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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솔트 1화
1. 악연 (1)
“……우는 거예요?”
상진이 조금 놀란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태환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물기를 자각했다. 어느덧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진은 작게 혀를 차며 손끝으로 태환의 눈 아래를 매만졌다. 눈물을 닦아 내는 손길은 몹시 부드러웠지만 새삼 감동은 없었다. 도리어 그 다정한 손길에 태환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반항하듯 고개를 돌렸으나 상진의 손은 집요했다. 물기를 훔치며 눈가를 매만지던 손끝이 어느새 농염하게 주변 피부를 쓰다듬었다.
“왜 울고 그래요, 자기가 잘못해 놓곤…….”
마음 약해지게, 하고 상진이 뻔뻔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태연하기 짝이 없는 말에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태환은 상진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유려한 얼굴로 무표정하게 태환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이를 세웠을 뿐.
눈가를 방황하던 손가락이 뺨을 쓰다듬었다. 뜨거운 손바닥은 굴곡을 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이며 턱이며 가릴 것 없이 얼굴 위를 느긋하게 맴돌았다. 손가락이 곧 목 아래로 미끄러져 열린 셔츠 사이를 파고들었다.
태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위협적인 소리라는 것이 꼭 크기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얇은 천의 작은 구멍과 단추가 풀려 나가는 작은 소리가 소름 끼칠 정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으읍…….”
마지막 단추가 풀리고 셔츠 자락이 벌어져 반쯤 벗겨졌을 때, 태환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말은 웅얼거리는 소리가 되어 입 주위만 맴돌았다. 상진에게 선물로 받은 넥타이가 단단히 입을 막고 있는 탓이다.
이놈의 넥타이가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고 선물이라며 마냥 좋아했던 30분 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저 좋아 헤실거렸던 과거의 자신을 딱 다섯 대만 때려 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과 하고 싶은 말조차 할 수가 없는 갑갑함에 문득 부아가 치밀었다. 태환은 밋밋한 자신의 가슴을 더듬는 상진을 발로 차 내려 했지만, 시도가 무색하게 외려 그에게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상진은 간단히 발목을 잡아 다리를 벌리고는 생긋 웃었다.
“뭐야, 싫어서 우는 줄 알았더니 하고 싶어서 우는 거였나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다니.”
아니야, 얼굴만 반반한 개자식아! 태환은 막힌 입으로도 기세 좋게 소리쳤다. 읍읍, 하는 애처로운 소리로 들릴 뿐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너무 그렇게 재촉하지 마세요, 선배. 아직 밤은 길고 기니까. 너무 도발하면 나…… 미쳐 버릴지도 몰라요…….”
제법 섹시하게 말꼬리를 흐린 상진이 무언가를 집어 들고 보란 듯이 입을 맞추었다. 인간 박상진, 다른 것은 몰라도 생긴 것만은 제법 반반해서, 만약 지금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태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웃어 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침대 헤드에 팔이 묶이고 입에 재갈을 대신해 넥타이가 물리지 않았다면, 박상진의 아래에 다리를 벌리고 깔린 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사람이란 섬세한 동물이라서, 아무리 녀석이 자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어도 몸이 구속되자 어쩔 수 없는 공포가 느껴졌다. 뒷골이 저릿저릿했다.
……아니다. 오늘 저 녀석은 나를 죽이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김태환은 뒤늦게 박상진이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교에 익숙하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저런 흉물을 쓸 생각을 한단 말인가.
“왜 그렇게 겁에 질린 강아지 같은 눈으로 봐요? 그래 봤자 내 거보다 작은 사이즈인데. 새삼 보니까 무서워요?”
상진은 다정하게 말했다. ‘귀엽네.’라는 소곤거림이 귓가에서 살근거렸다. 태환은 그딴 거 갖다 버려! 하고 막힌 입술로 절규했다.
상진이 손에 쥔 건 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떠 만든 장난감이었다. 모조 성기 아래에는 스위치까지 장황하게 달려 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것을 들고, 상진은 장난치듯 태환의 뺨에 톡톡 두드렸다.
표면이 고무로 되어 있어 딱딱하지는 않으나 무기질 특유의 서늘한 질감에 태환은 소스라쳤다. 사색이 되어 어깨를 움츠리는 그를 보고 상진이 부드럽게 웃었다.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선배. 뭐 내 거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황홀한 밤을 위해선 약간의 생소함 정도야 감당할 만할 거예요. 안 그래요?”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날리며 후배가 뻔뻔스레 속삭였다. 낮은 속삭임에 대고 전혀 안 그래, 하고 말해 줄 수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그럼, 일단 가볍게 한번 가 볼까요.”
결국엔 생소한 물건을 눈앞에 두고 긴장하는 태환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듯했다. 상진은 긴장으로 굳은 태환의 어깨에 입을 맞추며 노래하듯 흥얼거렸다. 바이브레이터를 손안에 굴리며 즐거워하던 건 잠시 멈추더니, 장난감을 집어 던지고 바지를 벗겨 내렸다.
오늘도 이렇게 당하는구나 싶어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찔끔 났다. 그러잖아도 한번 할 때마다 끝장을 보고 마는 놈인데, 정말 오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곡소리가 절로 났다.
아이고, 어머니. 제가 어쩌다 저런 상 변태 호모 새끼를 만나 이렇게 되었을까요…….
1. 악연 (1)
“……우는 거예요?”
상진이 조금 놀란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태환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물기를 자각했다. 어느덧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진은 작게 혀를 차며 손끝으로 태환의 눈 아래를 매만졌다. 눈물을 닦아 내는 손길은 몹시 부드러웠지만 새삼 감동은 없었다. 도리어 그 다정한 손길에 태환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반항하듯 고개를 돌렸으나 상진의 손은 집요했다. 물기를 훔치며 눈가를 매만지던 손끝이 어느새 농염하게 주변 피부를 쓰다듬었다.
“왜 울고 그래요, 자기가 잘못해 놓곤…….”
마음 약해지게, 하고 상진이 뻔뻔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태연하기 짝이 없는 말에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태환은 상진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유려한 얼굴로 무표정하게 태환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이를 세웠을 뿐.
눈가를 방황하던 손가락이 뺨을 쓰다듬었다. 뜨거운 손바닥은 굴곡을 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이며 턱이며 가릴 것 없이 얼굴 위를 느긋하게 맴돌았다. 손가락이 곧 목 아래로 미끄러져 열린 셔츠 사이를 파고들었다.
태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위협적인 소리라는 것이 꼭 크기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얇은 천의 작은 구멍과 단추가 풀려 나가는 작은 소리가 소름 끼칠 정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으읍…….”
마지막 단추가 풀리고 셔츠 자락이 벌어져 반쯤 벗겨졌을 때, 태환은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말은 웅얼거리는 소리가 되어 입 주위만 맴돌았다. 상진에게 선물로 받은 넥타이가 단단히 입을 막고 있는 탓이다.
이놈의 넥타이가 어떻게 쓰일지도 모르고 선물이라며 마냥 좋아했던 30분 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저 좋아 헤실거렸던 과거의 자신을 딱 다섯 대만 때려 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과 하고 싶은 말조차 할 수가 없는 갑갑함에 문득 부아가 치밀었다. 태환은 밋밋한 자신의 가슴을 더듬는 상진을 발로 차 내려 했지만, 시도가 무색하게 외려 그에게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상진은 간단히 발목을 잡아 다리를 벌리고는 생긋 웃었다.
“뭐야, 싫어서 우는 줄 알았더니 하고 싶어서 우는 거였나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다니.”
아니야, 얼굴만 반반한 개자식아! 태환은 막힌 입으로도 기세 좋게 소리쳤다. 읍읍, 하는 애처로운 소리로 들릴 뿐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너무 그렇게 재촉하지 마세요, 선배. 아직 밤은 길고 기니까. 너무 도발하면 나…… 미쳐 버릴지도 몰라요…….”
제법 섹시하게 말꼬리를 흐린 상진이 무언가를 집어 들고 보란 듯이 입을 맞추었다. 인간 박상진, 다른 것은 몰라도 생긴 것만은 제법 반반해서, 만약 지금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태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웃어 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침대 헤드에 팔이 묶이고 입에 재갈을 대신해 넥타이가 물리지 않았다면, 박상진의 아래에 다리를 벌리고 깔린 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사람이란 섬세한 동물이라서, 아무리 녀석이 자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어도 몸이 구속되자 어쩔 수 없는 공포가 느껴졌다. 뒷골이 저릿저릿했다.
……아니다. 오늘 저 녀석은 나를 죽이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김태환은 뒤늦게 박상진이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럴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교에 익숙하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저런 흉물을 쓸 생각을 한단 말인가.
“왜 그렇게 겁에 질린 강아지 같은 눈으로 봐요? 그래 봤자 내 거보다 작은 사이즈인데. 새삼 보니까 무서워요?”
상진은 다정하게 말했다. ‘귀엽네.’라는 소곤거림이 귓가에서 살근거렸다. 태환은 그딴 거 갖다 버려! 하고 막힌 입술로 절규했다.
상진이 손에 쥔 건 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떠 만든 장난감이었다. 모조 성기 아래에는 스위치까지 장황하게 달려 있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것을 들고, 상진은 장난치듯 태환의 뺨에 톡톡 두드렸다.
표면이 고무로 되어 있어 딱딱하지는 않으나 무기질 특유의 서늘한 질감에 태환은 소스라쳤다. 사색이 되어 어깨를 움츠리는 그를 보고 상진이 부드럽게 웃었다.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선배. 뭐 내 거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황홀한 밤을 위해선 약간의 생소함 정도야 감당할 만할 거예요. 안 그래요?”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날리며 후배가 뻔뻔스레 속삭였다. 낮은 속삭임에 대고 전혀 안 그래, 하고 말해 줄 수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그럼, 일단 가볍게 한번 가 볼까요.”
결국엔 생소한 물건을 눈앞에 두고 긴장하는 태환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듯했다. 상진은 긴장으로 굳은 태환의 어깨에 입을 맞추며 노래하듯 흥얼거렸다. 바이브레이터를 손안에 굴리며 즐거워하던 건 잠시 멈추더니, 장난감을 집어 던지고 바지를 벗겨 내렸다.
오늘도 이렇게 당하는구나 싶어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찔끔 났다. 그러잖아도 한번 할 때마다 끝장을 보고 마는 놈인데, 정말 오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곡소리가 절로 났다.
아이고, 어머니. 제가 어쩌다 저런 상 변태 호모 새끼를 만나 이렇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