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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3화)
1. 모논 영지의 병사, 카이론(3)


한 짐 가득 장을 보고 온 카이론을 기다리고 있던 아리아는 카이론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그의 품에 쏙 안겨 들었다.
“우우.”
“많이 기다렸지? 오빠, 뽀.”
카이론이 몸을 낮추어 리아와 키를 맞추자 리아는 카이론의 볼에 뽀뽀를 하고는 카이론이 들고 있던 짐을 빼앗아 들려 하였다.
“오빠는 괜찮아. 그럼 서둘러 오늘 저녁을 준비해 볼까?”
“우우.”
카이론의 말에 리아가 카이론을 잡아끌었다.
“헤에∼ 오늘도 준비해 논 거야?”
오늘 저녁은 이곳에는 없는 삼겹살!
전생에 먹던 것을 떠올려 가끔 혼자 먹던 것인데 다행히 식성 좋은 아리아는 싫어하는 음식 없이 잘 먹었고, 그중에는 단연 손꼽히는 음식 중 하나였다.
“잠시만 기다려. 채소 좀 씻어 올 테니까.”
딱히 철판을 올려놓은 것 빼고 다른 것을 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제법 무거운 것을 옮긴 것만 해도 대견하게 느껴지는 카이론은 서둘러 야채를 씻고는 불을 지폈다.
바닥을 뜯어내 집을 스스로 개조한 카이론이었다. 그런 개조된 바닥에는 기묘한 것이 그려져 있었다.
마법진.
카이론이 전생에 살던 한국이라는 곳에는 없는 신기한 이능의 힘.
카이론 역시 카만 대륙에 환생을 하게 됨으로 인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가 싶어 마법을 배우려 해 봤다.
하지만 재능은 제로.
마나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을 귀찮게 했다는 이유로 욕 한 바가지를 먹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마법적 재능과는 별개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배운 것이 바로 이 마법진이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이 사용하기에 더욱 용이하지만 단지 몇 가지만으로도 생활의 질이 변했다.
치이이익.
카이론이 가볍게 고기를 한 번 뒤집었다. 삼겹살은 단 한 번 뒤집어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신중하게 고기를 구웠다.
“자, 이거는 다 익었네.”
카이론이 능숙하게 손을 움직여 쌈을 하나 싸서 손을 내밀자 리아는 아기 새같이 입을 딱 벌려 받아 먹기 시작했다.
“맛있어?”
“우.”
입안 가득 쌈을 넣고 오물거리는 리아를 보며 카이론 역시 자신의 쌈을 싸서 쏙 넣고는 고기를 천천히 굽기 시작했다.
카이론 때문인지 리아는 음식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서둘러 먹지는 않았다. 꼭꼭 씹어 먹기에 고기를 서둘러 구울 필요는 없었다.
리아가 말을 못했기에 카이론의 일방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항시 대화는 즐겁다는 듯이 카이론은 쉴틈 없이 입을 놀렸다.
먹고, 대화하자 저녁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우∼”
“배불러?”
불룩 솟아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몸을 살짝 눕힌 리아가 아직 불판 위에 있는 고기를 아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걱정 마! 이 오빠가 다 먹어 치울 테니까 말이야.”
말을 마친 카이론은 입이 믹서기라도 된 듯 고기를 갈아 삼키기 시작했다.
“우와∼ 배 부르다.”
고기를 다 갈아 삼킨 카이론은 뒤로 쓰러졌다. 그런 카이론의 옆으로 리아가 엉금엉금 기어 와 카이론의 팔을 베고 누웠다.
“이 닦고 자야 한다. 알겠지?”
카이론의 말에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 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이곳에는 없는 칫솔을 만들어 쓰고 있었다.
나무와 조금 질긴 풀로 만들어 썼기에 오래 쓰지는 못하고 만들기는 번거롭기는 하지만 훗날 미소녀로 자랄 리아의 아름다운 미소에 꼭 들어갈 하얀 치아를 위한 노력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치약을 만드는 방법은 몰랐기에 소금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아, 정리하고 가계부도 좀 쓰고 자야 하는데… 웬지 귀찮네. 하지만 리아를 위한 저축은 꾸준히 해야 하니.”
주먹을 불끈 쥐고 카이론은 오늘도 다짐했다.
절대 미녀 탄생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자고 말이다. 카이론을 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부르는 미친개라는 별명이 울고 갈 만한 동생 사랑이었다.
물을 직접 길어다 써야 했기에 설거지 등으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아깝긴 하였지만 가계부가 주는 압박감으로 인해 많은 물을 사용해 카이론은 빠르게 뒷정리를 끝냈다.
“아, 며칠간 미루어 놔서 그런지 쓰려고 하니 무지하게 귀찮네.”
작게 툴툴거리면서도 카이론은 며칠 전에 사용한 지출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떠올려 가계부를 작성했다.
지금 카이론이 갖은 몸은 전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갖고 있었다.
우선 두툼했던 지방층이 없어졌다. 많은 지방층으로 인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랬던 과거의 삼겹살 배와는 다르게 현재는 초콜렛 복근이 떡하니 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전과는 다르게 잘생긴 얼굴!
다른 이들과 비교한다면 그다지 튀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단지 눈부신 금발과 금안이 매력적인,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전생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카이론에게 있어 지금의 얼굴은 완벽한 조각남이라 생각될 정도로 잘생겼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 다음으로는 뛰어난 신체 능력.
전생에는 뚱뚱해서 그런지 운동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걸로 인해서인지 그다지 운동 능력이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욱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작은 것 하나하나 반응할 정도로 섬세한 손기술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노력해서 바뀐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모르는 자신감이었다. 전생에는 생김새로 인해 많은 따돌림을 받아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던 카이론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면 거의 대부분 카이론을 중심으로 일이 돌아간다. 카이론이 싫어하게도 말이다.
책임감 공포증이 있는 카이론으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서서 행동하는 것은 몰라도 높은 지위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 행하려 하면은 쉽사리 되지가 않았다.
묘하게 몸이 오싹하고 부르르 떨려 왔다. 그랬기에 처음 아리아를 키우면서도 상당히 고생을 했다. 처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가장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한동안 몸져누울 뻔한 적이 있었다.
정말로 특이한 것에 반응하는 카이론으로 인해 소대장인 크람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고 말이다.
“흠, 이번 달에는 범죄자를 별로 못 잡아서 그런지 수입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톡톡 펜으로 작은 상을 두드리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 카이론의 정신을 일깨워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리아였다.
“아우우.”
카이론의 묘한 포스에 휘말려 잠시 눈치를 보고 있던 아리아가 결국 참지 못하고 카이론을 부른 것이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세간에 팔리는 책보다 족히 배는 큰 책이 들려 있었다.
“그림책 읽어 줘?”
“우우.”
막상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부르긴 불렀지만 카이론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에 다시 망설이는 아리아를 카이론이 번쩍 안아 들었다.
뒷정리를 하고, 가계부를 쓰는 시간 동안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웃차. 다 끝냈으니 우리 이쁜 리아 책이나 읽어 주며 오빠도 자 볼까?”
“우우.”
방금 전까지 고민하던 아리아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안아 든 카이론에게 예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렇게 카이론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2. 추수철 몬스터 토벌―선발대(1)


카만 대륙 대부분의 평민들이 일 년간의 노력을 보답받는 추수의 계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추수철은 조금 위험한 시기이기도 했다. 추수철이 지나고 나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상당히 힘겨운 계절인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몬스터가 흉포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몬스터들은 식량을 축적하기 위해 위험하긴 하지만 인간들을 노린다.
몬스터가 노리는 사람들은 영지 안에 땅을 일군 이들이 아닌 영지의 외부에 땅을 일군 사람들을 노렸다. 대부분의 영지민들이 영지의 외부에 있는 땅에 농사를 지었기에 그런 것을 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농부들을 비롯해 그런 농부들을 지키기 위해 나온 병사들과의 전투를 통해 얻는 시체 등 몬스터들이 노리는 것은 다양했다.
그런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영지는 몬스터가 침범하기 이전에 먼저 선수를 노려 몬스터를 토벌하였는데 그것은 모논 영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모논 영지는 착취를 하지 않았기에 농민들의 의지력은 상당했다. 그랬기에 더욱더 많은 땅을 얻어 최대한 농사를 지었다.
남작의 영지이기에 사람이 다른 곳보다 많지는 않으나 착한 영주인 차지리 남작의 그런 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농사를 지었다.
풍년이 들 경우 영지의 앞부터 시작해 사람의 시야로 보이는 끝까지 널따랗게 황금 물결이 생겨나는 계절이었다.
그런 황금들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해 차지리 남작은 자신의 가문에서 일을 하는 이들을 불러 보아 회의를 열었다.
매년 같은 결과를 내리는 형식적인 회의라 하여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차지리 남작은 항시 회의를 열었다.
“흐음, 그럼 이번 추수철 토벌을 대비하여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을지 싶어 이번 회의를 열었다. 다들 부족한 것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모두 말해 보아라.”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차지리 남작의 뒤에는 두 명의 기사가 전신 무장을 하고는 마치 조각상이라도 되는 것 마냥 작은 미동도 없었다.
“아, 사전에 말을 못했지만 이번 토벌에 참가되는 병사는 정규군 삼백 명과 추수를 위해 징집한 젊은 장정들 이백 명, 도합 오백 명이 조금 넘을 것이다. 행정관, 사람이 조금 늘었는데 예산에는 차질이 없겠지?”
“예, 영주님. 작년보다 많기는 하지만 작년 풍년으로 상당한 수입이 있었기에 충분합니다.”
“알겠다. 계속해서 다른 문제점이 있으면 말해 보도록.”
차지리 영주의 말에 처음에는 큰 안건부터 시작해 작은 것으로 하나둘 영지를 이끄는 이들이 건의 사항을 비롯해 이번 몬스터 토벌 외의 다른 안건도 보고하는 등 상당히 열띤 회의가 이어졌다.
“흠, 생각보다 영지 내에 작은 것들이 문제가 있군. 알겠다. 하지만 일단은 몬스터 토벌이 끝나고 난 뒤 다시 회의를 열도록 하겠다. 그때 다시 이번 회의에 말했던 안건을 올리도록.”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에도 역시 몬스터 토벌에 앞서 선발대를 보내도록 하겠다. 마일드 경.”
“옛! 주군.”
차지리 영주의 부름에 그의 옆에 부동자세로 서 있던 머리가 하얗게 샌 노기사가 절도 있게 대답했다.
“이번 선발대 구성은 자네가 맡아 주게나.”
“충!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자유 기사로 한참을 떠돌다가 모논 영지에 정착한 마일드는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뛰어난 기사이다.
이런저런 곳에서 많은 회유가 들어왔음에도 한참을 떠돌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진정으로 영지를 아끼는 차지리 남작의 행실에 반해 자리를 잡은 것이다. 거기에 나이를 먹은 것도 한몫하였다.
“그럼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다. 모두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확실하게 하도록.”
“수고하셨습니다. 영주님.”
회의장에 있던 이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회의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모든 것을 대충 해결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모논 영지는 각자의 임무를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모논 영지는 오늘도 활기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