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헬 나이츠 1권 (21화)
Episode 08 광산 쟁탈전 (2)


“그것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채플 백작가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쉽게 손을 뗄 리 없습니다. 아마 지금쯤 광산 개발도 거의 끝나 가고 있을 것이고요.”
아이린이 입을 열었다.
“그럼 자신들이 개발했다고 생떼를 쓸지도 모를 문제겠네요.”
아이린이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할 때 집무실 문이 열리며 제이크가 들어섰다. 그러자 아이린과 네빌 집사가 밝은 표정으로 제이크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제이크 님.”
제이크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고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네빌 집사가 옆자리로 옮겨 앉았고, 그 자리에 제이크가 앉았다.
“날 찾았다면서.”
“네, 의논드릴 일이 있었어요.”
아이린이 말했다. 제이크는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네빌 집사가 나섰다.
“사실은 보일란 성의 광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하며 조금 전 아이린과 나눴던 대화를 설명했다. 물론 마지막에는 채플 백작이 광산 하나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말을 해 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제이크가 물었다.
“광산이라, 하긴 나도 깊게는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께서 광산을 운영했다는 소릴 들었지. 그런데 막혔다고?”
“네, 전쟁 중에 아마도 무너뜨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제이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네빌 집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프라인 백작가의 입장에서야 광산을 무너뜨린 게 당연했겠지만 사실 자작님께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영지를 비싼 값에 구입하셨다가 낭패를 보셨죠.”
네빌 집사의 말에 제이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군. 말을 듣고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지는군.”
그러자 아이린이 황급히 나서며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그때의 상황으로 봐서는 프라인 백작님께서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게다가 제이크 님에게는 이미 큰 도움을 받았는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이린이 애써 제이크를 위로했다. 하지만 제이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그 당시에 나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아, 광산을 운영하시는구나, 생각을 했지. 그 당시에 나는 워낙에 철이 없어서 사고만 치고 다녔거든.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많이 혼나고 말이야.”
제이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아이린이 풉, 하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제이크가 말했다.
“왜 웃어?”
“아뇨, 그 당시에 말썽꾸러기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요.”
“훗, 나도 그래. 그때는 정말 멋모르고 설치고 다녔지. 하지만 그곳으로 건너가고 난 후 나도 많이 변했지.”
제이크는 마침 그때를 회상하는 듯 시선을 먼 곳에 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제이크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광산은 광물을 캐라고 있는 거지 입구를 막아 놓으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아이린이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네빌 집사는 달랐다.
“그러시다면?”
그러자 제이크가 곧바로 말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광산이 철광과 금광이라고 했지? 내가 한 번 찾아보지.”
제이크가 힘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네빌 집사가 정말 감사한 표정을 지었다.
“제이크님께서 나서 주신다면야 정말 감사하죠.”
“정말 나서 주시겠어요?”
아이린이 물었다.
그러자 제이크가 씨익 웃었다.
“이왕 도움 주기로 한 거 확실히 해야지. 그전에 백작이 차지한 광산을 먼저 뺏어야겠지?”
제이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린과 네빌 집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제이크는 폴과 필을 불렀다.
“저희들을 찾으셨다고요.”
폴이 말했다.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들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제이크의 말에 폴과 필이 눈이 번쩍였다.
“무슨 일입니까?”
폴이 묻자 제이크가 둘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이 길로… 알겠나?”
둘에게 나직이 지시를 내린 후 제이크가 묻자 폴과 필이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는데 잘되었네요.”
“맞아, 간만에 뜨거운 피 맛을 좀 보겠어.”
필 또한 눈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제이크가 말했다.
“단, 내가 말한 대로 행동해야 해.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폴과 필이 힘차게 말하며 몸을 날렸다. 제이크는 두 사람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다소 걱정 어린 시선이 되었다.
“행동의 제약은 걸었지만……. 뭐, 잘하겠지.”
그렇게 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

2

백작가로 돌아온 채플 백작은 오자마자 집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빌어먹을! 젠장! 어린 계집년이 감히 날 물 먹여!”
우당탕탕! 쾅!
채플 백작은 분을 참지 못하는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집어 던졌다. 그 사이 로이 남작도 백작가에 도착을 했다. 그는 서둘러 집무실로 갔다.
집무실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은 온갖 파편들로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 중앙에 뚱뚱한 몸매로 씩씩거리는 채플 백작이 서 있다. 로이 남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거의 기어들어 가는 투로 채플 백작을 불렀다.
“배, 백작님…….”
그 순간 채플 백작이 몸을 돌렸다. 눈은 부릅떠진 상태였고,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썩 나가지 못해!”
“…….”
로이 남작은 몸을 부르르 떨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벌벌 떨며 서 있다. 급기야 채플 백작이 벽에 세워 둔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들고는 로이 남작에게 던졌다.
와장창창!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로이 남작 옆으로 꽃병이 깨졌다. 그는 그것을 보며 급히 무릎을 꿇었다.
“주, 죽여 주십시오.”
“죽여? 오냐, 죽여 주마!”
분노로 가득한 채플 백작은 즉시 검을 빼어 들며 로이 남작에게 다가갔다. 그는 진정으로 로이 남작을 죽일 태세였다. 그때 로이 남작이 황급히 채플 백작을 불렀다.
“백작님!”
채플 백작은 그러면 그렇지 네까짓 것이라는 눈빛으로 비웃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왜? 죽겠다고 말은 했지만 두려운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흥! 좋다. 들어보지.”
채플 백작은 콧방귀를 뀌며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지 지켜보기로 했다. 그 모습에 로이 남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 됐어. 살아날 가망성이 있어.’
마음을 다 잡은 로이 남작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광산 쪽 일입니다. 돈을 갚은 이상 우리도 그곳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철수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지금 급히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로이 남작의 말에 채플 백작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 맞아. 철광산이 있었지. 그곳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이제 겨우 생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렇게 쉽게 내어 줄 수는 없지.”
채플 백작은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았다. 조금 전 분노로 가득했던 얼굴은 이내 평정심을 유지하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을 빌려 준 목적으로 하나의 광산을 얻었다. 게다가 그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거금이 들어갔다. 이제야 겨우 그 빛을 보려고 하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절대로 광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곳을 지켜야 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채플 백작이 로이 남작을 불렀다.
“로이 남작!”
“네, 백작님.”
어느새 채플 백작 옆으로 와서 대답을 했다.
“지금 당장 그곳에 연락을 해서 경비를 강화하라고 일러라. 어떤 놈들도 접근하지 못하게 말이야. 특히 에페로 자작가 놈들의 접근을 확실하게 막으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백작님.”
힘차게 대답을 한 로이 남작이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채플 백작의 눈빛이 가늘게 떠졌다.
“절대로 그냥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야.”
채플 백작의 음성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보일란 성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로키 산맥의 중심부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대부분 광부들이었고, 중간중간에 검을 들고 감시를 하고 있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기사들의 갑옷에 새겨진 문양은 쥬얼리였다. 바로 채플 백작가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를 신중히 하는 모습이다.
그 뒤로 하나의 광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으로 광부들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돌을 담을 수 있는 질긴 끈으로 만든 광주리가 눈에 들어왔다. 또 어떤 광부는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마치 병자를 실어 나르는 그것과 같은 걸 들고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광부들의 손에는 제법 커다란 돌덩이들을 들고 나왔다. 돌덩이를 다른 광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광부들이 망치와 정을 들고 실어 나른 돌덩이를 때리고 있다. 그곳에서 뭔가 검은 물질을 캐고 있는 듯 보였다. 채굴장인 것 같다.
모든 광부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하며 손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중간중간 서 있는 기사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서 서둘러라! 어서!”
“시간이 없다!”
광산 채굴을 하고 있는 근처에는 사무실이 하나 존재했다. 그곳에는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기사대장이 있었다. 그는 광부들의 책임자를 불러 놓은 상태다.
“아직 멀었나?”
기사대장의 질문에 광부 책임자가 말했다.
“거의 다 되어 갑니다.”
“시간이 없다, 빨리 서둘러라.”
“거의 밤잠을 설쳐 가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 속도를 내는 것은 힘듭니다.”
광부 책임자도 할 말이 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기사대장이 검을 빼 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죽고 싶나?”
광부 책임자는 자신의 목에 검이 닿자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기사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협박을 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더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야.”
당장이라도 목을 벨 심산이었다. 광부 책임자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아, 알겠습니다. 좀 더 빨리 서두르겠습니다.”
“좋아,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검을 거두며 만족스런 표정이 된 기사대장.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명의 기사가 뛰어들어 왔다.
“대장님!”
“무슨 일이야?”
“자작가에서 병사를 보낸 것 같습니다.”
기사의 말에 기사 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낸 것 같다? 온 거야? 안 온 거야? 말을 확실히 해!”
기사대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그것이 자작가에서 온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병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기사라고 해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아서…….”
기사가 말을 얼버무렸다.
더욱 화가 난 기사대장이 소리쳤다.
“똑바로 말해 봐! 병사가 확실해? 몇 명이나 왔기에 그러는 것이냐!”
“그, 그게… 두 명입니다.”
기사의 말에 황당한 표정이 된 기사대장이 목소리에 힘이 빠지며 말했다.
“뭣이라? 고작 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