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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 오 쇼콜라 2화
“뭐, 뭐, 뭐 하는…… 읍!”
이거 봐라?
양손으로 그의 머리통, 아니 머리칼을 왕창 움켜쥔 여자가 인정사정없이 입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무방비하게 벌어진 입술 위로 작고 촉촉한 입술이 닿기가 무섭게 상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가 훅 다가와 코끝을 자극했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부지불식간에 눈을 잔뜩 부릅떴다가 승후는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초콜릿을 잔뜩 먹은 직후라 사정없이 달달한 맛이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녀의 입술에서는 쌉싸래하면서도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단맛이 혀끝에서부터 서서히 번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으음.”
나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평소, 단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그인데 이것은 달랐다. 설탕 같은 과도한 단맛이 아닌 과일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달콤한 향과 카카오 본연의 쌉싸래한 맛에다 찰지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까지 덧입혀진, 그야말로 유혹적인 키스였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입술을 열고 더 깊이 음미하려는데, 무식한 힘으로 그저 찍어 누르기만 하던 그녀의 입술이 벌써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안 돼. 난 이제 시작이야.”
먼저 덤빈 주제에 하다 말고 빠지는 건 무슨 예의인가. 그가 제일 끔찍해하는 일을 저지르겠다고 하더니, 설마 이 일을 두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
‘나쁜 새끼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진짜 나쁜 놈이 되어 주지.’
짧은 순간, 그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맺혔다.
승후는 말없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러곤 그녀의 머리통을 야무지게 움켜쥔 다음 더 바짝 잡아당겼다. 그저 가져다 붙인 채 열심히 밀어붙이기만 하던 그녀와 달리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핥는 것부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와 쌉싸래한 맛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입술을 핥다가 입에 물고 쪽 빨아도 보고 또 가끔은 살짝 깨물기도 했다. 초콜릿 때문인지, 아니면 장의 말처럼 사랑의 묘약이 작용한 것인지 몸이 빠르게 훅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에, 승후는 마침내 자연스럽게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깊숙이 집어넣어 입안 구석구석을 맛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멍하니 풀어진 눈을 하고도 여자는 다행히 그를 잘 따라왔다.
아직 미숙하긴 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입술을 열어 주고 착한 학생처럼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작은 혀를 휘감고 유혹하듯 슬쩍 빨아 주자 살짝 부푼 입술이 따라와 그의 입술을 물고 쪽쪽거렸다. 덕분에 흥분의 크기가 불쑥 커지고 말았다.
보드라운 뺨에 도장을 찍고 그녀의 귓바퀴를 길게 핥아 올렸다. 그러고 나서야 승후는 상큼한 과일 향기가 그녀의 입술에서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 홀린 듯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그녀의 여린 뒷목과 등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으응.”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재아는 배시시 웃었다.
한 달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일 하나 없더니 오늘은 어쩌다가 이렇게 이상한 꿈을 다 꾸는지 모를 일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몸살이 오려고 그러나? 아닌 게 아니라, 머리꼭대기까지 열이 오르는 것이 조금 덥기도 하고 또 온몸의 근육이 느슨하게 풀어져서 노곤한 것도 같은 것이 흡사 뼈 없는 오징어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그리 싫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 좋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재아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처음으로 겪어 보는 거시기한 느낌에 그녀는 완전히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귓가로 후끈한 바람이 불어올 때라든지, 부드러운 손길이 미끄러지듯 등골을 쓰다듬을 때마다 심장 아래가 근질거린다거나 배에 힘이 들어가고 때때로 발끝까지 짜릿해졌다. 좋은데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그래도 더 알고 싶어지는 묘한 느낌. ‘더 처먹으면 살이 찔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상태에 처한 것처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문제의 상대가 강승후라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만.”
뭐?
“후우, 여기서 더 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아니, 이건 내 꿈속인데 누구 마음대로 멈추고 지랄이지?
현실에서도 해 볼 일이 없어 슬픈데 이제는 꿈에서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가? 그간 본 야동만 수십 편인데 어째서 꿈까지 이렇게 순결해?
여자 나이 서른이면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결혼은 물론 애도 낳고 발 빠른 사람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혼까지 해 보고도 남는 나이라는데, 그녀는 아직 그 흔한 키스조차 해 보지 못했다. 사랑, 이별, 결혼, 출산, 이혼 중 단 한 가지도 겪어 보지 못한 채 혼자서 쓸쓸하게 서른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슬퍼 죽겠는데 새해 벽두부터 꿈속에서 만나는 남자가 하필이면 강승후라니. 단 한 마디 말로 그녀의 인생에 굵직한 스크래치를 새겨 준 저 불멸의 싸가지, 강승후.
‘이게 다 소개팅의 폐해구나. 괜히 한 달이나 만나 가지고 꿈속에서까지 못 볼 꼴을 보는 게야.’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성격이면 성격, 말버릇이면 말버릇, 거기에 예의까지 쌈 싸 먹은 인간이라 아무리 꿈속이라도 기분이 막 더러울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나름 분위기가 괜찮을 뿐만 아니라 키스는 끝내주기까지 했다. 강승후가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나름 봐줄 만하게 생겼기 때문일까?
‘아니지, 세상엔 미모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있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재아는 이를 악물었다. 다시 손을 뻗어 그의 머리통을 꾹 움켜쥐었다. 그러곤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럼, 내가 덮쳐 주마. 이 기회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꼼꼼하게 더럽혀 주겠어.”
“꿀꺽.”
협박이 통하였음인가?
그가 긴장 어린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재아는 사뭇 통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에 고무된 기분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탁자를 빙 돌아가서는 다리를 쩍 벌리고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으음! 이봐, 미리 말해 두는데 감당하지 하지 못할 일은 시작하지 않는 게…… 읍!”
닥치고 수청이나 들어라, 이 자식아. 거부하면 춘향이 마냥 칼을 씌우는 게 아니라 아예 안다리를 후리고 주리를 틀어 줄랑께.
속으로 주절거리며 재아는 입으로 그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손으로는 넥타이를 잡았다. 깔고 앉은 튼실한 허벅지가 순간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오만한 네 인생에도 심각한 스크래치가 새겨졌겠지. 좋아, 어차피 이런 꿈을 꾸게 된 거 이왕이면 야무지게 흠집을 내 주겠어.’
슬슬 풀어낸 넥타이를 홱 집어던지며 재아는 스산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슬쩍 벌어진 그의 와이셔츠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양쪽으로 확 열어젖혔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단추가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와중에 날아온 단추 하나가 그녀의 이마를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화에서 하는 걸 보고 따라 해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폼은 안 나는 것 같았다.
“에이씨, 다 안 떨어졌어.”
바지 속으로 들어간 와이셔츠 자락은 어째서 생각하지 못한 겐가.
끙끙거리며 셔츠 끄트머리를 끄집어내어 남은 두어 개의 단추를 노려보고 있자 그가 피식 웃더니 손을 뻗어 느릿느릿 단추를 풀어 주었다. 그러자 활짝 열린 셔츠 사이로 그린 듯 반듯한 상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운동을 좀 했는지 적당하게 부푼 근육하며 탄탄한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평소 하는 짓으로 보아 근엄의 상징인 똥배 따위는 안 키울 줄 알았지.
“계속해 봐.”
그새 마음을 바꿔 먹었는지 그가 혀로 입술을 슥 핥으면서 말했다. 이 나쁜 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뭐랄까, 굉장히…… 섹시해 보인다. 갑작스럽게 엄습한 긴장감으로 등골이 오싹해지고 저도 모르게 삼킨 마른침이 목구멍을 넘어갈 만큼.
“뭐, 뭐, 뭐 하는…… 읍!”
이거 봐라?
양손으로 그의 머리통, 아니 머리칼을 왕창 움켜쥔 여자가 인정사정없이 입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무방비하게 벌어진 입술 위로 작고 촉촉한 입술이 닿기가 무섭게 상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가 훅 다가와 코끝을 자극했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부지불식간에 눈을 잔뜩 부릅떴다가 승후는 저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초콜릿을 잔뜩 먹은 직후라 사정없이 달달한 맛이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녀의 입술에서는 쌉싸래하면서도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단맛이 혀끝에서부터 서서히 번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으음.”
나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평소, 단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그인데 이것은 달랐다. 설탕 같은 과도한 단맛이 아닌 과일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달콤한 향과 카카오 본연의 쌉싸래한 맛에다 찰지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까지 덧입혀진, 그야말로 유혹적인 키스였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입술을 열고 더 깊이 음미하려는데, 무식한 힘으로 그저 찍어 누르기만 하던 그녀의 입술이 벌써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안 돼. 난 이제 시작이야.”
먼저 덤빈 주제에 하다 말고 빠지는 건 무슨 예의인가. 그가 제일 끔찍해하는 일을 저지르겠다고 하더니, 설마 이 일을 두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
‘나쁜 새끼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진짜 나쁜 놈이 되어 주지.’
짧은 순간, 그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맺혔다.
승후는 말없이 두 손을 내밀었다. 그러곤 그녀의 머리통을 야무지게 움켜쥔 다음 더 바짝 잡아당겼다. 그저 가져다 붙인 채 열심히 밀어붙이기만 하던 그녀와 달리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핥는 것부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와 쌉싸래한 맛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입술을 핥다가 입에 물고 쪽 빨아도 보고 또 가끔은 살짝 깨물기도 했다. 초콜릿 때문인지, 아니면 장의 말처럼 사랑의 묘약이 작용한 것인지 몸이 빠르게 훅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에, 승후는 마침내 자연스럽게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깊숙이 집어넣어 입안 구석구석을 맛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멍하니 풀어진 눈을 하고도 여자는 다행히 그를 잘 따라왔다.
아직 미숙하긴 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입술을 열어 주고 착한 학생처럼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작은 혀를 휘감고 유혹하듯 슬쩍 빨아 주자 살짝 부푼 입술이 따라와 그의 입술을 물고 쪽쪽거렸다. 덕분에 흥분의 크기가 불쑥 커지고 말았다.
보드라운 뺨에 도장을 찍고 그녀의 귓바퀴를 길게 핥아 올렸다. 그러고 나서야 승후는 상큼한 과일 향기가 그녀의 입술에서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 홀린 듯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그녀의 여린 뒷목과 등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으응.”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재아는 배시시 웃었다.
한 달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일 하나 없더니 오늘은 어쩌다가 이렇게 이상한 꿈을 다 꾸는지 모를 일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몸살이 오려고 그러나? 아닌 게 아니라, 머리꼭대기까지 열이 오르는 것이 조금 덥기도 하고 또 온몸의 근육이 느슨하게 풀어져서 노곤한 것도 같은 것이 흡사 뼈 없는 오징어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그리 싫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 좋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재아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처음으로 겪어 보는 거시기한 느낌에 그녀는 완전히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귓가로 후끈한 바람이 불어올 때라든지, 부드러운 손길이 미끄러지듯 등골을 쓰다듬을 때마다 심장 아래가 근질거린다거나 배에 힘이 들어가고 때때로 발끝까지 짜릿해졌다. 좋은데 한편으로는 겁도 나고 그래도 더 알고 싶어지는 묘한 느낌. ‘더 처먹으면 살이 찔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상태에 처한 것처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문제의 상대가 강승후라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만.”
뭐?
“후우, 여기서 더 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아니, 이건 내 꿈속인데 누구 마음대로 멈추고 지랄이지?
현실에서도 해 볼 일이 없어 슬픈데 이제는 꿈에서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가? 그간 본 야동만 수십 편인데 어째서 꿈까지 이렇게 순결해?
여자 나이 서른이면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결혼은 물론 애도 낳고 발 빠른 사람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혼까지 해 보고도 남는 나이라는데, 그녀는 아직 그 흔한 키스조차 해 보지 못했다. 사랑, 이별, 결혼, 출산, 이혼 중 단 한 가지도 겪어 보지 못한 채 혼자서 쓸쓸하게 서른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슬퍼 죽겠는데 새해 벽두부터 꿈속에서 만나는 남자가 하필이면 강승후라니. 단 한 마디 말로 그녀의 인생에 굵직한 스크래치를 새겨 준 저 불멸의 싸가지, 강승후.
‘이게 다 소개팅의 폐해구나. 괜히 한 달이나 만나 가지고 꿈속에서까지 못 볼 꼴을 보는 게야.’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느낌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성격이면 성격, 말버릇이면 말버릇, 거기에 예의까지 쌈 싸 먹은 인간이라 아무리 꿈속이라도 기분이 막 더러울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나름 분위기가 괜찮을 뿐만 아니라 키스는 끝내주기까지 했다. 강승후가 다른 건 몰라도 얼굴 하나는 나름 봐줄 만하게 생겼기 때문일까?
‘아니지, 세상엔 미모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있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재아는 이를 악물었다. 다시 손을 뻗어 그의 머리통을 꾹 움켜쥐었다. 그러곤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럼, 내가 덮쳐 주마. 이 기회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꼼꼼하게 더럽혀 주겠어.”
“꿀꺽.”
협박이 통하였음인가?
그가 긴장 어린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재아는 사뭇 통쾌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에 고무된 기분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탁자를 빙 돌아가서는 다리를 쩍 벌리고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으음! 이봐, 미리 말해 두는데 감당하지 하지 못할 일은 시작하지 않는 게…… 읍!”
닥치고 수청이나 들어라, 이 자식아. 거부하면 춘향이 마냥 칼을 씌우는 게 아니라 아예 안다리를 후리고 주리를 틀어 줄랑께.
속으로 주절거리며 재아는 입으로 그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손으로는 넥타이를 잡았다. 깔고 앉은 튼실한 허벅지가 순간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오만한 네 인생에도 심각한 스크래치가 새겨졌겠지. 좋아, 어차피 이런 꿈을 꾸게 된 거 이왕이면 야무지게 흠집을 내 주겠어.’
슬슬 풀어낸 넥타이를 홱 집어던지며 재아는 스산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슬쩍 벌어진 그의 와이셔츠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양쪽으로 확 열어젖혔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단추가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와중에 날아온 단추 하나가 그녀의 이마를 때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화에서 하는 걸 보고 따라 해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폼은 안 나는 것 같았다.
“에이씨, 다 안 떨어졌어.”
바지 속으로 들어간 와이셔츠 자락은 어째서 생각하지 못한 겐가.
끙끙거리며 셔츠 끄트머리를 끄집어내어 남은 두어 개의 단추를 노려보고 있자 그가 피식 웃더니 손을 뻗어 느릿느릿 단추를 풀어 주었다. 그러자 활짝 열린 셔츠 사이로 그린 듯 반듯한 상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운동을 좀 했는지 적당하게 부푼 근육하며 탄탄한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평소 하는 짓으로 보아 근엄의 상징인 똥배 따위는 안 키울 줄 알았지.
“계속해 봐.”
그새 마음을 바꿔 먹었는지 그가 혀로 입술을 슥 핥으면서 말했다. 이 나쁜 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뭐랄까, 굉장히…… 섹시해 보인다. 갑작스럽게 엄습한 긴장감으로 등골이 오싹해지고 저도 모르게 삼킨 마른침이 목구멍을 넘어갈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