리토리스를 길게 쓸어 올렸다.
“핫! 거, 거기에 넣어, 넣어 줘요.”
그가 내 턱을 사납게 잡아 올렸다.
“눈 뜨고 날 똑똑히 보고 다시 말해.”
“흐읏…….”
그의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치자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제발, 내 안에 주인님의 것을…… 넣어 주세요.”
그의 입술이 희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내 속눈썹을 적시는 눈물을 핥으며 그가 속삭였다.
“잘했어.”
몸을 낮춰 내 양쪽 발목의 수갑을 푼 그가 자신의 바지 버클도 풀었다. 드로어즈에 갇혀 있던 힘줄이 툭툭 불거진 검붉은 페니스가 튕기듯 드러났다. 그 노골적인 모습에 다리 사이가 짜릿하게 조여들었다.
내 양쪽 다리가 잡힌 채 들려 올라가자 엉덩이가 의자 끝에 걸쳐졌다.
“아.”
의자 끝에 걸쳐 앉은 채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린 자세가 되자 순간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그가 수갑에 묶인 내 손은 그대로 둔 채 다리 사이로 하체를 밀착했다. 공중에서 양쪽으로 벌어지는 다리를 보자 왈칵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자, 잠깐만요. 이건 너무 위험…… 학!”
쿵! 의자 다리가 요란하게 흔들릴 만큼 그가 거칠게 박아 들어왔다. 좁은 속살을 빡빡하게 벌리며 쑤셔 들어오는 굵은 기둥에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악.”
“제길, 힘을 빼.”
그가 미간을 일그러뜨린 채 으르렁거렸다. 퍽! 하고 최대한 깊숙이 박아 넣었다가 길게 빼내고, 다시 뿌리까지 깊게 짓쳐들어오자 엉덩이가 뒤로 확 밀렸다.
“으, 으핫! 아읏! 앗!”
쿵쿵 소리를 내며 의자가 요동치고 그가 점점 더 깊이 쑤셔 들어왔다. 의자를 지탱한 그의 팔에 시퍼런 힘줄이 곤두섰다. 질꺽질꺽. 억지로 박아 넣는 페니스가 빠져나올 때마다 애액에 젖어 질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아파요.”
“입 다물어.”
그의 얼굴에서 여유가 완벽히 사라졌다. 동시에 움직임이 사정없이 빨라졌다. 그의 양 허리 옆으로 빠져나간 다리가 허공에서 정신없이 흔들렸다.
“앗, 아앗, 앗, 아아!”
고통에서 쾌감으로 모든 감각이 변질되고 빠져나가는 그를 도톰한 속살로 꽉 물자 그가 헐떡였다. 알 수 없는 말을 으르렁거린 그가 허리를 뒤로 뺐다가 강하게 내리꽂았다.
“아흑!”
마침내 그를 뿌리까지 완벽하게 삼키자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그를 물고 있는 촘촘한 속살이 바들바들 떨리며 질척한 애액을 흘려 두꺼운 뿌리를 적셨다.
“더 벌려.”
“아으읏…….”
더, 더 이상은……!
덜 만족스러웠던지 그가 허리를 강하게 튕겨 더욱 깊이 찔러 들어왔다.
“헉!”
그가 빡빡한 내부를 찢어 버릴 듯 강철 같은 페니스를 박아 넣자 내 몸은 굵은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요동쳤다.
“핫, 아, 아, 아윽!”
언제나 완벽하게 각이 잡힌 그의 셔츠가 격렬한 움직임에 흐트러져 땀에 젖은 근육질 상체에 찰싹 달라붙었다. 안으로 쑤셔 들어오는 자극이 강해질수록 그의 셔츠 깃을 힘껏 움켜잡고 싶은 충동이 밀려들었다.
쿵쿵쿵쿵!
의자와 자신 사이에 갇힌 내 몸에 벌을 주듯 그가 사납게 들이쳤다. 의자가 밀리는 쿵쿵 소리가 위태로워질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가 한쪽 손을 내려 두 개의 몸이 이어진 부위로 가져갔다.
“앗……!”
손가락으로 질척하게 젖은 입구를 확인한 그가 거친 숨이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허락 없이 가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그의 손가락을 흠뻑 적시는 우윳빛 쾌감의 산물을 혀로 핥으며 그가 노려봤다.
“하, 하지만…… 학! 아, 아흑! 아앗, 앗!”
그가 벌을 주듯 아주 빠르고 강하게 찍어 올리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위아래로 정신없이 흔들리는 시야에 붉은색과 검은색이 현란하게 뒤엉켰다.
“한 번만 더 허락 없이 가 버리면 용서 안 해.”
“으, 으앗!”
그가 내장을 뒤흔들 듯 깊숙이 찔러 올리며 자신의 두꺼운 뿌리가 박혀 있는 속살을 잡아 벌렸다. 더욱 깊이 밀려 들어오는 쾌감에 단단하게 박혀 있는 그의 페니스를 꽉 물고 조여 대자 그의 단단한 턱이 힘껏 다물렸다.
학! 새된 신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가 자신의 페니스를 꽉 움켜잡고 확 빼냈다. 길게 내벽을 긁고 나가는 자극에 난 완전히 가 버렸다.
“아으읏……!”
“크읏.”
그가 힘줄이 툭툭 불거진 검붉은 페니스를 움켜잡은 채로 조여들었다 풀렸다 하는 도홧빛 속살을 노려봤다.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던 그가 씹어 내뱉듯 말했다.
“말을 안 듣는군.”
“앗.”
그가 몸에서 확 떨어져 나가자 두 다리가 인형처럼 힘이 풀린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아, 하아. 터질 듯한 숨을 고르며 시선을 내리자 허연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빳빳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보였다. 그걸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꽉 조여들었던 속살에서 주르륵 멀건 액이 흘러나왔다.
‘아, 싫어……!’
천박하고 음란한 몸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수치심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다니?
처참한 심경에 고개를 돌리는데 그가 의자 위에서 내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태, 태수 씨?!”
그의 눈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아차……!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늦었어.”
차갑게 내뱉은 그가 날 안은 채로 걸어갔다. 네 기둥이 달린 거대한 침대 위에 내던져지자 수갑에 묶인 손 때문에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아……!”
그가 내 손을 거칠게 끌어 올려 침대 헤드 기둥에 수갑을 묶었다. 순식간에 양손이 들려 올려진 채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날 양팔로 가둔 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에는 위험한 지배의 욕구가 드러나 있었다.
“또 한 번 내 허락 없이 가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죄……죄송합…….”
“늦었다고 했을 텐데?”
그의 엄격한 입술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잠시 떠오를 듯했던 미소가 한순간에 거둬지고 냉혹함만이 남은 그의 얼굴을 보자 흥분과 공포가 동시에 차올랐다. 그가 악마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천천히 숙여 내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댔다.
“넌 두 번이나 내 약속을 어겼어. 벌을 받아야겠지?”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목소리가 이 밤이 이제야 시작되었음을 알게 해 줬다.



1.(1)


딱딱딱딱.
높은 힐이 단단한 대리석 계단을 내딛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잘록한 허리와 쭉 뻗은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세린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자 덩치 큰 남자들이 지키고 있는 육중한 문이 나타났다.
문을 지키던 남자들은 다가오는 그녀를 빠르게 훑었다. 높은 계급의 커리어우먼으로 보이는 완벽한 정장 차림과 반듯한 올림머리,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훑은 남자들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 줬다. 최고급 룸살롱답게 거대한 샹들리에가 곳곳에 배치된 영국 왕실처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다.
세린이 들어서자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예약된 분만…….”
“여기 정수민이라는 사람 있죠?”
남자의 말을 자르고 세린이 빠르게 말했다.
“네? 정…… 누구요?”
“정수민이요, 정수민!”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시야에 중앙 홀 계단을 올라가는 여자들이 보였다. 타이트한 미니 원피스 차림의 여자들은 다들 훤히 드러낸 맨다리에 아찔할 만큼 높은 힐을 신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 여자들을 빠르게 훑던 세린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
그녀의 암갈색 눈동자가 소리 없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