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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녀의 가는 손목을 한 손으로 휘어잡은 그가 자신의 품에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캉한 젖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 모습만큼은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들었다. 그녀의 가슴을 가득 머금는 그의 붉은 입술이 지독히도 거칠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타오를 듯한 뜨거운 입술과 그녀의 가슴을 빨아들이는 느낌에 순간, 비명이 새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피를 몰고 다니는 적왕이라 불리는 사내가, 전장에서 자신의 몸집만 한 칼을 들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을 그가, 마치 굶주린 아이처럼 자신의 가슴을 맛보는 모습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그녀의 가슴을 거칠게 물고 빨았다. 에리는 자신의 가슴이 그의 붉은 입술에 빨려 들어가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붉은 혀에 굴려지는 모양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 느껴 보는 야릇한 자극에 에리는 가빠 오는 호흡 사이로 혹여 앓는 소리라도 새어 나올까, 손등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를 돌려 버렸다.
초점이 흐려진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뺨이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딸기처럼 붉어진 정점이 그의 타액에 흠뻑 젖어 윤택한 빛을 내며 눈앞에서 들썩이고 있었다.
“하…… 절경이로군.”
마치 성찬을 맛보기 전 호기심에 찬 아이 같은 눈으로 그녀를 다시 한번 내려다본 칼리온은 작정이라도 한 듯이 그녀를 탐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것처럼 온몸을 구석구석 살피며 원하는 만큼 맛보고 쉴 틈 없이 매만졌다. 속절없이 온몸을 그에게 내주게 된 에리는, 자신이 마치 욕정에 찬 사내의 호기심을 채워 주는 대상이 된 것만 같아 비참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팔려 오듯 치른 혼인인 데다 애정조차 없는 낯선 사내에게 몸을 내보인 채 그가 맛보는 대로, 만지는 대로 움직이는 자신이 꼭 인형이라도 된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는 여전히 가운을 걸친 채 그녀의 말랑한 젖가슴을 맛보는 중이었다. 민감하고 여린 피부를 자극하는 입술과 혀 놀림에 그녀의 허리가 긴장으로 굳고 허벅지가 얕게 경련했다. 이것이 부부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초야의 과정인지, 혹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오늘 밤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보다 더한 수치는 없을 거라 여겼던 그녀의 여성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는 손길에 에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헉!”
그 충격에 눈을 번쩍 뜨며 시선을 내렸고, 그녀의 호흡이 멈추었다. 그녀의 다리를 벌려 어깨에 걸친 채 허벅지 안쪽에 도장을 찍듯이 붉은 입술을 누르고 있는 그와 눈이 딱 마주쳤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여성을 점차 진하게 만지며 작게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읏……!”
여태 참아 왔던 신음이 흐느낌과 함께 터져 나왔다. 예민한 정점이 만져지는 저릿한 느낌에 호흡이 더욱 가빠지고 허리가 뒤틀렸다. 자신조차 제대로 본 적 없는 은밀한 곳을 그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수치스러워 죽고만 싶었다.
“시, 싫습니다! 폐하…….”
에리는 도리질을 치며 거부했다. 허벅지를 모으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아래로 손을 뻗어 음부를 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두 손은 족쇄처럼 조여 오는 그의 큰 손에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때였다. 뜨겁고 미끄덩한 무언가가 그녀의 여성을 아래에서부터 정점의 끝까지 쭉 훑는 느낌에 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앗!”
등허리에 소름이 돋고 허벅지가 움찔 떨렸다. 그의 손길과는 확연히 다른 촉감에 아래를 살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솟은 검은 머리가 보였다. 그녀의 검은 수풀에 날렵한 코를 묻고 그 속의 붉은 봉오리에 입 맞추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자, 강하게 도리질을 하며 애원했다.
“그, 그만……! 폐하! 싫습니다……. 앗…….”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있는 그의 단단하고 너른 어깨를 밀어 내며 몸서리를 쳤다.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다. 이런 교합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어찌 가장 은밀한 치부를 입으로 핥는단 말인가. 억지로 벌린 허벅지와 그의 손아귀에 잡힌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만 그녀의 격한 만류에도 여성을 빨아들이는 입술은 멈추질 않았다.
“아읏…… 제발…….”
싫다고 애원하는 그녀의 흐느낌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여린 음모 사이에 숨은 작은 봉오리를 입 안에서 굴리는 일에 한껏 취해 있었다. 입술과 혀를 움직일수록 질척이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산홋빛의 연한 음부는 그의 타액에 촉촉이 젖어 갔고, 진하게 맛볼수록 붉게 물들었다. 칼리온은 자꾸 움츠러드는 말캉한 허벅지를 힘주어 벌리며 입술을 더욱 깊이 묻었다.
“아!”
말캉한 꽃봉오리를 혀로 지그시 누르자 그녀의 허리가 뒤틀리고 허벅지가 경련했다. 그것을 끈질기게 혀로 핥아 올리다, 입술로 물고 빨아들였다. 그녀의 입술에서 가녀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읏…….”
할짝―
뜨거운 혀는 부드럽게 핥듯이 움직이며 여성의 정점을 수없이 자극했다. 그녀의 아래가 녹진하게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랫배에는 이상한 열기가 가득 들어찬 느낌이었다. 그 끔찍한 감각에 에리는 눈을 질끈 감고, 이 순간을 거부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이를 악물었다. 치부를 내보인 것도 수치였지만, 그의 혀 놀림에 반응하듯 허리가 뒤틀리고 참다못해 신음하는 제 모습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의 혀는, 끈질긴 자극에 부어오른 정점을 지나 여성의 비좁은 입구를 맴돌며 핥았다. 마치 아무에게도 길을 내주지 않았던 그녀의 좁은 입구를 침범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며 맛보았다.
입구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뜨겁고 매끄러운 유동체가 갑자기 단단하게 변하며 좁은 입구를 조심히 파고들자, 둔탁하고도 생경한 아픔에 그녀의 허리가 낭창 휘었다.
“헉!”
그 모습에 칼리온은 파고드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동굴을 빨아들이듯 입 맞추었다. 투명한 액을 조금씩 흘려 내는 입구를 약하게 빨아들이다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비좁은 동굴 틈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액은 그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 한참 전, 그녀의 나신을 본 순간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그의 중심에 뻐근할 만큼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칼리온은 엎드렸던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잔뜩 흐트러진 그녀를 보고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속눈썹엔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었고, 뺨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부시게 흰 여체는 불긋한 열꽃이 잔뜩 수놓아져 있고, 소담하고 말캉한 젖가슴은 정점을 뾰족이 세우며 헐떡이는 호흡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의 수줍은 음부엔 그의 타액과 꽃물이 섞여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자, 에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무자비할 정도로 끈질긴 괴롭힘에 시달린 그녀는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고 낯선 흥분에 흐릿해진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향한 순간, 칼리온의 이성이 뚝 끊겼다.
자연스럽게 그녀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된 칼리온은 걸치고 있던 가운의 매듭을 거칠게 풀어 재꼈다. 그리고 크게 솟은 분신으로 그녀의 여성을 지그시 눌렀다.
직감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에리의 몸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흑.”
생살이 찢기는 듯한 쓰라림과 좁은 입구가 억지로 벌어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는 그녀와 달리, 남성을 뜨겁게 조여 오는 쾌감에 그의 입에서는 감탄 어린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
뜨겁고 굵은 남성이 끝없이 몸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 숨도 못 쉴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너무나 적나라해, 에리의 입에서 짧은 흐느낌이 흘렀다. 으레 여인에게 첫 경험이 고통스럽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끔찍이 아플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녀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평생을 고이 간직해 온 소중한 것을 박탈당한 기분과 밀려오는 상실감이 그녀를 어지럽혔다. 마음 같아선 울고 매달리며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는 자신의 부탁 따위 듣는 척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끝없이 파고들던 남성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지만, 몸 안에 가득 들어찬 뜨거운 이물감이 거북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에리와 달리 흥분에 차오른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으나, 은근히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많이 아픈가.”
“…….”
지금껏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녀를 살피는 듯한 그의 이기적인 배려에 에리는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아 버렸다. 마치, 어서 끝내 주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그녀의 반응에 머쓱해진 칼리온은 배알이 틀리는 기분이었다.
‘하, 감히……!’
칼리온은 턱 근육이 불거질 만큼 이를 악문 채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다면, 그 역시 그녀의 고통쯤은 무시해 버릴 심산이었다. 아쉬운 것은 그녀이지,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철썩― 철썩―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빠른 간격으로 침실 안에 울렸다.
“윽…….”
그녀의 몸 안을 가득 채운 남성이 빠르게 드나들자, 몸속의 장기들도 같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처음 사내를 받아들이는 그녀에게는 지독히도 격한 움직임에 절로 날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싶을 만큼 참으로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이었다. 수치심까지 밀려드는 아픔에 초야를 끝까지 참아 낼 자신이 없었다.
그의 분신은 그녀의 안을 뜨겁게 채웠다가, 다시 나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두 사람의 달뜬 호흡과 간혹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만이 침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이나 반복된 행위에도 그녀의 몸은 그의 거대한 움직임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빠르게 드나드는 단단한 남성은 벅찰 정도로 그녀의 안을 가득 채우고 얕은 곳부터 가장 깊은 곳을 번갈아 가며 거침없이 찔러 댔다.
어깨에 닿는 거칠고 뜨거운 호흡, 그녀를 옥죄는 강한 팔 힘, 호흡만큼 뜨겁고 단단한 가슴, 그리고 맨살이 맞부딪치는 외설스러운 찰진 소리, 뜨겁고 쓰라린 통증이 번져 가는 여성과 위아래로 흔들리는 높은 천장.
그녀에겐 마치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출 줄 모른 채, 점점 거칠어졌다.
흥분으로 솟구친 남성을 황홀하게 빨아들이는 내부를, 칼리온은 마음껏 음미하며 짓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처음엔 뻐근할 정도로 뻑뻑했던 틈새가, 거대하고 단단한 남성이 빠르게 드나들수록 매끈하게 조여 왔다. 그녀의 안은 뜨겁고 안온했으며, 그의 분신을 삼킬 듯이 옥죄었다.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극락이 칼리온을 전율케 했다.
“윽…….”
한참을 그녀 위에서 거칠게 내달리던 그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아찔한 절정에 몸을 맡기며 그녀의 작은 몸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이 어지러이 섞였다.
시간이 흘러 흐트러졌던 호흡이 서서히 가다듬어질 때쯤, 가녀린 상앗빛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칼리온의 고개가 올라갔다. 팔꿈치를 세워 자신의 밑에서 할딱이는 작은 여체를 바라봤다.
옆으로 돌려진 고개를 따라 가느다란 목선이 도드라졌고, 땀에 촉촉이 젖어 맑은 윤기가 흘렀다. 작게 솟은 젖가슴이 눈앞에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자, 칼리온의 분신이 또다시 단단해지며 그녀의 깊은 곳에서 위용을 자랑했다.
에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을 고르며 누워 있을 뿐일진대, 민감해진 여성의 내벽에서 뜨거운 남성의 존재감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었다. 순진한 그녀는 설마, 싶었다. 남녀의 교합을 대충 전해 들었을 뿐인 에리는, 연달아 하는 경우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내가 여인의 몸 안을 헤집듯이 들락날락하는 행위가 이렇게 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몰랐다.
‘지금껏 참았는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나?’
진작 혼절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뜨겁게 달군 불꼬챙이가 몸 안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숨도 못 쉴 정도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무정한 사내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혹은 다짜고짜 당돌한 말을 지껄인 그녀를 벌주기라도 하듯, 그가 허리를 천천히 돌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의 뜨거운 분신이 여성의 깊은 곳에 담긴 채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바람에, 그녀의 허리 역시 그 움직임을 따라 음란하게 돌려졌다. 그리고 몸 안에서 은근한 아픔과 함께 간질간질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가 쏟아 낸 정액이 허리의 움직임을 따라 내벽 틈새로 새어 나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은밀한 아랫도리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싫어…… 더 이상은…… 제발.’
끝나는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려 온 그녀는 지금껏 용케 참았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비참하고, 수치스럽고, 이렇듯 무자비한 사내 밑에 깔려야만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다. 당돌하게 굴었던 껍데기를 벗고 그에게 제발 멈춰 달라 빌고 싶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왔다. 입을 맞추려는 확실한 의도로 다가오는 움직임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반대로 돌린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턱을 잡아 돌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또다시 거부당했다 생각한 그의 노기 어린 눈동자가 찰나적으로 번뜩이다 감겼고, 뜨겁고 촉촉한 칼리온의 입술이 거칠게 그녀를 삼켰다. 말 그대로 정말 집어삼킬 듯이 빨아 당겼다. 그의 손에 잡힌 턱이 조금 더 아래로 당겨진 순간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그 틈을 타고 그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핥았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입맞춤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습윤하고 예민한 점막을 가르고 치열을 핥다, 그녀의 숨은 혀를 찾아 휘감아 올리는 낯선 혀의 적나라한 움직임에 에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없이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움직임이 그녀의 입 안을 뜨겁게 휘저었다. 입술이 가볍게 깨물리고 핥아지며 그녀의 작은 혀를 농락하는 거친 입맞춤이 길게 이어졌다.
칼리온의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말캉한 가슴 위에 닿았고, 뒤엉키는 호흡 탓에 서로의 몸이 쉴 새 없이 맞닿았다.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고 천천히 입술이 떨어진 순간.
찰싹―
“헉…….”
천천히 몸 안을 휘젓던 그의 분신이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다 무자비하게 들이닥치며 깊은 곳을 푹 찔렀다. 다시 몸에 꽂히는 날카로운 고통과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놀란 그녀의 신음이 심상치 않다 느꼈는지, 칼리온이 천천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지독한 흥분과 열기에 사로잡힌 남자의 눈이었다.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이 나약한 그녀를 마치 비웃는 것처럼 여유롭게 바라봤다.
그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잔혹한 황제이자 강인한 사내였으며, 감히 그녀가 이길 수 없는…… 드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그를 할퀴어 봤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는 무자비한 남자라는 것을.
그것을 인정하자 에리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며 눈앞이 일렁였다.
“흑…….”
애써 참아 왔던 울음이 기어코 터졌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범해질 때조차 그는 힘 있는 사내였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괴롭힐 수 있는지 잘 아는…….
자존심 때문에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고, 결국 그녀는 무너져 내렸다. 그에게 비참하게 안겼으니 더 이상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제발…… 이젠 그만…… 흡…….”
눈물로 호소하는 자신을 그가 어떤 얼굴로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눈물에 가려진 시야가 뿌옇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그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마음을 바꿔 다시 움직임을 이어 갈까, 간절한 바람으로 애원했다.
“너무 아픕니다……. 그러니 제발…… 흐흑.”
그녀의 눈물 섞인 애원이 통한 걸까. 한참을 우뚝 멈춰 있던 그가 끙,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서늘한 공기가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고 뜨겁고 거대한 기둥이 느리게 빠져나가는 그 적나라한 감각에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모습에 잠시 멈칫하던 칼리온이 다시 움직여 그녀의 내부에서 완전히 빠져나갔다.
허망한 해방감. 그리고 자신의 애원이 통했다는 안도감에 에리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웅크렸다.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데 침대를 벗어나는 그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등 뒤에서 옷감 스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에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그가 침실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다시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그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놀란 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 벌벌 떨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두려움에 떠는데, 미지근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그녀의 은밀한 곳에 닿았다.
그녀의 가는 손목을 한 손으로 휘어잡은 그가 자신의 품에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캉한 젖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 모습만큼은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들었다. 그녀의 가슴을 가득 머금는 그의 붉은 입술이 지독히도 거칠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타오를 듯한 뜨거운 입술과 그녀의 가슴을 빨아들이는 느낌에 순간, 비명이 새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피를 몰고 다니는 적왕이라 불리는 사내가, 전장에서 자신의 몸집만 한 칼을 들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을 그가, 마치 굶주린 아이처럼 자신의 가슴을 맛보는 모습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그녀의 가슴을 거칠게 물고 빨았다. 에리는 자신의 가슴이 그의 붉은 입술에 빨려 들어가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붉은 혀에 굴려지는 모양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 느껴 보는 야릇한 자극에 에리는 가빠 오는 호흡 사이로 혹여 앓는 소리라도 새어 나올까, 손등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고개를 돌려 버렸다.
초점이 흐려진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뺨이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딸기처럼 붉어진 정점이 그의 타액에 흠뻑 젖어 윤택한 빛을 내며 눈앞에서 들썩이고 있었다.
“하…… 절경이로군.”
마치 성찬을 맛보기 전 호기심에 찬 아이 같은 눈으로 그녀를 다시 한번 내려다본 칼리온은 작정이라도 한 듯이 그녀를 탐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것처럼 온몸을 구석구석 살피며 원하는 만큼 맛보고 쉴 틈 없이 매만졌다. 속절없이 온몸을 그에게 내주게 된 에리는, 자신이 마치 욕정에 찬 사내의 호기심을 채워 주는 대상이 된 것만 같아 비참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팔려 오듯 치른 혼인인 데다 애정조차 없는 낯선 사내에게 몸을 내보인 채 그가 맛보는 대로, 만지는 대로 움직이는 자신이 꼭 인형이라도 된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는 여전히 가운을 걸친 채 그녀의 말랑한 젖가슴을 맛보는 중이었다. 민감하고 여린 피부를 자극하는 입술과 혀 놀림에 그녀의 허리가 긴장으로 굳고 허벅지가 얕게 경련했다. 이것이 부부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초야의 과정인지, 혹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오늘 밤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보다 더한 수치는 없을 거라 여겼던 그녀의 여성을 조심스럽게 매만지는 손길에 에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헉!”
그 충격에 눈을 번쩍 뜨며 시선을 내렸고, 그녀의 호흡이 멈추었다. 그녀의 다리를 벌려 어깨에 걸친 채 허벅지 안쪽에 도장을 찍듯이 붉은 입술을 누르고 있는 그와 눈이 딱 마주쳤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여성을 점차 진하게 만지며 작게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읏……!”
여태 참아 왔던 신음이 흐느낌과 함께 터져 나왔다. 예민한 정점이 만져지는 저릿한 느낌에 호흡이 더욱 가빠지고 허리가 뒤틀렸다. 자신조차 제대로 본 적 없는 은밀한 곳을 그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수치스러워 죽고만 싶었다.
“시, 싫습니다! 폐하…….”
에리는 도리질을 치며 거부했다. 허벅지를 모으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아래로 손을 뻗어 음부를 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두 손은 족쇄처럼 조여 오는 그의 큰 손에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때였다. 뜨겁고 미끄덩한 무언가가 그녀의 여성을 아래에서부터 정점의 끝까지 쭉 훑는 느낌에 절로 허리가 들썩였다.
“앗!”
등허리에 소름이 돋고 허벅지가 움찔 떨렸다. 그의 손길과는 확연히 다른 촉감에 아래를 살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솟은 검은 머리가 보였다. 그녀의 검은 수풀에 날렵한 코를 묻고 그 속의 붉은 봉오리에 입 맞추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자, 강하게 도리질을 하며 애원했다.
“그, 그만……! 폐하! 싫습니다……. 앗…….”
그녀의 허벅지를 받치고 있는 그의 단단하고 너른 어깨를 밀어 내며 몸서리를 쳤다. 눈앞이 핑그르르 돌았다. 이런 교합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어찌 가장 은밀한 치부를 입으로 핥는단 말인가. 억지로 벌린 허벅지와 그의 손아귀에 잡힌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지만 그녀의 격한 만류에도 여성을 빨아들이는 입술은 멈추질 않았다.
“아읏…… 제발…….”
싫다고 애원하는 그녀의 흐느낌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여린 음모 사이에 숨은 작은 봉오리를 입 안에서 굴리는 일에 한껏 취해 있었다. 입술과 혀를 움직일수록 질척이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산홋빛의 연한 음부는 그의 타액에 촉촉이 젖어 갔고, 진하게 맛볼수록 붉게 물들었다. 칼리온은 자꾸 움츠러드는 말캉한 허벅지를 힘주어 벌리며 입술을 더욱 깊이 묻었다.
“아!”
말캉한 꽃봉오리를 혀로 지그시 누르자 그녀의 허리가 뒤틀리고 허벅지가 경련했다. 그것을 끈질기게 혀로 핥아 올리다, 입술로 물고 빨아들였다. 그녀의 입술에서 가녀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읏…….”
할짝―
뜨거운 혀는 부드럽게 핥듯이 움직이며 여성의 정점을 수없이 자극했다. 그녀의 아래가 녹진하게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랫배에는 이상한 열기가 가득 들어찬 느낌이었다. 그 끔찍한 감각에 에리는 눈을 질끈 감고, 이 순간을 거부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이를 악물었다. 치부를 내보인 것도 수치였지만, 그의 혀 놀림에 반응하듯 허리가 뒤틀리고 참다못해 신음하는 제 모습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그의 혀는, 끈질긴 자극에 부어오른 정점을 지나 여성의 비좁은 입구를 맴돌며 핥았다. 마치 아무에게도 길을 내주지 않았던 그녀의 좁은 입구를 침범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며 맛보았다.
입구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뜨겁고 매끄러운 유동체가 갑자기 단단하게 변하며 좁은 입구를 조심히 파고들자, 둔탁하고도 생경한 아픔에 그녀의 허리가 낭창 휘었다.
“헉!”
그 모습에 칼리온은 파고드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동굴을 빨아들이듯 입 맞추었다. 투명한 액을 조금씩 흘려 내는 입구를 약하게 빨아들이다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비좁은 동굴 틈에서 흘러내린 뜨거운 액은 그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이미 한참 전, 그녀의 나신을 본 순간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그의 중심에 뻐근할 만큼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칼리온은 엎드렸던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잔뜩 흐트러진 그녀를 보고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속눈썹엔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었고, 뺨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부시게 흰 여체는 불긋한 열꽃이 잔뜩 수놓아져 있고, 소담하고 말캉한 젖가슴은 정점을 뾰족이 세우며 헐떡이는 호흡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의 수줍은 음부엔 그의 타액과 꽃물이 섞여 흠뻑 젖어 있었다.
그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자, 에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무자비할 정도로 끈질긴 괴롭힘에 시달린 그녀는 손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고 낯선 흥분에 흐릿해진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향한 순간, 칼리온의 이성이 뚝 끊겼다.
자연스럽게 그녀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된 칼리온은 걸치고 있던 가운의 매듭을 거칠게 풀어 재꼈다. 그리고 크게 솟은 분신으로 그녀의 여성을 지그시 눌렀다.
직감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에리의 몸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흑.”
생살이 찢기는 듯한 쓰라림과 좁은 입구가 억지로 벌어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는 그녀와 달리, 남성을 뜨겁게 조여 오는 쾌감에 그의 입에서는 감탄 어린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
뜨겁고 굵은 남성이 끝없이 몸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 숨도 못 쉴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너무나 적나라해, 에리의 입에서 짧은 흐느낌이 흘렀다. 으레 여인에게 첫 경험이 고통스럽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끔찍이 아플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녀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평생을 고이 간직해 온 소중한 것을 박탈당한 기분과 밀려오는 상실감이 그녀를 어지럽혔다. 마음 같아선 울고 매달리며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는 자신의 부탁 따위 듣는 척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끝없이 파고들던 남성이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지만, 몸 안에 가득 들어찬 뜨거운 이물감이 거북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에리와 달리 흥분에 차오른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으나, 은근히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많이 아픈가.”
“…….”
지금껏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서, 이제 와서 그녀를 살피는 듯한 그의 이기적인 배려에 에리는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아 버렸다. 마치, 어서 끝내 주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그녀의 반응에 머쓱해진 칼리온은 배알이 틀리는 기분이었다.
‘하, 감히……!’
칼리온은 턱 근육이 불거질 만큼 이를 악문 채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다면, 그 역시 그녀의 고통쯤은 무시해 버릴 심산이었다. 아쉬운 것은 그녀이지,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철썩― 철썩―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빠른 간격으로 침실 안에 울렸다.
“윽…….”
그녀의 몸 안을 가득 채운 남성이 빠르게 드나들자, 몸속의 장기들도 같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처음 사내를 받아들이는 그녀에게는 지독히도 격한 움직임에 절로 날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차라리 기절했으면 싶을 만큼 참으로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이었다. 수치심까지 밀려드는 아픔에 초야를 끝까지 참아 낼 자신이 없었다.
그의 분신은 그녀의 안을 뜨겁게 채웠다가, 다시 나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두 사람의 달뜬 호흡과 간혹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만이 침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이나 반복된 행위에도 그녀의 몸은 그의 거대한 움직임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빠르게 드나드는 단단한 남성은 벅찰 정도로 그녀의 안을 가득 채우고 얕은 곳부터 가장 깊은 곳을 번갈아 가며 거침없이 찔러 댔다.
어깨에 닿는 거칠고 뜨거운 호흡, 그녀를 옥죄는 강한 팔 힘, 호흡만큼 뜨겁고 단단한 가슴, 그리고 맨살이 맞부딪치는 외설스러운 찰진 소리, 뜨겁고 쓰라린 통증이 번져 가는 여성과 위아래로 흔들리는 높은 천장.
그녀에겐 마치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출 줄 모른 채, 점점 거칠어졌다.
흥분으로 솟구친 남성을 황홀하게 빨아들이는 내부를, 칼리온은 마음껏 음미하며 짓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처음엔 뻐근할 정도로 뻑뻑했던 틈새가, 거대하고 단단한 남성이 빠르게 드나들수록 매끈하게 조여 왔다. 그녀의 안은 뜨겁고 안온했으며, 그의 분신을 삼킬 듯이 옥죄었다. 온몸이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극락이 칼리온을 전율케 했다.
“윽…….”
한참을 그녀 위에서 거칠게 내달리던 그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아찔한 절정에 몸을 맡기며 그녀의 작은 몸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의 거친 호흡이 어지러이 섞였다.
시간이 흘러 흐트러졌던 호흡이 서서히 가다듬어질 때쯤, 가녀린 상앗빛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칼리온의 고개가 올라갔다. 팔꿈치를 세워 자신의 밑에서 할딱이는 작은 여체를 바라봤다.
옆으로 돌려진 고개를 따라 가느다란 목선이 도드라졌고, 땀에 촉촉이 젖어 맑은 윤기가 흘렀다. 작게 솟은 젖가슴이 눈앞에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자, 칼리온의 분신이 또다시 단단해지며 그녀의 깊은 곳에서 위용을 자랑했다.
에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을 고르며 누워 있을 뿐일진대, 민감해진 여성의 내벽에서 뜨거운 남성의 존재감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었다. 순진한 그녀는 설마, 싶었다. 남녀의 교합을 대충 전해 들었을 뿐인 에리는, 연달아 하는 경우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사내가 여인의 몸 안을 헤집듯이 들락날락하는 행위가 이렇게 길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몰랐다.
‘지금껏 참았는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나?’
진작 혼절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뜨겁게 달군 불꼬챙이가 몸 안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숨도 못 쉴 정도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무정한 사내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혹은 다짜고짜 당돌한 말을 지껄인 그녀를 벌주기라도 하듯, 그가 허리를 천천히 돌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의 뜨거운 분신이 여성의 깊은 곳에 담긴 채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바람에, 그녀의 허리 역시 그 움직임을 따라 음란하게 돌려졌다. 그리고 몸 안에서 은근한 아픔과 함께 간질간질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가 쏟아 낸 정액이 허리의 움직임을 따라 내벽 틈새로 새어 나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은밀한 아랫도리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싫어…… 더 이상은…… 제발.’
끝나는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려 온 그녀는 지금껏 용케 참았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비참하고, 수치스럽고, 이렇듯 무자비한 사내 밑에 깔려야만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다. 당돌하게 굴었던 껍데기를 벗고 그에게 제발 멈춰 달라 빌고 싶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왔다. 입을 맞추려는 확실한 의도로 다가오는 움직임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반대로 돌린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턱을 잡아 돌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또다시 거부당했다 생각한 그의 노기 어린 눈동자가 찰나적으로 번뜩이다 감겼고, 뜨겁고 촉촉한 칼리온의 입술이 거칠게 그녀를 삼켰다. 말 그대로 정말 집어삼킬 듯이 빨아 당겼다. 그의 손에 잡힌 턱이 조금 더 아래로 당겨진 순간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그 틈을 타고 그의 뜨거운 혀가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핥았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입맞춤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습윤하고 예민한 점막을 가르고 치열을 핥다, 그녀의 숨은 혀를 찾아 휘감아 올리는 낯선 혀의 적나라한 움직임에 에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없이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움직임이 그녀의 입 안을 뜨겁게 휘저었다. 입술이 가볍게 깨물리고 핥아지며 그녀의 작은 혀를 농락하는 거친 입맞춤이 길게 이어졌다.
칼리온의 단단한 가슴이 그녀의 말캉한 가슴 위에 닿았고, 뒤엉키는 호흡 탓에 서로의 몸이 쉴 새 없이 맞닿았다.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고 천천히 입술이 떨어진 순간.
찰싹―
“헉…….”
천천히 몸 안을 휘젓던 그의 분신이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다 무자비하게 들이닥치며 깊은 곳을 푹 찔렀다. 다시 몸에 꽂히는 날카로운 고통과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놀란 그녀의 신음이 심상치 않다 느꼈는지, 칼리온이 천천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지독한 흥분과 열기에 사로잡힌 남자의 눈이었다. 위험하게 번뜩이는 눈빛이 나약한 그녀를 마치 비웃는 것처럼 여유롭게 바라봤다.
그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잔혹한 황제이자 강인한 사내였으며, 감히 그녀가 이길 수 없는…… 드높은 존재라는 사실을.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그를 할퀴어 봤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는 무자비한 남자라는 것을.
그것을 인정하자 에리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며 눈앞이 일렁였다.
“흑…….”
애써 참아 왔던 울음이 기어코 터졌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범해질 때조차 그는 힘 있는 사내였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괴롭힐 수 있는지 잘 아는…….
자존심 때문에 꾸역꾸역 참았던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고, 결국 그녀는 무너져 내렸다. 그에게 비참하게 안겼으니 더 이상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제발…… 이젠 그만…… 흡…….”
눈물로 호소하는 자신을 그가 어떤 얼굴로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눈물에 가려진 시야가 뿌옇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그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마음을 바꿔 다시 움직임을 이어 갈까, 간절한 바람으로 애원했다.
“너무 아픕니다……. 그러니 제발…… 흐흑.”
그녀의 눈물 섞인 애원이 통한 걸까. 한참을 우뚝 멈춰 있던 그가 끙,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서늘한 공기가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고 뜨겁고 거대한 기둥이 느리게 빠져나가는 그 적나라한 감각에 그녀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모습에 잠시 멈칫하던 칼리온이 다시 움직여 그녀의 내부에서 완전히 빠져나갔다.
허망한 해방감. 그리고 자신의 애원이 통했다는 안도감에 에리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웅크렸다.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데 침대를 벗어나는 그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등 뒤에서 옷감 스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에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그가 침실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다시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그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놀란 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 벌벌 떨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두려움에 떠는데, 미지근하고 축축한 무언가가 그녀의 은밀한 곳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