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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남자
1화
프롤로그. 데칼코마니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재는 오랜만에 꽤 흥미로운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가늘게 선을 그린 아름다운 눈매였지만, 눈빛은 날카로웠고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전체적으로 날이 선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그런 수려한 외모 아래 숨겨진 삐쭉삐쭉 솟아 있던 까칠함이었다. 보통의 여고생이라면 이렇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에게 얼굴이 붉히거나 열광할 법했지만, 우재는 그의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이 남자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어. 그런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네?
“이름이 서우재?”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그녀를 쏘아보고 있는 남자를 지켜보다가 우재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지금껏 상대해 왔던 선생들보다 훨씬 더 강적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그는 길 가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 있다는 건 자신이 얼마나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답 안 해? 네 이름이 맞냐고 물었잖아.”
우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잠시 남자의 외모에 취해 있었던 자신을 탓하며.
“네.”
마지못해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우재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그녀를 투시라도 할 것처럼 날카로웠다. 하긴, 이런 남자가 성격까지 좋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당신도 피해 갈 수는 없어. 이 집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당신의 규칙이 아니라 내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니까.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우재는 빙그레 웃으면서 긴 머리카락을 휘릭 하고 한쪽으로 넘겨 남자에게 자신의 목선이 드러나 보이게 했다.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왔다.
됐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우재는 가슴골이 보이도록 교복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그러고는 덥다는 듯 그를 향해 부채질했다. 그가 오기 전에 살짝 뿌려 놓았던 향수 내음이 그에게 더 날아가기를 바라며.
“내가 서우재라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러는 선생님은 이름이 뭐예요?”
우재의 은근한 물음에 남자의 눈에서 번개가 치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풋내기 여고생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게 별로 달갑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거 같았다.
“이진우.”
내뱉듯이 던지는 말에 우재는 일부러 그에게 몸을 바짝 갖다 대며 귀를 기울였다.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그러자 남자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그녀를 있는 힘껏 쏘아보는 게 느껴진다. 우재는 일부러 중심을 잃은 척하며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 자세를 잡으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척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나 급하게 숨을 멈추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 사람 도대체 뭐야? 이쯤 되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대신 겉모습과 달리 남자의 몸이 상당히 탄탄하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그 순간 그녀의 귓가 가까이 그가 몸을 숙였다. 찌릿한 전기가 우재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얼른 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막고 싶었지만 우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너, 나한테 끼 부리는 거냐?”
그의 삐딱한 말투에 우재는 멈칫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행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우재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화들짝 놀란 우재가 의자를 뒤로 밀며 그를 피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호기롭게 그를 밀어붙이던 그녀가 눈에 띄게 소란을 피우자 그가 코웃음을 쳤다. 감당도 못 할 주제에 감히 어디서 수작을 부리냐는 듯이.
“앞으로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할 거고. 평상시에는 영, 수. 시험 기간에는 모자란 과목을 더 봐줄 거야. 유난히 처지는 과목은 뭐가 있지?”
어떡하지? 이런 시답지 않은 거로는 먹히지도 않아. 그렇다면 뭘 더 해야 하지? 우재는 손톱을 딱딱 부딪치며 뭔가 다른 생각에 골똘히 빠져 있었고, 남자는 빠른 어조로 그들이 함께할 수업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 나가고 있었다.
아! 몰라. 그래도 절대 이 사람을 우리 집에 들일 수는 없어. 일단 갈 데까지 가 보자. 우재는 그렇게 결심을 하고서는 다시 책상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아 자세를 잡았다. 일단 다리를 꼬자 그녀의 각선미가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허벅지가 올라갔다.
그녀의 행동이 뭔가 몹시 눈에 거슬리는 듯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책상에 팔을 세우고 턱을 기댔다. 우재는 자기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각도로 고개를 틀고 턱을 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설명을 방해했다.
“선생님은 여자 친구 있어요?”
우재의 은밀한 방해에 드디어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책상 위에 내팽개치다시피 던지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 그따위 외모와 실력으로 날 어떻게 좀 해 보겠다는 거야?”
갑자기 우재의 신경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길가에 굴러다니는 흔한 유형은 아닐 텐데?
안 되겠다. 역시 이 남자에게는 정공법이 정답인 것 같아. 우재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그녀는 예쁜 척하던 자세를 버리고 팔짱을 낀 채 뾰로통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되바라지게 물었다.
“엄마한테 얼마 받기로 했어요? 삼십? 오십?”
우재가 당신과 나의 관계에서 갑은 자신이라는 듯 굴자 진우는 코웃음 쳤다.
이제 내숭 따위는 떨지 않겠다, 이건가? 그래, 어디 너의 얘기나 좀 들어 볼까. 진우는 느릿한 손길로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대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재가 담배를 잡아채려고 손을 뻗자 그는 그녀의 손을 피해 라이터를 꺼냈다. 탁 하고 라이터 뚜껑이 열렸다 닫히더니 마른 담배에 빨간 불빛이 붙었다.
“당신 미쳤어? 내 방에서 담배를 피우게?”
“왜? 집이라고 내숭 떠는 거야? 그러지 말고 너도 한 대 하지. 그래야 서로 주고받고 그림 좋잖아?”
그의 말에 그녀는 펄쩍 뛰었다. 우재가 어떻게든 그에게서 담배를 빼앗아 보려고 기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우재를 보면서 그가 입술 꼬리를 올리며 빙긋 웃었다.
우재는 창문을 열고 금세 자욱해진 연기를 손으로 흐트러뜨렸다.
“당신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우재는 상대가 열받으라고 더 악다구니를 떨었다.
“그럼, 첫날부터 하늘 같은 과외 선생 붙잡아 놓고 가슴골 보여 주는 넌 제정신이고?”
정곡을 찌르는 진우의 말에 우재는 분을 이기지 못한 채 그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살짝 마음을 놓았던 것이 실수였다.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 보려고 찔러보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생겼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 당신한테는 과외 안 받아!”
우재의 입에서 기어코 그 말이 쏟아져 나온 순간 진우의 눈이 자연스럽게 가늘어졌다. 남자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더니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이 불편했는지 우재는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어째서?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심오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그는 정말 치명적이었다. 그 모습이 꽤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자기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는 조금 전 그녀가 했던 그대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럼 나가기 전에 하나만 묻자. 나는 너한테 몇 번째 선생이냐? 아니 쫓겨난 선생이라고 해야겠지.”
그의 말에 우재는 하얗게 질려 갔다. 아무래도 이상한 지뢰를 밟은 것 같아. 우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다가 이내 저벅저벅 걸어가 굳게 닫았던 방문을 활짝 열었다.
“101번째. 그러니까 나가.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순간 진우의 눈썹이 씰룩였다. 우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허공에 연기를 뿜으며 우재가 펼쳐 놓은 연습장에 담배를 그대로 비벼 껐다.
아, 진짜! 이 남자 뭐야? 그가 하는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우재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을 비웃는 것 같은 그의 웃음에 화가 난 우재는 아무 말이나 던졌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말해 버릴 거야. 첫날부터 나한테 이상한 짓 했다고.”
우재의 협박에 그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 여자 친구 있어요?
갑자기 휴대폰에서 우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이 방에 들어온 뒤에 나누었던 모든 대화가 앵무새처럼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너 이쪽 세계에서 꽤 유명하던데. 첫날부터 여럿 녹아웃시켰다고. 그 새끼들은 첫날부터 자기 물건 관리도 제대로 못 했었나 봐?”
우재는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거 이리 안 내놔? 넌 해고야!”
우재의 서슬이 퍼런 행동에 그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그녀의 팔을 휙 하고 쳐 냈다.
“진즉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왜 이상한 짓을 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 성질을 돋워?”
그의 비난에 당황하는 우재를 보며 그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허술함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진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 그녀를 부탁했던 사람의 바람대로 그는 우재가 그렇게까지 망가져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우재가 부르르 떠는 손을 들어 당장 나가라는 듯 문을 가리켰지만, 그는 느릿한 동작으로 휴대폰을 끈 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내키던 일도 아니었는데 진짜 이 녀석 말대로 여기서 그만둘까?
그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넌 자신을 꽤 괜찮은 인간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엔 넌 한심한 어른들 흉내나 내는 애송이일 뿐이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라. 아주 싼 티 나니까.”
그는 다시 한번 조용히 이르고 길쭉한 다리로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런 그의 뒤로 그녀의 비명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런 당신은 얼마나 고고해서? 실력 좀 있다고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삭막한 집구석, 되바라진 여고생, 허세에 물든 사모님. 이 집은 안 봐도 훤하다. 그러게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다고 여기까지 왔는지. 성학이 형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아, 머리야. 저 여자애로 인해서 가슴 밑바닥에 잘 다스려 놓았던 감정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폭발하기 전에 빨리 이 집을 빠져나가자.
그때였다. 갑자기 아래층에서 무언가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빠르게 계단을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가정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우재 학생! 큰일 났어. 사모님이 또 발작을 시작하셨어.”
가정부의 말에 방에 있던 우재가 빛의 속도로 달려 나왔다. 이상한 예감에 그녀를 따라 안방으로 달려가니 그녀의 엄마가 유리잔이 깨져 엉망이 된 방 한가운데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와 몸짓에 그의 얼굴이 덩달아 찌푸려졌다.
“우재야. 아빠한테, 전화하자. 제발 정신 차리고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말해 줘. 엄마…… 너무 외로워.”
미희의 넋두리에 문가에 서 있던 우재의 뒷모습이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아 그는 다시 속이 거북해졌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이런 집구석 따위 뒤돌아보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가녀린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뭐야? 진짜 이놈의 집구석은?
“실은 아까 낮에 사모님께 어떤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어. 기분이 이상해서 바꿔 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무슨 전화를 받으셨는지 사모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저러시네.”
가정부의 말에 우재의 표정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흐려졌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엄마는 그와 처음 만나 환히 웃으면서 자신의 딸을 잘 부탁한다던 그 사람과 어딘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우재야. 엄마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아빠 좀 불러 줘.”
그녀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맨발로 걸어오려 했지만, 우재는 그녀가 더 다가오기 전에 양말을 신은 발로 바닥에 으깨진 유리 조각을 밟으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우재가 발을 옮길 때마다 붉은 자국이 방바닥에 묻어나는 걸 보니 그녀의 발이 상처를 입은 게 분명해 보였다.
“최미희 여사님. 그래서 또 이렇게 초저녁부터 술 마셨어? 내가 분명히 신경안정제랑 술은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우재는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 위에 눕혔다.
“일단 자자. 자고 일어나면 나쁜 일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이고머니. 우재 학생! 이걸 밟으면 어떡해? 또 발이 찔린 모양이네. 어린 아가씨 발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으니 속상해서 정말.”
가정부는 투덜거리면서도 발 빠르게 깨진 유리 조각들을 깨끗이 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라는 듯.
그리고 침대에서는 엄마를 재우는 우재의 조곤조곤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긴장으로 단단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어깨가 허탈함으로 축 처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뜻이었나?
‘데칼코마니.’
성학이 형은 분명 저 애와 내가 데칼코마니 같다고 했었다.
‘그 애와 넌 꼭 데칼코마니 같아. 두 사람이 많이 닮았거든. 특히, 자신의 상처에 무딘 점이.’
갑자기 그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뒤척이는 엄마를 어르는 우재에게 닿았다.
우리가 어딜 봐서. 너와 난 뼛속부터 달라.
“그러게 가라고 할 때 가지 그랬어요.”
그가 복잡한 생각을 하며 헤매는 사이, 안개처럼 고요한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엄마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으로 조용히 말을 이어 갔다.
“과외비가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더 못 볼 꼴 보지 말고 여기서 그만둬요. 어쩔 땐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날도 있어. 내가 베풀 수 있는 친절은 딱 여기까지예요.”
아까와 달리 생기가 사라진 우재의 말에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여전히 뒤돌아 있는 그녀의 어깨에는 형언할 수 없는 짙은 슬픔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
“다음 시간에는 테스트부터 할 거야. 네 실력을 알아야 수업 수준을 정할 테니까. 다음 수업에도 별 웃기지도 않는 수작을 부린다면 재미없을 거야. 난 받은 만큼 확실하게 돌려주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해.”
‘탁’ 하고 방문이 닫히더니 그가 가정부와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목요일에 들르겠습니다.”
짧게 인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우재의 입술이 바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1화
프롤로그. 데칼코마니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재는 오랜만에 꽤 흥미로운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가늘게 선을 그린 아름다운 눈매였지만, 눈빛은 날카로웠고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전체적으로 날이 선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그런 수려한 외모 아래 숨겨진 삐쭉삐쭉 솟아 있던 까칠함이었다. 보통의 여고생이라면 이렇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에게 얼굴이 붉히거나 열광할 법했지만, 우재는 그의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이 남자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어. 그런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네?
“이름이 서우재?”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그녀를 쏘아보고 있는 남자를 지켜보다가 우재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지금껏 상대해 왔던 선생들보다 훨씬 더 강적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봐도 그는 길 가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 있다는 건 자신이 얼마나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답 안 해? 네 이름이 맞냐고 물었잖아.”
우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잠시 남자의 외모에 취해 있었던 자신을 탓하며.
“네.”
마지못해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우재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은 그녀를 투시라도 할 것처럼 날카로웠다. 하긴, 이런 남자가 성격까지 좋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당신도 피해 갈 수는 없어. 이 집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당신의 규칙이 아니라 내가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니까.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우재는 빙그레 웃으면서 긴 머리카락을 휘릭 하고 한쪽으로 넘겨 남자에게 자신의 목선이 드러나 보이게 했다.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왔다.
됐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우재는 가슴골이 보이도록 교복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그러고는 덥다는 듯 그를 향해 부채질했다. 그가 오기 전에 살짝 뿌려 놓았던 향수 내음이 그에게 더 날아가기를 바라며.
“내가 서우재라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러는 선생님은 이름이 뭐예요?”
우재의 은근한 물음에 남자의 눈에서 번개가 치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풋내기 여고생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게 별로 달갑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거 같았다.
“이진우.”
내뱉듯이 던지는 말에 우재는 일부러 그에게 몸을 바짝 갖다 대며 귀를 기울였다.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그러자 남자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그녀를 있는 힘껏 쏘아보는 게 느껴진다. 우재는 일부러 중심을 잃은 척하며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 자세를 잡으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척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나 급하게 숨을 멈추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 사람 도대체 뭐야? 이쯤 되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대신 겉모습과 달리 남자의 몸이 상당히 탄탄하다는 사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그 순간 그녀의 귓가 가까이 그가 몸을 숙였다. 찌릿한 전기가 우재의 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얼른 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막고 싶었지만 우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너, 나한테 끼 부리는 거냐?”
그의 삐딱한 말투에 우재는 멈칫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행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우재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화들짝 놀란 우재가 의자를 뒤로 밀며 그를 피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호기롭게 그를 밀어붙이던 그녀가 눈에 띄게 소란을 피우자 그가 코웃음을 쳤다. 감당도 못 할 주제에 감히 어디서 수작을 부리냐는 듯이.
“앞으로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할 거고. 평상시에는 영, 수. 시험 기간에는 모자란 과목을 더 봐줄 거야. 유난히 처지는 과목은 뭐가 있지?”
어떡하지? 이런 시답지 않은 거로는 먹히지도 않아. 그렇다면 뭘 더 해야 하지? 우재는 손톱을 딱딱 부딪치며 뭔가 다른 생각에 골똘히 빠져 있었고, 남자는 빠른 어조로 그들이 함께할 수업에 대한 개요를 설명해 나가고 있었다.
아! 몰라. 그래도 절대 이 사람을 우리 집에 들일 수는 없어. 일단 갈 데까지 가 보자. 우재는 그렇게 결심을 하고서는 다시 책상 앞으로 의자를 당겨 앉아 자세를 잡았다. 일단 다리를 꼬자 그녀의 각선미가 드러나며 자연스럽게 허벅지가 올라갔다.
그녀의 행동이 뭔가 몹시 눈에 거슬리는 듯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책상에 팔을 세우고 턱을 기댔다. 우재는 자기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각도로 고개를 틀고 턱을 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설명을 방해했다.
“선생님은 여자 친구 있어요?”
우재의 은밀한 방해에 드디어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책상 위에 내팽개치다시피 던지더니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 그따위 외모와 실력으로 날 어떻게 좀 해 보겠다는 거야?”
갑자기 우재의 신경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길가에 굴러다니는 흔한 유형은 아닐 텐데?
안 되겠다. 역시 이 남자에게는 정공법이 정답인 것 같아. 우재는 조금 더 노골적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그녀는 예쁜 척하던 자세를 버리고 팔짱을 낀 채 뾰로통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되바라지게 물었다.
“엄마한테 얼마 받기로 했어요? 삼십? 오십?”
우재가 당신과 나의 관계에서 갑은 자신이라는 듯 굴자 진우는 코웃음 쳤다.
이제 내숭 따위는 떨지 않겠다, 이건가? 그래, 어디 너의 얘기나 좀 들어 볼까. 진우는 느릿한 손길로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대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우재가 담배를 잡아채려고 손을 뻗자 그는 그녀의 손을 피해 라이터를 꺼냈다. 탁 하고 라이터 뚜껑이 열렸다 닫히더니 마른 담배에 빨간 불빛이 붙었다.
“당신 미쳤어? 내 방에서 담배를 피우게?”
“왜? 집이라고 내숭 떠는 거야? 그러지 말고 너도 한 대 하지. 그래야 서로 주고받고 그림 좋잖아?”
그의 말에 그녀는 펄쩍 뛰었다. 우재가 어떻게든 그에게서 담배를 빼앗아 보려고 기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그런 우재를 보면서 그가 입술 꼬리를 올리며 빙긋 웃었다.
우재는 창문을 열고 금세 자욱해진 연기를 손으로 흐트러뜨렸다.
“당신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우재는 상대가 열받으라고 더 악다구니를 떨었다.
“그럼, 첫날부터 하늘 같은 과외 선생 붙잡아 놓고 가슴골 보여 주는 넌 제정신이고?”
정곡을 찌르는 진우의 말에 우재는 분을 이기지 못한 채 그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살짝 마음을 놓았던 것이 실수였다.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 보려고 찔러보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생겼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 당신한테는 과외 안 받아!”
우재의 입에서 기어코 그 말이 쏟아져 나온 순간 진우의 눈이 자연스럽게 가늘어졌다. 남자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더니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이 불편했는지 우재는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어째서?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심오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그는 정말 치명적이었다. 그 모습이 꽤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자기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는 조금 전 그녀가 했던 그대로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럼 나가기 전에 하나만 묻자. 나는 너한테 몇 번째 선생이냐? 아니 쫓겨난 선생이라고 해야겠지.”
그의 말에 우재는 하얗게 질려 갔다. 아무래도 이상한 지뢰를 밟은 것 같아. 우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다가 이내 저벅저벅 걸어가 굳게 닫았던 방문을 활짝 열었다.
“101번째. 그러니까 나가.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순간 진우의 눈썹이 씰룩였다. 우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허공에 연기를 뿜으며 우재가 펼쳐 놓은 연습장에 담배를 그대로 비벼 껐다.
아, 진짜! 이 남자 뭐야? 그가 하는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우재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을 비웃는 것 같은 그의 웃음에 화가 난 우재는 아무 말이나 던졌다.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엄마에게 말해 버릴 거야. 첫날부터 나한테 이상한 짓 했다고.”
우재의 협박에 그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 여자 친구 있어요?
갑자기 휴대폰에서 우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이 방에 들어온 뒤에 나누었던 모든 대화가 앵무새처럼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너 이쪽 세계에서 꽤 유명하던데. 첫날부터 여럿 녹아웃시켰다고. 그 새끼들은 첫날부터 자기 물건 관리도 제대로 못 했었나 봐?”
우재는 그에게 다가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거 이리 안 내놔? 넌 해고야!”
우재의 서슬이 퍼런 행동에 그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그녀의 팔을 휙 하고 쳐 냈다.
“진즉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왜 이상한 짓을 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 성질을 돋워?”
그의 비난에 당황하는 우재를 보며 그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허술함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진다고 해야 할까. 그에게 그녀를 부탁했던 사람의 바람대로 그는 우재가 그렇게까지 망가져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우재가 부르르 떠는 손을 들어 당장 나가라는 듯 문을 가리켰지만, 그는 느릿한 동작으로 휴대폰을 끈 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내키던 일도 아니었는데 진짜 이 녀석 말대로 여기서 그만둘까?
그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넌 자신을 꽤 괜찮은 인간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엔 넌 한심한 어른들 흉내나 내는 애송이일 뿐이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라. 아주 싼 티 나니까.”
그는 다시 한번 조용히 이르고 길쭉한 다리로 문지방을 넘어섰다.
그런 그의 뒤로 그녀의 비명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런 당신은 얼마나 고고해서? 실력 좀 있다고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삭막한 집구석, 되바라진 여고생, 허세에 물든 사모님. 이 집은 안 봐도 훤하다. 그러게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다고 여기까지 왔는지. 성학이 형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아, 머리야. 저 여자애로 인해서 가슴 밑바닥에 잘 다스려 놓았던 감정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제대로 폭발하기 전에 빨리 이 집을 빠져나가자.
그때였다. 갑자기 아래층에서 무언가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빠르게 계단을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가정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우재 학생! 큰일 났어. 사모님이 또 발작을 시작하셨어.”
가정부의 말에 방에 있던 우재가 빛의 속도로 달려 나왔다. 이상한 예감에 그녀를 따라 안방으로 달려가니 그녀의 엄마가 유리잔이 깨져 엉망이 된 방 한가운데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와 몸짓에 그의 얼굴이 덩달아 찌푸려졌다.
“우재야. 아빠한테, 전화하자. 제발 정신 차리고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말해 줘. 엄마…… 너무 외로워.”
미희의 넋두리에 문가에 서 있던 우재의 뒷모습이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아 그는 다시 속이 거북해졌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이런 집구석 따위 뒤돌아보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가녀린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뭐야? 진짜 이놈의 집구석은?
“실은 아까 낮에 사모님께 어떤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어. 기분이 이상해서 바꿔 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무슨 전화를 받으셨는지 사모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저러시네.”
가정부의 말에 우재의 표정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흐려졌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엄마는 그와 처음 만나 환히 웃으면서 자신의 딸을 잘 부탁한다던 그 사람과 어딘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우재야. 엄마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아빠 좀 불러 줘.”
그녀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맨발로 걸어오려 했지만, 우재는 그녀가 더 다가오기 전에 양말을 신은 발로 바닥에 으깨진 유리 조각을 밟으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우재가 발을 옮길 때마다 붉은 자국이 방바닥에 묻어나는 걸 보니 그녀의 발이 상처를 입은 게 분명해 보였다.
“최미희 여사님. 그래서 또 이렇게 초저녁부터 술 마셨어? 내가 분명히 신경안정제랑 술은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우재는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 위에 눕혔다.
“일단 자자. 자고 일어나면 나쁜 일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이고머니. 우재 학생! 이걸 밟으면 어떡해? 또 발이 찔린 모양이네. 어린 아가씨 발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으니 속상해서 정말.”
가정부는 투덜거리면서도 발 빠르게 깨진 유리 조각들을 깨끗이 치워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라는 듯.
그리고 침대에서는 엄마를 재우는 우재의 조곤조곤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긴장으로 단단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어깨가 허탈함으로 축 처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뜻이었나?
‘데칼코마니.’
성학이 형은 분명 저 애와 내가 데칼코마니 같다고 했었다.
‘그 애와 넌 꼭 데칼코마니 같아. 두 사람이 많이 닮았거든. 특히, 자신의 상처에 무딘 점이.’
갑자기 그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뒤척이는 엄마를 어르는 우재에게 닿았다.
우리가 어딜 봐서. 너와 난 뼛속부터 달라.
“그러게 가라고 할 때 가지 그랬어요.”
그가 복잡한 생각을 하며 헤매는 사이, 안개처럼 고요한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엄마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으로 조용히 말을 이어 갔다.
“과외비가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에요. 그러니까 더 못 볼 꼴 보지 말고 여기서 그만둬요. 어쩔 땐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날도 있어. 내가 베풀 수 있는 친절은 딱 여기까지예요.”
아까와 달리 생기가 사라진 우재의 말에 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여전히 뒤돌아 있는 그녀의 어깨에는 형언할 수 없는 짙은 슬픔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
“다음 시간에는 테스트부터 할 거야. 네 실력을 알아야 수업 수준을 정할 테니까. 다음 수업에도 별 웃기지도 않는 수작을 부린다면 재미없을 거야. 난 받은 만큼 확실하게 돌려주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해.”
‘탁’ 하고 방문이 닫히더니 그가 가정부와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목요일에 들르겠습니다.”
짧게 인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우재의 입술이 바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