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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2화)
1. 모논 영지의 병사, 카이론(2)
그런 두 사람의 삼류 연극 같은 모습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었던 카이론이 결국은 걸음을 빨리 옮겼다.
“야, 덤벙이불여우.”
“오, 오빠! 오, 오해야! 나 이 사람 몰라!”
한참을 땀내가 상당히 배인 케일의 옷에 눈물과 콧물로 멋들어진 그림을 그리던 여인이 카이론이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을 멈추고는 케일을 밀어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카이론은 혀를 찼다.
머릿결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은 조금 진한 갈색빛에 푸르고 맑은 눈동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는 여인치고는 상당히 커다란 키와 그런 키를 받쳐 주는 뛰어난 라인.
하지만 카이론은 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이 어떤 인물인지를 말이다.
“됐고, 덤벙이불여우. 또 지갑 놓고 온 거 아니냐?”
“무, 무슨! 내가 매일같이 놓고 나오는 것처럼 말한다?”
고개를 획 돌리며 자기 삐쳤다는 듯이 행동하는 여인의 모습에 카이론은 지그시 그녀를 노려보았다.
“열 번 나오면 여덟아홉은 집구석에 놓고 오잖아. 그리고 나머지 한두 번은 지갑을 못 찾거나.”
“헹! 이번에는 꼼꼼히 찾아봤고, 분명 나오기 직전에 돈 받아서 나왔거든요? 그리고 나온 뒤로 한 번도 집으로 들어간 적도 없고!”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무언가 다른 방법으로 놓고 온 거 아니냐?”
“무슨! 나는 이제 다 컸다고!”
자신의 풍성한 가슴을 들이밀며 자랑하는 여인의 행동에 카이론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름 헤리나.
나이 스무살.
별명 덤벙이불여우.
나름 남자를 잘 꼬시긴 하지만 덤벙대는 행동으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여성이었다. 절대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미인은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된다는 듯 카이론 역시 헤리나 때문에 손해를 볼 뻔한 적이 있었다. 지갑을 집구석에 놓고 와 놓고는 장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면 죽는다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바람에 자신의 금쪽같은 돈을 빌려 줄 뻔했다.
그러나 다행히 때 맞추어 등장한 헤리나의 어머니로 인해 그런 위험한 순간을 넘겼고, 그 뒤로도 종종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났다.
모논 영지에 처음 오거나 순박한 녀석들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그대로 걸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기에 카이론이 헤리나에게 지어 준 별명이 덤벙이불여우였다.
“그건 그렇고, 모두 동작 그만!”
카이론이 갑작스럽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목청이 얼마나 큰지 헤리나의 몸매와 얼굴을 감상하고 있던 케일은 깜짝 놀라 딸꾹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지랄한다, 자식아. 어이, 거기!”
카이론이 갑작스럽게 비록 창대는 나무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 손으로 들기에는 조금 불편할 정도로 긴 창으로 한쪽을 가르켰다.
그곳에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지금과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아닌 등을 돌리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비켜!”
등을 돌리고 있던 그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이 지목됐다는 것을 알고는 주변 사람들을 밀치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꺄악!”
“꺄!”
“도, 도둑이다!”
아주머니들이 젊었을 적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며 날치기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런 날치기범을 보며 카이론은 창을 고쳐 잡았다.
“게 섯거라!”
그런 카이론과 다르게 케일은 가죽 갑옷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날치기범을 뒤쫓기 시작했다.
‘아, 저 자식 진짜 돌아가면 죽여 버리던지 해야겠네.’
바다가 갈라지듯 갈라졌던 인파로 인해 날치기의 등이 딱 보였던 카이론이었지만 그런 자신의 시야를 딱 가리는 케일의 행동에 카이론의 이마에 발끈 힘줄이 돋아났다.
“오, 오빠는 안 쫓아? 군인이잖아!”
“지금!”
쿵.
카이론이 한 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디뎠다. 그리고는 허리를 살짝 틀었다.
“쫓잖아!”
후웅.
카이론의 손에 들린 거대한 창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흐헥!”
자신의 목 옆을 아찔하게 스쳐 지나가는 창으로 인해 케일이 옆으로 나자빠졌다. 무엇인지 모를 오싹한 느낌을 받아 고개를 돌리려 하였는데 그런 그의 행동이 조금 늦었기에 턱이 날아가는 일은 없었다.
퍽!
“커헉!”
쿠다당!
“오우, 예쓰!”
족히 백 미터도 더 된 거리를 활도 아닌 거대한 창을 반듯하게 던지는 괴력을 선보인 카이론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잠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짝짝짝.
“와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박수 갈채를 받으며 카이론이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두 번 놀라서 딸꾹질은 멈췄냐?”
카이론의 목청에 한 번 놀라고, 죽을 뻔했다는 것에 두 번 놀라 딸꾹질을 멈춘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케일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이론은 그런 케일의 뒤쪽 허리춤에 있는 거친 밧줄을 획 잡아 뺐다.
“커헉!”
팽그르르르.
얼마나 힘이 강했기에 케일이 저렇게 끈 풀린 팽이처럼 뱅뱅 도는 것일까? 사람들이 놀랄 법도 하지만 이미 몇 번 보아 온 적이 있었기에, 오히려 신기한 묘기를 봤다는 것에 아이들만 다시 박수를 쳤다.
“크으윽.”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날치기범.
“얌마. 너 초짜지?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날치기를 하려고 하냐? 그리고 아픈 척 그만해라, 사내자식이. 거 뚫리지도 않게 적당히 창 뒤쪽으로 힘 조절해서 던졌구만.”
샥.
두 팔을 묶으려 하는 카이론은 고개를 뒤로 획 젖혔다.
“다, 다가오지 마!”
침까지 튀기며 힘겹게 일어나는 삼십대 중반의 남성 날치기범의 손에는 번쩍이는 짧은 단검이라 하기도 무안한 검이 들려 있었다.
그런 그의 말에 따라 카이론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두려운 것인가 오히려 몸까지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을 보며 케일이 빠르게 다가와 창으로 날치기범을 겨누었다.
“얌전히 투항해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뻑!
“커헉!”
“지금 전쟁하냐? 얌전히 투항? 뒤질래!”
갑작스럽게 같은 동료의 머리를 쥐어박는 카이론의 행동에 주변히 조용해졌다.
카이론의 창은 날치기범의 옆구리를 맞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작지만 날카로워 보이는 칼을 들고 있는 적을 상대로 하나뿐인 창을 들고 있는 케일의 뒤통수를 때리다니!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은 주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날아갔다.
번뜩!
카이론의 눈에서는 금빛 불꽃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감히! 감히 내 앞 머리를 잘라!”
날을 나짝 세운 것인지 살짝 스치듯 지나간 날치기의 칼로 인해 카이론의 앞머리가 사선으로 비스듬히 잘려 있었다.
이마를 꼭 덮는 것으로 완벽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카이론에게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으으, 다, 다가오지 말라고!”
자신에게 쏘아지는 카이론의 강력한 살기에 반응한 것인지 날치기범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여전히 카이론을 겨누었다.
“투항하지 마. 잘못했다고 용서도 빌지 마. 살려달라는 말은 더욱더 꺼내지 마 새꺄! 어금니 꽉 물어!”
카이론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일반 병사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날치기범도 제법 뒷세계에서 구르고 구른 인물이었다.
다대 일로 싸워 이기지는 못하고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일대일로 싸워서 패한 적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날치기범의 동공이 확장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카이론의 약점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칼로 인해 어디를 찌르거나 베어도 상대방이 고통을 호소하며 더욱더 큰 빈틈이 생길 것이다.
날치기범이 팔을 빠르게 휘두르며 옆구리를 찔러 들어갔다. 두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보호하고 달려오고 있는 카이론의 행동으로 인해 옆구리를 노린 것이다.
츄즈즈즈.
하지만 카이론의 등이 바닥을 쭉 긁으며 미끄러졌다. 그러며 한쪽 다리를 접어 무릎으로 날치기범을 노렸다.
퍽!
“끄.”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고통.
대륙의 반인 남성들만이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고통이 날치기범을 강타했다. 바닥과 일어난 마찰로 인해 속도가 줄기는 했지만 일단 무릎은 딱딱했으며 제법 속도도 있었다.
우득, 우드득.
카이론이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손가락을 가볍게 풀었다.
“잘못했다는 말은 깜빵에 처박히고 나서 하라고.”
카이론의 주먹과 발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카이론의 주먹과 발을 하나라도 덜 맞고 막아내기 위해 날치기범은 몸을 말고 한 손으로는 여전히 그곳을 가리고 나머지 팔로 카이론의 공격을 막았다.
“어쭈? 이 자식이 막어?”
퍽!
“끄억.”
군에서는 때리면 때리는 대로 가만히 맞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날치기범이 연신 막고 있었기에 결국 카이론이 폭발을 해 다시 한 번 그곳을 짓밟고는 지그시 누른 것이다.
비명을 마음껏 지르지도 못할 정도의 충격.
주변에서 그런 카이론의 만행을 지켜보는 남성 시민들은 저도 모르게 자신들의 상징을 가리며 살짝 시선을 회피하였다.
오랜만에 미친개가 사람 하나 무는 날이었다.
***
“이거 뭐냐?”
“날치기범입니다.”
카이론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산적같이 생긴 소대장에게 태연하게 대답했다.
“거참, 네 녀석 순찰 범위 안에서 날치기하든? 이 녀석 처음 보는 녀석이네.”
“저도 두목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두목이라 하지 말랬지!”
“크흠. 그럼 그 수염부터 좀 자르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럼 범죄자 정도로 밖에…….”
“그게 그거잖아 이 자식아!”
“쳇!”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카이론과 카이론이 속해 있는 제7소대 소대장인 중사 크람드의 사이에서 날치기범을 힘겹게 짊어지고 온 케일은 헉헉거리지도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야, 넌 그만 가 봐라.”
크람드가 귀찮다는 듯이 케일을 내쫓았다.
“이병 케일! 예, 알겠습니다!”
드디어 나간다는 생각에 케일은 기쁜 마음을 억지로 숨기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왜 이 모양이냐?”
얼굴은 퉁퉁 부어 있고, 숨을 거칠게 몰아쉴 때 보이는 이는 몇 개나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날치기범의 자세로 인해 크람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몸을 만 채로 여전히 자신의 중심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카이론이 무슨 짓을 행했는지 알 법했다.
“제 이 머리 보이시죠?”
“응? 크흐흐흐. 그건 왜 그 모양이냐? 이 녀석이 그런 거냐?”
크람드가 발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날치기범을 툭툭 찼다.
“이 녀석이 그런 거죠!”
팍! 팍!
“사, 사려…….”
다시 그곳을 걷어차기 시작하는 카이론으로 인해 크람드의 발에 매달리려는 날치기범은 자신의 입을 다시 꼭 다물었다.
절대로 하지 말라는 말을 행하는 것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끝나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 동안 두들겨 맞고도 더 두들겨 맞은 날치기범이었다.
“으흐흑.”
“질질 짜지 마 이 새꺄!”
퍽!
“지겨우니 그만 까야지.”
독종인 카이론의 행동에 크람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특별 보너스는 안 줘요?”
“없어 자식아.”
“에이∼ 짜게 놀지 맙시다, 우리. 내 얼마나 소대장님 키워드렸는데.”
“닥쳐 자식아!”
카이론의 말에 크람드는 살짝 신음을 흘렸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카이론은 자신이 잡은 도둑이나 범인 등을 자신에게 밀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 수고비로 나오는 보너스만 적당히 챙겨 갔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했다.
“부담스러운 자리는 사양입니다.”
카이론이 돈을 좋아한다는 것은 생각이라는 것이 없는 생명체를 빼고는 다 안다고 생각할 정도로 카이론은 돈을 밝혔다.
그것은 아리아가 생긴 이후 더욱더 심해졌다. 하지만 강제로 착취하거나 위험할 정도로 많은 돈을 받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안전한 선 안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듯 돈을 받는 카이론이었다. 하지만 그 위험한 줄타기가 왠지 카이론에게 있어서만큼은 위험한 줄타기 같지가 않았다.
“알았다, 알았어! 수당 나오면 줄 테니까 너도 나가 봐.”
“헹. 그럼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정규군은 출퇴근이 정해져 있었고, 일정 주기로 야간 근무를 한다. 하지만 카이론은 그렇지 않았다. 야간 근무는 계급이 낮을 때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
야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많아 추가 수당 벌이가 짭짤하긴 했지만 아리아가 있었기에 밤에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이 모두 가능한 이유는 기사에게 잘 보이는 카이론의 뛰어난 행동력으로 인해서였다. 모논 영지의 차지리 남작을 따라 기사도가 뛰어나긴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 카이론에게는 한 수 접어 주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카이론이 마음껏 설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끄응. 아직 퇴근하려면 한 시간이나 남았잖아. 자식아!”
“괜찮지 않습니까. 있어 봤자 애들 괴롭힌다고 뭐라고 할 거면서.”
“그러니 안 괴롭히고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요즘 애들이 시원찮아서 말입니다. 적당히 말로 하면 알아듣질 못하더라고요.”
“후우∼ 됐다, 됐어. 가라, 그냥 가.”
“상병 카이론. 알겠쑵니다∼”
카이론의 행동에 크람드는 답답해지는 가슴을 느꼈다. 어쩌다가 저런 녀석과 엮이게 된 것인지.
하지만 싫지는 않은 놈이었다. 눈치도 빠르고 그와 같이 몬스터 토벌 등 큰일에 나서면 카이론의 옆에 붙어 있는 것이 살 확률이 가장 높았다.
심지어 저 녀석은 그런 것을 이용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먹는 녀석이었다.
크람드뿐만이 아닌 카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은 카이론을 이렇게 생각한다.
독종.
“조금 있으면 몬스터 토벌이 시작될 시기인데 일찍이 저 녀석 머리카락이나 뽑아 둘까?”
크람드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조금 소심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