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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




라이크 가드 1권(1화)
프롤로그(1)


두 명의 쌍둥이 신.
빛의 신인 하오리아.
어둠의 신인 카오리아.
두 신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세 개의 달이 뜨는 카만 대륙의 여러 국가 중 가장 거대한 두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왕국 포로무 왕국.
그런 포로무 왕국에서도 변방에 위치해 있는 모논 영지는 추수를 앞두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남작의 영지이지만 전통적인 기사 가문으로 몇 대째 모논 영지를 수호해 온 차지리 남작을 비롯해 이번 몬스터 토벌에 영지의 모든 기사가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도 기사의 수는 아주 작은 모논 영지였다.
그리고 그런 기사를 시종들을 비롯한 모논 영지의 정규군 삼백 명과 추수를 위해 징집한 젊은 장정들 이백 명이 합친 약 오백여 명의 인간들이 대대적으로 중소형 몬스터들이 터를 잡는 영지 근처의 산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충!”
포로무 왕국 정규군의 정복을 입고 있는 한 명사가 옆구리에 단검 두 개와 뱅뱅 꼬아 만든 뿔피리 하나를 착용한 상태로 자신의 상관이자 모논 영지의 영주인 차지리 남작에게 자신이 본 것을 보고했다.
마치 순금보다도 더욱 깨끗해 보이는 병사의 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제 곧 일어날 몬스터와의 전쟁을 앞두고 공포나 두려움 따위는 전혀 없다는 듯이 말이다.
투구로 살짝 삐져나온 눈동자와 같은 색의 금발과 금안이 잘 어울리는 청년.
카이론.
그는 모논 영지의 일반 병사 계급(상병, 중병, 일병, 이병) 중 가장 높은 계급인 상병의 계급을 갖고 있는 청년이었다.



1. 모논 영지의 병사, 카이론(1)


카만 대륙의 정중앙에는 거대하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산이 솟아나 있었다. 그 누구라도 알고 있는 드래곤의 성역이라 치부되는 곳.
카만 대륙에서도 별도적인 곳으로 알려진 드래곤 랜드였다. 그런 드래곤 랜드를 둘러싸고 서로 마주 보듯 두 개의 제국이 존재했다.
그 제국은 카인 제국과 푸론 제국이었는데 두 제국은 드래곤 랜드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해 있고, 그런 두 제국의 사이에 끼어 헤라임 왕국이 북쪽을 그리고 포로무 왕국이 남쪽을 지키고 있었다.
거의 오백여 년 전 일어난 인간과 인간 이외의 종족 간의 전쟁에 분노한 빛의 신인 하오리아가 인간 이외의 종족들이 연일 패퇴하는 것에 결국 드래곤을 개입시켜 생겨났다고 전해지는 드래곤 랜드.
그 이후로 대륙의 물자 수송이 조금은 번거로워졌다. 인간의 침입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드래곤 랜드였기에 감히 넘을 생각 따위는 잊고 상인들은 항시 드래곤 랜드를 빙 둘러 제국에서 왕국으로, 왕국에서 제국으로 이동을 하였다.
물론 두 개의 제국과 왕국을 제외하고도 이런저런 중소 왕국은 많이 존재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주기적으로 몬스터의 침공을 방어하는 이 네 곳이었다.
어둠의 신 카오리아가 몬스터를 조종하여 인간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일어난다는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로 네 국가는 많은 시간을 견뎌 왔다.
그렇기에 다른 일반적인 중소 왕국의 병사들과는 그 질적인 면이 확실하게 달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네 국가에서도 드래곤 랜드와 인접해 있는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지형적인 위치와 좋은 기후 조건으로 인해 곡창지대로 알려진 포로무 왕국의 작은 남작 영지인 모논 영지는 이런 일과는 조금 무관했다.
그렇기에 모논 영지의 영주민들은 평화로웠다. 절대적인 기사도를 따르는 차지리 남작은 영지민들을 착취하지 않았으며 그런 그의 밑에 있는 기사들 역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거기에 차지리 남작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자 소영주 역시 성격이 전형적인 기사인 차지리 남작을 닮아 영지민을 잘 보살피면 보살폈지 영지민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주기적인 몬스터 토벌을 빼면 그냥 놓아두어도 잘 굴러 가는 영지. 그런 영지에 아주 조금 유명한 한 병사가 있었다.
“다 먹었냐?”
“예! 그렇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후임의 모습에 카이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군으로는 여러 인물들이 들어오는데 지금 자신을 따라 순찰을 나온 이 녀석은 눈치가 조금 없었다.
빡.
“커헉! 이병 케일!”
“이걸 그냥 확! 리아 놀라잖아!”
갑작스런 카이론의 주먹질에 군에 들어와 제법 적응했을 법한 케일이 다시 소리 높여 관등 성명을 대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또 다른 주먹을 부르는 행동이었다.
“우우.”
다시 주먹을 들어 올리는 카이론의 주먹에 작은 고사리 같은 손이 올려졌다. 전혀 힘이 실린 손이 아니었고, 아이의 손이었기에 카이론의 주먹을 막지는 못할 법했다.
하지만 카이론은 손을 내렸다.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가서 애들 교육 좀 시켜야 하나?’
혼자 속으로 생각을 한 카이론은 따뜻한 교육의 손길을 막은 자신과 같은 금발의 머리에 금안을 가진 자신의 동생 입가를 닦아 주었다.
“입에 묻었네. 맛있어?”
“우우.”
카이론의 말에 모논 영지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리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카이론의 아홉 살 난 여동생인 아리아는 동글동글한 고개를 귀엽게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많이 먹어, 리아야. 야, 너는 가서 물이나 좀 길어 와라.”
“옛! 알겠습니다.”
‘아, 저 고문관 자식 사람 성격 나오게 만드네.’
눈치 없이 큰소리를 내고는 후다닥 뛰어나가는 케일의 행동에 카이론은 자신의 주먹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나 곧 복스럽게 식사를 하는 리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벙어리.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아리아의 병이었다. 물론 완벽한 벙어리는 아니었다. ‘우우’나 ‘아아’ 등 소리를 낼 수는 있었지만 말을 하지는 못했다.
이 년 전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자신의 집 앞에 쓰러져 있던 것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 인연이었다. 자신의 전생에 살던 곳과는 많이 다른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굶어 죽고, 말도 안 되는 일로 귀족들의 검에 죽어 나가는 일을 직접 보지는 않고 듣기만 해 왔던 카이론이었다.
거기에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약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몸에 들어와 이런저런 고생을 하며 자랐기에 불쌍한 아이들을 보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라면 도왔지만 돈이 들어가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집 문 앞에 푹 꼬꾸라져 쓰러져 있는 아리아에게만큼은 그렇게 못했다.
물론 처음에는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밥 한 끼 먹이고 내보낼 생각이었지만 아리아는 생각과는 다르게 며칠간을 깨어나지 못했다.
숨을 쉬는 것도 미약해 카이론은 결국 아리아의 치료를 위해 치료사까지 찾아갔지만 치료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치료비를 받아내려는 치료사를 상대로 한참 투닥거리던 중 아리아가 깨어난 것부터 시작해 인연이 이어졌다.
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을 못하는 벙어리로 인해 쉽사리 내쫓지 못하고 하루 이틀 데리고 있는 시간을 연장시키던 것이 이제 와서는 카이론에게 있어 유일한 혈육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치료사 분명 지금도 선량한 시민들의 주머니를 강탈하고 있겠지?’
왠지 방금 먹은 스프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카이론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빈 손의 케일을 바라보았다.
“그, 그것이… 물을 떠 올 것이 없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나,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입니까아!’
어리바리 고문관인 신입으로 인해 오늘도 결국 좌절을 하는 카이론이었다.

***

“오빠 금방 일하고 올 테니까 옆집에 있는 수리하고 놀고 있던지 아니면 삐약이들 하고 놀고 있어. 알겠지?”
“우우.”
‘아이고 깜찍해라. 뉘 집 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워 죽겠네.’
“아가씨, 옥체 보존하시고, 다음 번에 찾아뵐 때에는 선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
‘흠, 이건 교육 제대로 시켜 놨네?’
모논 영지에서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카이론의 밑에 있기 위해 병사들은 자신들이 외워야 할 암기 사항에 카이론에게 필요한 말을 따로 첨가하여 꼬박꼬박 외우고, 실전에 투입되었을 시 사용하고 있었다.
방금 전과 같이.
“오늘 올 때는 맛있는 고기 많이 사 올게. 그럼 있다 보자.”
어깨에 창을 살짝 기대고 카이론은 집에서 돌아섰다. 근무 시간이긴 하지만 특별히 동생 혼자 있다는 것을 상관에게 강조하여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바로 순찰을 도는 카이론이었다.
“후하암∼”
‘제법 졸립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을 어찌해야 좋을꼬.’
카이론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케일이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며 카이론과 다르게 창을 반듯하게 세워 든 상태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빡.
“아무것도 없으니 앞이나 똑바로 보고 걸어 새꺄.”
‘지가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인이여? 갑자기 왠 지랄이야?’
후임의 어리바리함에 다시 한숨을 쉰 카이론은 하늘에서 자신을 뜨겁게 내려다보는 태양을 빠르게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 눈 부셔.’
“야, 저기 있는 태양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 맛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아는 건 뭐냐?”
“잘 모르겠습니다!”
‘버퍼링이 좀 있네, 응?’
“아이구, 카이론 총각. 또 애들 괴롭히네. 자자, 그만하고 이거나 좀 먹어. 케일 너도 눈치 없는 행동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카이론 총각한테 딱 달라붙어 알겠지!”
“아, 아주머니.”
‘이 자식 이거 왜 이래?’
갑작스럽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펑퍼짐한 아주머니를 향해 애절한 시선을 보내는 케일을 보며 카이론이 손의 저절로 올라갔다.
“아는 사이세요?”
와삭.
“좀 아는 친구의 자식이야. 그러니 잘 좀 돌봐 줘.”
말을 하며 눈을 살짝 깜빡이는 것을 본 카이론의 입가에 슬며시 올라갔다.
‘아항∼ 그런 뜻으로 잘 봐달라는 뜻이구나.’
“걱정은 붙들어 매세요. 제가 아주 확.실.히 돌봐 줄 테니까요.”
아주머니의 하얀 미소 뒤에 숨은 검은 미소를 읽은 카이론이 걱정 말라는 듯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순찰 범위를 느긋하게 돌기 시작했다.
동생 때문에 항시 도는 곳만을 도는 카이론에게는 이제는 눈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도, 도둑이야!”
“응?”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에 카이론은 그쪽을 돌아보았다. 소리를 지른 사람은 한 가게 앞에서 자신의 품을 뒤적이며 주변을 돌아보는 여성이었다.
도둑이 아니라 날치기당한 모습이었다.
척척척.
‘아∼ 어떤 자식이 내 영역에서 날치기질이야! 곰탱이, 이 자식 똑바로 일처리 못하나.’
자신의 앞으로 절도 있게 걸어 나가는 케일의 행동에 카이론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케일의 절도 있는 모습은 상당히 괜찮아 보였다. 아직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였기에 조금 뽀송뽀송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카이론이 있는 소대에 있었기에 군기와 제식만큼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따라 달랐다.
‘누군지 모르고 그냥 이쁘니까 들이댔구만 저거.’
상당히 떨어져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방금 소리 지른 여성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는 카이론은 한심한 후임의 행동에 또다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카이론의 귀로 작게 대화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다.
“흠흠, 언제쯤 잃어 버리신 것 같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흑흑.”
“…….”
“흐윽. 으아아앙! 장 못 보고 돌아가면 엄마가 분명 또 뭐라고 하실 텐데. 으아앙!”
“이, 일단 진정을 하시는게… 커헉! 레, 레이디?”
“으아앙!”
갑작스럽게 자신의 품에 안겨 눈물, 콧물을 다 뽑아 가며 울어대는 미녀로 인해 케일은 숨이 턱하고 막혀 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