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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4화)
2. 추수철 몬스터 토벌―선발대(2)
“7소대원들은 모두 모였나?”
“옛! 소대장님! 상병 바루길 외 30명 전원 집합했습니다!”
“알았다. 모두 편안히 앉도록.”
크람드의 말에 7소대는 모두 자리에 늘어지듯 주저앉았다. 이미 7소대는 모두 무엇 때문에 모인지는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발대의 임무에 7소대는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7소대에 있는 카이론으로 인해서였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7소대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선발대에 선정되었다. 우리를 비롯해 1, 4소대가 선발대로 뽑혔는데 그런 어정쩡한 소대에 뒤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자.”
“예!”
“하지만 무엇보다 너희들의 몸에 신경 쓰도록 하고, 앞으로 이틀 뒤에 출발하게 되니 먼저 준비를 끝낸 사람들에 한해서 휴식이다!”
“와아아아!”
모든 물품은 영지 내에서 대주기 때문에 딱히 준비할 것은 없어 크람드의 말은 결국 이틀간의 휴식이라는 말과 같았다.
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으니 당연히 소대원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크게 함성을 질렀다. 다른 선발 소대와는 전혀 다른 형상이었다.
정찰을 주된 업무로 행하는 것이었기에 몬스터의 위치를 모른다는 점이 있다. 그랬기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함성을 지르는 제7소대를 다른 소대 신병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7소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른 고참급 이들은 달랐지만 말이다.
“넌 또 걱정이냐?”
소대원들을 내쫓으며 홀로 남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카이론을 보며 크람드는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카이론의 고민!
“슬슬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금 뜻밖에도 너무 빠른 거 같은데 일찍이 정보 좀 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도 오늘 들었다. 슬슬 때가 됐다고는 생각했지만 선발대를 너무 빠르게 파견하는 것 같아.”
“아… 이틀로는 형수님께 특강을 해도 상당히 부족할 것 같은데.”
몬스터 토벌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길게는 몇 달도 걸리는 경우가 있는 큰일이었다. 그랬기에 몬스터 토벌이 있을 때, 아직 어린 아리아를 크람드의 집에 맡겼다.
처음과는 다르게 극성적으로 아리아를 아끼는 카이론이었기에 상당한 시간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 걱정인 것이다.
“아, 준비해야 하는 게 많네. 내 물건도 준비해야 하고, 찾아가 봐야 할 사람도 있고, 그럼 저는 가 보겠습니다, 두목님. 출발 전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야, 이 자식아! 에린 앞에서 두목이라고 했단 봐! 아주 네놈의 다리를 아작 내 버릴 테니까!”
“예예. 알아 모시겠습니다.”
비꼬듯이 말을 한 카이론에게 한마디 더 쏘아 주려 했던 크람드는 벌써 꼬리를 감춘 카이론의 행동에 이만 부득부득 갈 뿐이었다.
“아, 저 녀석만 신경 쓸 일이 아니군. 나도 준비를 해 둬야지.”
크람드 역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고, 뭐니뭐니 해도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에린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했다.
모논 영지의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카이론의 시점으로 보자면 미녀와 야수 커플인 두 사람은 카이론이 아리아를 아끼는 것보다 심하면 심하지 절대 덜하지 않는 금실 좋은 부부였다.
“아아! 이십 일간 어떻게 에린을 못 봐!”
이십 일.
모든 운이 겹쳐져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가 적어야 했으며 그 적은 몬스터끼리 구역 싸움을 해야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우연히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추수철 몬스터 토벌로 인해 끙끙 앓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
세상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사람들이 사는 곳 역시 밝은 곳이 있는 반면 어둠 속에 묻혀 사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 카이론이 향하는 곳은 그런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영주인 차지리 남작이 아무리 영주들을 잘 돌보고 있다 하더라도 한계는 있었다.
속이 다 비치는 얇은 옷을 입고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남성들을 유혹하는 여인들은 카이론을 보자 그런 행동을 뚝 그치고는 꾸벅 고개 숙여 인사를 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최하층에서 몸을 팔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하며 살아 온 그녀들이었기에 쉽사리 고개 숙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카이론에게만큼은 달랐다. 그녀들은 은원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에게 있어 카이론은 더럽다고 손찌검받는 인생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니지만 무의미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사람이었다.
“오빠, 왔어?”
다들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한 여인은 친근하게 카이론에게 다가왔다.
“아, 미린이냐. 그 녀석은 여전히 그곳에 있냐?”
“응. 반쯤 좀비가 됐던데?”
“여전히 사람이 부족한 것은 변함 없나 보네.”
자신의 조언으로 인해 어둠만 가득하던 곳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지만 인력이 상당히 부족했다. 아니, 직접 몸으로 뛰는 이들은 많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을 통괄적으로 정리할 인력이 부족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몬스터 토벌 때문에 온 거겠지?”
“그래그래. 그러니 저리로 좀 가라. 안 그래도 생각할 게 너무 많아.”
“흥!”
카이론의 무심한 말에 미린은 삐졌다는 듯이 볼을 탱탱하게 불리며 고개를 획 돌렸다.
이 최하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마벨라에서 알아주는 여인이었다. 살짝 연분홍빛이 나는 머리칼과 에메랄드를 박아 놓은 것 같은 눈동자를 시작으로 얼굴부터 몸 모두가 조각으로 깎아 놓은 것 같은 여인이었다.
거기에 남자들을 유혹하는 일을 하기에 옷까지 야릇하게 입은 모습은 남성들이 절로 침을 삼키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카이론은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그건 그렇고, 너 몸은 잘 관리하고 있는 거냐? 내가 챙겨 준 약은 잘 먹고 있겠지?”
“신경 끄시지. 흥흥!”
“그래 끌게. 그럼 나는 간다. 몸조심하고.”
자신의 입장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카이론의 행동은 미린에게는 크나큰 상처였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아리아를 생각하는 것의 반의 반 만이라도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인 카이론은 아리아를 뺀 이외의 일은 머릿속에 넣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것은 모논 영지에 사는 그 누구라도 잘 아는 일이었다.
영주에게 딸이 없지만 아마 있다 하더라도 영주의 여식보다 더 아가씨 취급을 받을 정도로 카이론에 대한 아리아 사랑은 지극 정성이었다.
“어이, 나왔다∼”
쾅!
카이론이 낡은 문짝을 뻥하고 걷어차며 아마벨라 거리의 가장 안쪽에 있는 집이자 아마벨라 거리에서 가장 큰형님 역할을 맡고 있는 브론카의 집에 들어섰다.
“으으으, 형님 오셨습니까?”
“여전하냐? 큭.”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 인물이 작은 상 앞에 앉아 자신의 앉은 키만큼이나 되는 많은 양의 문서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들 중 반 이상이 책상에 몸을 눕힌 상태였다.
“죽겠습니다. 좀 살려 주십쇼.”
오른쪽 눈썹 위부터 볼까지 눈을 가르는 긴 흉터를 가진 곰 같은 인상의 인물이 아마벨라 거리를 꽉 쥐고 있는 브론카였다.
“형님, 절 속이셨더군요. 으흐흐흐.”
“뭐가, 난 분명 쉬워진다는 말은 안 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좋아진다고 했지.”
“으윽!”
카이론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기에 결국 브론카는 힘겹게 들었던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거기에 자신이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아마벨가 거리에 있는 중간 간부들의 지적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그랬기에 거의 일을 두 배로 하는 것과 같았다. 글씨가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문장도 제대로 적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좀 치우고 살아라 자식들아. 냄새 하고는…….”
카이론이 혀를 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마 다른 이들이 이랬다가는 당장에 칼이라도 뽑아 들 법했지만 카이론이었기에 이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브론카가 아마벨라 거리에서의 가장 큰 형님이긴 하지만 카이론에게만큼은 동생인 브론카였다.
나이도 그가 많았지만 그는 하류층 인생 법칙에 의해 카이론의 동생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카이론보다 족히 머리통 세 개는 더 있을 법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와 험악한 인상을 가졌기에 주위에서 놀릴 법도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었고, 속으로 코웃음을 칠 자신이 있었다. 이 아마벨라 거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카이론을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스스로도 저급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류층 이들을 돈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 카이론이다.
하루하루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가던 자신들에게 희망을 준 인물이었지만 브론카는 지금에 와서는 육체적으로는 엄청난 후회를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힘만으로 아마벨라 거리를 지배하던 브론카의 부하들과 카이론의 마찰로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금방 내보내 버릴 생각이었던 아리아를 키우게 되어 한참 사랑을 주고 있을 때였다. 브론카의 수하들 중 몇몇이 돈이 필요해 아이들을 잡아 노예로 팔아 버리려던 중 아리아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을에서는 처음 보는 아이였고, 잠시 감시를 했는데 말을 못하고, 거의 혼자서 지냈기에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움직였다.
그 결과로 아마벨라 거리는 한 차례 엄청난 피바람과 동시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브론카를 비롯해 아마벨라 거리의 실질적인 주인은 카이론이 되어 버렸다. 물론 카이론은 남들의 위에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한동안 그들을 돌보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조금 바뀌었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그들의 뒤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정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야. 네 녀석 밑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지. 그리고 처리를 하면 할수록 그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생각하게 되기에 사람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그다지 일이 줄어들지는 않아. 오히려 줄어드는 게 더 이상한 거야.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가 많아져야 정상이라고.”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기는 여기 있겠지. 그보다 이것 좀 마신다.”
카이론은 자신보다 족히 십여 년 가까이는 더 살았을 법한 브론카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며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술을 꺼내 병마개를 열었다.
뽕.
“좋은 술인가 보네?”
마개를 열자마자 향긋한 향기가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최하급술만을 마시는 브론카들이 카이론이 왔을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해 놓은 술이었다.
“야, 가서 형님이 드실 만한 안주 좀 준비해 와라.”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지만 브론카는 카이론을 챙겼다.
“형님, 저희들도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럼 형님을 안주 없이 술만 마시게 할 거냐?”
“쳇!”
브론카의 말에 잠시 반발이 있었지만 곧 술만 홀짝이고 있는 카이론을 보더니 힘겹게 움직였다. 그런 그의 움직임에 카이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회나 군이나 모두 힘없는 막내가 잡일을 담당하는 것이기에 군에 있는 카이론에게 있어서 그런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부하가 조금 반발한 것이 걸리긴 하지만 자신의 수하는 아니었기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얼마 있지 않아 치즈와 약간의 과일 안주가 카이론의 앞에 놓였다.
“잘 먹으마.”
뽕.
아리아가 있는 곳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카이론은 기회만 있으면 술을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 카이론의 앞에 힘겹게 몸을 옮긴 브론카가 털썩 앉고는 평소 자주 마시는 브락이라는 독한 술을 병째 입에 물었다.
“몬스터 토벌 때문에 오신 것입니까?”
“겸사겸사.”
“하아, 아리아 아가씨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저희 애들도 다들 아가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시 주변에서 아가씨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건 내가 있을 때고! 내가 없으면 모를 일이야. 그리고 아리아를 좋아해도 다들 너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잖아.”
카이론의 말에 브론카의 몸이 살짝 움찔거렸다. 확실히 뒷골목 인생이 그렇듯 자신의 내부에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 카이론의 말에 따라 정보를 관리하게 된 뒤로는 그런 것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지만 딱히 무슨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
조금 감시를 강화시키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자신이 여전히 완벽하게 수하들을 이끌지 못한다는 카이론의 숨겨진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걱정마십쇼. 제 쪽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말입니다. 그것보다 형님이나 조심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건 뭔 소리냐?”
브론카의 말에서 묘한 것을 느낀 카이론이 술잔을 내려놓고는 브론카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그런 카이론의 시선에서 상당한 한기를 느낀 것일까?
브론카의 거대한 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부르르 떨렸다.
카이론에게는 약점이자 절대적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아리아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론 자신에 관한 것이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분명 아리아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기에 과거 홀로 살 때와는 다르게 더욱더 악착같이 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금 브론카가 한 말에 카이론이 반응한 것이다. 무언가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을 브론카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어, 어제 들어온 소식입니다만 그, 4소대에 있는 소대장이라는 녀석이 있지 않습니까, 에가밀이라는 녀석 말입니다. 그 녀석이 이번 몬스터 토벌이 끝나고 나면 형님이 매번 공을 넘기는 비리를 고발할 것이라고 합디다.”
“뭐? 그 자식이?”
“예. 어제 술을 질펀하게 마시고는 계집들 품에서 말했다는데 군에 속해 있어서 함부로 건들지도 못하고, 애들은 귀찮게 한다고 처리 좀 해달라고 하고, 정말 미치겠습니다.”
브론카의 말에 카이론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행동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에 반해 싫어하는 이들 역시 있었는데 그들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에가밀이라는 4소대의 소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였다.
그는 항시 카이론의 행동을 걸고 넘어졌다. 지금까지야 급작스럽게 그런 행동을 보여서인지 아니면 평소 카이론이 인맥을 넓혀 놓아서인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들은 브론카의 말로 볼 때, 이번만큼은 절대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느낌도 왠지 그런 말을 들으니 좋지 않았다.
“쯧, 야, 이 등신아! 나야 그렇다지만 왜 가만히 있냐?”
“쳇! 저희들이 어떻게 합니까! 군에 속해 있는 녀석입니다.”
“아∼ 한동안 안 와서 그런 건가.”
카이론은 지끈거리는 두통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들이 정보를 팔아먹고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눈치챈 것이다.
“이 등신아. 보이지는 않지만 정보는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검이야. 에가밀 녀석의 약점 역시 몇 개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걸로 적당히 그 녀석과 줄다리기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에?”
“아, 진짜! 밥상 차려 줬으면 알아서 처먹어야 할 거 아니야!”
카이론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됐다. 일단 녀석의 약점이나 다 긁어 놔라. 그리고 녀석이 빼가는 내 정보를 알 수 있는 한 다 알아 오고, 뒷날 일이 끝나고 내가 녀석 물 좀 먹일 테니까 그거 보고 좀 배워라.”
“에? 예옙!”
카이론의 행동을 보건데 어중간하게 대답을 한다면 무언가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고는 없는 힘을 힘겹게 짜내어 대답하였다.
카이론이 성질을 부리면 지금 이런 정보를 정리하는 것보다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브론카는 자신의 선택이 합당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브락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 브론카를 잠시 기다려 준 카이론은 그 뒤로 브론카에게 당부할 것과 부탁할 것을 몇 가지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준비해야 할 것은 넘쳐 났으니 말이다.
***
추수철 몬스터 토벌의 선발대를 맡은 1, 4, 7소대는 영주의 짧은 연설을 듣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몬스터가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크라진 산맥으로 향했다.
숫자가 가장 늦다는 이유로 제일 뒤에서 움직이고 있는 7소대는 다른 두 소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군기가 빠진 모습으로 서로 히히덕거리며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다른 소대장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고, 소대원들은 부럽다는 듯이 힐끔거렸다. 그런 것을 보다 못한 4소대장이 크게 소리쳤다.
“모두 눈 돌리지 말고 앞 사람 대가리나 뚫어 봐!”
“옛!”
상당히 군기가 들어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초를 치는 사람은 꼭 있었다.
“거참 시끄럽게 소리 지르네. 몬스터가 소리 듣고 기습 준비하겠다.”
“흥! 7소대 녀석들은 몬스터 따위에게 겁을 먹나 보군.”
“허이구∼ 그럼 무섭지 않아서 항시 선발대를 구성할 때 뽑혀 가지고는 소대원들을 몬스터의 밥으로 던져 주는 건가?”
“크윽!”
“카이론, 그만해라.”
분해하는 에가밀의 모습에 크람드는 고개를 돌려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형식적으로 말을 했다.
“옛써! 두목.”
“닥쳐! 두목이라 하지 말랬지!”
하지만 곧 카이론의 말에 발끈해서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투닥거림에 주변에 있는 소대원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거렸다.
그런 다른 소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유쾌한 7소대의 이야기를 다른 소대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엿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일이 발생했고, 그런 일로 인해 다시 4소대장이 성을 내는 일이 생겼다.
‘크윽, 두고 보자, 카이론! 네 녀석을 반드시 두 번 다시는 기어 올라오지 못할 구렁텅이에 떨어트려 주마!’
여전히 무표정으로 크람드를 가지고 놀고 있는 카이론의 모습에 이를 꽉 깨문 에가밀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카이론을 노려보았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에가밀의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이 모른 척했기에 에가밀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절대 카이론과는 한 하늘 아래서 살고 싶은 생각이 다시 한 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