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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가드 1권(6화)
3. 추수철 몬스터 토벌―정찰(2)


일종의 돌연변이 몬스터 같은 놀의 특정 부위를 팔거나 가죽을 판다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이득이라 생각하는 카이론이다.
그렇기에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몬스터도 아닌 놀이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승산이 있었다. 놀의 약점.
빠르고 민첩하긴 하지만 놀은 나무를 타지 못한다. 거기에 하나 더, 카이론이 생각했던 놀의 습성 중 하나인 사냥이다.
사냥을 하게 되면 놀들은 별생각 없이 달려들어 사냥을 한다. 뒷다리가 발달한 몬스터였기에 단순하게 달려서 사냥을 한다.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놀에게 그런 것은 통용되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성공하는 사냥법이니 말이다.
카이론은 날다람쥐같이 자신의 기척을 죽이며 놀을 쫓기 시작했다.
‘어서 나타나라!’
카이론이 기다리는 것은 사냥감이었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불리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전에 사냥감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놀을 잡는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꾸이이익!
카이론의 바람이 닿은 것일까? 검은 털의 상당히 거대한 멧돼지 한 마리가 얌전히 숨어 있던 중 놀의 기척을 느끼고는 도주를 시작했다.
캬앙!
붉은 놀의 괴성에 동시에 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멧돼지는 한 마리가 아니었는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놀의 공격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됐다!’
드드득.
카이론이 끊어질 것같이 위태위태할 정도로 활시위를 당겼다.
퉁.
푸슉!
활을 떠난 화살이 작은 아기 멧돼지의 뒤를 쫓아 홀로 사라진 놀의 뒤를 노렸다. 이미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졌지만 카이론은 활시위를 놓은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쪽으로 몸을 날렸다. 마치 카이론이 노렸던 놀 따위는 더 이상 돌아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사냥 시작이다!”
카이론이 혀로 입술을 살짝 축였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어느 한순간 사냥이 아닌 쫓김으로 바뀔 수가 있다는 본능적인 생각에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인 것이다.
‘붉은 녀석이 간 쪽으로 네 마리가 따라갔지?’
카이론이 가볍게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앞으로 빠르게 뛰어가며 등 뒤에 짧은 두 단창을 연결하여 긴 창으로 바꾸고는 허리 뒤쪽에 걸려 있던 화살통을 등 뒤로 꺼내기 편하게 자리를 바꾸었다.
그 두 가지 일은 순식간에 행해진 일이었다.
모든 전투 태세를 갖추자 카이론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인간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꾸에엑!
멀찍이서 멧돼지가 잡힌 것인지 고통에 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소리에 카이론은 다리에 더욱 힘을 박찼다.
‘찾았다!’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여전히 멧돼지를 쫓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놀들이 보였다.
‘일단 첫 목표는 저 녀석!’
가장 뒤처져 멧돼지 사냥에 동참하고 있는 놀을 카이론은 다시 화살을 하나 꺼내어 겨누었다.
겨냥을 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길게 앞으로 뛰며 잠시 숨을 참는 단 한 호흡.
탱.
시위를 떠난 활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런 화살이 다 도달하기도 전에 카이론은 다시 다른 화살을 하나 꺼냈다.
푸슉.
쿠다당.
캬릉?
컁?
갑작스레 들린 소리에 멧돼지를 쫓던 놀들이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이었다.
퍽!
박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멈추어 선 놀 한 마리의 머리를 화살 한대가 뚫고 들어갔다.
크아앙!
수하의 죽음으로 인해서일까? 붉은 놀이 거친 괴성을 지르고는 자신들을 노린 자가 있을 법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퍽!
이번에도 일말의 흔들림 없이 붉은 놀의 바로 옆에 붙어 있던 한 놀의 머리에 화살 구멍이 생겼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식간에 붉은 놀을 쫓아온 네 마리의 놀 중 세 마리의 머리에는 있으면 안 될 구멍이 생겨나며 생을 마감했다.
‘두 마리!’
카이론은 달려 나가던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놀들이 분명 붉은 놀의 괴성에 반응해 모여들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놀이 비록 나무를 못 타긴 하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놀의 능력이라면 나무를 타는 것이 아니라 부러트릴 것 같았기에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붉은 놀만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카이론의 행동에 붉은 놀과 함께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있던 놀이 사냥을 그만두고는 자신들에게 위험한 신호를 보내는 카이론에게 달려들었다.
두 몬스터의 공격에 카이론은 활을 집어 던졌다. 활을 쓴다면 더 쓸 수 있기는 하지만 활보다는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카이론이 이번에 꺼내 든 것은 허리와 허벅지 쪽에 자리해 있던 단검들이었다. 그런 단검들은 꺼내지기가 무섭게 쏘아져 나갔다.
투척을 위해 꺼내 든 것이다. 마치 묘기를 부리는 이들 같이 카이론이 날린 단검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먼저 달려오는 붉은 놀의 하체를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오크보다는 적은 개채수이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를 유지하는 놀이었기에 그들의 싸움 방법은 이미 카이론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물론 이렇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많은 위험이 있었다. 거기에 익숙해진 뒤로도 그랬다.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것같이 생각하고 움직이던 중 목숨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기에 카이론은 생각한다.
자신이 던진 이 단검보다 작은 나이프 같은 검을 붉은 놀이 어떻게 피할지 수없이 많은 길로 보고 있었다.
‘위다!’
카이론의 눈이 한순간 날카롭게 변하며 생각을 마치기가 무섭게 붉은 놀은 카이론의 생각대로 위로 높게 뛰어올랐다.
캬앙!
다른 놀보다 거대한 붉은 놀이 앞쪽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였는지 뒤에서 다가오던 놀이 카이론의 던진 단검에 다리에 상처를 입으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나 놀은 없었다. 서로 다른 두 존재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읽어낼 생각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는 카이론이 붉은 놀의 움직임을 먼저 읽었지만 이번에는 붉은 놀이 먼저였다.
캬앙!
카이론의 움직임에서 목숨의 위기를 느낀 붉은 놀은 큰 괴성을 지르며 카이론에게 떨어져 내렸다.
“늦었다! 이 빨갱아!”
말을 마친 카이론은 일찍이 단검을 뿌리기 전에 땅속에 박아 놓은 창을 던졌다.
후웅.
“큭.”
창을 던진 카이론은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너무 강한 힘을 주었기 때문인지 오른쪽 어깨로 느껴지는 강인한 통증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푹.
보여서 막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짐승적인 본능으로 위기를 느낀 붉은 놀이 공중에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는 두 양팔을 교차하며 창을 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두 팔을 비롯해 가슴까지 창이 꿰뚫었다. 놀의 가죽이 방어적인 면으로 팔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절대 약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실로 놀라운 힘이었다.
캬아아아아!
약한 몬스터로 취급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보다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놀이었기에 붉은 놀은 팔과 가슴에 시원한 바람 구멍을 만든 상태로 카이론에게 달려들었다.
죽이면 된다.
죽이면 산다.
그것뿐이었다.
서걱.
창에 꿰뚫린 채로 달려들던 붉은 놀과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투두득.
단숨에라도 카이론을 물어뜯어 버릴 것 같은 붉은 놀의 머리가 몸과는 뚝 떨어진 곳에 떨어져 내렸다.
촤자작.
나름 잘 관리한 자신의 숏소드에 묻은 피를 가볍게 휘둘러 털어냈다.
“가죽은 상당히 좋은 것 같은데?”
목이 떨어진 붉은 놀의 가죽을 살짝 쓰다듬어 본 카이론은 다시 바닥에 떨어져 있는 활을 주어 들었다. 아직 잡지 못한 놀이 몇 마리 더 남았으니 말이다.
“빨리 정리한 뒤에 돌아가야겠네. 이거 너무 늦어서 아무 곳도 정찰을 못하고 가게 생겼구만. 쯧.”
짧게 혀를 찬 카이론의 손에서는 날카로운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이제 곧 사냥이 끝날 시간이다.



4. 추수철 몬스터 토벌―토벌의 시작(1)


선발대가 출발한 곳에 도착한 카이론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에 많은 수익을 얻어 즐겁던 표정이 갑작스럽게 굳어졌다.
“어이, 늦었네.”
“아, 조금 오는 길에 몬스터를 만나서 말이야. 그런데 무슨 일이냐?”
다행히도 같은 소대에 있는 분대장 중 한 명인 바빌이 먼저 말을 걸어와 주었기에 카이론은 어렵지 않게 지금의 사정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으흐흑,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바빌에게 전후 사정의 이야기를 다 듣기가 무섭게 한 병사가 대성통곡을 하듯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런 병사로 인해 착 가라앉은 분위기는 더욱더 무겁게 됐다.
“아아, 짜증 나.”
“응?”
카이론의 작은 중얼거림에 바빌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며 문득 불안함을 느꼈다.
턱, 털그렁.
카이론은 자신이 사냥한 몬스터의 부산물과 무기 등을 거칠게 내려놓고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카이론이 향한 방향은 당연스럽게도 큰소리로 울고 있는 병사가 있는 곳이었다.
“으흑, 내가, 내가 죽었어야 해! 모두 나 때문이라고!”
퍽!
“커헉!”
평생 울 것을 오늘 안에 다 울어 버리려던 병사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정말 짜증 난다고 너 같은 새끼는!”
병사를 때린 것은 카이론이었는데 그것으로 끝을 낼 생각이 아니었는지 카이론의 주먹은 빛살과 같이 움직이며 젊은 신임 병사의 몸을 누비기 시작했다.
무슨 무술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구 휘두르는 주먹이었지만 주먹에 실린 힘이 대단했기에 젊은 병사의 몸은 가죽 북이라도 되듯이 거칠게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자, 자모해, 컥!”
“뭐해! 어서, 카이론 말려!”
갑작스러운 사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4소대 소대장인 에가밀이 주변에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딱히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병사들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 되자 결국 자신의 소대원의 일이었기에 에가밀이 직접 움직이고 말았다. 평소 카이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을 이번 기회에 이용할 생각이었다.
“개자식! 멈추라는 말 안 들리나!”
“꺼져!”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다가오는 에가밀을 카이론이 으르렁거리며 잠깐 노려보았다.
‘뭐, 뭐야!’
에가밀은 카이론의 시선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포식자가 당장에라도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에가밀을 뒤로하고 카이론의 주먹이 다시 움직이자 에가밀은 눈을 돌려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병사들의 시선은 카이론과 울고 있던 병사에게 향해 있지만 왠지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에가밀은 고개를 푹 숙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당장에 달려가 카이론을 눕히고는 신명나게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단 한 발도 꼼짝달싹할 수가 없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얼마간의 구타가 끝나자 카이론은 마지막으로 젊은 병사의 멱살을 쥐어 잡고는 자신의 얼굴 앞으로 끌어당겼다.
“네 녀석 잘못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처 짜고 있었냐?”
“자, 자모해어요. 흐윽.”
이제는 죄책감을 떠나 고통으로 인해 훌쩍이기 시작한 젊은 병사를 보고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카이론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녀석 때문에 죽은 자일에게는 몸이 약한 여동생이 있다. 그녀석이 나한테 먼저 찾아와서 그러더군. 그 무뚝뚝한 녀석이 말이야. 동생에게 무슨 선물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야. 너는 그런 녀석을 죽인 거다. 알겠냐? 이 씹새야! 그러고는 하는 말이 죄송하다? 대신 죽었어야 했다? 말만 처 하지 마!”
“…….”
“그따위 말할 시간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돈이라도 벌어서 자일의 여동생 약값이라도 대 줄 생각이나 해. 이 병신아!”
카이론이 거칠게 젊은 병사를 밀어내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대충 던져 놓은 장비를 챙기러 향했다.
“끄윽, 끅.”
젊은 병사이자 오늘 자일의 희생으로 인해 몬스터에게서 살아남은 그오로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울음을 참았다.
그러며 몬스터끼리의 싸움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위치가 발각되어 도주하던 중 자신을 감쌈으로 인해 오크가 휘두른 몽둥이에 머리가 깨져 죽은 자일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군에서는 당연하게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자신에게 강력한 처분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누구보다도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방금 카이론이 한 말대로 자일의 여동생을 돌봐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소대에 들어온 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기에 소대원들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자일에 대해서는 부모가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뜻은 결국 몸이 좋지 않은 자일의 여동생 혼자 이 힘든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절대 불가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그오로는 카이론에게 당한 구타로 인해 고통스러운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리고는 낮은 신분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오로의 뒤에서 카이론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케일! 이 자식 어디 있어! 막내면 서둘러 고참 물품 정리해 놓았어야 할 거 아니야! 어디서 고참이 하는 일을 멀뚱이 지켜보고만 있어!”
“이병 케일! 죄송합니다!”
순간 그오로는 자신의 소대에 카이론이 없다는 것에 작게나마 한숨을 쉬었다. 아마 있었다면 나름 뛰어나단 소리를 듣는 자신 역시 고문관이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