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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애>





1화


프롤로그






눈을 감은 공혜나가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다. 좁은 어깨와 쇄골을 드러내고 하얀 타월로 몸을 감싼 공혜나. 곧게 뻗은 다리가 마냥 편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유원은 입고 있던 청바지를 거칠게 벗어 던졌다. 그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나고 단단한 상반신을 가린 티셔츠도 곧 떨어져 나갔다. 용맹하게 우뚝 솟은 남성을 감싸고 있는 브리프만 입은 채 천천히 다가간 유원이 침대로 올라가자 혜나가 움찔 몸을 떨었다.
“후회하면 지금이라도 내려가.”
“안 해, 후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유원의 말에 곧바로 대답해 오는 혜나의 전투적인 말이 누군가와 닮아 있어 유원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몸을 겹쳤다. 가능한 자신의 몸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팔에 힘을 주고서.
쿵쾅쿵쾅쿵쾅.
밀착된 가슴에서 혜나의 심장 뛰는 소리가 유원의 가슴으로 전해졌다. 몹시 긴장되는지 콩닥콩닥도 아니고 쿵쾅쿵쾅이라니.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혜나에게서 자신의 향기가 나자 유원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가녀린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움찔.
공혜나가 반응을 보일 때마다 유원의 입술이 호선을 그었다.
유원의 집 욕실에서 혜나가 말갛게 씻고 나왔으니 샴푸이건 보디 워시건 간에 자신이 쓰는 것과 똑같은 것이 분명한데, 이 향기가 미치도록 자극적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향긋하다. 그 향긋함을 들이마시는 코보다도 우뚝 솟은 남성이 더욱 안달을 내며 꿈틀거렸다. 욕망이 크기를 잴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오른다. 혜나의 아랫배에 닿아 있는 남성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만 한지 그녀가 번쩍 눈을 떴다. 그러나 코앞에 멈춰 있는 유원의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 주름이 질 정도로 세게 눈을 감아 버린다. 그에 엷은 웃음이 걸려 있던 유원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분명 먼저 원한 것은 그녀였다. 그러니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유원을 보고서 못 볼 꼴을 본 사람처럼 눈을 꼭 감아 버리는 것은 반칙이다.
손을 내려 혜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하얀 타월을 풀었다. 더욱 꼭 감기는 눈. 굳은 채 입술을 깨무는 혜나를 안달 나게 하고, 애태우고 싶은 마음에 한 번에 타월을 벗겨 버렸다.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 그 희디흰 살 위로 볼록 솟아 있는 분홍색 꽃망울. 그것을 보는 순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 꽃망울에 입술을 내리고 있었다.
꽃망울을 입에 물자마자 굳어지는 공혜나, 그리고 떨림. 유원이 혜나의 분홍색 유두를 슥슥 핥을 때마다 그녀가 온몸을 달달 떨었다.
욕망이 만들어 낸 달콤함. 그것은 지금껏 맛보았던 어떤 것보다 중독성이 강했다. 유원은 자신의 입안을 채우는 꽃망울에서 달콤한 꿀이라도 나오는 것처럼 빨아 댔다.
“아흑.”
강렬하게 빨아들이자마자 내뱉어지는 혜나의 신음. 그 신음에 유혹된 유원의 입술이 탐스러운 가슴을 마음껏 탐했다. 그럴수록 혜나의 신음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유원의 입술이 가슴에서 떨어져 혜나의 입술을 찾아 천천히 올라갔다. 신음을 뱉어 내는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자 그녀의 입술이 고집스레 닫혔다. 외부의 침입이 느껴지자마자 입을 꼭 다물어버리는 조개처럼. 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 유원은 혜나의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며 동시에 자근자근 씹어 주었다. 그러자 자근자근 씹어 대는 그 느낌을 참지 못하겠는지 몸까지 바르작거리더니 이내 입술이 벌어졌다. 민트향 치약의 향긋함이 유원에게 번져 왔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차례로 빨아들이던 유원의 혀가 혜나의 입술 사이로 빠져들어 갔다. 치열을 핥고 도망 다니는 그녀의 혀를 빨아들이자 다시 움찔한다. 혜나의 순진하기 짝이 없는 반응 하나 하나가 곧장 그녀를 격렬하게 탐하고 싶은 마음을 눌러 주었다. 그래서 힘에 겹다.
“으음.”
부드러운 키스에 반응하는 신음이 듣기 좋아 유원은 혜나의 뒷덜미에 손을 넣어 세차게 입안을 유영했다. 크게 벌어진 입술과 입술, 얽힌 혀와 혀, 맞닿은 살과 살. 욕망은 깊이를 모르는 바다, 그 바다가 욕망의 회오리에 갇혀 철썩인다.
유원의 손에서 그녀의 하얀 가슴이 찰진 반죽처럼 이리저리 일그러졌다. 그 찰진 반죽의 달콤함을 이미 알아 버린 유원의 입술이 내려와 혜나의 가슴에 붉은 흔적을 남기고 마음껏 빨아들였다.
“아, 아!”
술과 욕망이 어우러진 몽롱함에 눈을 뜨고 있던 혜나가 가슴을 삼키는 유원의 붉은 입술에 신음을 토해 낸다. 신음에 대답하듯 혜나의 갈비뼈를 훑어 내려간 유원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다 올라오더니 마침내 검은 숲을 지나 골을 타고 내려갔다.
움찔.
격하게 몸을 떨면서도 밀어내지 못하는 혜나의 손이 애처로워 유원은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가득 고인 눈물이 금방이라도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아 유원은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들어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혜나의 애처로운 눈동자에도 검은 숲을 거쳐 꽃잎을 만지는 손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아니, 더욱 적극적으로 작은 꽃잎을 만지고 숨겨진 진주를 찾아내었다. 욕망에 찬 유원과 달리 두려움에 가득 찬 혜나의 눈동자에 자신의 열정이 스며들기를 바랐다.
“하, 하지 마…… 아앗.”
진주를 돌돌 굴리듯 어루만지는 유원의 손길에 엉덩이를 튕겨 내며 신음하는 혜나의 허벅지를 유원이 자신의 허벅지로 내리누르자 힘에 의해 어찌하지 못하는 그녀가 몸을 비틀었다.
“괜찮아, 그냥 느끼면 돼.”
“영원아…… 나 이상해.”
술과 욕망에 취한 혜나가 몽롱한 눈동자로 영원을 부른다. 순식간에 유원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리고 그녀의 진주를 문지르던 손길을 멈추었다.
“공혜나.”
지독히 거친 유원의 음성이 혜나를 불렀다. 몽롱하고 야릿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운 눈동자와 유원의 욕망에 가득 찬 불꽃같은 눈동자가 부딪쳤다.
그녀의 위에서, 그녀를 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똑똑히 알아보길 원했다.
유원은 혜나의 깍지 낀 손을 놓고 검지로 곁에 있던 스탠드를 툭 쳐 불을 한 단계 더 밝혔다. 조도가 높아지자 누워 있는 혜나의 얼굴이 조금 더 밝아졌다.
“똑바로 봐, 내가 누군지.”
“아흑.”
영원을 부른 혜나를 질책하는 유원의 손가락이 그녀의 비밀스런 터널을 파고들자 그녀가 다시 몸을 꿈틀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조여든다, 유원을 한없이 빨아들인다.
“대답해 봐, 내가 누군지.”
지독히 낮은 음성으로 다시 묻는 유원.
유원의 아래에서 신음을 터트리던 혜나가 밝아진 빛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든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윽고 깜박이기 시작하는 눈꺼풀. 꿈인지 현실인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유원…… 오빠?”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혜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혹은 그녀 자신에게 묻는 듯 유원을 불렀다.
“오빠?”
“그래.”
“정말?”
믿기지 않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물어 오는 공혜나.
“꿈이 아니니까 잊어버리지 마.”
단호한 유원의 목소리에 혜나의 입가 주름이 미세하게 경련한다.
“오빠!”
굳어 있던 혜나의 얼굴 가득 기쁨의 환희가 퍼진다. 그 환희가 유원의 아래에서 마음껏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만 같은 착각. 그리고 폭풍처럼 밀려오는 욕망.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이젠 어떤 말을 해도 물러날 수 없다. 그녀가 가는 손을 들어 유원의 목에 두르고 매달린다. 안겨 든다. 유원의 욕망 아래 단단히 매인 줄도 모르고서.
“오빠! 하윽.”
그녀의 몸을 탐하는 유원의 손이 거칠어졌다. 이렇게 적극적인 혜나를 당장 갖고 싶다. 유원이라는 기쁨에 매달린 혜나는 그의 손가락이 좁은 터널을 긁어내리는 야릇한 아픔에 신음을 뱉어 내면서도 지금까지의 두려움을 까맣게 잊고 환하게 웃었다.
꽃처럼 환하고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