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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나이츠 1권 (20화)
Episode 07 달라지는 영지 (2)


“잘된 일이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펜을 들었다.
아이린, 네빌 집사, 그리고 제이크가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아이린은 하나의 서류를 제이크에게 건네었다.
“이게 뭐지?”
제이크가 그 서류를 받아들며 물었다. 그러자 네빌 집사가 나서며 말했다.
“그것은 제이크 님께서 주신 물건을 판 목록과 가격, 그리고 사용된 곳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네빌 집사의 말에 제이크는 피식 웃었다.
“됐어! 내게 안 보여 줘도 돼.”
“그래도 보세요. 엄연히 당신이 투자한 것인데 어디에 팔았고, 그 돈이 어떤 용도에 사용되었는지는 확인해야 하잖아요.”
“귀찮게 뭘. 엄연히 알아서 사용했을라고.”
제이크는 약간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린이 서류를 낚아채며 싸늘하게 말했다.
“읽기 싫으면 주세요. 제가 읽어 드릴 테니까요.”
“이봐.”
그녀의 싸늘한 말에 당황한 제이크가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아이린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제 생각도 해 주세요. 저도 이래야 맘 편히 당신이 준 것을 사용할 수 있지요.”
아이린의 말에 제이크가 살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알았어, 줘 봐.”
“아뇨, 제가 읽어 드릴게요.”
아이린은 서류에 적힌 것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제이크는 읽어 내려가는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기에서 적힌 대로 제이크 님께서 주신 물품 중 일부만 처분했는데도 무려 50만 골드를 구할 수 있었어요. 그중 25만 골드는 빚 갚는데 쓰고, 5만 골드는 영지 보수에, 10만 골드는 영지 개발에 쓰기로 했어요. 나머지 10만 골드는 우선 저축해 놓은 상태예요.”
아이린의 말을 듣고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했네.”
“그게 다예요?”
“그럼 뭘 더 바래?”
“뭐, 이렇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아님, 저렇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 없어요?”
아이린의 물음에 제이크는 난감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쩝, 난 그런 것에 워낙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그의 말에 아이린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네빌 집사는 고개를 돌려 작게 웃었다.
아이린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알겠어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사용하도록 하겠어요. 그보다 농경지는 어때요? 네빌 집사님의 보고서에는 아직까지 마을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계신다던데.”
아이린의 말에 제이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맞아.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오늘 상의 좀 해야겠어.”
그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거봐요. 당신도 의견을 말할 수 있잖아요.”
“으, 으응.”
아이린의 반응에 살짝 놀란 제이크. 한편 아이린은 이제야 제이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소 편해졌다. 그동안 제이크의 어머니 물품을 팔아 영지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이 정말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빚도 다 갚고, 영지 개발에 투자를 할 생각이다. 그런데 제이크가 농경지의 조사가 끝이 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 아이린은 무척이나 기뻤다.
“말해 보세요. 뭐가 필요해요?”
너무나도 적극적인 모습에 제이크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 어어.”
제이크가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1년 정도 시간을 주면 땅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대신 마나석이 필요해.”
제이크의 요구에 아이린이 물었다.
“정말 마나석만 있으면 돼요?”
“그래.”
예전 같았으면 고개를 흔들었을 네빌 집사도 지금은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아, 전에 말했던 그 마나석 말씀입니까?”
“응.”
“당장 구해 드리겠습니다.”
네빌 집사가 환하게 웃으면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은 돈도 많고, 그 비싼 마나석을 구입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요. 바로 서류 작성에서 올리도록 하세요.”
“네, 아가씨.”
네빌 집사가 대답했다. 아이린은 다시 제이크를 보며 물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어요?”
“없어. 대신 마나석을 구입할 때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요?”
네빌 집사가 물었다.
“일단 3만 골드어치 마나석을 구매해.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빈 마나석이어야 해.”
“알겠습니다.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빌 집사가 열심히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아이린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그럼 3만 골드어치 마나석을 구입하면, 7만 골드가 남네요. 이것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린은 아예 제이크를 보며 물었다. 제이크는 그런 아이린의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말했다.
“내가 마을을 돌아다닌 결과 식량이 많이 부족해 보이더군. 그래서 2만 골드로 식량을 구입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으면 좋겠군. 그리고 나머지 5만 골드는 광산 개발하는 것에 사용했으면 하는데, 어때?”
제이크가 의견을 내놓자 열심히 적는 아이린과 네빌 집사였다. 그녀는 다 적고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우선 식량 공급은 확실히 필요할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오늘 예산을 빼놓을 생각이었어요. 다만 광산 쪽은…….”
아이린이 말끝을 흐리며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궁금해진 제이크가 재차 물었다.
“왜 그래?”
그러자 네빌 집사가 조용히 나섰다.
“제이크 님, 광산 쪽은…….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쉽지 않다? 어째서?”
네빌 집사가 슬쩍 아이린을 쳐다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후우, 그것이 말입니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돈에 허덕이며 보일란 성에 관심을 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채플 백작이 그 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다시 보일란 성을 찾아가 보니 그곳을 채플 백작가의 기사와 병사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반 시민들까지 들어와 살고 있더랍니다. 다시 그곳을 번영시키기 위해 조사를 갔던 기사들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바로 쫓겨났습니다.”
“뭐야?”
제이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네빌 집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들이 왜 그곳에 있어! 그곳은 엄연히 우리들의 영지인데! 왜 그 녀석들이 있냐고!”
“저희들도 그리 말했습니다. 하나 우리 말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광산도 그들이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그럼 도로 뺐어 와야지.”
제이크의 말에 아이린과 네빌 집사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영지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반면 채플 백작가의 기사와 병사들은 월등히 강하고 병력도 많습니다. 이런 실정인데 어찌 그들에게서 빼앗아 올 수 있겠습니까.”
네빌 집사가 말을 하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린도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제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맡지.”
“네에?”
“네?”
아이린과 네빌 집사가 깜짝 놀라며 동시에 말했다. 혹시 자신들이 잘못 듣지는 않았는지 재차 확인을 하려는 듯했다. 제이크는 아이린을 보며 다시 말했다.
“빼앗아 오는 일은 내게 맡겨!”
그 말을 하며 제이크의 눈빛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pisode 08 광산 쟁탈전 (1)


1

에페로 자작령의 북서쪽에는 보일란 성이 존재했다. 그 성은 원래 광산 개발 때문에 프라인 백작이 머물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자그마한 성이다.
일종의 업무를 보기 위해 지은 사무실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일의 계기로 보일란 성 근처에 부락이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광산업을 하는 광부들이 주로 그곳에서 생활을 했다.
예전에 프라인 백작가에서 운영하던 광산이 모두 5개였다. 금광1, 철광2, 구리광2 등이 운영되었다. 그런데 전쟁 중에 5개의 광산이 모두 무너졌다. 그러니까 그곳의 광산은 아예 폐광이 된 것이 아니었다.
이 땅을 차지할 적국이 캐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약 무너뜨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적국을 부유하게 만드는 꼴이기 때문에 프라인 백작이 입구를 무너뜨려 그 흔적을 지워 버린 것이다.
그러나 새로 영지를 구입한 에페로 자작이 발견하고 무너진 입구를 복원해 광산을 운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간신히 5개의 광산 중 하나만 개발해서 겨우 복원을 마쳤다.
그때 채플 백작이 소문을 듣고 지원금을 내는 조건으로 같이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채플 백작이 참여해 구리 광산 2개를 다시 복원을 하였다.
그러던 도중 광산에 들어간 광부들이 하나둘 기절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미쳐 버리는 사람이 나왔다. 또 어떤 곳은 갑자기 사고가 벌어져 광산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그것도 모두 두 곳이 동시에 일어났다. 애써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광산 때문에 턱없이 모자란 돈을 채우기 위해 에페로 자작은 무리수를 두며 상단을 나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사고를 당해 죽음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광산을 책임지는 에페로 자작이 죽었으니 채플 백작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을 투자한 광산 개발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돈을 내놓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채플 백작은 생각했다.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들이 안겨 줄 막대한 돈 때문에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억지로 광산 개발권을 뺐을 수도 없었다. 그곳은 자신의 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당장은 돈을 받지 못하니 남은 한 곳의 개발권을 임시로 달라고 하고, 만약에 개발이 끝날 때까지 돈을 갚지 못한다면 이 광산을 자신이 갖겠다고 말이다.
에페로 자작가의 새로운 영지가 된 아크가 그에 승낙하고 채플 백작은 한 곳의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아크가 병으로 쓰러지고 아이린이 책임이 되자 상황은 또 달라졌다.
채플 백작은 이번에는 아예 보일란 성과 5개의 광산을 독식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그 투자금을 빌미로 그곳의 권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보일란 성과 광산을 뺏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들이 돈을 못 갚을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한번에 갚았다. 채플 백작으로서는 기가 차고 여태까지 공들었던 것이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이다.
어쨌든 채플 백작은 광산을 확실히 먹는다는 과정에서 개발에 몰두했고, 그중 2개를 복구했지만 그 마저도 광산에 들어가기만 하면 광부들이 탈이 나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중에 한 개의 철광산을 채플 백작이 투자비 대신해 자기 멋대로 사용을 해 왔다. 하지만 돈을 갚은 이상 애써 공들여 만들어 놓은 광산을 고스란히 내놓게 된 것이다.
채플 백작 입장에서는 지금껏 광산 복구에 힘쓰느라 제대로 된 채굴도 못하고 있었는데 일이 틀어졌으니 둘 중 하나였다. 다시 무너뜨리던지 아니면 몰래 파던지. 그러나 채플 백작은 후자를 선택했다.
여태까지 들어간 돈이 너무나도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 광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광산을 가지고 말겠다는 강한 일념을 내세웠다.
그 과정에서 아이린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단으로 광산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같은 사실도 예전에는 몰랐다. 그때야 돈 때문에 보일란 성에 대해서 거의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보일란 성으로 많은 광부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에 네빌 집사가 사람을 보내 확인한 결과 그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에페로 자작가의 집무실에는 이 사건 때문에 아이린, 네빌 집사가 앉아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탁자 위에는 보일란 성과 테이벡 산맥이 그려진 지도가 펼쳐져 있다.
네빌 집사가 지도의 한 곳을 짚으며 말했다.
“바로 이곳입니다. 이곳을 채플 백작가의 사람들이 채굴하고 있는 광산입니다.”
네빌 집사가 가리킨 곳을 보던 아이린이 넌지시 물었다.
“그 광산은 어떤 광산인가요?”
“네, 철광석이 나옵니다.”
“그렇군요.”
아이린이 나직이 말을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았다. 네빌 집사가 그녀를 보며 나직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아이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엄연히 따지면 우리 것이에요. 당연히 가져와야죠.”
“하지만 쉽게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네빌 집사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아이린도 그 점에서는 인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아깝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돈을 못 갚는 조건에서 임시적으로 광산 개발권을 허용한 것이에요. 이제 돈도 다 갚았으니 물러나는 것이 맞는 도리죠.”
아이린도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네빌 집사의 말은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