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당신은 사랑을 어떻게 만났나요
1화
#1. 무엇이 복수를 만드는가(1)


복수라는 것은 쉽게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사람이 밉다, 싫다, 진짜 싫다 이런 감정까지는 쉽게 생겨나도 찢어 죽이고 싶다, 어떻게든 피눈물 나게 만들고 싶다, 하는 감정은 그렇게 쉽게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뒤통수를 아주 세게 얻어맞았다든가 믿는 도끼에 발등뼈가 보일 정도로 찍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쉽게 복수라는 감정이 생겨나진 않는다 이거다.
TV드라마에서 점을 찍고 나타나 전남편과 내연녀에게 복수를 하는 것을 봐도, ‘당신 부숴 버릴 거야.’ 하며 부들부들 떠는 여자를 봐도 그냥 다들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고 넘긴다.
일상에서 그렇게 열 받을 일도 없고, 내 인생만큼 남의 인생도 망쳐 놔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못된 심보도 쉽게 생겨나지 않으니 다들 그냥 넘기는 것이다.
어제까지 강주도 그랬다. 출근 준비할 때 집이 조용한 게 싫어서 틀어 놓은 TV. 그 속에서 아들을 빼앗긴 여자 주인공이 악녀를 처단하기 위해 일을 꾸미는 것을 보면서도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시리얼을 먹고 나와 약국으로 걸어가는 길, 건물 밖을 쓸고 있는 슈퍼 장씨 아저씨께 인사, 약국 셔터를 올리고 문 열기, 배달 온 신문 1면을 눈으로 훑고 테이블에 내려놓기, 발가락으로 꾹 버튼을 눌러 컴퓨터 켜기…….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창피할 만큼 평범한 하루가 뒤엉키기 시작한 건 그 날 아침 10시쯤이었다.
쿠당, 쿵, 쿠왕…….
조용하던 건물이 갑자기 무언가로 얻어맞는 듯한 소리에 강주는 밖으로 나갔다.
쾅, 쿠당, 쿠우웅…….
2층에 붙어 있던 ‘용 정형외과’의 간판이 떨어지고 있었다. 건물에 대롱대롱 사람이 매달려 간판을 떼어 내는 것을 보고 강주는 새로 누가 들어오나 보네, 혼자 웅얼거렸다. 약국으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팔짱을 낀 채로 간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남자. 슬로모션이 걸린 것처럼 강주의 눈이 느리게 끔벅였다. 내가 아는…… 얼굴 같은데…… 아, 누구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강주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착각인가, 하면서도 강주는 뚫어져라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착각이라 하기엔 너무 익숙한 얼굴이다. 쉽게 잊힐 것 같은 얼굴은 아닌데…… 으…….
그 순간 가운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 ♥ ♡

하늘색 셔츠에 흰색의 H라인 스커트. 강주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굵게 말린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며 그녀는 ‘일행 있어요.’ 낮게 말하고 성큼성큼 걸었다.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에 맞춰서 남자들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31년째 모태솔로인 그녀지만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 또한 31년째였다.
“어! 여기!”
신 교수의 귀국 축하 파티.
신 교수는 강주와 그녀의 친구 아영이 따랐던 교수님이었다. 수능을 보고 아빠의 강요에 못 이겨 약학과에 지원해 결국 붙었지만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학점 잘 받아 전과나 하자, 마음먹고 있던 강주에게 신 교수는 약사라는 직업과 약학이라는 과목이 가진 재미를 알게 해 준 분이었다. 그런 신 교수의 부름이 있었으니 당연히 강주는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워낙 하는 일도 많으시고 맡고 있는 중책들도 많아 만나 뵙기는커녕 연락도 잘 되지 않는 분이었다.
“교수님은?”
긴 단체석, 아영의 옆자리에 앉으며 강주는 찬물을 들이켰다. 자리에는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 않은 약학과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선배, 동기, 후배 모두 모인 자리가 마치 S대 약학과 동창회 같기도 했다.
“잠깐 전화 받으시러. 이강주, 오랜만에 여자 짓 했네? 화장에, 하이힐에…….”
“예뻐?”
“그래, 예쁘다, 예뻐. 안 그래도 너 거지꼴로 나올까 봐 걱정했어. 오늘…….”
아영이 무슨 말을 하려던 참에 신 교수가 나타났다. 교수니임, 목소리 톤이 한껏 올라간 채로 강주가 웃으며 신 교수를 껴안았다.
“오랜만이다, 인마. 너는 왜 나이를 먹었는데 더 예뻐지냐? 결혼 안 하냐?”
“아이, 반갑다 말하기도 전에 왜 잔소리부터 하세요. 난 무슨 우리 아빤 줄 알았네.”
“내 성격이잖아. 본론부터 말하는 거. 진짜 결혼 안 하냐? 넌 뭐 소식이 없어, 소식이. 다들 사귀고 헤어지고 하는데 왜 너만 여태 조용해? 진짜 없어서 소문이 안 나는 거야, 아니면 있는데 아주 잘 숨기는 거야?”
“글쎄요. 뭘까요?”
헤헤헤, 7살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강주를 보고 신 교수도 껄껄 따라 웃었다. 없으면 빨리 만들어라, 이놈아. 남자 후배 대하듯 신 교수가 말하자 강주는 괜히 목을 긁적였다.
연애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8년간 짝사랑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였다.
중학교 땐 뭘 몰랐고, 고등학교 땐 알면서 모른 척했다. 좁디좁은 동네에서 약사 딸은 꽤 스펙이 높은 축에 드는 데다, 예쁜 얼굴에 공부도 잘해서 원하지 않아도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동네 유명 인사였다.
강주의 학교에서 버스 세 정거장 뒤에 있는 남고에서는 이강주를 여신 모시듯 했다. 그녀가 다니는 학원엔 이상하게 남학생들로 북적였고, 아무리 등교 시간이라지만 이상하리만큼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엔 늘 이강주가 타고 있었다.
보통 영화에 나오는 이렇게 인기 있는 여자들은 자신이 인기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로 나오지만, 강주는 알고 있었다. 하루에도 러브레터를 열 몇 통씩 받고, 커피, 바나나우유, 장미 등등 선물도 쏟아지니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모른 척한 것은 ‘연애는 대학교 때 하면 된다.’라는 부모님의 말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그 말대로 대학생이 되어서 그녀는 바로 짝사랑을 시작했다.
복학한 2살 위 선배. 과학고를 나왔고 집은 서울 강남이며, 수줍게 웃는 것이 너무 멋있는 남자. 눈은 동그랗고 코는 오똑하고 입술은 빨갛고. 그녀의 눈엔 만화 속에 나오는 왕자 같았다.
“이해준!”
딸꾹,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강주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사람처럼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그녀는 삼 일째 물을 못 마신 사람처럼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야! 오랜만이다!”
선배들의 목소리가 강주의 귀를 스치며 흩어졌다. 딸꾹질은 멈추질 않고 강주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했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허벅지를 아영이 꾹 잡았다.
“야. 정신 차려. 옆에 정인혜도 있다.”
차마 해준이 있는 쪽은 볼 수 없어 그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속삭이듯 한 아영의 말에 강주는 용기를 내 고개를 들었다. 해준과 인혜, 팔짱을 낀 커플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레스토랑에는 분명 음악이 흐르고 있고, 이 홀은 왁자지껄한 목소리로 가득했는데 그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직인가 보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했나 보다.
인혜는 아영과 강주를 보곤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붉게 칠한 그녀의 입술에는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머! 강주도 왔네?”
“나도 왔지.”
탁, 강주에게 손을 뻗는 인혜의 손을 아영이 채 갔다.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영이 악수를 하자 인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네. 너도 왔네? 오랜만이다.”
“오랜만인가?”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봤지? 나랑 오빠 사귄다고 발표한 날, 그날이 마지막이었지?”
“아니, 그날 아니지. 그다음 주였나? 내가 너 찾아갔었잖아.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내가 경비들한테 끌려 나가는 바람에 길게는 못 봤지만.”
서로 눈에 불을 켜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강주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쳐다봤다.
한없이 맑고 착한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니 아영은 순간 답답해져 왔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강주의 얼굴과 눈빛이 아영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답답이, 이 눈치 없는 것을 어찌하오리까.
“내가 그날 너 왜 찾아갔는지 알지? 너 머리카락 다 뽑아 버리려고 했었어. 네가 한 드러운 짓, 듣고 도무지 참을 수가 없더라고. 너 해준 선배 이용하는 거라며?”
“그게 무슨 소리야?”
다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 후배들,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세 여자의 대화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멀리서 보기엔 이 세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입학하자마자 세 사람은 친하게 지내게 됐고, 사람들은 그녀들을 ‘미삼’이라고 불렀다. 미녀 삼총사. 그러다 갑자기 인혜가 해준과 사귄다는 소식과 함께 더 이상 약학과 ‘미삼’은 볼 수 없었다.
“이용하는 거라니? 김아영,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강주의 질문에 아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짝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강주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전할 수 없었다.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힘겹게 꺼낸 강주의 마음은 그에게 닿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뒹구는 마음과 함께 슬픔에 휩싸였던 그녀에게 진실이라는 짐까지 던져 줄 수 없었다. 친구의 배려였다.
그런데 승리감에 미소 짓는 인혜를 보니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이강주. 너 얘 생각 안 나? 남주혁 좋다고 드럽게 들러붙었던 거. 정인혜 너 모르지? 애들이 너 무딘 도끼라고 불렀던 거. 저렇게 맨날 찍어 대는데 남주혁이 안 넘어간다고. 너 무딘 도끼라고.”
“뭐?”
“그렇게 남주혁만 바라보다가 안 되겠으니 어디서 본 질투 작전 써 본다고 해준 선배한테 꼬리 쳤잖아, 너. 그러다 해준 선배 집이 잘사는 거 알게 되면서 선배가 제약회사 취직하니까 바로 방향 튼 거, 여기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바보같이 착한 해준 선배랑 이 기지배 빼고.”
바보같이 착한 이 계집애가 자신을 지칭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강주에게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영이 뱉어 내는 말들이 뇌를 헝클어뜨리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무슨, 무……슨, 소리야?
“내가 틀렸어? 정인혜?”
“야. 김아영!”
“둘 다 그만해!”
금방이라도 서로 치고받을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순간 가장 상처받고 화가 나는 것은 강주 자신이었다. 여태껏 잘 내지 않았던 큰 소리로 두 사람을 말리고 나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강주에게로 쏠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웅성거리는 소리에 어떻게 대답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믿었던 친구에게 짝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겼어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해야 하나. 아니면 이 나쁜 년이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이용했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야 하나.
그 어떤 것도 답이 아닌 것 같아 차마 뱉지 못하고 있던 그 순간 해준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괜찮아?”
쿠앙, 소리를 내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묻는 그 목소리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자신을 향한 듯했던 눈빛은 인혜 것이었다. 순식간에 인혜의 옆으로 와 그녀의 얼굴을 살피는 해준을 보니 심장이 있었던 자리에 차디찬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진짜, 이것들이……!”
열 받은 아영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강주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 마.”
“야, 이강주!”
“제발.”
아영의 손을 잡은 강주의 얼굴은 너무도 슬퍼 보였다.

돌아오는 차 안.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강주는 펑펑 울었다. 강주의 눈치를 살피며 아영은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야, 야아……. 그러니까 왜 말리냐? 너는 그냥 가만히 있었음 됐어. 내가 다 뒤집어 놓고 그것이 벌인 못된 짓 동네방네 소문낼 기회였는데. 아, 좀 울지 마! 왜 등신같이 네가 울고 그래? 어?”
“나 등신 맞아…….”
“알긴 아…… 아니, 누가 그래. 너 등신이라고.”
“등신 맞지. 나 그날 고백할 거란 거 정인혜도 다 알고 있었어. 이미 사귀고 있었으면서…….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걔한텐……. 내가 맨날 해준 선배 좋다고 끙끙 앓는 모습이 걔 눈엔 얼마나…….”
“그러니까 내가 그때 회사 찾아갔을 때 머리를 다 쥐어뜯어 놨어야 했어. 그 경비 놈들이 워낙 일처리를 빠르게 하는 바람에……. 으이씨.”
아영이 세게 핸들을 내리쳤다.
“여우 같은 년. 네가 해준 선배 좋다고 할 때 걔가 뭐라 그랬는지 기억 안 나? 너 짝사랑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걔가 했던 말. 네가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걔 때문이잖아. 이해준이 너 좋아하는 것 같다, 고백하면 될 것 같다 어쩐다 쫑알쫑알……. 그래 놓고…… 기도 안 찬다. 진짜.”
“하……. 진짜…….”
감정을 추스르려 강주는 턱 끝에 맺힌 눈물들을 쓱 닦아 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몇 시간 전엔 도도했던 그 얼굴엔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야, 그만 잊어라, 잊어. 연애도 좀 하고. 다른 놈도 좀 만나고! 정인혜 뒤로 넘어갈 만큼 멋진……. 어? 야, 저기 봐 봐.”
“그게 맘대로 돼? 나는 잊으려고 안 했는 줄…….”
“시끄럽고! 저기 봐. 저거! 저거, 저거!”
“아, 왜!”
아영이 자꾸만 어깨를 치는 바람에 강주는 버럭 화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아영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한 남자였다.
“왜! 뭐!”
“저 남자…… 남주혁 아니냐?”
남주혁? 눈 끝에 맺힌 눈물방울도 마저 닦아 내고 나서 아영이 가리킨 그곳을 똑바로 쳐다봤다. 길을 걷는 남자의 모습이 왠지 익숙했다. 아영의 차 쪽으로 걸어오는 남자. 한 발, 두 발, 세 발……. 점점 또렷해지는 그 형상은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었다. 그다, 그가 맞다.
“남주혁! 남주혁 맞지? 어?”
“어, 어……. 마, 맞는 것…… 아! 나 저 사람 오늘 봤어!”
“남주혁을 봤다고? 어디서? 어디서 봤어?”
“우리……. 야, 약국…… 앞에서…….”

이건 기회다. 강주야, 이건 기회야, 하늘이 주신 기회. 너 신 뭐 믿지? 안 믿나? 어쨌든 네가 믿는, 아니면 네가 믿을 신이 주신 기회야. 놓치면 안 돼. 절대.
‘청춘 약국’이라 쓰인 낡은 간판 위엔 새 간판이 걸려 있었다.

「사랑 피부과」

몇 분째 강주는 그 간판만 바라봤다. 이게 정말 신이 주신 기회일까?
8년을 함께했던 짝사랑과 친구를 동시에 잃어버렸다. 인혜는 해준과의 연인 사이임을 발표하고 나서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다. ‘네가 축하해 줄 것이란 생각은 안 해.’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던 그녀를 강주는 아직 잊지 못했다.
그 당시엔 화를 내는 것도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 다짐했다. 그녀의 짝사랑은 실패로 돌아갔고, 자신의 예쁜 친구는 새로운 남자를 사귀었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런데 어제 그 일이 있은 후, 강주는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된 것임을 깨달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딘 도끼에 뼈가 보일 정도로 발등이 찍혀 버린 그녀는 뭔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슬픔과 분노들이 뒤엉키더니 결국 새로운 감정을 토해 냈다.
복수심.
그녀는 복수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