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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5화)
3. 추수철 몬스터 토벌―정찰(1)
모논 영지에서 출발한 선발 정찰대는 크라진 산맥에서 반나절이 조금 되지 않는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사방이 훤히 보이는 넓은 평지였다.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고, 많다면 많다 할 수이지만 이들이 모두 들어갈 만한 동굴도 없었고, 아주 드물게 오우거나 트롤 같은 대형 몬스터가 출몰을 하기도 하였다.
괜히 그들에게 동굴의 입구를 빼앗기게 된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생길 것이기에 이렇게 넓은 평지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밤에 야간 경비를 서야 할 이들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위험한 것보다는 나았기에 모두들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만 단 한 사람, 에가밀만은 달랐다. 이런 곳에 자리를 하게 된 것이 몇 년 전부터이긴 하지만 그것을 확고하게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카이론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 에가밀 한 사람으로 인해 4소대는 상당히 조용했다. 하지만 1, 7소대는 달랐다. 지급받은 식료품이 아닌 사냥을 통해 구해 온 산짐승을 구워 먹고 있는 중이었다.
거리도 거리였고, 무리한 이동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몬스터들이 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일어난 행동이었다.
“노릇노릇 잘도 익어 가는군. 리아는 저녁 잘 먹었겠죠?”
“에린 역시 잘 먹었겠지?”
“후아∼”
“하아∼”
카이론과 크람드는 동시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주변에서 노릇노릇 익어 가는 산짐승을 바라보고 있던 소대원들의 고개가 동시에 흔들거렸다.
정말로 말릴 수 없는 이들이라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 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야! 케일, 이 자식아! 제대로 안 돌려? 타면 죽여 버린다!”
“이병 케일! 알겠습니다!”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산짐승이 익어 가는 것을 귀신같이 판단해 케일을 갈구는 것을 멈추지 않는 카이론의 행동에 소대원들을 이제는 질렸다는 듯 결국 고기만을 바라보았다.
어서 익어 자신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
세 소대의 소대원들은 각 소대장을 중심으로 모여 소대에 맡게 어울려 앉았다. 정렬을 하여 앉은 1, 4소대도 있고, 반대로 그냥 둥글게 둘러앉은 7소대도 있었다.
“모두들 몇 년째 들었던 이들도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한다. 사전에 카이론이 정찰을 해 본 바로는 주변에는 놀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모두 카이론이 가지고 온 것을 몸에 바르고 행동한다. 조는 삼인 일조이다. 무리해서 접근할 필요는 없고, 공을 세우기 위해 홀로 떨어져 나온 몬스터를 잡을 필요도 없다. 정찰을 도는 녀석들이 있다면 일단 피하고 그들이 머물고 있는 부락의 대략적인 위치만을 찾아온다.”
“옙!”
약 서른 명의 7소대원들이 동시에 낮은 목소리로 굵게 대답했다. 어제는 살짝 들뜬 기분으로 넓은 들판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지만 지금은 크라진 산맥이 눈에 들어오는 거리에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위험함을 느끼고 있었다. 단체로 싸우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들의 동기나 선, 후임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작 자신들의 정해진 조원들을 이끌고 몬스터들의 서식지를 찾아야 했다. 걸리면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 줄 이들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각 분대장들은 아직 몬스터 토벌에 참여하지 못했던 막내들을 잘 돌봐 주고.”
“걱정 마십쇼. 저 멀찍이 떨어트려서 구경하게 할 테니 말입니다.”
7소대에서 카이론 다음으로 가장 오래 근무를 한 하른이 씨익 웃으며 막내들을 돌아보았다. 그런 하른의 살벌한 미소에 막내들의 몸이 한 차례 떨려 왔다.
평소 카이론과 다르게 막내들을 잘 돌보지만 조금 흥분하면 그런 모습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 처리만큼은 확실했다.
나름 카이론과 지낸 시간이 길었기에 보고 배운 것이 많았다. 그렇기에 7소대는 대부분 고참들이 못하는 것이 없었다.
고문관 같이 눈에 띄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소대였다.
“그래, 하른을 비롯한 나머지 분대장들 역시 제대로 신경을 쓰도록 해 줘라. 괜한 영웅심 발휘하지 않게 잘 감시하고, 그리고 카이론.”
크람드는 카이론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카이론은 자신의 소대뿐만이 아닌 다른 소대에서도 알아주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아마 군을 나가서도 몬스터 사냥꾼이나 그냥 사냥꾼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고도 남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카이론은 막내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카이론이 맡은 구역은 항시 많은 몬스터들이 출몰했고, 재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인지 강력한 몬스터들을 불러모았다.
괜히 막내들을 돌보거나 알려주기 위해 데리고 돌아다니다가는 막내들뿐만이 아닌 카이론 역시 위험해졌기에 홀로 행동했다.
그렇지만 정찰시 삼인 일조가 규칙이었기에 못내 마음에 걸리는 크람드였다.
“나는 알아서 잘할 테니 두목님은 애들이나 잘 돌봐 주십쇼.”
“닥쳐! 두목이라고 하지 말랬지!”
“옛써!”
활기 찬 목소리로 일어난 카이론을 시작으로 7소대원들은 자신들의 장비를 챙겼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짧은 숏소드 한 자루를 비롯해 단검이 2, 3개씩 걸려 있었다.
가끔 드물게 활을 메고 있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이들의 수는 적었다. 카이론이 있는 소대는 활을 담당하는 궁병 소대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훈련 중 다루기는 하지만 딱히 대단한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나름 활을 잘 다루는 이들 몇몇만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과는 다르게 카이론은 자신이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겼다. 활부터 시작해 숏소드와 단검을 비롯해 등에는 짧은 단창을 두 자루나 메고 있었다.
그런 카이론의 장비를 처음 보는 이들은 불편해 보인다고 할 법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카이론은 움직이는데 불편한 것이 없었다.
벌써 몇 년째 거치면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상태를 알고 있었다. 거기에 왜인지 모르게 카이론은 남들보다 힘이 좋고, 운동 신경과 반사 신경이 뛰어났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무기를 비슷비슷하게 다뤘다.
“흐음, 빨리 끝내고 돌아오도록 하고, 올 때 저녁거리 잘 챙겨 와라∼”
“모두들 조심해라∼”
“혼자 들떠서 뒤지지 말고!”
7소대 소대원들 중 위쪽에 있는 고참들이 짧게 한마디씩 하고는 각자 자신들이 맡은 위치로 향했다.
“으하암! 이번에는 뭐 좋은 거 못 건질라나?”
가장 늦게까지 자리에 있는 카이론의 작은 말을 들은 크람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적당히 해 처먹어 자식아. 괜히 네 녀석 몸에 이상이 생기면 리아만 고생이니까.”
“걱정 마십쇼, 두목.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챙기니까. 그럼 이만! 추웅썽!”
“이 자식아! 우리들이 하는 구호는 그게 아니라고 했지!”
자신들끼리 하는 것과는 다르게 가끔씩 혼자서 저런 것을 하는 카이론의 행동에 크람드가 버럭 성을 냈지만 이미 등을 돌린 카이론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카이론을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본 크람드는 곧 그런 생각을 지우고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걱정스러운 분대가 향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들 믿음직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소대장인 크람드에게 있어서는 걱정스러운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한편, 카이론은 보기와는 다르게 빠르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보기에는 산책을 하듯이 가볍게 걸어 올라가는 것 같았지만 그의 몸은 쭉쭉 산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정신없이 사방을 경계했다. 어제 돌아 봤던 곳이긴 하지만 혹시 방금 전이라도 놀이 지나갔을 수도 있기에 경계를 취했다.
거기에 가볍게 올라가는 것 같지만 언제든지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수풀이나 커다란 나무 등이 있는 곳만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카이론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지만 그런 것을 지켜보는 이는 없었다.
‘슬슬 나타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카이론이 움직이는 길은 몬스터가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몬스터가 나타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몸에서 다른 냄새가 나나 확인해 봤다. 몬스터들은 대부분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었기에 약초 등을 사용해 최대한 인간의 냄새를 지워야 했다.
타닷.
갑작스럽게 카이론의 눈이 번뜩이더니 근처에 있던 가장 큰 나무를 빠르게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최대한 나뭇잎 사이로 몸을 숨기고는 한쪽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잠시 뒤 카이론이 바라보는 곳에서 한 무리의 놀 떼가 나타났다. 다른 놀들과는 다르게 진붉은 털이 상당수 섞인 거대한 놀의 뒤로 약 십여 마리가 조금 넘는 강인한 기운을 풍기는 놀들이 따르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강한 자를 우두머리로 섬겼기에 카이론의 눈에 보이는 독특한 털색을 갖고 있는 놀이 대장이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조금 생각이 있는 다른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놀같이 그다지 지성이 발달되지 않은 몬스터들은 강한 이들이 직접 사냥을 나섰다.
늦은 밤이 아니었기에 분명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한 움직임이라 생각했다.
‘조금 많군.’
기사들이라면 괜찮겠지만 기사가 아닌 카이론은 모든 일이 상당히 걱정스러웠다. 거기에 기사처럼 자만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무슨 변수가 생길지 알 수가 없었다.
‘잡을까? 상당한 이득이 될 것 같은데.’
우두머리가 없는 몬스터들의 단합력을 비롯해 힘은 반 이하로 줄 것이라는 점으로 인해 이득이 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