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마그너스 레퀴엠 1권
아프칸 교전
마그너스 레퀴엠 1권(1화)
프롤로그(1)
태양계 지구 영향권 밖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 2전대 대한민국함 중앙사령실
7월 27일 07:39
지구 영향권 밖, 우주에서는 우주군 함대들 간의 교전이 한창이었다.
양측에서 발사된 빔 계열 무기들은 상대 전투함정들을 가차 없이 공격했고 빔에 얻어맞은 전투함정들의 외부 장갑은 흉물스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녹아 버렸다.
쿠우웅!
대규모 우주전쟁의 한복판에는 고대영 준장이 지휘하고 있는 대한민국함도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우현 A―03 구역부터 C―15 구역까지 제1장갑 완파! 제2장갑 반파!
―우현 A―11 구역에 A급 화재 발생! 화재 발생! 해당 구역 승조원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합니다. 대피 완료 후 진공 소화 시스템 작동합니다.
대한민국함 중앙사령실에는 적함포에 피격된 것과 관련한 피해 보고가 크게 증가했고 함장석 인근 홀로그램 생성기에는 온갖 경고 표시와 함께 함 내 피해 상황을 함장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적당한 높이에 홀로그램을 전개시켰다.
“목표 28인가? 모든 함포사격을 목표 28의 전방 사통레이더에 집중한다!”
대한민국함의 함장 고대영 준장의 명령에 대한민국함의 메인 컴퓨터 즉, 슈퍼컴퓨터는 목표 28이라는 미합중국 우주군 함대 소속 15만 톤급 우주 구축함을 주 목표로 설정하였고 대한민국함의 모든 함포를 담당하는 사격통제관은 함포 조작 콘솔을 조작해 이미 조준되어 있는 15만 톤급 우주 구축함의 전방 사격통제레이더를 주 표적으로 세밀하게 지정해 주었다.
―목표 28에서 빔 에너지 관측!
중앙 모니터에 나타난 목표 28은 적 포격에 치명타를 받지 않기 위해 회피기동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회피기동 중 살짝 드러난 목표 28의 우현에는 함번과 함명 그리고 소속 국적을 나타내는 성조기가 작게 그려져 있었다.
“쏴!”
대한민국함과 목표 28에서 발사된 빔이 교차하며 서로에게 날아갔고 전방 탐색 레이더에 빔이 작렬한 대한민국함은 탐색 기능 일부를 손실, 기관 구획이 피격당한 목표 28은 밝은 빛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우주군 작전사령부의 명령대로 조국으로 향하는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와 그들을 막아서는 미합중국 우주군 4, 5, 6, 8함대 간의 교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치열해졌다.
01. 아프간 교전(1)
아프가니스탄 카불 북쪽 56km 오쉬노 부대
2011년 5월 27일 15:31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진 차리카 지역에는 현지어로 친구, 동료를 뜻하는 말을 부대 명으로 사용하는 대한민국군의 파병 부대, 오쉬노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오쉬노 부대는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및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되는 지방 재건팀 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군 부대로 2010년 7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 오쉬노 부대의 영내에는 3개월 전 격납고가 새로 건설되었는데 그 격납고에는 비공개적으로 파병된 K1A1 전차 3대가 수용되어 있었다.
“3개월 정도 됐으면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실마리는 풀려야 되는데 어째 진전이 전혀 없냐?”
아프가니스탄의 사막 지형에 맞게 사막색으로 도색된 K1A1 전차의 위풍당당한 자태를 감상하던 중사 계급의 한 군인이 입을 열었다.
170 후반의 키에 멀끔하게 생긴 그는 K1A1 전차 소대 3호 차의 전차장 고대영 중사였다.
3개월 전 오쉬노 부대로부터 남서쪽 1.2km 떨어진 사가지 인근에서 미확인 에너지 파장이 관측되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인근 주둔 국가인 대한민국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외부 국가인 미국의 현장 조사를 위한 합동 조사단이 꾸려졌다.
미확인 에너지 파장이 외부에 공표할 수 없는 레벨의 특수 현상이라 생각한 두 국가 정부는 현상의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하였고 기밀 수위를 올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파병을 실시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상태라 추가 파병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은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여론의 질타가 계속되었던 탓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추가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식시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인근의 치안 상황이 악화되어 오쉬노 부대와 지방 재건팀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전사 1개 중대를 추가로 파병했다.
특전사 1개 중대는 표면적인 파병 병력이다. 비공개적으로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 인원과 K1A1 전차로 이루어진 1개 소대를 추가로 파병했는데 고대영 중사는 조사 인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파병된 K1A1 전차 소대의 전차 승무원 중 한 명이었다.
연구 시설을 비롯하여 관련 조사 인원들을 직접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군인들인 만큼 고대영 중사를 비롯해 전차 소대 인원 모두가 미확인 에너지 파장 조사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알아낸 것이라고는 쓸데없는 것들 뿐이니…….”
전차장에 비해 약간 키가 크고 군인다운 강인한 인상을 지닌 김대국 상병 역시 고대영 중사의 말에 공감이 갔는지 K1A1 전차의 각 부분을 체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확인 에너지 파장 연구가 정식적으로 실시된 지 벌써 3개월이나 흘렀는데 조사단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부분 투성이라는 것과 충격이나 진동이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극히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뿐이었다.
조사 구역 경비 작전 도중 고대영 중사는 검은색 위주의 뒤틀린 것 같은 독특한 형체를 지닌 미확인 에너지 파장의 진원체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연구원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연구원이 모습은 드러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고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으며 유심히 진원체를 관찰하던 고대영 중사는 거대한 타르 덩어리가 무중력인 우주에 떠다니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아무런 성과도 일구지 못하고 귀국하게 되는 것 아닌가 몰라?”
K1A1 전차 포구를 들여다보며 투덜거리던 고대영 중사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지 작업대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헝겊 조각을 오른손으로 집어 들고는 K1A1 전차의 사이드 미러에 뽀얗게 쌓인 모래 먼지들을 훑어 내는 작업에 열중했다.
“헉! 항구 도착해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개고생이었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와 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면… 으으. 지금까지 똥개 훈련한 것 같아지지 말입니다.”
체크를 모두 마무리하고 서류 작업을 시작하려던 김대국 상병은 항구에서 오쉬노 부대 주둔지까지 직접 육로로 이동해야 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중동의 내륙 국가다. 그러다 보니 해상 수송단이 파병 병력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는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의 항구까지가 한계였다.
특전사 병력과 소화기, 주둔 장비 정도라면 군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 바그람 기지로 날아가는 간편한 방법이 있었지만 육중한 K1A1 전차나 연구 설비들은 수송기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추가 파병 병력들은 해상 수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타 국가의 항만에 내린 파병 병력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오쉬노 부대까지 오로지 육로로만 이동해야 했다.
뜨거운 태양열과 숨쉬기 거북해지는 흙먼지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고 항구와 주둔지 사이의 이동 구간에는 치안 부재 지역이 많아 한국군 추가 파병 병력들은 이동하는 내내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똥개 훈련 맞을 걸? 며칠 뒤에 부대 복귀해서 중대장님이 파병 가서 뭐했니? 라고 물으시면 잘 먹고 잘 싸다 왔습니다! 라는 말밖에 못해 드릴 것 같아.”
힘없이 중얼거리는 김대국 상병의 말에 고대영 중사는 반쯤 농담조로 받아 쳤지만 분위기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 임무를 하달받은 추가 파병 병력들은 온갖 고생을 다 해 가며 오쉬노 부대에 도착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해진 치안 상태 덕분에 아무런 성과도 일궈 내지 못하고 조만간 지방 재건팀 그리고 오쉬노 부대 본대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예정이었다.
추가 파병 병력들이 오쉬노 부대에 도착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많은 재건팀들과 외국 부대들의 주둔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를 비롯하여 국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만을 표출했다. 중간 중간 발생한 외국군과 국민들 간의 불화도 한몫했다.
그에 힘을 얻은 소수의 시아파는 기존에 정권을 잡고 있는 수니파와 거센 마찰을 빚었고 아프가니스탄은 내전 발발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안정화나 국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 불만은 시아파뿐만 아니라 수니파도 가지고 있었고 내전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을 불법 점령한 외국군들을 먼저 국외로 몰아내야 한다고 두 세력의 의견이 일치했다.
점차 무장 저항 세력들은 규모가 비대해졌고 아프가니스탄 군인들마저 가세함에 따라 외국군 주둔지에 대한 테러가 크게 늘었다.
언제 아프가니스탄 대규모 무장 세력과 교전을 치를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교전 위험 부담까지 감수해 가며 오쉬노 부대와 지방 재건팀을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미확인 에너지 파장에 대한 최종 관측 조사를 마무리 짓는 대로 파병된 인원들을 모두 대한민국으로 복귀시킬 예정이었다.
“그래도 전차 승무원다운 훈련은 제대로 하지 않겠습니까?”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온 훈련이라는 말에 앞으로 있을 훈련 일정을 떠올리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김대국 상병이 자신을 보며 실실거리며 웃자 눈썹을 치켜떴다.
“대한민국에서 오쉬노 부대까지, 그리고 오쉬노 부대에서 대한민국까지 기동 훈련은 확실히 할 것 같지 말입니다.”
그제야 김대국 상병의 말을 이해한 고대영 중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기동 훈련은 개뿔, 올 때 걸어왔잖아? 갈 때도 당연히 걸어가지.”
K1A1 전차 1개 소대와 연구 설비들은 기밀 유지 대상들이었으므로 언론에 노출시킬 수 없었고 언론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특수 트레일러에 숨겨져 이동되었다.
전차 소대 소속 군인들은 트레일러 대열의 경계 인원이 부족했던 탓에 K1A1 전차에 탑승하지 못하고 직접 소총을 들고 함께 파병되어 온 특전사 병력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주경계를 하며 주둔지까지 걸어왔었다.
“뭐 큰일은 없었으니 다행이지 말입니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김대국 상병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다시 걸어서 항구까지 가야 하는 괴로움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지원까지 해 가며 아프가니스탄에 온 그들은 군인으로써 국가에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그런 군인들 중 유일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군인이 하나 있었다.
“낄낄낄!”
K1A1 전차의 포탑 후방, 엔진 구획에 드러누워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조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온 연구원들에게 노트북 하나를 빌려 온 이민채 하사가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낄낄거렸다.
키는 170 초반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잘생겼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민채 하사는 흔히 알려진 애니 오타쿠, 한국식으로는 오덕후였다.
개인 정비 시간이라 딱히 태클을 걸기도 뭐해 이만 바득바득 갈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K1A1 전차 정비 작업에 몰두해 있는 전이석 일병을 보며 귀족과 천민의 차이를 보는 듯해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 이석이가 고생이 많… 응? 이석아! 거기 쪼일 때 칠 안 벗겨지게 조심해라?”
왜소한 키에 순진하게 생긴 전이석 일병은 공대를 나왔고 기계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 짬이 많지 않음에도 항상 과도한 정비 업무에 투입되었다.
정비나 기계 계통 업무를 좋아했기에 전이석 일병은 개인 시간까지 투자해 정비에 힘을 쏟아왔고 덕분에 웬만한 베테랑 정비병보다 훨씬 좋은 정비 실력을 가지게 된 전이석 일병이었다.
하지만 일병인 만큼 짬이 딸려 가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였고 고대영 중사는 전이석 일병이 부지런해 좋은 군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전이석 일병이 작업을 할 때면 괜스레 불안해지고는 했다.
“야! 거긴 몽키로.”
고대영 중사가 한 번 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찰나, 그들로써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사이렌 소리가 오쉬노 부대 영내에 길게 울려 퍼졌다.
아프칸 교전
마그너스 레퀴엠 1권(1화)
프롤로그(1)
태양계 지구 영향권 밖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 2전대 대한민국함 중앙사령실
7월 27일 07:39
지구 영향권 밖, 우주에서는 우주군 함대들 간의 교전이 한창이었다.
양측에서 발사된 빔 계열 무기들은 상대 전투함정들을 가차 없이 공격했고 빔에 얻어맞은 전투함정들의 외부 장갑은 흉물스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녹아 버렸다.
쿠우웅!
대규모 우주전쟁의 한복판에는 고대영 준장이 지휘하고 있는 대한민국함도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우현 A―03 구역부터 C―15 구역까지 제1장갑 완파! 제2장갑 반파!
―우현 A―11 구역에 A급 화재 발생! 화재 발생! 해당 구역 승조원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합니다. 대피 완료 후 진공 소화 시스템 작동합니다.
대한민국함 중앙사령실에는 적함포에 피격된 것과 관련한 피해 보고가 크게 증가했고 함장석 인근 홀로그램 생성기에는 온갖 경고 표시와 함께 함 내 피해 상황을 함장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적당한 높이에 홀로그램을 전개시켰다.
“목표 28인가? 모든 함포사격을 목표 28의 전방 사통레이더에 집중한다!”
대한민국함의 함장 고대영 준장의 명령에 대한민국함의 메인 컴퓨터 즉, 슈퍼컴퓨터는 목표 28이라는 미합중국 우주군 함대 소속 15만 톤급 우주 구축함을 주 목표로 설정하였고 대한민국함의 모든 함포를 담당하는 사격통제관은 함포 조작 콘솔을 조작해 이미 조준되어 있는 15만 톤급 우주 구축함의 전방 사격통제레이더를 주 표적으로 세밀하게 지정해 주었다.
―목표 28에서 빔 에너지 관측!
중앙 모니터에 나타난 목표 28은 적 포격에 치명타를 받지 않기 위해 회피기동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회피기동 중 살짝 드러난 목표 28의 우현에는 함번과 함명 그리고 소속 국적을 나타내는 성조기가 작게 그려져 있었다.
“쏴!”
대한민국함과 목표 28에서 발사된 빔이 교차하며 서로에게 날아갔고 전방 탐색 레이더에 빔이 작렬한 대한민국함은 탐색 기능 일부를 손실, 기관 구획이 피격당한 목표 28은 밝은 빛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우주군 작전사령부의 명령대로 조국으로 향하는 대한민국 우주군 제2함대와 그들을 막아서는 미합중국 우주군 4, 5, 6, 8함대 간의 교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치열해졌다.
01. 아프간 교전(1)
아프가니스탄 카불 북쪽 56km 오쉬노 부대
2011년 5월 27일 15:31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진 차리카 지역에는 현지어로 친구, 동료를 뜻하는 말을 부대 명으로 사용하는 대한민국군의 파병 부대, 오쉬노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오쉬노 부대는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및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되는 지방 재건팀 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군 부대로 2010년 7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 오쉬노 부대의 영내에는 3개월 전 격납고가 새로 건설되었는데 그 격납고에는 비공개적으로 파병된 K1A1 전차 3대가 수용되어 있었다.
“3개월 정도 됐으면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실마리는 풀려야 되는데 어째 진전이 전혀 없냐?”
아프가니스탄의 사막 지형에 맞게 사막색으로 도색된 K1A1 전차의 위풍당당한 자태를 감상하던 중사 계급의 한 군인이 입을 열었다.
170 후반의 키에 멀끔하게 생긴 그는 K1A1 전차 소대 3호 차의 전차장 고대영 중사였다.
3개월 전 오쉬노 부대로부터 남서쪽 1.2km 떨어진 사가지 인근에서 미확인 에너지 파장이 관측되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인근 주둔 국가인 대한민국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외부 국가인 미국의 현장 조사를 위한 합동 조사단이 꾸려졌다.
미확인 에너지 파장이 외부에 공표할 수 없는 레벨의 특수 현상이라 생각한 두 국가 정부는 현상의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하였고 기밀 수위를 올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파병을 실시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상태라 추가 파병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은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여론의 질타가 계속되었던 탓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추가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식시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인근의 치안 상황이 악화되어 오쉬노 부대와 지방 재건팀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전사 1개 중대를 추가로 파병했다.
특전사 1개 중대는 표면적인 파병 병력이다. 비공개적으로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 인원과 K1A1 전차로 이루어진 1개 소대를 추가로 파병했는데 고대영 중사는 조사 인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파병된 K1A1 전차 소대의 전차 승무원 중 한 명이었다.
연구 시설을 비롯하여 관련 조사 인원들을 직접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군인들인 만큼 고대영 중사를 비롯해 전차 소대 인원 모두가 미확인 에너지 파장 조사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알아낸 것이라고는 쓸데없는 것들 뿐이니…….”
전차장에 비해 약간 키가 크고 군인다운 강인한 인상을 지닌 김대국 상병 역시 고대영 중사의 말에 공감이 갔는지 K1A1 전차의 각 부분을 체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확인 에너지 파장 연구가 정식적으로 실시된 지 벌써 3개월이나 흘렀는데 조사단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부분 투성이라는 것과 충격이나 진동이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극히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뿐이었다.
조사 구역 경비 작전 도중 고대영 중사는 검은색 위주의 뒤틀린 것 같은 독특한 형체를 지닌 미확인 에너지 파장의 진원체를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연구원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연구원이 모습은 드러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고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으며 유심히 진원체를 관찰하던 고대영 중사는 거대한 타르 덩어리가 무중력인 우주에 떠다니면 저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아무런 성과도 일구지 못하고 귀국하게 되는 것 아닌가 몰라?”
K1A1 전차 포구를 들여다보며 투덜거리던 고대영 중사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지 작업대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헝겊 조각을 오른손으로 집어 들고는 K1A1 전차의 사이드 미러에 뽀얗게 쌓인 모래 먼지들을 훑어 내는 작업에 열중했다.
“헉! 항구 도착해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개고생이었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와 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면… 으으. 지금까지 똥개 훈련한 것 같아지지 말입니다.”
체크를 모두 마무리하고 서류 작업을 시작하려던 김대국 상병은 항구에서 오쉬노 부대 주둔지까지 직접 육로로 이동해야 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바다를 접하지 않은 중동의 내륙 국가다. 그러다 보니 해상 수송단이 파병 병력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는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의 항구까지가 한계였다.
특전사 병력과 소화기, 주둔 장비 정도라면 군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 바그람 기지로 날아가는 간편한 방법이 있었지만 육중한 K1A1 전차나 연구 설비들은 수송기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추가 파병 병력들은 해상 수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타 국가의 항만에 내린 파병 병력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오쉬노 부대까지 오로지 육로로만 이동해야 했다.
뜨거운 태양열과 숨쉬기 거북해지는 흙먼지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고 항구와 주둔지 사이의 이동 구간에는 치안 부재 지역이 많아 한국군 추가 파병 병력들은 이동하는 내내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똥개 훈련 맞을 걸? 며칠 뒤에 부대 복귀해서 중대장님이 파병 가서 뭐했니? 라고 물으시면 잘 먹고 잘 싸다 왔습니다! 라는 말밖에 못해 드릴 것 같아.”
힘없이 중얼거리는 김대국 상병의 말에 고대영 중사는 반쯤 농담조로 받아 쳤지만 분위기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특수 임무를 하달받은 추가 파병 병력들은 온갖 고생을 다 해 가며 오쉬노 부대에 도착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해진 치안 상태 덕분에 아무런 성과도 일궈 내지 못하고 조만간 지방 재건팀 그리고 오쉬노 부대 본대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예정이었다.
추가 파병 병력들이 오쉬노 부대에 도착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많은 재건팀들과 외국 부대들의 주둔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를 비롯하여 국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만을 표출했다. 중간 중간 발생한 외국군과 국민들 간의 불화도 한몫했다.
그에 힘을 얻은 소수의 시아파는 기존에 정권을 잡고 있는 수니파와 거센 마찰을 빚었고 아프가니스탄은 내전 발발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로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안정화나 국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에서 발생한 불만은 시아파뿐만 아니라 수니파도 가지고 있었고 내전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을 불법 점령한 외국군들을 먼저 국외로 몰아내야 한다고 두 세력의 의견이 일치했다.
점차 무장 저항 세력들은 규모가 비대해졌고 아프가니스탄 군인들마저 가세함에 따라 외국군 주둔지에 대한 테러가 크게 늘었다.
언제 아프가니스탄 대규모 무장 세력과 교전을 치를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교전 위험 부담까지 감수해 가며 오쉬노 부대와 지방 재건팀을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미확인 에너지 파장에 대한 최종 관측 조사를 마무리 짓는 대로 파병된 인원들을 모두 대한민국으로 복귀시킬 예정이었다.
“그래도 전차 승무원다운 훈련은 제대로 하지 않겠습니까?”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온 훈련이라는 말에 앞으로 있을 훈련 일정을 떠올리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김대국 상병이 자신을 보며 실실거리며 웃자 눈썹을 치켜떴다.
“대한민국에서 오쉬노 부대까지, 그리고 오쉬노 부대에서 대한민국까지 기동 훈련은 확실히 할 것 같지 말입니다.”
그제야 김대국 상병의 말을 이해한 고대영 중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기동 훈련은 개뿔, 올 때 걸어왔잖아? 갈 때도 당연히 걸어가지.”
K1A1 전차 1개 소대와 연구 설비들은 기밀 유지 대상들이었으므로 언론에 노출시킬 수 없었고 언론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특수 트레일러에 숨겨져 이동되었다.
전차 소대 소속 군인들은 트레일러 대열의 경계 인원이 부족했던 탓에 K1A1 전차에 탑승하지 못하고 직접 소총을 들고 함께 파병되어 온 특전사 병력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사주경계를 하며 주둔지까지 걸어왔었다.
“뭐 큰일은 없었으니 다행이지 말입니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김대국 상병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다시 걸어서 항구까지 가야 하는 괴로움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지원까지 해 가며 아프가니스탄에 온 그들은 군인으로써 국가에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 하나 없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답답한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그런 군인들 중 유일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군인이 하나 있었다.
“낄낄낄!”
K1A1 전차의 포탑 후방, 엔진 구획에 드러누워 미확인 에너지 파장을 조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온 연구원들에게 노트북 하나를 빌려 온 이민채 하사가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낄낄거렸다.
키는 170 초반에 이목구비가 뚜렷해 잘생겼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민채 하사는 흔히 알려진 애니 오타쿠, 한국식으로는 오덕후였다.
개인 정비 시간이라 딱히 태클을 걸기도 뭐해 이만 바득바득 갈고 있던 고대영 중사는 K1A1 전차 정비 작업에 몰두해 있는 전이석 일병을 보며 귀족과 천민의 차이를 보는 듯해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 이석이가 고생이 많… 응? 이석아! 거기 쪼일 때 칠 안 벗겨지게 조심해라?”
왜소한 키에 순진하게 생긴 전이석 일병은 공대를 나왔고 기계에 관심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 짬이 많지 않음에도 항상 과도한 정비 업무에 투입되었다.
정비나 기계 계통 업무를 좋아했기에 전이석 일병은 개인 시간까지 투자해 정비에 힘을 쏟아왔고 덕분에 웬만한 베테랑 정비병보다 훨씬 좋은 정비 실력을 가지게 된 전이석 일병이었다.
하지만 일병인 만큼 짬이 딸려 가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였고 고대영 중사는 전이석 일병이 부지런해 좋은 군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전이석 일병이 작업을 할 때면 괜스레 불안해지고는 했다.
“야! 거긴 몽키로.”
고대영 중사가 한 번 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던 찰나, 그들로써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사이렌 소리가 오쉬노 부대 영내에 길게 울려 퍼졌다.