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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남자
3화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문제만 풀어 보라고 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라니까? 무엇보다 심각한 건 폭력적이야.”
폭력적이란 말에 엄마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 우재가 시선을 피했다.
“설마 다른 놈들처럼 너한테 반했다며 득달같이 달려들디?”
엄마의 호들갑스러운 말에 우재는 자신의 입을 때려 버리고 싶었다. 이 말이 그 사람한테 들어가 어떻게 뒤집힐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물리적인 게 아니라 언어폭력. 그 사람 생각보다 엄청 까칠해. 상당히 심각하다니까?”
우재의 말에 엄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려 했다.
“어디 너만큼이나 하려고? 갖은 걸로 골려 먹고 너한테 고백한 사람들에게 징그럽다 무안 주고. 네가 소개받는 족족 선생들 물 먹이는 통에 지금 우리 집 소문이 어떻게 난 줄 알아? 대치동 장 여사님이 너라면 치를 떨어!”
엄마의 말에 표정이 살짝 흐려진 우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소문이라도 나는 게 우리 집 사정을 그들에게 훤히 보여 주는 것보다는 낫지. 이제는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과외 안 하고 대신 학원 다닐게.”
“널 안 끼워 주잖니.”
대번에 튀어나오는 엄마의 말에 우재는 주먹을 꼭 틀어쥐었다.
“엄마는 그렇게 상류사회에 편입하고 싶어? 다들 졸부라고 우리 집을 그렇게 무시하는데, 기를 써서 그 무리에 끼어들고 싶냐고!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 어렸을 때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 돈은 좀 없어도 아빠, 엄마, 언니랑 나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잖아. 그런 우리가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려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아직도 인정 못 하겠어?”
우재의 외침을 엄마는 못 들은 척했다.
“남들은 족집게 과외 선생에다 예체능에 학생기록부까지 관리해 가며 생활하는데, 너같이 얼빠진 마음으로 대학이라도 제대로 갈 수 있겠니? 지금껏 그 사람들한테 받은 수모가 얼만데. 나랑 네 아버지는 몰라도 적어도 너희들은 그런 취급 받아서는 안 되지. 난 너희를 최고로 키울 거야. 뭐, 지네들은 얼마나 고고해서? 다들 불법 축재 하고 더러운 짓은 자기네들이 다 하는 주제에 누구 보고 똥 묻었다고 지껄이는 거야?”
엄마의 궤변에 우재는 눈을 감았다. 이런 실랑이도 너무 지겨워!
“하여간 그 선생 제대로 붙잡아 놔. 그렇지 않아도 첫날부터 그런 꼴을 보인 게 영 찜찜해서 몇 다리 건너 학부모들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그 사람 소문대로 장난이 아니더라.”
뜻밖의 말에 우재의 시선이 엄마의 입술에 닿았다. 엄마와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화려한 것보다 수수한 게 잘 어울리던 단아한 사람이었는데…….
“분위기가 쓸쓸해 보이는 게 뭔가 사연 있는 사람이라는 건 진즉에 알아봤는데, 그 사람이 대한그룹 차남이라는 건 몰랐잖니?”
대한그룹 차남? 생각지도 못한 말에 우재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집의 과외 선생을 해?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서 풍기던 오만함이 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거였나?
“그 회장님 재혼하셨다고 하지 않았어? 언젠가 모임에서 엄마가 그 사모님 보고 와서 단아하고 이쁘더라며 난리 쳤었잖아.”
“그래. 재혼한 부인이 회장님을 오래 모신 수행 비서였다는데, 네 선생이 그 비서분 아들이란다.”
우재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넌 돈 없어서 처절하게 울어 본 적 없었겠지. 겨우겨우 지위와 실력을 갖췄다 해도 미천한 출신 때문에 내쳐진 적도 없을 테고. 그 꼬리표 때문에 사람들의 멸시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비참하지 않은 척 안간힘을 써 본 적도 없을 거야. 하지만 너와는 달리 공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사람들도 있어. 공부까지 못하면 사람 취급도 못 받으니까. 바로 효용가치가 없어져서 비참하게 버려지지. 그래서 살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어. 너처럼 그렇게 태평한 인생이 아니라.’
이제야 그가 했던 이야기들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떡해. 그건 결국 자신의 이야기였어.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사람이 재혼으로 얻은 의붓자식이 아니라 회장님 자식이라는 소문이 있어. 즉, 전 부인과 결혼 생활 중에 외도로 낳은 자식이라는 거지.”
엄마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우재는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이런 말까지 들으려고 엄마를 졸랐던 것이 아니었다. 서우재만큼 남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재가 흐늘거리는 자세로 소파에서 일어나자 엄마가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우재야. 그러니까 그 사람이랑 한번 잘해 봐.”
과외 선생을 두고 하는 말치고는 엄마의 말투가 좀 이상했다. 우재가 고개를 돌리자 엄마가 눈을 맞추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마는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이 아니야. 알지? 집안 좋지, 학벌 좋지, 외모 끝내주지. 우리가 정식 루트로 어디 가서 그런 사윗감을 보니? 난 그런 집안이면 서자도 상관없어.”
엄마의 말에 우재는 갑자기 온몸에서 무언가가 기어 다니는 듯 몸서리가 쳐졌다.
“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농담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예전에는 너만 한 나이에 애도 낳고 살았는데. 그러니까 너도 이참에 그 남자 마음 좀 잡아 봐!”
그 말에 우재는 엄마를 쏘아보며 기어코 마음속에서 꾹 눌러놓았던 말을 꺼내 놓고 말았다.
“남자 때문에 그렇게 울고불고 그 난리를 피워 놓고도 나한테 남자를 권해? 엄마 미친 거 아니야?”
그러자 엄마는 우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래. 우재야. 사랑만 봐도 실패하고 조건만 봐도 실패하는 게 인생이라면 그럼 그 중간을 봐야지. 엄마는 그 조절에 실패해서 이렇게 마음고생하며 살고 있지만 내 딸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 십 년이고 백 년이고 남자한테 사랑 듬뿍 받으면서 넉넉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사생아면 어떠니. 능력 좋고 실력 있으면 되는 거지.”
엄마의 말에 갑자기 우재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질 것 같았다. 언제쯤이면 엄마의 망상이 가라앉을까. 언젠가부터 엄마는 스스로가 꾸민 세계에 들어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우재의 눈이 한없이 심연에 빠져들어 갔다.
엄마. 미안하지만 내게 사랑의 쓴맛을 가르쳐 준 사람들이 바로 엄마와 아빠거든? 초콜릿의 달콤함보다 쓴맛을 먼저 알아 버린 나에게 그것을 먹으라고 강요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사랑을 하는 일이 그렇게 더럽고 치사하고 허무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줬으면서 내게 그걸 하라고? 도대체 엄마에게 난 뭐야? 당신의 허영기를 충족시키는 도구?
우재는 방으로 돌아와 있는 힘껏 방문을 닫고서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진우는 오피스텔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비밀번호 가르쳐 드렸잖아요. 제가 없으면 그냥 들어가 계시지 그러셨어요.”
진우가 어머니 보란 듯이 비밀번호를 누르자 선경은 아들의 옆모습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문이 찰칵하며 열리고 선경이 발치에 있던 짐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진우는 그것을 빼앗듯이 가져갔다.
“이런 거 들고 다니지 마시라니까.”
진우의 타박이 이어진다.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절하다고 볼 수도 없는 아들의 말투에 선경은 마음이 아려 왔다.
“집을 나간 뒤로 좀처럼 들르는 일이 없길래. 일단 들어가자.”
진우와 선경이 불 꺼진 집 안으로 들어가자 적막한 곳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거실 불을 켜자 깔끔하게 잘 정리된 진우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선경이 집 안을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회장님은 어떠세요.”
자신의 아버지를 여전히 회장님이라고 지칭하는 아들을 보니 선경은 가슴이 싸해져 왔다. 아들에게 보이는 풍랑을 어디서부터 잠재워야 할지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선경은 말없이 진우가 짐을 내려놓은 부엌으로 가서 그가 쓰는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술과 음료, 몇 가지 음식 외에는 텅 빈 냉장고가 꼭 아들의 마음속 같아 입맛이 썼다. 선경은 보자기를 풀어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얼려 둔 밥도 냉동실에 잘 정리해 두었다.
“아무리 바빠도 속 든든하게 밥 잘 챙겨 먹어. 말라도 너무 말랐다.”
진우는 캡슐커피머신의 전원을 켰다.
“좋아하시는 거로 연하게 한 잔 내려 드릴까요?”
“아니.”
유난히 아들이 만들어 주는 커피를 좋아했는데 웬일로 거절하자 진우가 어머니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요즘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안 와서.”
어머니의 말에 진우는 테이블에 팔을 짚고 그러잖아도 해쓱해진 어머니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오신 거예요?”
진우의 말에 선경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진우의 손을 잡았다.
“그럼. 너 사는 것도 보고 싶고, 우리 아들 얼굴도 보고 싶고.”
선경은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엄마.”
“그냥 좀 네 얼굴 감상하는 것도 안 되니? 나도 네 얼굴 감상하면서 좀 쉬자.”
엄마의 말에 진우는 걱정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혹시라도 본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없는 동안 어머니가 학대라도 당하는 건가? 뭘 하든 당신의 눈앞에만 있으라며 우리 모자를 기어코 혼란의 구렁텅이로 데려다 놓더니, 이 회장 당신만 호의호식하고 있었나?
“잘해 주셔, 아버지는……. 네 형과 누나도 별 탈 없고.”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아들의 눈빛을 읽은 선경이 먼저 선수를 쳤다.
진우의 시선이 그녀의 눈에 와서 박히자 선경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감춰 두었던 속마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구성원 안에 네가 없잖니. 사람 좋은 척을 해 봐도 너무 지친 날에는 본능만 남지. 우리 아들은 저 삭막하고 차가운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이렇게 웃는 웃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가끔 여기가 꽉 막힌 듯 너무 아파.”
엄마의 그 말에 진우는 미치겠다는 듯 눈을 꽉 감았다가 한참 만에야 떴다.
“편히 계시긴 한 거죠?”
선경은 아들의 손을 꽉 쥐어 보였다.
“그래. 엄마는 괜찮아. 난 걱정하지 마. 진짜야. 다들 여러모로 신경 써 주고 있어.”
“그래도 엄마, 혹시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계속 그곳에 계실 필요 없어요.’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회장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는 자신도 잘 알고 있으므로.
그러니까 그렇게 똑똑하고 전도유망했던 어머니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처녀의 몸으로 자신을 낳아 길렀겠지. 진우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었다 할지라도 어머니에게는 인생을 뒤흔들 만큼 절절한 사랑이었다.
“학교 마치면 혹시 더 공부할 생각은 없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우는 조용히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진상이도 미국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이제는 네 차례가 아닌가 싶어서.”
진우는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이 말을 하시려고 어머니께서 방문하신 거구나.
진우는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 회장님 회사로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대한그룹과 별개로 제 인생을 꾸려 나갈 생각이에요.”
선경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당황한 듯 아들을 바라보았다. 진우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려 하고 있었다. 선경의 시선이 떨리기 시작했다.
“서운하세요?”
선경은 아들의 반기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들의 말을 분명히 들었음에도 생각에 빠진 듯 가만히 있었다.
군대를 막 제대한 진우가 독립을 선언했을 때 이 회장과 자신은 심하게 반대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도 들어오지 않겠다니, 진우 스스로가 자신과 선을 긋는 것 같아 선경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길어진 어머니의 침묵을 보다 못한 진우가 한숨을 쉬며 나머지 이야기를 마저 털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어요. 우연히 기회가 닿아 시작하게 되었고……. 어머니와 회장님이 보시기엔 한참은 어설퍼 보이겠지만 전 지금 매우 진지해요.”
선경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동요에 진우는 마음속에 감춰 두었던 그 말을 이제는 꺼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전 지금의 제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살았던 지난 15년보다.”
진우의 말에 선경의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진우야. 엄마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너를 잃고 그 사람과 행복할 수 있겠니. 널 아프게 한 그 모든 것들이 이런 시련으로 되돌아오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경의 눈가 가득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차올랐다.

“어쩐 일로 집에를 다 들어왔대요? 그 어린년들 치마폭에 빠져서 마누라와 딸들을 내팽개칠 때는 언제고.”
오랜만에 집에 들른 아버지를 향한 엄마의 새된 목소리가 부엌에서 늦은 저녁밥을 먹고 있던 우재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당신이 그렇게 나올까 봐 옷만 갈아입고 나갈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다음 주말에 대한그룹 창립 기념 파티에 참석하게 됐으니까 준비해.”
“대한그룹? 그게 진짜예요, 여보?”
파르라니 아버지에게 바가지를 긁어 대던 엄마는 대한그룹이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태도를 바꾸었다.
“우리가요? 우리가 어떻게 대한그룹 창립 기념 파티에 초대를 받았대요?”
“형님 대신이지 뭐. 미리 참석해서 눈도장 찍어 놓으라고 하셔. 내년 선거 앞두고 작업이라도 해 놓을 심산이겠지.”
“그럼 여보, 이번에는 우리 우재도 함께 데려가면 안 될까? 효재야 뭐, 호주에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러자 아버지의 질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재까지 뭘 그딴 데를 데려가?”
“어머! 이 양반 봐? 대한그룹 차남이 요즘 우리 우재 과외해 준다니까? 이렇게 저렇게 눈도장 한 번 더 찍으면 좋지, 뭘 그래?”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우재는 이내 밥맛이 떨어졌는지 식탁 위에 소리 나게 수저를 내려놓았다.
“잘 먹었습니다. 아줌마. 저 올라갈게요.”
가정부가 우재를 흘끔 바라보았다.
“우재 학생. 몇 숟갈 뜨지도 않고 수저를 놓으면 어떡해? 도시락도 죄다 남겨 왔던데. 무슨 힘으로 공부하려고?”
“죄송해요. 밥맛이 없어서요.”
“어휴. 왜 이렇게 힘이 하나도 없어. 열여덟 살은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는 나이인데.”
기운이 빠진 우재가 안타까워 자꾸만 구시렁거리는 가정부의 말소리가 부엌을 메웠다. 우재는 그녀의 걱정에도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천 근 같은 다리를 들어 계단 위를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