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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25화)
10. 격돌!(4)


―죽인다!!
―죽는 것은 너다!!
그렇게 더 이상 고조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향해 증오를 드러내는 두 대해의 제왕.
그들의 치열한 싸움은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뜻밖의 방향으로 치닿는다.
번쩍!!
―크윽!
저 심해의 깊은 곳에서 시작된 순수한 백색의 광휘가 그들을 뒤덮고 지나간 것이다.
번쩍!
그 눈부신 백색의 광휘는 해수면을 뚫고 하늘까지 뻗쳐 나가 세상을 뒤덮었다.
콰르릉, 콰릉, 스아아아악.
심해의 창공에 잔뜩 몰려든 먹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사라지자 천둥, 번개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수 킬로미터 높이로 대륙을 때리던 해일도 힘을 잃어 갔다.
거대 빙하는 녹아내렸고 해수면을 휘젓던 토네이도는 한점 바람으로 흩어졌다.
포세이돈과 레비아탄이 일으킨 대재앙을 한순간에 잠재워 버리는 어마어마한 권능!
이 능력이야말로 진정 신에 가까운 권능이 아니겠는가.
―무슨!
포세이돈이 재빨리 레비아탄에게서 떨어졌다.
역시나 포세이돈에게서 멀어진 레비아탄의 눈동자 가득 경악의 감정이 차올랐다.
―빌어먹을, 벌써! 벌써 깨어났다는 말인가? 벌써 크라켄이 깨어났다는 말인가?!
‘크라켄!’
레비아탄의 경악성에 포세이돈의 고개가 심해를 향해 돌려졌다.
순백색의 광휘가 잦아들고 포세이돈의 시야로 들어온 것은.
쐐애애애액, 핑, 핑, 핑, 핑!!
수많은 수의 거대한 기둥들.
아니, 기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촉수들이었다.
촉수의 두께는 포세이돈의 몸통보다 몇 배는 두꺼웠고 그 길이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아니!
포세이돈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
촉수들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에너지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게 만든 것이다.
‘촉수 하나하나에 레비아탄을 능가하는 강대한 기운이 담겨 있다!!’
휙, 휙, 쐐애애액, 콰르르르릉!!
포세이돈은 촉수 공격을 효율적으로 피하기 위해 신체 변환으로 몸을 최소한으로 줄인 후,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해수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벗어나야 한다! 이 바다에서 벗어나야 해!’
그의 본능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심해뿐만 아니라 동해, 서해, 북해, 남해, 중앙해 어디로 도망치더라도 이 촉수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포세이돈은 촉수의 추격을 피해 위쪽으로 전속력으로 헤엄쳐 나갔다.
콰지직, 스각! 퍼어어어어억!!
그러나 포세이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의도를 눈치챈 크라켄의 촉수들이 그의 진로를 막았고, 그의 몸을 붙잡았으며 결국은 하나의 촉수에 몸이 적중 당했다.
―크아아악!!
포세이돈은 엄청난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꽤나 멀리 떨어진 저 아래쪽 바다 속에서 레비아탄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차원의 틈새로 이동해 촉수 공격을 피하려 한 레비아탄이지만 그의 판단은 그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크라켄의 촉수는 단순히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차원의 경계를 넘어 뻗어지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레비아탄은 차원의 틈새로 도망쳤지만 차원의 창을 깨고 자신을 가격한 촉수에 몸을 붙들린 것이다.
―이런 개자식이! 레비아탄은 나의 먹이다!!
포세이돈이 900년 이상 잊고 있던, 전생에서나 사용하던 욕설의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촉수 공격을 받아 몸이 엉망이 되었지만 포세이돈은 몸을 돌려 심해로 돌진했다.
쩌저저적, 쿠아아앙!!
그가 머물던 자리에 거대한 빙하가 형성되며 포세이돈의 속도에 대한 반발력으로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포세이돈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자신의 먹이를 가로채는 것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레비아탄은 내가 900년 동안 침 발라 놓은 먹이란 말이다!!
쿠와아앙, 쐐애애애액!!
핑, 핑, 핑, 휘익!
심해로 돌진해 들어가는 포세이돈에게 수백 개의 촉수가 날아들었다.
스으윽.
포세이돈의 외골격이 변화하며 속도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모양으로 변화되었다.
팟, 스팟, 핏!
그의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대한 촉수들.
촉수는 몸에 닿지도 않았지만 포세이돈의 피부에 상처를 만들고 지나갔다.
―크윽!
포세이돈은 통증 따위는 무시했다.
―절대 뺏길 수 없다, 이 문어 자식아!!
쐐애애애앵!!
분노한 그의 시야에 저 깊은 심해에서 크라켄의 촉수에 붙들려 해저로 들어가고 있는 레비아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크라켄!! 기다려라! 기다려 달란 말이다!! 내가 포세이돈을 죽일 때까지 기다려 달란 말이다!!
레비아탄은 촉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런 레비아탄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레비아탄!!
쐐애애애액!
자신에게 날아드는 수백, 수천의 촉수를 모두 피해 내며 접근하고 있는 포세이돈이었다.
―아니, 포세이돈!
레비아탄은 포세이돈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다시 상대에 대한 분노와 질투가 몰아닥쳤다.
‘어째서 저놈은 크라켄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인가?’
레비아탄이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찰나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를 감싸고 있던 촉수를 포세이돈의 강력한 해수 캐논이 강타했다.
스으윽.
레비아탄은 그로인해 미세하게나마 약해진 촉수의 포위망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 해수면으로 달아나려고 할 때!
콰득!!
―크악!
포세이돈의 이빨이 레비아탄의 목덜미를 강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스팟!
레비아탄의 목덜미를 물자마자 빙하 이동 능력을 이용해 자신이 만들어 낸 빙하 속으로 이동한 포세이돈.
그의 이빨에 꿰뚫린 레비아탄 역시 포세이돈을 따라 빙하 속으로 이동되었다.
콰지직, 콰직! 콰드득!!
―크아아아아악!!
어느새 최대의 크기로 몸을 키운 포세이돈의 기다란 몸이 레비아탄을 칭칭 둘러싼 채 그의 머리 전체를 물어뜯어 버렸다.
레비아탄이 차원의 틈새로 이동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차원 이동!
머리가 사라졌어도 레비아탄의 의지가 권능을 발현시키려 했지만 그의 권능은 발현되지 않았다.
이미 그의 힘이 포세이돈에게 흡수당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레비아탄의 공허한 외침에 포세이돈의 뇌에 직접 전달되었다.
―크크크크크크, 이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크라켄 따위는 상관없다. 나는 너만 먹어치우면 된다! 그 다음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포세이돈의 말이 끝나자마자 크라켄의 촉수가 빙하를 가르고 두 괴수를 때렸다.
―크윽!
포세이돈은 강한 충격이 몸을 뒤덮는 와중에도 얼른 레비아탄의 머리를 삼키고 그의 나머지 몸뚱이를 입에 물었다.
콰직!!
퍽! 퍽! 퍽! 퍽!!
그사이 무수히 많은 촉수들이 해수면을 뚫고 하늘로 떠오른 포세이돈의 몸을 때렸다.
콰지직, 콰직!!
자신의 몸이 부러지고 부서져 나가는 와중에도 포세이돈은 레비아탄의 몸을 씹는 턱 근육을 쉬지 않았다.
허리 아래의 몸뚱이는 크라켄의 촉수에 의해 끊어졌는지 해수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몸을 잃은 레비아탄의 자아가 포세이돈에게 말했다.
―어리석구나, 포세이돈. 나를 먹는다 하더라도 진화를 이룩할 수는 없다. 나를 먹고 크라켄을 먹어치워야 만이 해신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포세이돈이 답했다.
―상관없다, 레비아탄. 나는 너를 먹어치웠으니 크라켄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 내 삶이 여기서 끝난다 할지라도.
과연 하늘에 까지는 크라켄의 촉수가 미치지 못하는지 공격받던 반탄력을 이용해 하늘로 솟구친 포세이돈의 몸에 크라켄의 촉수가 닿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포세이돈의 몸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안 될 일이다. 대해의 제왕 중 하나는 반드시 크라켄을 꺾고 해신이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태초부터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포세이돈은 코웃음을 쳤다.
―크하하하하!! 사명 따위의 고상한 말을 하다니! 나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레비아탄은 포세이돈의 대답에는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그의 영혼이 지상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너는 포세이돈으로서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한다. 완전하지 못한 진화에 대한 선택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
진화라는 말에 포세이돈이 입을 다물었다.
―너는 나를 먹어치움으로서 불완전한 진화를 스스로 만들어 낼 자격이 되었다. 첫째로 너는 나의 힘을 소화함으로 크라켄과 맞먹는 힘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의 파괴된 신체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지금, 이 넝마가 된 몸뚱이를 이끌고 크라켄과 싸워 이겨내야만 한다.
레비아탄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그의 영혼이 서서히 지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너는 불완전한 진화를 선택함으로서 크라켄을 먹더라도 해신으로 진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 선택의 단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은…….
레비아탄의 말이 느려졌다.
―인간이 되어 죄업의 길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인간으로 진화를 결정하는 순간, 네가 가진 거의 모든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알겠는가? 보통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라고?!
포세이돈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이 수백 년 전, 자신에게 심해로 찾아온다면 인간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레비아탄은 이런 일을 예상했다는 말인가?
―시간이 없다… 포세이돈… 결정해라… 인간이 되면 모든 힘을 잃게 되겠지만 해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더 이상 레비아탄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그가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일 것이다.
휘우우우우우우웅!!
반 토막 난 포세이돈의 몸 주위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콰르르릉, 콰릉!
뿐만 아니라 크라켄으로 인해 흩어졌던 먹구름과 천둥, 번개가 그의 주위를 밝혔다.
그 속에서 포세이돈은 외쳤다.
―좋다! 선택하겠다!! 포세이돈으로서의 마지막 진화를 선택하겠다!!
구오오오오오오!! 콰르르릉!!
거대한 토네이도가 생성되어 해수면을 때렸고 무수히 많은 번개가 내리쳤다.
해수면으로 내려친 번개는 아직도 포세이돈을 향해 손길을 뻗고 있는 크라켄의 촉수를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그 모든 자연의 권능들이 포세이돈의 마지막을 장식해 주고 있었다.
―나는 패자로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도 승리자여야만 한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포세이돈은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자신의 것이었던 바다를 향해 크게 울부짖었다.
―나는 인간이 되겠다!! 인간으로 진화해 저 재수 없는 크라켄 자식과의 승부를 마무리 짓겠다!! 그리고…….
포세이돈의 꺼져가던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빛을 발했다.
―해신이 되어 세상의 모든 바다를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내가 바로 포세이돈이다!! 대해의 제왕, 포세이돈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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