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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오 쇼콜라 1화
#1. 사랑의 묘약?
승후는 뒤늦게 장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건 아주 특별한 겁니다. ‘사랑의 묘약’을 넣었거든요.
그 눈사람 같은 영감이 추파를 던질 때나 지을 법한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비밀이야기나 하듯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을 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죽고 싶지 않으면 주둥이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영감탱이!
“아, 이놈의 욱하는 성질을 좀 고쳐야 하는데.”
급하기 이를 데 없는 제 성미에 대해 약간의 회의마저 느끼며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물건을 사용하려면 먼저 사용설명서를 읽어야 하고 약을 먹을 땐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처럼, 제과장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올 땐 우선 그것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설명을 들었어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난 또 설탕이나 먹고 죽을 만큼 잔뜩 처넣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조금 창백한 표정으로 그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두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그를 향해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괜찮고 성격까지 얌전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가 배시시 웃으면서 저를 향해 윙크를 남발하고 있으면 남자인 이상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정상일 터였다.
사실, 그도 기분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두 눈이 막 상하기 시작한 고등어의 그것처럼 홱 풀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꽤 좋았던 것도 같았다.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더욱이나. 그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마저 느끼며 승후는 식탁 위를 노려보았다.
고급스러운 포장을 두른 네모반듯한 상자가 얌전하게 풀어헤쳐져 있었다. 정사각형의 작은 칸으로 구분된 자리마다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한 초콜릿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는데, 한창 먹던 중이었는지 벌써 삼분의 일에 가까운 칸이 비어 있었다. 승후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었단 말이야?”
생각만으로도 현기증이 몰려왔다.
자신은 입에 대기도 힘들 만큼 달아 터진 것을 저 여자는 마구 주워 먹었다고 생각하니 충격으로 속이 뒤집어지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닌,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장인 중 한 사람이라는 장 르노의 스페셜 컬렉션 중 하나였다. 안에다 정확히 뭘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장이 승후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 영감은 오라지게 단 것만 만든다고.”
질린 얼굴로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호텔 제과부에서 만드는 것들도 단데 본고장이라는 파리에서 만드는 것들은 더 달았다. 얼마나 단지, 시식이랍시고 멀쩡해 보이는 쿠키를 하나 입에 물었다가 하마터면 기절을 할 뻔했다.
그런 것을 맛있다고 먹는 여자들을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식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밥은 남기면서 달아 터진 디저트 접시는 싹싹 비우다니. 그러면서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들을 한다.
“하아아.”
두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배시시 웃던 여자가 이번엔 뜨거운 숨을 길게 내뿜으며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쌉싸래한 초콜릿 향기 끝으로 농익은 과일 냄새가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체, 뭘 넣었기에 숨결에서조차 달콤한 향내가 진동을 한단 말인가.
“아, 더워.”
“하?”
“옷 벗고 자야지.”
여전히 방글방글 웃으며 여자가 이번엔 입고 있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위해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승후의 시선이 문득 창밖으로 향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즉, 실내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더워서 옷을 벗어 던질 때는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당연했다. 한겨울이니까.
‘말려야겠지?’
냉철한 이성이 빨간불을 휘돌리면서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말리라고.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냥 두고도 싶었다. 이 여자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평소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
본래 조용한 여자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인지 아니면 그가 무섭기라도 한 것인지 어쩌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그녀는 언제나 얼굴을 붉히며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혼상대로 거론되었을 땐 오히려 그가 더 놀랐을 정도다.
‘안 그래도 오늘쯤에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번 만나나 보라는 집안의 권유에 못 이겨 승후는 지난 한 달간 의무적으로 그녀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면서 나름 데이트 비슷한 것을 했었다. 집안도 집안이지만 단아한 용모에 이렇다 할 스캔들 하나 없을 정도로 얌전한 성품이라 이런 여자랑 결혼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그저 조금만 들추어도 온갖 스캔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바닥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성품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으며 제대로 잘 자란,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일도 열심히 하는 좋은 여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마누라감으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내라는 이름이 그냥 집안을 돌보고 내조나 하는 것으로 끝나는 자리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여자로 사랑할 수 있어야 아이를 낳든지, 정을 붙이고 살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니던가. 승후에게 그녀는 분명히 예쁘고 착한 여자였지만 안타깝게도 매력적인 여자는 아니었다. 대놓고 말하자면, 마음은 괜찮다고 하는데 몸은 안 당겼다.
결국, 출장 중에 생각을 정리한 끝에 오늘쯤에는 불러 그의 뜻을 전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하여 돌아오자마자 불러내어 밥을 먹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출장선물이랍시고 아무 생각 없이 장의 컬렉션을 건넨 것이 문제였다.
“하우우우!”
잠깐 잠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단추를 풀다 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꿈쩍도 않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한숨인지 신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더니 잔뜩 흐린 눈을 하고는 문득 중얼거렸다.
“아, 진짜…… 왜 이렇게 힘들지. 오빠들 보러 콘서트 가야 하는데. 재준이, 이 나쁜 새끼. 내 도온…… 흑, 앵벌이 한 돈 훔쳐다가 다 치킨 사 처먹었어. 옴 마니 반메 훔, 치느님이 닭살의 저주를 내리실 것이다!”
“……!”
“뭘 봐, 인마! 인형 탈 쓰고 알바하는 여자 첨 봐? 성격만 더럽게 생겨 가지고.”
뭐라?
승후의 두 눈에 발끈 힘이 들어갔다.
청순하고 단아한 용모는 그대로인데 막상 입을 열자 마치 사람이 바뀐 듯 걸쭉한 욕설을 쏟아 내다니. 평소엔 개미만 한 목소리로 ‘네, 아니오.’ 정도만 간신히 대답하던 바로 그 여자가 말이다. 기가 막혔다.
“야!”
“……?”
“너! 너 말이야, 인마. 진짜 나쁜 새끼인 거 알지? 내 동생 재준이보다 더 나쁜 새끼야, 내가아…… 살 빼고 교정하면서 결심을 한 게 있어. 저 싸가지한테 엿을 먹여 줘야겠다. 할 수만 있다면 저놈이 젤 끔찍해하는 짓을 저질러야지. 그래서 말인데에…….”
음?
발음이 불분명한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며 뭐라 떠들던 여자가 갑자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모양 좋은 핑크빛 입술이 살아 있는 것처럼 쫑긋거리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그러더니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녀가 탁자 너머로 두 팔을 쭉 뻗어 그의 머리통을 꾹 움켜쥐는 거다.
#1. 사랑의 묘약?
승후는 뒤늦게 장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건 아주 특별한 겁니다. ‘사랑의 묘약’을 넣었거든요.
그 눈사람 같은 영감이 추파를 던질 때나 지을 법한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비밀이야기나 하듯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을 때 뭐라고 대답했더라?
―죽고 싶지 않으면 주둥이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영감탱이!
“아, 이놈의 욱하는 성질을 좀 고쳐야 하는데.”
급하기 이를 데 없는 제 성미에 대해 약간의 회의마저 느끼며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물건을 사용하려면 먼저 사용설명서를 읽어야 하고 약을 먹을 땐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처럼, 제과장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올 땐 우선 그것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설명을 들었어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난 또 설탕이나 먹고 죽을 만큼 잔뜩 처넣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조금 창백한 표정으로 그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두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 그를 향해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괜찮고 성격까지 얌전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가 배시시 웃으면서 저를 향해 윙크를 남발하고 있으면 남자인 이상 당연히 기분이 좋아야 정상일 터였다.
사실, 그도 기분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두 눈이 막 상하기 시작한 고등어의 그것처럼 홱 풀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꽤 좋았던 것도 같았다.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더욱이나. 그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마저 느끼며 승후는 식탁 위를 노려보았다.
고급스러운 포장을 두른 네모반듯한 상자가 얌전하게 풀어헤쳐져 있었다. 정사각형의 작은 칸으로 구분된 자리마다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을 한 초콜릿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는데, 한창 먹던 중이었는지 벌써 삼분의 일에 가까운 칸이 비어 있었다. 승후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었단 말이야?”
생각만으로도 현기증이 몰려왔다.
자신은 입에 대기도 힘들 만큼 달아 터진 것을 저 여자는 마구 주워 먹었다고 생각하니 충격으로 속이 뒤집어지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닌,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제과장인 중 한 사람이라는 장 르노의 스페셜 컬렉션 중 하나였다. 안에다 정확히 뭘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장이 승후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 영감은 오라지게 단 것만 만든다고.”
질린 얼굴로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호텔 제과부에서 만드는 것들도 단데 본고장이라는 파리에서 만드는 것들은 더 달았다. 얼마나 단지, 시식이랍시고 멀쩡해 보이는 쿠키를 하나 입에 물었다가 하마터면 기절을 할 뻔했다.
그런 것을 맛있다고 먹는 여자들을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식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밥은 남기면서 달아 터진 디저트 접시는 싹싹 비우다니. 그러면서 왜 살이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들을 한다.
“하아아.”
두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배시시 웃던 여자가 이번엔 뜨거운 숨을 길게 내뿜으며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쌉싸래한 초콜릿 향기 끝으로 농익은 과일 냄새가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대체, 뭘 넣었기에 숨결에서조차 달콤한 향내가 진동을 한단 말인가.
“아, 더워.”
“하?”
“옷 벗고 자야지.”
여전히 방글방글 웃으며 여자가 이번엔 입고 있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위해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승후의 시선이 문득 창밖으로 향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즉, 실내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더워서 옷을 벗어 던질 때는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당연했다. 한겨울이니까.
‘말려야겠지?’
냉철한 이성이 빨간불을 휘돌리면서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말리라고.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냥 두고도 싶었다. 이 여자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평소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
본래 조용한 여자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인지 아니면 그가 무섭기라도 한 것인지 어쩌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그녀는 언제나 얼굴을 붉히며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혼상대로 거론되었을 땐 오히려 그가 더 놀랐을 정도다.
‘안 그래도 오늘쯤에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번 만나나 보라는 집안의 권유에 못 이겨 승후는 지난 한 달간 의무적으로 그녀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면서 나름 데이트 비슷한 것을 했었다. 집안도 집안이지만 단아한 용모에 이렇다 할 스캔들 하나 없을 정도로 얌전한 성품이라 이런 여자랑 결혼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그저 조금만 들추어도 온갖 스캔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바닥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성품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으며 제대로 잘 자란,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일도 열심히 하는 좋은 여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마누라감으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내라는 이름이 그냥 집안을 돌보고 내조나 하는 것으로 끝나는 자리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여자로 사랑할 수 있어야 아이를 낳든지, 정을 붙이고 살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니던가. 승후에게 그녀는 분명히 예쁘고 착한 여자였지만 안타깝게도 매력적인 여자는 아니었다. 대놓고 말하자면, 마음은 괜찮다고 하는데 몸은 안 당겼다.
결국, 출장 중에 생각을 정리한 끝에 오늘쯤에는 불러 그의 뜻을 전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하여 돌아오자마자 불러내어 밥을 먹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출장선물이랍시고 아무 생각 없이 장의 컬렉션을 건넨 것이 문제였다.
“하우우우!”
잠깐 잠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단추를 풀다 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꿈쩍도 않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한숨인지 신음인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더니 잔뜩 흐린 눈을 하고는 문득 중얼거렸다.
“아, 진짜…… 왜 이렇게 힘들지. 오빠들 보러 콘서트 가야 하는데. 재준이, 이 나쁜 새끼. 내 도온…… 흑, 앵벌이 한 돈 훔쳐다가 다 치킨 사 처먹었어. 옴 마니 반메 훔, 치느님이 닭살의 저주를 내리실 것이다!”
“……!”
“뭘 봐, 인마! 인형 탈 쓰고 알바하는 여자 첨 봐? 성격만 더럽게 생겨 가지고.”
뭐라?
승후의 두 눈에 발끈 힘이 들어갔다.
청순하고 단아한 용모는 그대로인데 막상 입을 열자 마치 사람이 바뀐 듯 걸쭉한 욕설을 쏟아 내다니. 평소엔 개미만 한 목소리로 ‘네, 아니오.’ 정도만 간신히 대답하던 바로 그 여자가 말이다. 기가 막혔다.
“야!”
“……?”
“너! 너 말이야, 인마. 진짜 나쁜 새끼인 거 알지? 내 동생 재준이보다 더 나쁜 새끼야, 내가아…… 살 빼고 교정하면서 결심을 한 게 있어. 저 싸가지한테 엿을 먹여 줘야겠다. 할 수만 있다면 저놈이 젤 끔찍해하는 짓을 저질러야지. 그래서 말인데에…….”
음?
발음이 불분명한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며 뭐라 떠들던 여자가 갑자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모양 좋은 핑크빛 입술이 살아 있는 것처럼 쫑긋거리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그러더니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녀가 탁자 너머로 두 팔을 쭉 뻗어 그의 머리통을 꾹 움켜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