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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2장 대박! 연금술사가 되다(2)
흥미를 느낀 데네브가 물어보았다. 잘하면 히든 클래스로의 전직이 바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
론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눈을 감았다. 그 후 눈을 지그시 뜨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15살이었던 난 이론상에서나 나오던 연금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주위에서는 미친놈으로 취급했지만, 난 연금술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 연금술을 연구하기 위해서 기초적인 1서클 마법만 배우고 다른 것은 배우지 않고 연구만 한 지 어언 20년……. 드디어 나는! 금의 연금에 성공했지! 일반 철로 금을 만들어 내는 결실을 맺은 거야! 그리고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등 갖은 희귀한 금속들과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오팔, 호박, 에메랄드 등의 보석을 만들어 냈지. 다른 왕국, 제국들이 나를 모시려고 아우성이었어. 그때 그 기분이란.”
론 할아버지는 금의 연금에 성공했다는 부분에서부터는 흥분을 했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혈관이 불거진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곧 붉어진 얼굴은 도로 창백해지고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시선은 탐욕에 가득 찬 시선이었지. 나에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 탐욕에 가득 찬 귀족부터 오래전 헤어진 여자 친구, 날 버리고 부모님의 재산을 전부 가져간 형, 날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던 친척들. 여태까지 날 미친놈처럼 취급하면서 돌을 던지고 조롱하던 마을 사람들까지 날 찾아와 아는 척을 하곤 했지. 그들은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나에게 보석을 받기를 원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웃겼어. 암,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등의 병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를 할 돈이 없다면서 나에게 보석을 달라고 한 인간들, 나에게 갖은 앙증을 떨면서 유혹한 귀족가 영애들. 그녀들은 참 불쌍했지. 못생긴 나를 어떻게든 만나려고 뛰어다녔으니까 말이야. 또 탐욕스런 눈을 감추지 못한 채 나에게 연금술을 배우려고 온 귀족가의 마법사들. 알지도 못하는 친척들 속에서도 난 항상 외톨이였지. 연금술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꿈을 위해 오직 연구만 할 때가 더 좋았어. 연금술이 성공하면 모든 것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지. 고독을 친구 삼아, 배고픔을 동반자 삼아, 낡은 집 한 채에 살면서도 희망이 있었지. 성공만 하면 다시 나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 수고했다고 해 줄 것 같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이 보내는 시선은 탐욕과 욕망……. 진실된 말을 하는 자가 없었지. 그것을 알고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 창고에는 연금술로 만든 금은보화가 넘쳐 났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하니 곧 본모습을 드러내더군. 욕을 하며 떠나고, 경멸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내며 다 떠났어. 연금술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연구는 나에게 상처만 주고 말았어. 하지만 나에게 진실로 잘 대해 준 사람이 있었지, 그건 바로 시르벤 국왕 폐하와 내 아내 라이나였어.”
론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국왕이라는 위치라면 날 어떻게든 국익을 위해 부려 먹을 줄 알았지만, 그분은 달랐어. 날 따로 불러 연금술을 연구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지. 난 여태까지 있었던 고난을 다 말했어. 3시간 동안의 이야기에도 그분은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셨어. 그리고 수고했다면서 궁궐에 들어오라고 하셨지. ‘연금술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으니 이제는 연금술의 꽃을 피워 내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그 감격이란……. 그리고 ‘이제부터는 연금술을 더욱 연구하여 국민들을 위한 것을 만들어 내게’라고 하셨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국민들을 생각하시는 분이셨어. 궁정 마법사가 된 뒤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들을 위하는 연구를 시작했지. 하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어. 1년 만에 국왕 폐하께서 갑자기 급병으로 붕어하셨다네. 그 뒤를 이은 국왕은 욕심이 많은 분이셨어. 그분은 내가 국민들을 위해 만든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지 못하게 금지령을 내리고 전쟁에 쓸 무기와 사치를 위한 보석들을 만들라고 명령을 내리셨어.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만든 물건들의 설계도를 모두 태워 버리셨지. 난 떠나기로 했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난 내가 저술한 연금술 책을 가지고 도망쳤다네. 왕국의 추격이 있었지만, 그들을 따돌리고 도착한 게 이곳 북쪽의 벨레시아야. 여기서 라이나를 만났지. 당시 라이나는 29살, 난 37살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사랑했어. 사랑에 빠진 후 나는 연금술을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 라이나가 내가 연금술사인 걸 알면 돌변할 것 같았어. 그게 두려웠지.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지. 결혼을 한 후, 라이나는 내 일기장을 읽게 된 거야. 하지만 라이나는 평소와 다름없었어. ‘전 당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과거는 불행했지만, 지금은 저와 살면서 행복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너무 연연하지 말아요.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에게 떳떳하게 지내는 건 어떨까요?’라고 나에게 말해 줬어.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내가 어리석었어. 그 뒤로 나는 낮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밤에는 떳떳하게 연금술을 연구했다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론 할아버지가 품속에서 백과사전 두께에 겉이 가죽으로 된 책을 꺼냈다.
“바로 이 책이야.”
두근두근.
‘히든 클래스다.’
“내 자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할까 하는데…….”
“말씀하십시오.”
“내 뒤를 이어서 연금술사가 돼 주지 않겠는가? 내 평생을 바쳐서 이루어 낸 성과라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잊히게 하기는 싫다네.”
‘오오오! 드디어!’
[히든 클래스 ‘연금술사’ 전직이 나왔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전직 ‘연금술사’가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캐릭터 창!”
[이름:데네브
호칭:무
직업:연금술사
국가:무
레벨23(42.213%)
공격력:556, 정신력:49
방어력:2,000, 회피력:28
마법 방어력:3,000, 공복도:50%
마법력:2,595
상태:정상
특징:한 가지 속성을 제외한 다른 속성의 마법 사용 불가(선택, 1서클 제외)
캐릭터 옵션:무
명성:5]
“으헥!! 어떻게 된 거야?”
“허허허, 자네도 그렇게 나오는가? 자, 자네 이 책을 받고 내 말을 들어 보게나.”
[‘연금술의 모든 것’ 책을 얻으셨습니다.]
“난 아까 1서클의 마법만 배우고 연금술을 연구했다고 말했다네. 그리고 궁정 마법사가 된 후 다시 마법을 배우려고 했지만 처음으로 중력 마법을 배우고 난 후 다른 속성의 마법을 배울 수가 없었어.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연금술을 배우면 한 가지 속성의 마법만 배울 수밖에 없다는 제약이 생긴다는 것밖에 모르네.”
‘허거거거걱!’
“우…… 우째서 그걸 이제 이야기하십니까?”
“이걸 말하면 자네가 연금술사 안 할까 봐.”
“…….”
‘어이 상실이다…….’
[속성을 선택하십시오. 한 번 선택하신 속성은 영원히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십시오.
속성:화(火), 수(水), 목(木), 토(土), 풍(風), 광(光), 흑(黑), 무(無), 중(重)]
때마침 나오는 속성을 고르라는 알림글이었다.
“무엇을 고를까요?”
데네브는 고심을 했지만 무엇을 할지 몰라서 론 할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했다.
“중력 마법은 어떠냐?”
“중력 마법이요?”
“적을 공격하는 응용범위가 크고 플라이를 배우지 않아도 무중력만 있으면 날아다닐 수 있고, 중력을 잘만 이용하면 무적의 방어 마법도 쓸 수 있다.”
“흠…….”
“게다가 그 중력 마법들은 내가 당장 가르칠 수 있다. 요즘은 이 세계에 중력 마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희소 가치도 크지. 마법사들이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파괴력이 큰 화, 수, 목, 토, 풍, 광, 흑마법 같은 마법만 배우고 연구해서 무나 중은 잊혀져 가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나의 중력 마법을 계승해 보는 게 어떠냐?”
“뭐, 그렇게 하죠. 희소성이 있다면 중력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
“아마 그럴걸? 넌 이 대륙에서 유일한 중력 마법사가 될 것이야!”
“좋았어, 낙찰!”
“좋아! 자, 받아라!”
데네브의 말과 동시에 론 할아버지가 다시 품속에서 책 다섯 권을 꺼냈다. 이번엔 스킬 북이었다.
론 할아버지는 그 스킬 북들을 데네브에게 던져 주었다.
“중 속성!”
[중(重) 속성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중 속성을 서클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야 하는 일인가?’
데네브는 자신이 유일한 중력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다른 속성의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슬픔에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스킬 북들을 습득하거라.”
“예.”
[중력 마법 스킬 그래비티, 리버스 그래비티, 안티 그래비티 실드, 그래비티 볼, 제로 그래비티입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가 보거라.”
“예? 가라니요? 연금술 안 가르쳐 주십니까?”
“책 줬잖아. 내가 이 나이에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연금술은 노동이 많이 필요한 학문이다. 그래서 이제 늙은 내가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알아서 공부하도록. 참고로 스탯 올릴 때 힘도 많이 올려야 될 거다. 마법은 1서클과 중력 마법 외에는 배울 마법이 없어. 그 중력 마법들도 세 개는 내가 만든 거지만……. 너도 조합 마법을 만들면 몰라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게다.”
“스킬 창.”
[그래비티(7서클):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올려 버린다.
최대:3G, 숙련도:1/10, 소모 마나:300, 딜레이:10분
주문:모든 것을 당기는 힘이여, 이제 내 뜻에 따라 내 앞에 있는 적에게 너의 힘을 보여라.
리버스 그래비티(7서클):역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에 띄운다. 띄워진 대상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숙련도:1/10, 소모 마나:250, 딜레이:5분
주문:내 앞에 있는 적에게 다시는 땅을 밟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게 하라.
안티 그래비티 실드(6서클):반중력의 실드가 나온다. 실드에 닿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반중력에 의해 튕겨 나간다.
숙련도:1/10, 소모 마나:100, 딜레이:없음
주문:모든 것을 미는 힘이여, 이제 내 뜻에 따라 나를 보호하라.
그래비티 볼(5서클):중력을 가진 구를 생성한다. 볼의 크기와 중력의 힘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3G, 숙련도:1/10, 소모 마나:90, 딜레이:없음
주문:이 세계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 내 앞에 나와 너의 존재를 알려라.
제로 그래비티(6서클):무중력 마법으로 자신에게만 중력의 제약을 무시한다(마스터를 해야 완전한 무중력을 쓸 수 있다).
최대:1/2G, 숙련도:1/10, 소모 마나:200, 딜레이:5분
주문:나에게서 중력의 제약을 거둬라.]
“…….”
“왜 그러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뭐?”
“할아버지는 몇 서클이세요?”
“나? 아까 1서클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 마법들은?”
“아, 그거? 중력 마법에 특화되었으니까 서클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단다. 중력 마법만.”
“대박이다!”
“그럼, 대박이지……. 내가 스킬 북을 주지 않았으면, 넌 아마 영원히 제대로 된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가 되어 버렸겠지. 스킬 북이라는 것은 몬스터를 잡아야 나오는 것이다. 허나 스킬 북이 나오는 확률이 희박한 데다가 중력 마법은 고위의 마법이라서 나올 확률이 없다고 봐야겠지. 도서관에 가서 스킬 북을 살 수도 있지만, 4서클까지이니 스킬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그런 것이었습니까?”
“그래.”
“그럼 만약에 제가 다른 속성을 택했다면?”
“스킬 북을 못 주었겠지.”
“그래서 저에게 중력 마법을?”
“그렇다니까. 아, 가기 전에 이것 좀 가져가거라.”
2장 대박! 연금술사가 되다(2)
흥미를 느낀 데네브가 물어보았다. 잘하면 히든 클래스로의 전직이 바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
론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눈을 감았다. 그 후 눈을 지그시 뜨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15살이었던 난 이론상에서나 나오던 연금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주위에서는 미친놈으로 취급했지만, 난 연금술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어. 연금술을 연구하기 위해서 기초적인 1서클 마법만 배우고 다른 것은 배우지 않고 연구만 한 지 어언 20년……. 드디어 나는! 금의 연금에 성공했지! 일반 철로 금을 만들어 내는 결실을 맺은 거야! 그리고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등 갖은 희귀한 금속들과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오팔, 호박, 에메랄드 등의 보석을 만들어 냈지. 다른 왕국, 제국들이 나를 모시려고 아우성이었어. 그때 그 기분이란.”
론 할아버지는 금의 연금에 성공했다는 부분에서부터는 흥분을 했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혈관이 불거진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곧 붉어진 얼굴은 도로 창백해지고 점점 어두워져 갔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시선은 탐욕에 가득 찬 시선이었지. 나에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 탐욕에 가득 찬 귀족부터 오래전 헤어진 여자 친구, 날 버리고 부모님의 재산을 전부 가져간 형, 날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던 친척들. 여태까지 날 미친놈처럼 취급하면서 돌을 던지고 조롱하던 마을 사람들까지 날 찾아와 아는 척을 하곤 했지. 그들은 구차한 변명을 하면서 나에게 보석을 받기를 원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웃겼어. 암,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등의 병을 앓고 있다면서, 치료를 할 돈이 없다면서 나에게 보석을 달라고 한 인간들, 나에게 갖은 앙증을 떨면서 유혹한 귀족가 영애들. 그녀들은 참 불쌍했지. 못생긴 나를 어떻게든 만나려고 뛰어다녔으니까 말이야. 또 탐욕스런 눈을 감추지 못한 채 나에게 연금술을 배우려고 온 귀족가의 마법사들. 알지도 못하는 친척들 속에서도 난 항상 외톨이였지. 연금술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꿈을 위해 오직 연구만 할 때가 더 좋았어. 연금술이 성공하면 모든 것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지. 고독을 친구 삼아, 배고픔을 동반자 삼아, 낡은 집 한 채에 살면서도 희망이 있었지. 성공만 하면 다시 나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 수고했다고 해 줄 것 같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이 보내는 시선은 탐욕과 욕망……. 진실된 말을 하는 자가 없었지. 그것을 알고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 창고에는 연금술로 만든 금은보화가 넘쳐 났는데도 말이야. 그렇게 하니 곧 본모습을 드러내더군. 욕을 하며 떠나고, 경멸에 가득 찬 시선을 보내며 다 떠났어. 연금술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연구는 나에게 상처만 주고 말았어. 하지만 나에게 진실로 잘 대해 준 사람이 있었지, 그건 바로 시르벤 국왕 폐하와 내 아내 라이나였어.”
론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국왕이라는 위치라면 날 어떻게든 국익을 위해 부려 먹을 줄 알았지만, 그분은 달랐어. 날 따로 불러 연금술을 연구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지. 난 여태까지 있었던 고난을 다 말했어. 3시간 동안의 이야기에도 그분은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셨어. 그리고 수고했다면서 궁궐에 들어오라고 하셨지. ‘연금술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냈으니 이제는 연금술의 꽃을 피워 내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그 감격이란……. 그리고 ‘이제부터는 연금술을 더욱 연구하여 국민들을 위한 것을 만들어 내게’라고 하셨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국민들을 생각하시는 분이셨어. 궁정 마법사가 된 뒤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국민들을 위하는 연구를 시작했지. 하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어. 1년 만에 국왕 폐하께서 갑자기 급병으로 붕어하셨다네. 그 뒤를 이은 국왕은 욕심이 많은 분이셨어. 그분은 내가 국민들을 위해 만든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지 못하게 금지령을 내리고 전쟁에 쓸 무기와 사치를 위한 보석들을 만들라고 명령을 내리셨어.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만든 물건들의 설계도를 모두 태워 버리셨지. 난 떠나기로 했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난 내가 저술한 연금술 책을 가지고 도망쳤다네. 왕국의 추격이 있었지만, 그들을 따돌리고 도착한 게 이곳 북쪽의 벨레시아야. 여기서 라이나를 만났지. 당시 라이나는 29살, 난 37살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사랑했어. 사랑에 빠진 후 나는 연금술을 다시는 꺼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 라이나가 내가 연금술사인 걸 알면 돌변할 것 같았어. 그게 두려웠지.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지. 결혼을 한 후, 라이나는 내 일기장을 읽게 된 거야. 하지만 라이나는 평소와 다름없었어. ‘전 당신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과거는 불행했지만, 지금은 저와 살면서 행복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너무 연연하지 말아요.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에게 떳떳하게 지내는 건 어떨까요?’라고 나에게 말해 줬어.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내가 어리석었어. 그 뒤로 나는 낮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밤에는 떳떳하게 연금술을 연구했다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론 할아버지가 품속에서 백과사전 두께에 겉이 가죽으로 된 책을 꺼냈다.
“바로 이 책이야.”
두근두근.
‘히든 클래스다.’
“내 자네에게 마지막 부탁을 할까 하는데…….”
“말씀하십시오.”
“내 뒤를 이어서 연금술사가 돼 주지 않겠는가? 내 평생을 바쳐서 이루어 낸 성과라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잊히게 하기는 싫다네.”
‘오오오! 드디어!’
[히든 클래스 ‘연금술사’ 전직이 나왔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전직 ‘연금술사’가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캐릭터 창!”
[이름:데네브
호칭:무
직업:연금술사
국가:무
레벨23(42.213%)
공격력:556, 정신력:49
방어력:2,000, 회피력:28
마법 방어력:3,000, 공복도:50%
마법력:2,595
상태:정상
특징:한 가지 속성을 제외한 다른 속성의 마법 사용 불가(선택, 1서클 제외)
캐릭터 옵션:무
명성:5]
“으헥!! 어떻게 된 거야?”
“허허허, 자네도 그렇게 나오는가? 자, 자네 이 책을 받고 내 말을 들어 보게나.”
[‘연금술의 모든 것’ 책을 얻으셨습니다.]
“난 아까 1서클의 마법만 배우고 연금술을 연구했다고 말했다네. 그리고 궁정 마법사가 된 후 다시 마법을 배우려고 했지만 처음으로 중력 마법을 배우고 난 후 다른 속성의 마법을 배울 수가 없었어.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연금술을 배우면 한 가지 속성의 마법만 배울 수밖에 없다는 제약이 생긴다는 것밖에 모르네.”
‘허거거거걱!’
“우…… 우째서 그걸 이제 이야기하십니까?”
“이걸 말하면 자네가 연금술사 안 할까 봐.”
“…….”
‘어이 상실이다…….’
[속성을 선택하십시오. 한 번 선택하신 속성은 영원히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십시오.
속성:화(火), 수(水), 목(木), 토(土), 풍(風), 광(光), 흑(黑), 무(無), 중(重)]
때마침 나오는 속성을 고르라는 알림글이었다.
“무엇을 고를까요?”
데네브는 고심을 했지만 무엇을 할지 몰라서 론 할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했다.
“중력 마법은 어떠냐?”
“중력 마법이요?”
“적을 공격하는 응용범위가 크고 플라이를 배우지 않아도 무중력만 있으면 날아다닐 수 있고, 중력을 잘만 이용하면 무적의 방어 마법도 쓸 수 있다.”
“흠…….”
“게다가 그 중력 마법들은 내가 당장 가르칠 수 있다. 요즘은 이 세계에 중력 마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희소 가치도 크지. 마법사들이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파괴력이 큰 화, 수, 목, 토, 풍, 광, 흑마법 같은 마법만 배우고 연구해서 무나 중은 잊혀져 가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나의 중력 마법을 계승해 보는 게 어떠냐?”
“뭐, 그렇게 하죠. 희소성이 있다면 중력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
“아마 그럴걸? 넌 이 대륙에서 유일한 중력 마법사가 될 것이야!”
“좋았어, 낙찰!”
“좋아! 자, 받아라!”
데네브의 말과 동시에 론 할아버지가 다시 품속에서 책 다섯 권을 꺼냈다. 이번엔 스킬 북이었다.
론 할아버지는 그 스킬 북들을 데네브에게 던져 주었다.
“중 속성!”
[중(重) 속성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중 속성을 서클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야 하는 일인가?’
데네브는 자신이 유일한 중력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다른 속성의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슬픔에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스킬 북들을 습득하거라.”
“예.”
[중력 마법 스킬 그래비티, 리버스 그래비티, 안티 그래비티 실드, 그래비티 볼, 제로 그래비티입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가 보거라.”
“예? 가라니요? 연금술 안 가르쳐 주십니까?”
“책 줬잖아. 내가 이 나이에 누구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연금술은 노동이 많이 필요한 학문이다. 그래서 이제 늙은 내가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알아서 공부하도록. 참고로 스탯 올릴 때 힘도 많이 올려야 될 거다. 마법은 1서클과 중력 마법 외에는 배울 마법이 없어. 그 중력 마법들도 세 개는 내가 만든 거지만……. 너도 조합 마법을 만들면 몰라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게다.”
“스킬 창.”
[그래비티(7서클):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올려 버린다.
최대:3G, 숙련도:1/10, 소모 마나:300, 딜레이:10분
주문:모든 것을 당기는 힘이여, 이제 내 뜻에 따라 내 앞에 있는 적에게 너의 힘을 보여라.
리버스 그래비티(7서클):역중력 마법으로 대상에게 미치는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에 띄운다. 띄워진 대상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숙련도:1/10, 소모 마나:250, 딜레이:5분
주문:내 앞에 있는 적에게 다시는 땅을 밟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게 하라.
안티 그래비티 실드(6서클):반중력의 실드가 나온다. 실드에 닿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반중력에 의해 튕겨 나간다.
숙련도:1/10, 소모 마나:100, 딜레이:없음
주문:모든 것을 미는 힘이여, 이제 내 뜻에 따라 나를 보호하라.
그래비티 볼(5서클):중력을 가진 구를 생성한다. 볼의 크기와 중력의 힘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3G, 숙련도:1/10, 소모 마나:90, 딜레이:없음
주문:이 세계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 내 앞에 나와 너의 존재를 알려라.
제로 그래비티(6서클):무중력 마법으로 자신에게만 중력의 제약을 무시한다(마스터를 해야 완전한 무중력을 쓸 수 있다).
최대:1/2G, 숙련도:1/10, 소모 마나:200, 딜레이:5분
주문:나에게서 중력의 제약을 거둬라.]
“…….”
“왜 그러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뭐?”
“할아버지는 몇 서클이세요?”
“나? 아까 1서클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 마법들은?”
“아, 그거? 중력 마법에 특화되었으니까 서클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단다. 중력 마법만.”
“대박이다!”
“그럼, 대박이지……. 내가 스킬 북을 주지 않았으면, 넌 아마 영원히 제대로 된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가 되어 버렸겠지. 스킬 북이라는 것은 몬스터를 잡아야 나오는 것이다. 허나 스킬 북이 나오는 확률이 희박한 데다가 중력 마법은 고위의 마법이라서 나올 확률이 없다고 봐야겠지. 도서관에 가서 스킬 북을 살 수도 있지만, 4서클까지이니 스킬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그런 것이었습니까?”
“그래.”
“그럼 만약에 제가 다른 속성을 택했다면?”
“스킬 북을 못 주었겠지.”
“그래서 저에게 중력 마법을?”
“그렇다니까. 아, 가기 전에 이것 좀 가져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