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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의 제왕 1권(24화)
10. 격돌!(3)


게다가.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대해의 숨겨진 절대자, 심해의 제왕 크라켄도 무너뜨릴 수가 있는 것이다!
레비아탄은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지금 자신의 능력이라면 포세이돈의 힘을 손에 넣지 않고도 크라켄을 이길 수가 있겠는지에 대해.
‘불가능하다!’
레비아탄은 유리창 너머의 핵구름을 바라보며 한동안 묘한 느낌에 휩싸여 있었다.
그것은 태초부터 그에게 주어진 가장 강한 감정.
질투!
‘왜?! 왜!! 포세이돈에게 저렇게 강대한 힘이 주어진 것인가?! 나는 왜 그의 능력 없이는 크라켄을 넘어설 수가 없다는 말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스스로가 낼 수 있는 간단한 것이었다.
‘나는 포세이돈을 위한 조연일 뿐인 것인가.’
레비아탄은 핵폭발의 여파가 약해져 갈 때 쯤, 번개가 들끓는 먹구름을 품에 안은 채 오연히 세상을 굽어보는 포세이돈의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대해의 제왕을 벗어나 해신의 모습,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굽어보는 절대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인정할 수 없다!! 저 자리는 나의 것이다!! 절대 양보할 수 없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질투에 눈이 멀어 극도로 분노한 레비아탄.
쩌어어어어엉!!
그가 차원의 경계를 가르며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세이돈의 앞에 나타난 레비아탄은 어느새 싸늘한 미소를 흘리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재미있구나, 포세이돈. 그래, 이런 한 수가 있었으니 모비딕을 꺾고 심해로 들어올 수가 있었던 것이로군.
그는 속내와는 전혀 다른 말로 포세이돈을 자극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든 표정이야, 포세이돈. 크크크크크크크, 이제 너의 밑천은 다 드러낸 것인가?
자신의 말에 아무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포세이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레비아탄은 속으로 광소했다.
‘그래, 저 얼굴을 봐라. 저 놀란 표정을 보아라. 저 강력한 공격에서 살아남은 내가 더 강한 것이다. 내가 포세이돈보다 더 강한 것이다!’
자신의 속내를 숨긴 레비아탄의 말을 이어졌다.
―그렇게 하늘로 도망쳐 멀리서 공격하는 것 외에는 나와 겨룰 방법이 없는 모양이로군, 포세이돈. 그게 너의 한계다.
그 말을 시작으로 두 괴수의 전투는 더욱더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싸움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진정한 대해의 절대자가 깨어나 버렸다는 사실을.

세상에서 가장 행성의 중심부와 가까운 곳, 심해의 해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이 모르는, 신을 제외한다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해의 제왕, 크라켄의 정체였다.
심해 괴수들 중에서도 크라켄의 실체를 아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크라켄과 맞붙어 보았던 레비아탄도 마찬가지였다.
번쩍!
직경이 포세이돈의 몸 전체보다도 더 거대한 진주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했다.
거대한 진주의 정체는 바로 크라켄의 눈동자.
심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수천 킬로미터의 범위를 가지는 비밀의 바다.
심해의 가장 깊은 곳의 해저는 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심해’라고 구분되어지는 바다 밑의 모든 땅은 사실 크라켄의 육체인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그 모든 해저의 땅 전부가 말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심해의 해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본체가 작게 몸을 움직이자 포세이돈이 일으키는 해저지진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엄청난 진동이 바다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누가 나를 깨우는가?!
극저음의 메마른 음성.
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대해의 절대자, 크라켄.
그가 포세이돈이 일으킨 핵폭발의 소란으로 인해 수백 년의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일반에 알려진 크라켄의 존재는 거대한 문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쿵!!
하지만 지금 거대한 몸을 일으킨 크라켄의 모습은 절대로 문어 따위가 아니었다.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수천 개의 촉수들은 단지 몸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가 해저에서 몸을 떼자 해저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왔다.
콰르르르릉, 쿠르르릉!!
심해의 해저는 사실 지각이라고 불리는 행성의 외부표층이 없었다.
바다와 맨틀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 주는 지각이 없었기에 신의 형벌을 받은 크라켄이 대신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
그런 그가 맨틀에서 몸을 떼어내자 크라켄의 육체로 인해 억제되어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며 용암이 되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쿠르르르릉, 쿠와아아아아앙!!
지각을 대신해 맨틀을 덮고 있던 그가 몸을 살짝만 움직이더라도 이렇게 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크라켄은 잠시 생겼던 궁금증과 흥분을 잠재우고 다시 멘틀에 몸을 붙였다.
구구구궁.
그 대신 그의 천리안과도 같은 눈동자가 심해의 모든 것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자신의 신경을 자극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두 괴수를 찾아내었다.
―대해의 제왕!! 드디어 신이 나에게 약속한 형벌의 끝이 다가온 것인가?!
번쩍!!
거대한 크라켄의 두 눈에서 발산된 새하얀 빛 무리가 심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뭐라고?!
쿠오아아앙!
포세이돈은 레비아탄의 조롱에 즉각 반응했다.
창공을 비상할 수 있는 스스로의 강점을 버리고 레비아탄을 향해 빠르게 돌진해 들어가는 포세이돈.
―죽인다!!
그의 핏빛 시야는 온통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포세이돈이 해수면과 충돌하자 핵구름을 뒤덮어 버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해일이 일어났다.
솨아아아아악.
그 해일의 근원지인 포세이돈과 레비아탄은 서로를 향해 이빨을 내보이며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 나갔다.
쿠와아아아앙!! 콰르르르릉!!
콰지직, 콰득!!
스가가각!! 쩌어어엉!!
그들의 싸움으로 어두운 하늘에는 쉴 새 없이 천둥, 번개가 생성되었고 바다를 통째로 빨아들일 것 같은 토네이도들이 해수면을 때렸으며, 높이가 1킬로미터 이상의 해일이 수시로 대륙을 뒤덮었다.
포세이돈의 거대한 빙하들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레비아탄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포세이돈은 레비아탄을 쓰러뜨리기 위해 그의 모든 권능들을 발현함은 물론이고, 이빨과 꼬리, 외피를 비롯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역시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포세이돈의 공격에 지치고 여기저기 상처입기는 했지만 쉽게 쓰러지지 않는 레비아탄이었다.
어쩌면 포세이돈에 대한 질투가 레비아탄을 쓰러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쿠와아아아아앙!!
―크하하하하하!! 포세이돈. 너는 나를 쓰러뜨릴 수가 없다! 나야말로 진정한 대해의 제왕인 것이다!!
레비아탄은 자신의 몸을 압박하는 토네이도와 해일 공격을 무위로 돌려 버리며 그렇게 포세이돈을 자극했다.
―닥쳐라, 레비아탄!! 내가 바로 대해의 제왕이다!! 너 따위가 감히 입에 담을 정도로 가벼운 이름이 아닌 것이다!! 대해의 제왕은 나다! 나 포세이돈이 대해의 제왕이란 말이다!!
스가아아아악, 쩌저적!
포세이돈이 분노하자 주위의 온도가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몇 초 지나지 않아 눈에 보이는 모든 해역이 새하얗게 얼어붙어 버렸다.
콰드득.
레비아탄은 몸을 얼려오는 냉기에 대항하여 깊은 바다 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죽인다!
콰아아아아앙!!
자신에게 꽁무니를 보이며 심해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레비아탄의 뒤를 포세이돈이 쫓았다.
스스로가 만든 빙하를 뚫고 들어간 포세이돈에게 어느새 몸을 돌린 레비아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마치 악어의 피부와도 같은 레비아탄의 외피에서 발사된 30미터 크기의 검은 화살촉들이 포세이돈에게 쏘아졌다.
그 수가 수백에 이르러 거대한 몸집을 가진 포세이돈이 피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제 자리에 멈춰 뇌파 장막을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이지만 포세이돈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신체 변환!
스스스슥, 콰직!!
신체 변환 능력으로 머리 부분의 외피를 철갑과도 같이 강화시킨 포세이돈, 그의 몸이 검은 화살촉들 너머의 레비아탄에게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핏, 핏, 핏, 핏.
죠스를 포함한 50마리의 대괴수들을 한방에 죽음의 길로 안내한 검은 화살촉들은 단지 포세이돈의 외피를 긁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무서운 속도로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포세이돈에 대한 레비아탄의 반응은.
―까불지 마라!!
기이이이이이잉!!
레비아탄의 모습이 흐려졌다.
아니, 그가 흐려진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바닷물이 진동하며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직후, 포세이돈이 들이닥쳤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하던 포세이돈이 레비아탄이 만들어 낸 파장 속에서 들어오는 순간, 급속도로 속도가 느려지며 포세이돈의 머리가 레비아탄의 코앞에 다가섰을 때는 이미 속도가 0으로 떨어져 있었다.
스르르륵.
안면을 감싼 외피를 풀어낸 포세이돈의 붉은 눈동자가 레비아탄의 두 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너 이놈!!
―포기해라, 포세이돈! 너는 탄생한 순간부터 나의 먹이가 될 운명인 것이다.
레비아탄의 비웃음 섞인 말에 포세이돈이 광분했다.
―닥쳐라!!
콰르르르르르르릉!!
포세이돈은 레비아탄의 마나로 인해 격동하는 바닷물을 수질 변환 능력으로 성분을 바꾸어 버렸다.
그로 인해 레비아탄의 힘이 감소한 사이 즉시 주변의 바닷물을 모두 얼려 버리고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흐으읍!!
그리고 주변의 바닷물을 입안 가득 빨아들였다.
―해수 캐논!
쿠아아아아아아아앙!!
얼어붙은 레비아탄에게 발사된 강력한 해수 캐논이 그의 몸에 닿기 직전, 거대한 레비아탄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스스로가 만든 거대 빙하를 산산조각 내 버린 포세이돈은 급히 레비아탄의 기운을 쫓았다.
쩌엉!
―어디 한눈을 파는 것이냐? 포세이돈!
그런 포세이돈을 향해 차원의 틈새에서 빠져나온 레비아탄이 빠르게 짓쳐 들었다.
쿠와아아아아앙!!
―크윽!!
포세이돈은 지지 않기 위해 온몸의 기운을 극대화시켜 레비아탄에 맞섰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치한 포세이돈과 레비아탄.
―나는 너를 죽이고, 크라켄을 죽여 해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나는 신이 될 존재다! 그만 포기해라, 포세이돈!!
포세이돈은 이 짧은 말 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단번에 파악했다.
‘심해의 제왕은 크라켄인 것인가? 나를 죽이고 크라켄을 죽이면 해신이 된다는 말이구나. 나 또한 레비아탄과 같은 대해의 제왕이다. 그렇다면 레비아탄을 죽이고 크라켄을 집어삼키면 나 역시 해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포세이돈의 눈동자가 빛났다.
―해신이 되는 것은 나다! 레비아탄. 너는 나를 위한 제물일 뿐이다!
포세이돈의 말에 레비아탄의 열등감이 폭발했다.
―닥쳐라!! 닥치란 말이다!! 내가 신이 되겠다!! 신이 되는 것은 나, 레비아탄이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레비아탄이 극도로 흥분하자 그의 감정에 반응해 심해의 바다가 격동했다.
스가아아아아아악!!
그에 대항해 포세이돈이 기운을 사방으로 뻗치자 격동하던 바다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