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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2장 대박! 연금술사가 되다(3)


론 할아버지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자동차 타이어 크기만 한 냄비와 가죽으로 된 가방을 주었다.
“이것은?”
“연금술에 필요한 도구다. 시장에 가서 사면 20골드 정도 되지. 좀 오래 됐어도 이것을 사용해라. 지금 그 정도의 돈도 없잖느냐.”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비싼 걸…….’
“그리고 명심해라. 연금술을 배워서 남들에게 가르치지 말거라. 또한 연금술로 돈벌이를 하지 말고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거라.”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내가 어째서 네 스승이냐?”
“스킬 북을 전수해 주셔서 마법을 배웠으니까 스승이시죠.”
“그래, 뭐 그렇다고 해 두지.”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스승님.”
“오냐, 가거라.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
끼익, 탁!
“이제 연금술을 배워야 할 텐데…….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 없나?”
꼬르륵.
[공복도가 50% 미만입니다. 공복도를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배고프네, 아이템 창.”
데네브는 아이템 창에서 보리 빵 3개를 꺼내서 먹고 공복도를 채웠다.
“에이, 이게 뭐야? 맛은 좋은데, 딱딱해서 먹기가 힘드네.”
꺼억.
그래도 트림은 잘 나온다.
“자, 그럼 떠나 볼까?”
후드를 쓰면서 데네브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을을 떠나 동산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금술을 공부하기 위해 무작정 갔다.
“나, 어째 먼치킨이 되는 거 같다?”

연금술사의 연구소.
데네브가 마을을 떠난 지 게임 시간상으로 2개월이 지났다.
한편, 벨레시아 동쪽으로 거대한 성이 있었으니 그곳은 시르벤 왕국 수도 시르벤 시티. 그리고 여기는 주점 ‘술집’.
“아무리 그렇다지만 이건 좀…….”
“주점 이름이 참……. 여길 좋아하는 우리 대장도 이상한 거죠.”
“그러게 말야.”
“그럼 들어가요.”
딸랑.
문이 열리면서 작은 방울 소리가 났다. ‘술집’ 안에는 중장갑옷에 붉은색 망토를 걸친 전사들과 붉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 역시 붉은색 옷을 입은 아처들, 성직자들이 중앙의 커다란 식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미성년자는 음료수를 들었다. 전부 합쳐서 25명 정도 되었다.
“우리 일당백 용병단을 위하여!”
“위하여!”
“대장님!”
“왜?”
마침 일당백 용병단장 일당백이 건배를 하려는 순간, 아까 들어왔던 사람이 그를 불렀다. 들어온 자들도 붉은색 여행자용 망토를 입고 있었다.
“어? 벌써 돌아왔어? 그래, 던전은 찾아봤어?”
“네. 수도 동쪽의 세르피아 산맥에서 작은 동굴을 발견했어요. 들어가니까 제한 날짜 11개월짜리 던전이라고 나오더라고요. 11개월이 지나면 폐쇄된대요. 뭔가 돈 냄새가 나지 않아요?”
“뭐?! 제한 날짜 11개월짜리 던전이라고?”
순식간에 시끄러웠던 술집이 조용해졌다.
“음, 대장. 뭔가 비싼 아이템이나 돈이 잔뜩 나오는 던전이 아닐까요?”
“마침 의뢰도 없잖아. 거기 가서 우리 용병단의 평균 레벨도 올리자고. 돈이 많이 나오거나 레벨 업하기 쉬운 던전이 틀림없어.”
“한번 가 보죠, 대장.”
주위에서 그 던전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일당백 용병단의 단장인 일당백의 정체는 현이의 친구 현동이였다. 그는 여태까지 무조건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이 70이고, 현재 랭킹으론 5위다.
그의 용병단은 에르메키아 월드에서 가장 강력한 용병단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 이유는 용병단의 평균 레벨이 50대로 현재 존재하는 용병단들 중에서 가장 높고, 의뢰를 주면 100% 성공함으로써 대륙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용병단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용병단원들의 자부심이 높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유저들에게 횡포를 부리지 않아 유저들 중에 가장 매너 있는 용병단이기도 했다.
“그럼 가 볼까?”
“오오오오오!!”
일당백이 가자고 하자 환호성을 지르는 용병들이었다. 전부 호쾌한 사람들로 한마디로 전투를 즐기는 타입들이었다.
‘내가 부하들은 잘 두었지.’
“단, 여기에 차려져 있는 음식은 다 먹고 간다. 돈 주고 샀는데 못 먹으면 손해니까. 그리고 이제부터 술은 금지다. 술에 취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우리의 명성에 금이 가니까. 여차하면 과일 주스를 마시도록!”
“우우우우우.”
이번엔 반대로 원성이 들려왔다.
“어차피 금방 갔다 올 거니까 갔다 와서 마시자. 어때? 돈은 내가 낼게.”
“오오오오! 일당백 만세다!”
“와하하하하! 오늘 단장이 거지가 되게 마셔 주마!”
“우리 한국인이 술 좋아하는 걸 몰랐더냐?”
“오! 우리도 마셔도 돼요?”
일당백은 머리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라서 잘못하면 거지가 될 수도 있었다.
“미성년자는 게임상이라지만 안 된다.”
“우우…….”
“너흰 좀 더 큰 다음에 마셔. 마시고 싶지? 크크크크!”
한쪽 테이블에 모여 있던 소년 소녀들의 원성이 들려왔고 옆에 있던 성직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타락성직자 님, 너무 그렇게 놀리지 마세요. 쟤들도 술에 호기심이 있으니까요.”
“오! 우리 용병단장이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와악! 그렇다고 술은 주지 마시고요!”
타락성직자라는 유저가 일당백의 말에 곧장 자신의 앞에 있던 술병의 마개를 빼서 미성년자 애들의 잔에 술을 따르자 일당백이 말리려고 나섰다. 재빨리 미성년자 애들의 잔에 있던 술을 버린 일당백이 소리쳤다.
“아무튼! 식사 뒤에 주점 밖에서 집합이에요! 각 직업 별로 모여서 행군진을 갖추세요!”
“와아! 우리 단장이 삐쳤네?”
“하하하! 그만 놀리자고. 자, 마시자!”
“술은 안 된다고 했죠!”
주점 ‘술집’은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러워졌다.

“헥헥, 아직 멀었냐?”
“5분 정도 가면 도착합니다.”
“아무리 가죽이라지만 이렇게 중장갑옷을 입으면 걸어가기도 힘든데, 산을 올라가니…….”
“크크크. 그러니까 진작에 나처럼 마법사나 하지. 헉헉!”
“마법사는 버려. 체력이 약한 주제에……. 우리 아처들처럼 편한 옷에 어느 정도 있는 체력, 그리고 민첩성까지. 누가 봐도 우리가 최고지…….”
“아냐, 우리 성직자의…….”
용병들은 어느새 자기 직업이 좋다니 뭐라니 하면서 잡담으로 들어갔다.
“어이쿠, 이런. 우리가 잡담하는 사이에 벌써 도착했군.”
일당백 용병단 앞에 사람이 기어들어 갈 만한 동굴이 보였다.
“야, 월령. 여기가 맞아? 너구리 굴 아냐?”
“여기가 맞아요. 들어가 보면 나중에 커다란 동굴이 나와요.”
월령이라고 불리는 여성 유저의 직업은 탐험가이다. 용병단에서 유일한 비전투 직업의 용병단원인데, 주로 던전을 수색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제부터는 전투를 해야 되니 명령조로 한다. 던전이니까 대몬스터 방어진으로 한다. 전사 계열을 선두로 그 다음은 성직자가 맡고 그 뒤를 아처가, 그 다음엔 마법사가 맡는다.”
“왜 우리 성직자가 앞에서 두 번째죠?”
전투 준비상태이기에 일당백에게 높임말을 하는 성직자였다. 그는 용병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었다.
“지금 우리 전사들은 포션이 없거든. 우리 전사들이 몸빵을 기똥차게 해 주니까 몬스터들이 너희들한테 가는 일은 없을 거야. 동료를 믿어 봐. 월령, 앞장서서 척후해.”
“알았습니다.”
월령이 선두로 들어갔다. 그 뒤를 이어 일당백과 전사들이 들어갔다. 그다음엔 성직자와 아처, 마법사들이 들어갔다.
“잠시 후에 동굴이 넓어질 겁니다.”
“좋아. 그렇지 않아도 무릎이 아팠는데……. 나가자마자 아까 말했던 대몬스터 방어진으로 한다. 알겠나?”
“옛!”
기어들어 간 지 10분 정도 지나자 좁던 동굴이 5미터 정도로 높아졌다.
스릉, 스릉, 끼익.
검을 가진 전사들이 검을 뽑았고 아처들은 활에 화살을 걸고 활시위를 당겼다. 창을 든 전사들은 앞으로 나섰다.
휘이이이잉.
“크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
“뭐지, 이 기분 나쁜 소리는?”
“언데드나 고스트일 수 있다! 아처들은 은 화살을 꺼내고 마법사들은 화염 계열 마법 주문을 외워라!”
동굴 바람 소리 뒤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기에 용병단원들은 즉시 대언데드 방어진으로 다시 진을 갖추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 거죠? 언데드의 공격이 없어요.”
“월령, 어떻게 된 건가?”
“자, 잠시만요.”
월령이 한 발짝 앞으로 내밀었다.
[‘연금술사의 연구소’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던전에서 사냥 시 평생 경험치를 2배로 드립니다(11개월 뒤 던전은 폐쇄됩니다).]
“아, 뭐여. 언데드가 아니잖아.”
“연금술사?”
마법사들은 연금술사라는 말에 눈을 빛냈고 나머지는 그냥 풀이 죽었다.
“틀림없이 히든 클래스 연금술사가 분명하다. 우리 중에 연금술사로 전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서 가자.”
일당백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히든 클래스가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다른 단원들도 일당백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저기 앞에 빛이…….”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자 동굴 끝 쪽에 빛이 보였다.
“크하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나의 무기가 생겼다! 끄끄끄끅!”
빛이 나는 쪽에서 다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마법 방어진으로 한다. 진을 갖추어라.”
이번에는 마법사들이 앞장섰다.
“아앗.”
“윽.”
“아, 눈부셔.”
단원들이 눈이 부셔서 그런지 약간의 고통스런 소리를 냈다.
그곳은 아주 넓은 동굴이었다. 위쪽에서는 커다란 마법의 빛이 나왔다. 왼쪽의 절반은…….
“유리?”
“설마! 온실?”
“말도 안 돼. 여기서 유리를 볼 줄이야. 여기서 유리는 아주 귀한 거라고.”
온실이었다, 아주 커다란……. 그곳에서는 온갖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호오! 그렇지 않아도 무기 만드느라 고생해서 졸려 죽겠는데. 하필이면 유저들이 떼거지로 올 줄이야.”
부드럽지만 살기를 실은 목소리가 들렸다.
푹! 팍!
“크헉!”
“헉!”
“뭐, 뭐야?”
뒤쪽에 있던 마법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일당백과 나머지 살아 있는 단원들이 소리의 근원지를 보았다.
“마…… 말도 안 돼.”
허름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하얀색 로브에 검은색 고목 지팡이를 든 마법사가 서 있었다.
그리고 지팡이 끝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머리 위에는 붉은색으로 ‘연금술사 데네브’라고 적혀 있었다. 확실한 몬스터였다.
“헉! 천!”
“아멜리아!”
마법사 두 명이 지팡이에 찔려 죽어 버렸다. 죽은 유저들은 천천히 회색으로 변해 가루로 변해 갔다.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인데…….’
일당백은 의혹에 휩싸였다.
“어떻게 마법사가 근접이 강하지?”
“이 자식! 네놈이 연금술사냐?”
“허…… 헉! 히익!”
“왜…… 왜 그래?”
전사 한 명이 달려들려는 순간, 옆에 있던 동료가 한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비명을 질렀다.
“왕실 문양…….”
“뭐? 왕실!”
하얀 로브 밑단 양쪽 끝에 있는 황금색 매의 문양…….
“구…… 궁정 마법사…….”
“마…… 맙소사! 레벨 400대 NPC잖아.”
“호오! 시르벤 왕실 문양을 아시는군요.”
“어…… 어떡하죠?”
일당백 옆에 있던 월령이 일당백에게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