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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 오빠, 꺼냈어?
핸드폰을 쥔 예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한 손으로는 벨트를 풀어 침대 위에 던졌다. 호텔방 문이 제대로 잠겨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한 예준은 급하게 바지를 벗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분신은 드로즈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 나 지금 오빠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있어. 입으로 해 줄 거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존댓말이 반말로, 꿀처럼 달콤했던 목소리가 색정적으로 변한 것은 10분 전쯤이었다.
오늘 많이 바빴냐며, 밥은 먹었냐며, 피곤하지 않냐며, 그녀는 예준의 안부를 묻다가 대뜸 폰섹스를 제안했다. 오늘도 고생한 당신을 위한 ‘특별 이벤트’라는 말과 함께.
폰섹스가 처음인 예준은 당황스러웠다.
물론 시도해 본 적은 있다. 출장이 잦아 밤마다 외로웠기에, 그녀에게 전활 걸어 섹스를 유도해 보기도 하고,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끄러워하며 거절 의사를 확실히 내비친 그녀였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그녀가 평소 하지도 않는 야한 말로 적극적으로 폰섹스를 리드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그녀의 신음 소리에 예준은 미칠 것 같았다.
― 혀끝으로 살짝 핥았는데, 어때? 끝까지 먹어 줄까? 입안 가득…….
“하아…….”
드로즈를 벗은 예준은 탁한 신음을 흘리며 벌떡 솟아오른 페니스를 손에 쥐었다.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고개를 뒤로 젖힌 예준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나도 넣어 줘. 엎드릴게. 내 엉덩이 보여? 꽂아.
“헉.”
그녀의 탐스럽고 하얀 엉덩이, 꿀이 줄줄 흐르고 있는 허벅지 안쪽, 그녀의 젖은 다리 사이에 페니스를 꽂는 상상을 하자, 예준의 손에 속도가 붙었다.
― 아! 아! 아!
그녀의 신음이 빨라질수록 그의 손장난도 빨라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창한 페니스는 거대했다.
“아.”
짧은 외마디 호흡과 함께 사정을 해 버린 예준은 숨을 가다듬으며 핸드폰 볼륨을 높였다. 그녀의 작은 숨소리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볼륨은 최대치까지 올라갔다.
― 아흥. 오빠, 나 갈 것 같아. 더 빨리.
그녀의 아찔한 신음에 예준은 침을 꼴깍 삼켰다. 남자다움의 상징, 목울대의 굴곡이 도드라졌다.
― 오빠…… 쌌어요?
예준은 고개를 숙였다. 하늘로 치솟은 페니스가 아직도 팽팽했다. 이미 한차례 물을 뺐는데도 식을 줄을 몰랐다.
“난 아직. 하윤아, 좀 더 노력해야겠는데?”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이대로 끝낼 순 없지.
예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아직이라고요? 서지도 않았어요?
곧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이만큼 노력했는데 서지도 않았다고 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가?
“네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설 것 같기도 하고.”
― 조금만 더요?
동그란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어떻게 하면 내 물건을 서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을 그녀의 하얀 얼굴을 떠올리자, 페니스 끝에서 또다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미치겠네. 또 쌀 것 같아. 그만 항복할까?
― 그럼 다시 시작할게요.
생각해 봤는데 이건 이벤트가 아니라 고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승부욕 강한 그녀는 좀 전과는 또 다른 색기가 넘쳐흐르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나 지금 팬티 벗었어.
또 반말이다. 아홉 살이나 많은 내게 이럴 때 반말해 보지 언제 하겠냐는 심보 같기도 하고, 왠지 그녀가 귀여워 예준은 피식 웃었다.
― 오빠. 어제 내가 챙겨 준 출장 가방 좀 열어 볼래?
“지금?”
움직이기도 곤란한데.
― 빨리.
예준은 페니스를 쥐고서 겨우 움직였다. 옷장 안에서 꺼낸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 열었어? 맨 밑에 지퍼 열면, 분홍색 파우치가 있을 거야.
지이이익.
지퍼를 열자, 그녀의 말대로 분홍색 파우치가 나왔다.
언제 이런 걸 넣어 놨지?
의문스럽게 파우치를 보던 예준은 그 안에서 여자 속옷을 발견했다.
강렬한 레드 색상의 티팬티.
“이건…….”
첫날밤에 그녀가 입었던 속옷이었다. 코끝으로 그녀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매일 물고 빨아도 질리지 않는 그녀의 몸 때문에 회사에 출근해서도 곤란할 때가 많았다.
그녀의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이놈이 벌떡 서곤 했으니까.
― 그때 생각나? 우리 처음으로 그 자세 해 봤잖아. 난 오빠 거. 오빠는 내 거.
당연히 생각나지. 하마터면 그녀의 입안에 실수를 할 뻔했으니까.
그날을 생각하니 의지와 상관없이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 내 팬티 촉감이 어떤지 오빠 걸로 느껴 볼래?
원격 조종을 당하는 로봇처럼 어느새 그녀의 말대로 몸이 움직였다.
실크 원단의 팬티를 손에 쥔 채 다시 기둥을 움켜잡았다.
― 나 다리 벌렸는데 보여? 젖었을 거야.
이슬이 맺힌 그녀의 분홍빛 속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꿈틀거리며 작게 벌어진 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제 물건을 박아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젠장. 헉. 헉.”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예준은 아까와는 다르게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신음을 흘렸다. 그의 솔직한 신음에 그녀도 용기를 얻었는지 더 야한 소리를 냈다.
― 아! 아! 오빠, 아흑. 더 빨리.
탁, 탁, 탁탁탁…….
귀두 끝에서 새어 나온 분비물로 기둥은 번들거렸다. 그게 윤활유가 되어 손의 움직임이 한결 수월했다. 예준의 호흡이 미칠 듯 거칠어졌다.
“……하아.”
순간, 입이 벌어졌다. 사정감에 몸을 떨며 예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 쏟아 낸 분비물을 바라보던 예준은 그래도 죽지 않는 제 물건 때문에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윤아, 그만…… 그만하자. 날 죽일 셈이야?”
― 나 성공했어요?
“그래.”
― 그럼 다음은 욕실에서 해요. 나 지금 다 벗고, 욕조에 들어갈 거야.
또 한다고? 그것도 욕실에서?
예준은 거울 속 피폐해진 자신의 몰골을 바라봤다.
“안 돼.”
― 왜요?
“욕조에 들어가지 말고, 자지도 말고, 기다려.”
― 네?
“끊자.”
전화를 끊은 예준은 벌떡 선 페니스를 드로즈 안에 억지로 구겨 넣고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강 비서.”
― 네. 상무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내일 미디어센터 시찰부터, 관계자 미팅까지 일정 빡빡하니까, 얼른 주무시는 게…….
“나 집에 좀 갔다 올게.”
― 뭐, 뭐라고요?
강 비서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데도 예준은 바닥에 싼 것을 치운 뒤 지갑을 챙겨 외투를 입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내일 시찰이 11시였던가? 그 전에 올 테니까. 걱정 말라고.”
―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어. 무지 급한 일이야.”
― 아니, 무슨 급한 일이길래……. 상무님, 여기 도쿄예요. 혹시 상암동으로 착각한 건 아니시죠?
이렇게 출퇴근할 거면 출장은 왜 왔냐며 강 비서의 잔소리가 길어졌다.
“강 비서, 쓸데없는 말 할 거면 끊어. 내일 봐.”
마음이 급해진 예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러곤 서둘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지금 예준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야지.’
#1
홍콩섬 북부에 위치한 H호텔 프라이빗룸.
역동적인 항구의 풍경과 IFC 빌딩을 중심으로 센트럴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이곳의 뷰는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창가에 서서 바라보는 예준의 표정엔 짜증이 가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집에도 못 가는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던 예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좋은 날에 일이라니.
제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경치를 보니 괜히 속이 뒤틀렸다.
#프롤로그
― 오빠, 꺼냈어?
핸드폰을 쥔 예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한 손으로는 벨트를 풀어 침대 위에 던졌다. 호텔방 문이 제대로 잠겨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한 예준은 급하게 바지를 벗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분신은 드로즈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 나 지금 오빠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있어. 입으로 해 줄 거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존댓말이 반말로, 꿀처럼 달콤했던 목소리가 색정적으로 변한 것은 10분 전쯤이었다.
오늘 많이 바빴냐며, 밥은 먹었냐며, 피곤하지 않냐며, 그녀는 예준의 안부를 묻다가 대뜸 폰섹스를 제안했다. 오늘도 고생한 당신을 위한 ‘특별 이벤트’라는 말과 함께.
폰섹스가 처음인 예준은 당황스러웠다.
물론 시도해 본 적은 있다. 출장이 잦아 밤마다 외로웠기에, 그녀에게 전활 걸어 섹스를 유도해 보기도 하고,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끄러워하며 거절 의사를 확실히 내비친 그녀였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그녀가 평소 하지도 않는 야한 말로 적극적으로 폰섹스를 리드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그녀의 신음 소리에 예준은 미칠 것 같았다.
― 혀끝으로 살짝 핥았는데, 어때? 끝까지 먹어 줄까? 입안 가득…….
“하아…….”
드로즈를 벗은 예준은 탁한 신음을 흘리며 벌떡 솟아오른 페니스를 손에 쥐었다.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고개를 뒤로 젖힌 예준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나도 넣어 줘. 엎드릴게. 내 엉덩이 보여? 꽂아.
“헉.”
그녀의 탐스럽고 하얀 엉덩이, 꿀이 줄줄 흐르고 있는 허벅지 안쪽, 그녀의 젖은 다리 사이에 페니스를 꽂는 상상을 하자, 예준의 손에 속도가 붙었다.
― 아! 아! 아!
그녀의 신음이 빨라질수록 그의 손장난도 빨라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창한 페니스는 거대했다.
“아.”
짧은 외마디 호흡과 함께 사정을 해 버린 예준은 숨을 가다듬으며 핸드폰 볼륨을 높였다. 그녀의 작은 숨소리마저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마구 눌렀다. 볼륨은 최대치까지 올라갔다.
― 아흥. 오빠, 나 갈 것 같아. 더 빨리.
그녀의 아찔한 신음에 예준은 침을 꼴깍 삼켰다. 남자다움의 상징, 목울대의 굴곡이 도드라졌다.
― 오빠…… 쌌어요?
예준은 고개를 숙였다. 하늘로 치솟은 페니스가 아직도 팽팽했다. 이미 한차례 물을 뺐는데도 식을 줄을 몰랐다.
“난 아직. 하윤아, 좀 더 노력해야겠는데?”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이대로 끝낼 순 없지.
예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아직이라고요? 서지도 않았어요?
곧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이만큼 노력했는데 서지도 않았다고 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가?
“네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설 것 같기도 하고.”
― 조금만 더요?
동그란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어떻게 하면 내 물건을 서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을 그녀의 하얀 얼굴을 떠올리자, 페니스 끝에서 또다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미치겠네. 또 쌀 것 같아. 그만 항복할까?
― 그럼 다시 시작할게요.
생각해 봤는데 이건 이벤트가 아니라 고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승부욕 강한 그녀는 좀 전과는 또 다른 색기가 넘쳐흐르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나 지금 팬티 벗었어.
또 반말이다. 아홉 살이나 많은 내게 이럴 때 반말해 보지 언제 하겠냐는 심보 같기도 하고, 왠지 그녀가 귀여워 예준은 피식 웃었다.
― 오빠. 어제 내가 챙겨 준 출장 가방 좀 열어 볼래?
“지금?”
움직이기도 곤란한데.
― 빨리.
예준은 페니스를 쥐고서 겨우 움직였다. 옷장 안에서 꺼낸 가방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 열었어? 맨 밑에 지퍼 열면, 분홍색 파우치가 있을 거야.
지이이익.
지퍼를 열자, 그녀의 말대로 분홍색 파우치가 나왔다.
언제 이런 걸 넣어 놨지?
의문스럽게 파우치를 보던 예준은 그 안에서 여자 속옷을 발견했다.
강렬한 레드 색상의 티팬티.
“이건…….”
첫날밤에 그녀가 입었던 속옷이었다. 코끝으로 그녀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매일 물고 빨아도 질리지 않는 그녀의 몸 때문에 회사에 출근해서도 곤란할 때가 많았다.
그녀의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이놈이 벌떡 서곤 했으니까.
― 그때 생각나? 우리 처음으로 그 자세 해 봤잖아. 난 오빠 거. 오빠는 내 거.
당연히 생각나지. 하마터면 그녀의 입안에 실수를 할 뻔했으니까.
그날을 생각하니 의지와 상관없이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 내 팬티 촉감이 어떤지 오빠 걸로 느껴 볼래?
원격 조종을 당하는 로봇처럼 어느새 그녀의 말대로 몸이 움직였다.
실크 원단의 팬티를 손에 쥔 채 다시 기둥을 움켜잡았다.
― 나 다리 벌렸는데 보여? 젖었을 거야.
이슬이 맺힌 그녀의 분홍빛 속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꿈틀거리며 작게 벌어진 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제 물건을 박아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젠장. 헉. 헉.”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예준은 아까와는 다르게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신음을 흘렸다. 그의 솔직한 신음에 그녀도 용기를 얻었는지 더 야한 소리를 냈다.
― 아! 아! 오빠, 아흑. 더 빨리.
탁, 탁, 탁탁탁…….
귀두 끝에서 새어 나온 분비물로 기둥은 번들거렸다. 그게 윤활유가 되어 손의 움직임이 한결 수월했다. 예준의 호흡이 미칠 듯 거칠어졌다.
“……하아.”
순간, 입이 벌어졌다. 사정감에 몸을 떨며 예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닥에 쏟아 낸 분비물을 바라보던 예준은 그래도 죽지 않는 제 물건 때문에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윤아, 그만…… 그만하자. 날 죽일 셈이야?”
― 나 성공했어요?
“그래.”
― 그럼 다음은 욕실에서 해요. 나 지금 다 벗고, 욕조에 들어갈 거야.
또 한다고? 그것도 욕실에서?
예준은 거울 속 피폐해진 자신의 몰골을 바라봤다.
“안 돼.”
― 왜요?
“욕조에 들어가지 말고, 자지도 말고, 기다려.”
― 네?
“끊자.”
전화를 끊은 예준은 벌떡 선 페니스를 드로즈 안에 억지로 구겨 넣고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강 비서.”
― 네. 상무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내일 미디어센터 시찰부터, 관계자 미팅까지 일정 빡빡하니까, 얼른 주무시는 게…….
“나 집에 좀 갔다 올게.”
― 뭐, 뭐라고요?
강 비서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데도 예준은 바닥에 싼 것을 치운 뒤 지갑을 챙겨 외투를 입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내일 시찰이 11시였던가? 그 전에 올 테니까. 걱정 말라고.”
― 혹시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어. 무지 급한 일이야.”
― 아니, 무슨 급한 일이길래……. 상무님, 여기 도쿄예요. 혹시 상암동으로 착각한 건 아니시죠?
이렇게 출퇴근할 거면 출장은 왜 왔냐며 강 비서의 잔소리가 길어졌다.
“강 비서, 쓸데없는 말 할 거면 끊어. 내일 봐.”
마음이 급해진 예준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러곤 서둘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지금 예준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야지.’
#1
홍콩섬 북부에 위치한 H호텔 프라이빗룸.
역동적인 항구의 풍경과 IFC 빌딩을 중심으로 센트럴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이곳의 뷰는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를 창가에 서서 바라보는 예준의 표정엔 짜증이 가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집에도 못 가는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던 예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좋은 날에 일이라니.
제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경치를 보니 괜히 속이 뒤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