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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명가 1권(25화)
第八章 양적산(3)
“최대한 힘을 모아보세!”
서일평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 노인들도 서일평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눈앞의 두려운 상대를 보고도 달아날 생각을 못했다.
이 모두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가세!”
서일평의 외침에 일행은 양적산과 남궁세가 무인들이 격전을 펼치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하하! 어디서 날파리들이 이리도 꼬이는 것이냐!”
양적산은 오랜만에 마음껏 무공을 펼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뭐하느냐! 좀 더 강하게 부딪혀 보거라!”
마치 스승이 제자를 독려하는 듯한 말투였다.
“큭!”
남궁세가 무인들은 대창궁무애검진에 갇히고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양적산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 세가의 무공을 업신여기는 듯한 모습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이런 건방진 자!”
천풍검대(天風劍隊)의 대주인 남궁전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양적산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남궁무성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크하하! 계집 같은 놈들뿐이라 실망할 뻔했는데 사내다운 놈도 있었구나! 오너라!”
후우우웅!
양적산의 대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횡으로 크게 돌았다.
“헙!”
양적산에게 달려들던 남궁전이 깜짝 놀라 다급히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검을 들어 막았다.
그 순간 큰 원을 그리던 대부가 급격히 방향을 꺾어 허공으로 치솟아올랐다.
깡!
검날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궁전의 몸도 반으로 갈라졌다.
“아악! 전 오라버니!”
남궁전의 처참한 모습에 남궁소혜가 비명을 질렀다.
천풍검대의 대주가 일초지적도 되지 않는 모습에 남궁세가 무인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본좌의 도끼 맛을 더 보고 싶은 자 없느냐!
“도발에 말려들지 말고 모두들 진형을 유지하라!”
또다시 흥분해 달려드는 자가 있을 새라 남궁무성이 소리쳤다.
“이제 보니 네놈 때문에 남궁세가의 무공이 약해졌구나. 그렇게 쥐새끼처럼 수하의 뒤꽁무니에 붙어 있으니 실력이 늘 턱이 있나! 어쩔 수 없지. 과거의 연도 있고 하니 내가 네놈들의 실력을 늘려 주겠다!”
말과 함께 양적산이 남궁무성에게 달려들었다.
“가주님을 보호하라!”
“놈이 움직일 틈을 주지 마라!”
양적산이 남궁무성을 노리자 곳곳에서 가주를 지키라는 외침 소리가 들렸다.
“허! 이런 나약한 놈이 가주란 말이냐!”
양적산이 남궁무성을 노리자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분연히 몸을 날려 막아섰다.
“인의 장막이라 좋구나!”
세가 무인들이 몸으로라도 가주를 보호하려 하자 양적산이 비웃었다. 양적산은 남궁무성을 가로막은 세가인들을 향해 거칠게 대부를 휘둘렀다.
부우웅!
양적산의 대부가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그럴 때마다 두세 명의 세가무인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갔다.
“자리를 벗어나지 말고 진형을 유지해라!”
남궁무성은 자신을 지키려다 진형이 와해될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진형이 와해되는 순간 이곳의 모두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남궁무성은 자신이 진형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게 현 상황에 최선이라 생각했다.
남궁무성은 진형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양적산을 향해 쇄도해 갔다. 그런 남궁무성의 양쪽으로 네 노인과 두 아들이 함께했다.
파파팟!
양적산 앞에 당도하기 무섭게 네 노인과 두 아들이 좌우로 흩어지며 합공을 가했다.
카카캉!
네 노인의 검과 두 아들의 검 그리고 남궁무성의 검이 양적산의 대부에 막혀 모두 튕겨져 나갔다.
“재롱은 떨 만큼 떨었느냐!”
양적산은 좌우에서 합공하던 네 노인과 두 아들의 검을 쳐내기 무섭게 남궁무성을 향해 대부를 휘둘렀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남궁무성이었다.
카카카캉!
남궁무성의 검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양적산의 대부를 쳐냈다.
“호! 과연 가주라 이거냐!”
자신의 대부를 쳐 낸 남궁무성의 모습에 양적산은 매우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남궁무성이 진형에서 벗어나 따로 행동하느라 대창궁무애검진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엔 이것도 받아 보거라!”
양적산이 양손으로 대부를 쥔 채 머리위로 높이 치켜들었다가 장작을 패듯 힘껏 아래로 내려쳤다.
남궁무성은 양적산의 무식한 대부를 받아낼 생각이 없었기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콰쾅!
남궁무성이 피하자 양적산의 대부가 바닥으로 깊게 틀어 박혔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니다!”
쿠구구구궁!
“어엇!”
“뭐, 뭐야!”
양적산의 대부가 바닥으로 틀어박히기 무섭게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순간 맨바닥이 화산이 터지듯 솟아올랐다.
“크악!”
“아아악!”
반경 이장의 땅이 거꾸로 뒤집어지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그로인해 주위에 서 있던 세가인 다섯이 절명하고 말았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이런 무공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적도 없었다.
대부가 바닥에 박히자 그 충격파로 땅이 뒤집어 지며 서 있는 사람들을 덮치다니. 마치 거대한 벽력탄이 연무장 한가운데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한번 더 받아 볼 테냐?”
양적산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모, 모두 후퇴하라!”
남궁무성은 이대론 안 된다 생각했다.
지금 후퇴하면 후엔 더 큰 적이 기다릴 테지만, 이대로 세가인 전원을 죽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치 벽력탄이 터지는 듯한 양적산의 괴이한 무공은 검진과 상극이었다.
서일평의 묘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크하하하! 달아날 수 있다면 달아나 보거라!”
그동안 어슬렁거리던 양적산이 갑자기 신형을 날렸다.
양적산은 칠 척에 이를 정도의 거한이었다. 거기에 이십 관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대부를 들고 있었다. 한데 한 번 움직이자 그 움직임이 비호와 같이 빨랐다.
양적산은 남궁무성에게 달려들어 대부를 휘둘렀다.
남궁무성은 무한보(無限步)를 극성으로 전개해 양적산의 대부를 피해 냈다. 한데 그로 인해 주변의 무인들이 대부에 쓸려 나갔다.
“끄아악!”
“컥!”
“뭣들 하느냐! 후퇴하라! 후퇴하란 말이다!”
남궁무성은 주변의 세가인들에게 후퇴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양적산은 주변의 무인들이 후퇴하도록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도망을 치려 하느냐! 이곳으로 날 끌어낸 건 네놈들이지 않느냐!”
양적산이 달아나려는 주변의 무인들을 대부로 양단하며 소리쳤다.
카캉!
그때 네 노인이 양적산 앞으로 나서 대부를 막았다.
“가주! 이자는 우리가 막을 테니 세가인들을 후퇴시키시게!”
네 노인은 자신들의 실수로 불러들인 선인에게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북여학이 은신술을 펼쳐 양적산의 뒤를 치고 동방모강이 정면에서 대부를 맞아 갔다.
남궁호와 서일평이 좌우로 퍼져 양적산의 빈틈을 노리며 그가 움직일 수 없도록 다리를 묶었다.
“가소롭구나!”
양적산이 풍차처럼 대부를 휘두르며 네 노인을 공격했지만 노인들도 만만치 않았다.
“정면으로 상대하려 하면 안 되네! 최대한 이자의 발을 묶는데 집중들 하게!”
서일평이 친우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네 노인이 양적산을 맞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발을 묶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적산은 그런 네 노인의 생각을 간파했다.
“내 발을 묶어 보시겠다? 어디 한 번 묶어 보거라!”
양적산이 대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좀 전 맨 땅을 뒤집었던 무공을 다시 한 번 쓰려는 것이다.
“모두 피하게!”
바닥에 발을 대고 있다간 그대로 뒤집히는 땅과 함께 절명할 것이라 네 노인은 다급히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멍청한 것들!”
양적산은 머리 위로 들어 올렸던 대부를 그대로 등에 메고 달아나는 세가인들을 쫓기 시작했다.
“헛!”
양적산의 행동은 속임수였다.
노인들은 한 번 큰 위력을 경험했던 터라 너무 성급히 피했다.
양적산이 속임수를 쓴 뒤 세가인들을 뒤쫓자 네 노인은 당황했다.
허공에 띄웠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무섭게 양적산의 뒤를 쫓았다.
“한참 멀었구나!”
한데 세가인들을 뒤쫓던 양적산이 어느새 뒤돌아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양손과 대부가 머리 위로 들어 올려져 있었다.
네 노인들은 방금 막 바닥으로 내려선 것이라 피할 틈이 없었다.
콰쾅!
양적산의 대부가 바닥에 틀어 박혔다.
네 노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바닥을 박찼다.
쿠콰콰콰쾅!
노인들이 재차 허공으로 몸을 띄우기 무섭게 바닥이 뒤집어졌다.
“크윽!”
“컥!”
네 노인들은 뒤집어지는 바닥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랐다.
바닥이 뒤집어지기 직전, 몸을 띄우며 호신기를 둘렀던 터라 절명하는건 면했지만 내상을 입고 말았다.
땅이 뒤집어진 건 양적산의 가공할 만한 내력에 의한 것이었다.
“크윽…….”
“쿨럭!”
네 노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검게 죽은피를 토해 냈다.
“늙은이들은 잠시 후에 죽여 줄 테니 잠깐 기다리거라.”
양적산은 네 노인을 뒤로하고 달아나는 남궁세가인들을 쫓았다.
“놈을… 막아야 하는데…….”
남궁호가 피를 흘리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세 명은 몰라도 자신은 지금 학살당하고 있는 이곳의 무인들과 혈육이었다.
이곳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아무리 움직이기 힘들어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남궁호는 품에서 작은 목곽을 하나 꺼냈다.
그런 남궁호의 모습에 세 노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걸… 먹으려는가?”
서일평이 물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사용하겠나?”
남궁호가 꺼낸 목곽은 태상노군에게 받아 온 선물 중 하나로 이전 진명이 열려다 포기한 옥병이 들어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네… 지금 그걸 먹었다간 양적산 뿐 아니라 세가인들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모두 죽을 판이네. 그럴 바엔 놈도 같이 데려가야지.”
남궁호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남궁호가 막 목곽을 열려 할 때였다.
“오늘이 그날인가?”
지붕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노인이 놀라 지붕 위를 바라보니 산발한 머리에 거지와 다를 바 없는 복장을 한 괴인이 앉아 있었다.
“자… 자네는!”
지붕 위의 괴인은 송도관을 떠나 서가장으로 향했던 진명이었다. 서가장에 들렀다가 노인들이 남궁세가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길이었다.
“오늘이 그날이냐고 물었잖소?”
“그날이라니……?”
“내 힘이 필요한 날이 있을 거라 하지 않았소?”
“그, 그랬지!”
서일평은 대답을 하면서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양적산이 남궁세가인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힘을 빌려 주겠다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
진명의 무공이 자신들보단 강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양적산을 상대할 정돈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되겠소? 저놈을 때려 잡아주면 되는 거요?”
“그, 그렇긴 하네만…….”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저놈은 누구요?”
진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저자는…….”
아직 진명은 노인들이 무릉도원에 올라간 일과 선인들이 속세로 달아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옥진과 같은 놈일세.”
“사옥진!”
사옥진과 같은 놈이란 말에 진명의 눈이 빛났다.
“좋아! 이번 일 내가 맡도록 하지!”
말과 함께 진명이 신형을 날렸다.
극성에 이른 환뇌신법이었다.
네 노인은 양적산에게로 달려가는 진명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진명가』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