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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1화
프롤로그(1)
윤정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취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 그 반가움 때문일까. 윤정은 그가 따라 주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들이켰다.
“너, 처음 봤을 때 정말 예뻤어. 너무 인기가 많아서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준서의 말에 윤정의 심장이 꿈틀댔다. 윤정 또한 그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늘 적당한 정도의 수위를 넘지는 않았다. 그는 이성인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그런데 이상해. 널 분명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친구 이상의 감정이 쉽게 생기지가 않는지 모르겠어. 그건 아마 사랑이 아니라서 그렇겠지?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뭐가 사랑인지 솔직히 그걸 모르겠어. 사랑과 우정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술에 취한 준서는 인생의 철학을 늘어놓듯이 사랑의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 그건 윤정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윤정에게도 그의 존재는 사랑과 우정의 중간쯤에 있었으니까. 준서는 술 한 잔을 들이켜며 계속해서 말을 했다.
“호감이 간다고 해서 그게 사랑은 아닌 것 같아. 호감은 그냥 우정이겠지. 안 그래? 사랑하고는 뭔가 다른 감정이 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마도 사랑은 그런 감정 아닐까? 좋아하는 감정이 더욱 커지면 그게 사랑이 아닐까?”
윤정의 대답에서 만족할 답을 찾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준서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 극단에서 곧 연극이 있어. 연습을 하는데 아무래도 사랑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게 힘이 들어. 사랑하는 표정을 만들라고 하는데 뭐가 사랑하는 표정인지 그걸 모르겠어. 내가 경험하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의 말에 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은 윤정도 마찬가지였다. 이성 간의 사랑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
준서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진지하면서 흥미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 사람은 사랑과 우정, 연극,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마신 술을 다시 주문하고 한 잔씩 나눠 마신 뒤, 이전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준서가 물었다.
“한윤정, 나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윤정의 심장이 흔들렸다. 술에 취해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윤정은 준서를 보았다.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자상했다. 연극 동아리 시절 가장 눈에 띄는 아이였으니까.
윤정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아니. 그런 거 말고. 이성적으로 말이야.”
그와 눈동자를 마주치며 윤정이 대답했다.
“너부터 말해 줘!”
준서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나…… 솔직히 너한테 관심 있어.”
그 말에 윤정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윤정이 물었다.
“그 말은 날 좋아한다는 뜻이야?”
“솔직히 그건 모르겠어. 좋아하긴 하는데 그 좋아하는 감정이 헷갈려. 그러니까 그게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친구로 좋아하는 것인지…….”
그가 가진 감정, 윤정 역시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좋아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 버린 것 같은 느낌. 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너 좋아하는데 그게 이성적인 감정인지 친구인지 헷갈려.”
준서가 머뭇거리며 입을 말했다.
“확인해 보고 싶어. 우리가 가진 감정 말이야.”
“어떻게?”
그때였다. 그의 입술이 윤정의 입술에 맞닿은 것이. 윤정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준서의 입술이 윤정의 입술을 덮쳤다.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감정을 확인하기 위한 입맞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술에 닿은 낯선 느낌, 그리고 한 남자의 입술.
처음 겪어 보는 감촉과 쾌락에 윤정은 고개를 젖히고 그에게 온전히 입술을 맡겼다. 이건 아니라고 머릿속에서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입술과 몸은 이미 본능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본능. 준서의 입술이 깨물고 지나간 자리가 시리도록 달콤했다. 그의 뜨거운 혀가 윤정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너무 놀라 윤정이 입술을 떼어 내었다. 지금의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윤정은 알 수 없었다.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윤정에게 준서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한윤정, 남자하고 같이 자 본 적 있어?”
윤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여자하고 같이 자 본 적 없어. 그런데…… 오늘 너하고 같이 자고 싶어.”
윤정의 심장이 그대로 멈췄다. 그리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지독한 호기심이 윤정의 가슴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와의 섹스.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윤정은 호기심이 일었다. 그에게서 느끼는 애매한 감정과 취기가 만들어 낸 호기심. 윤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그 첫 상대가 준서라면…….
지독한 호기심에 이끌린 윤정은 그와 함께 모텔 객실로 들어섰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마주 쥔 그의 손에서 타고 흐르는 따뜻한 온기에 윤정은 벌써부터 숨이 막혔다.
객실로 들어와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서로의 가슴에서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 소리가 서로의 귓가에 전해졌다. 준서의 손이 윤정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그러자 온몸에서 짜릿한 전율이 윤정의 몸을 빠르게 휘감았다.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그에게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들이…….
‘우정도 때론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모텔에 그와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이 윤정은 믿기지가 않았다. 이미 그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취기일까? 그것도 아니면 막연한 호기심? 윤정은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키스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윤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서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정말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어.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도.”
준서의 바들거리는 손,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 어느새 그의 입술이 다시 천천히 윤정의 입술을 향해 다가왔다. 윤정은 다시 다가오는 그의 입술과 혀를 차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미숙한 그의 혀 놀림에도 윤정은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의 손이 어느덧 옷 속을 파고들어 윤정의 가슴을 더듬었다. 온몸이 전율하는 느낌. 역시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준서가 떨리는 손으로 윤정의 겉옷을 벗겨 내었다. 하나밖에 입고 있지 않던 윤정의 하늘색 원피스가 준서의 손에 의해 벗겨져 나갔다.
갑자기 찾아오는 부끄러움에 윤정은 준서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우리 불 끄고 하자!”
윤정의 볼이 부끄러움과 수치심, 한껏 달아오른 열기로 인해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는 다시 윤정이 있는 침대로 돌아왔다. 윤정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목덜미를 애무하던 준서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는 윤정의 팬티를 벗기려 손을 뻗쳤다. 가슴을 훑고 아랫배로 내려가는 준서의 손길에 윤정이 깊은 신음을 내뱉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윤정의 손길에 준서는 잠시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설마, 여기서 멈추려는 건 아니겠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준서는 혹시라도 그녀가 마음을 바꿔 먹는 건 아닌가 하고 윤정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왜, 하기 싫어?”
“솔직히 겁나!”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준서가 윤정을 안심시키듯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도 성인이야.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어.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감정이 어떤 것인지 너도 궁금하잖아.”
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서의 다정한 말에 윤정은 다시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윤정 역시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생각에 윤정은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 상대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준서라는 것이 그나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준서와 모텔에 들어와서 키스를 하고 침대 위에서 반나체로 함께 있다는 사실이 윤정은 믿기지가 않았다. 지독한 호기심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경험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심리였다. 그리고 그와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준서 역시 윤정과 같은 마음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묘한 동경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그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믿었다.
아직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두 사람. 윤정과 준서는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 그대로를 몸으로 표현했다. 마치 연기 연습을 하듯이.
윤정은 이미 그에게서 다른 이성 친구들에게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그를 만난 이후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지금까지. 막연한 호기심 이전에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에 윤정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가슴속에서는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1화
프롤로그(1)
윤정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취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 그 반가움 때문일까. 윤정은 그가 따라 주는 술잔을 마다하지 않고 들이켰다.
“너, 처음 봤을 때 정말 예뻤어. 너무 인기가 많아서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준서의 말에 윤정의 심장이 꿈틀댔다. 윤정 또한 그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늘 적당한 정도의 수위를 넘지는 않았다. 그는 이성인 동시에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그런데 이상해. 널 분명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친구 이상의 감정이 쉽게 생기지가 않는지 모르겠어. 그건 아마 사랑이 아니라서 그렇겠지?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뭐가 사랑인지 솔직히 그걸 모르겠어. 사랑과 우정이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술에 취한 준서는 인생의 철학을 늘어놓듯이 사랑의 정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 그건 윤정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윤정에게도 그의 존재는 사랑과 우정의 중간쯤에 있었으니까. 준서는 술 한 잔을 들이켜며 계속해서 말을 했다.
“호감이 간다고 해서 그게 사랑은 아닌 것 같아. 호감은 그냥 우정이겠지. 안 그래? 사랑하고는 뭔가 다른 감정이 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마도 사랑은 그런 감정 아닐까? 좋아하는 감정이 더욱 커지면 그게 사랑이 아닐까?”
윤정의 대답에서 만족할 답을 찾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준서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 극단에서 곧 연극이 있어. 연습을 하는데 아무래도 사랑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게 힘이 들어. 사랑하는 표정을 만들라고 하는데 뭐가 사랑하는 표정인지 그걸 모르겠어. 내가 경험하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의 말에 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은 윤정도 마찬가지였다. 이성 간의 사랑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
준서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진지하면서 흥미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 사람은 사랑과 우정, 연극,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 마신 술을 다시 주문하고 한 잔씩 나눠 마신 뒤, 이전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준서가 물었다.
“한윤정, 나 어떻게 생각해?”
그 말에 윤정의 심장이 흔들렸다. 술에 취해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윤정은 준서를 보았다.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자상했다. 연극 동아리 시절 가장 눈에 띄는 아이였으니까.
윤정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아니. 그런 거 말고. 이성적으로 말이야.”
그와 눈동자를 마주치며 윤정이 대답했다.
“너부터 말해 줘!”
준서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나…… 솔직히 너한테 관심 있어.”
그 말에 윤정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윤정이 물었다.
“그 말은 날 좋아한다는 뜻이야?”
“솔직히 그건 모르겠어. 좋아하긴 하는데 그 좋아하는 감정이 헷갈려. 그러니까 그게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친구로 좋아하는 것인지…….”
그가 가진 감정, 윤정 역시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좋아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 버린 것 같은 느낌. 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너 좋아하는데 그게 이성적인 감정인지 친구인지 헷갈려.”
준서가 머뭇거리며 입을 말했다.
“확인해 보고 싶어. 우리가 가진 감정 말이야.”
“어떻게?”
그때였다. 그의 입술이 윤정의 입술에 맞닿은 것이. 윤정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준서의 입술이 윤정의 입술을 덮쳤다.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감정을 확인하기 위한 입맞춤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입술에 닿은 낯선 느낌, 그리고 한 남자의 입술.
처음 겪어 보는 감촉과 쾌락에 윤정은 고개를 젖히고 그에게 온전히 입술을 맡겼다. 이건 아니라고 머릿속에서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입술과 몸은 이미 본능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본능. 준서의 입술이 깨물고 지나간 자리가 시리도록 달콤했다. 그의 뜨거운 혀가 윤정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너무 놀라 윤정이 입술을 떼어 내었다. 지금의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윤정은 알 수 없었다.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윤정에게 준서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한윤정, 남자하고 같이 자 본 적 있어?”
윤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여자하고 같이 자 본 적 없어. 그런데…… 오늘 너하고 같이 자고 싶어.”
윤정의 심장이 그대로 멈췄다. 그리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지독한 호기심이 윤정의 가슴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와의 섹스.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윤정은 호기심이 일었다. 그에게서 느끼는 애매한 감정과 취기가 만들어 낸 호기심. 윤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그 첫 상대가 준서라면…….
지독한 호기심에 이끌린 윤정은 그와 함께 모텔 객실로 들어섰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마주 쥔 그의 손에서 타고 흐르는 따뜻한 온기에 윤정은 벌써부터 숨이 막혔다.
객실로 들어와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말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서로의 가슴에서 불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 소리가 서로의 귓가에 전해졌다. 준서의 손이 윤정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그러자 온몸에서 짜릿한 전율이 윤정의 몸을 빠르게 휘감았다.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그에게 가지고 있던 모든 감정들이…….
‘우정도 때론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모텔에 그와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이 윤정은 믿기지가 않았다. 이미 그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취기일까? 그것도 아니면 막연한 호기심? 윤정은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키스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윤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서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정말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어.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도.”
준서의 바들거리는 손,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 어느새 그의 입술이 다시 천천히 윤정의 입술을 향해 다가왔다. 윤정은 다시 다가오는 그의 입술과 혀를 차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미숙한 그의 혀 놀림에도 윤정은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의 손이 어느덧 옷 속을 파고들어 윤정의 가슴을 더듬었다. 온몸이 전율하는 느낌. 역시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준서가 떨리는 손으로 윤정의 겉옷을 벗겨 내었다. 하나밖에 입고 있지 않던 윤정의 하늘색 원피스가 준서의 손에 의해 벗겨져 나갔다.
갑자기 찾아오는 부끄러움에 윤정은 준서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우리 불 끄고 하자!”
윤정의 볼이 부끄러움과 수치심, 한껏 달아오른 열기로 인해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는 다시 윤정이 있는 침대로 돌아왔다. 윤정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목덜미를 애무하던 준서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는 윤정의 팬티를 벗기려 손을 뻗쳤다. 가슴을 훑고 아랫배로 내려가는 준서의 손길에 윤정이 깊은 신음을 내뱉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윤정의 손길에 준서는 잠시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설마, 여기서 멈추려는 건 아니겠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준서는 혹시라도 그녀가 마음을 바꿔 먹는 건 아닌가 하고 윤정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왜, 하기 싫어?”
“솔직히 겁나!”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준서가 윤정을 안심시키듯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도 성인이야.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어.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감정이 어떤 것인지 너도 궁금하잖아.”
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서의 다정한 말에 윤정은 다시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윤정 역시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생각에 윤정은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 상대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준서라는 것이 그나마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준서와 모텔에 들어와서 키스를 하고 침대 위에서 반나체로 함께 있다는 사실이 윤정은 믿기지가 않았다. 지독한 호기심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경험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은 심리였다. 그리고 그와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준서 역시 윤정과 같은 마음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묘한 동경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그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믿었다.
아직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두 사람. 윤정과 준서는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 그대로를 몸으로 표현했다. 마치 연기 연습을 하듯이.
윤정은 이미 그에게서 다른 이성 친구들에게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그를 만난 이후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지금까지. 막연한 호기심 이전에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에 윤정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가슴속에서는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